꽃 떨어지다

 

꽃이 떨어졌다.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그런 세계의 아름다움을 잘 구별할줄 모르는 곳에서 컸지만, 그래도 하늘빛을 받아 떨어지는 새빨간색의 꽃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단어와 잘 어울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충격으로 빳빳하게 세워져있던 꽃잎들은 무참히 떨어져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손을 휘둘러보았지만 단 한송이도 잡지 못하고 나는 그것들을 전부 얼굴로 맞았다. 날카롭고 뻣뻣한 꽃을 감싸고 있는 꽃대. 힘없이 바닥과 충돌하는 아름다운 꽃들은 전부 흩어졌다.

 

「야마자키.」

 

고개를 들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었다. 아아, 꽃을 밟았어. 나도 모르게라고는 하지만, 별세계에 것인 것 같은 꽃의 여림을 밟아버리다니, 어쩌면 나란 것은 정말 구제불능인 건지도 모르겠어.

 

「히지카타..씨.」

「그거, 멀쩡한 것들만 좀 주워와라.」

「예.」

 

그런 것들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나날이란 불편한 것은 없지만 아마 외로움이란 것이 있을 거다. 거의 같은 곳에서 영원을 함께하고 있었던 히지카타씨는 어째서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일까?

 

언제인가,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쳐준 남자는 곤도씨고,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정의내려준 것은 히지카타씨고.

 

나는 그 남자들의 뒷모습을 따라왔다.

 

 

밟힌 꽃송이들은 각각 제멋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흩어진 꽃잎에게 안쓰럽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내가 좋았고, 내 자신을 좋아하기 위해 무의식이라도 이런 생각을 피어오르게 만든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흩어진, 꽃송이.

 

창피해.

 

꽃송이의 아직 싱싱한 꽃잎마냥, 분명 붉어진 나를 높은 곳에서 히지카타씨는 보고 있겠지.

 

 

 

 

 

 

 

 

 

「곤도씨. 왠 꼬맙니까?」

「귀엽지? 주워왔어.」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잖아요, 여기서 부모노릇 제대로 해줄 녀석이 어딨다고 이런걸 주워옵니까.」

「뭐 어때, 괜찮아. 내가 잘 키우겠어.」

「쯧.」

 

긴 머리칼을 움켜쥐며 놀고있는 아이의 생김새가 귀여웠다.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어.

 

「어, 야마자키.」

「아.. 히지카타 씨. 이거, 주워온다고 주워는 왔는데 엉망이 된 것도 있고- 죄송합니다.」

「됐어. 괜찮아. 어차피 꺾어온 건 나니까-」

「헤에? 왠일이야. 꽃을 다 꺾어오고.」

「그냥, 마음이 동했을 뿐입니다.」

「과연. 아름다운 붉음이로군.」

「.....」

 

약간 짓잇겨진 꽃잎을 한장, 손에 들고 곤도씨는 그 부드러운 꽃잎의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느끼는 듯 했다. 꽃을 받아든 히지카타씨는 꽃가운데의 고목나무처럼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분명 그 꽃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꽃냄새를 들이 마셨겠지.

 

「어이, 토시. 이 놈, 이름 뭘로 짓지?」

「하아. 작명소한테 맡기죠?」

「안 돼, 안 돼. 우리가 지어보자고.」

「어쨌든 나중에 해요, 사무 밀려있으니까. 먼저 나갑니다.」

「엇, 기다려 토시! 야마자키군- 걔좀 부탁해!」

 

 

 

 

 

 

「.....」

 

작은 주먹속에 붉은 꽃잎 한장이 파고 들어 앉아 있다. 두 사람이 사라진 마루의 빈공간에는 두 사람만의 향기가 꽃향기에 절어 사라지고 있지. 너는 생각보다 강하게 움켜쥐는 녀석이로구나, 혹시 두 사람속으로 섞여버린 꽃향기라도 계속 느끼려고 하고 있는 거야? 

 

으깨진 꽃잎은 꽃향기는 진해지지만, 아마 그 두사람이 바라는 것은 아닐꺼야. 그러니까 네가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은 잘못된거야. 너 나름대로 두 사람을 알려는 행위였겠지만. 

 

「이봐.. 너. ..너는, 그 두사람이 보는 만큼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겠어?」

 

그 두사람이 보는 만큼의 아름다운 꽃을 보아줘.

같은 꽃을 보아도 알 수 없는 나같은 녀석만 옆에 있다는 것은 저 두사람에게는 너무나 불행이거든.

그러니까, 너. 이렇게 으깨는 것만이 아니라

 

 

그 두사람과 같은 곳을 보아줘.

 

난 무리니까.

 

 

 

 

「그러니까. ...부탁할게.」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손은 그저 내 손가락을 꽉 움켜잡았을 뿐으로. 나는 오히려 스스로의 감정에 이기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작은 손 안에는 그저 으깨져서 향기가 진한 붉은색 꽃잎만 퍼져 있을 뿐이었다.

 

 

 

 

 

 

 

- done

 

+ -_-;; 너무 옛날글은 올리지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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