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寒如枝

 

 

 

 

 마치 계절이 도는 것처럼, 그렇게

 

 

 

 

 기분이 안좋아보이는데요, 대장님. 오키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쪽방향으로 뻗친 자신의 뒷머리를 움켜잡았다. 기분이 좋을리가 있나, 이 꼭두새벽부터 사람을 깨우는데 멍청아. 안그래, 멍청아? 이 머저리야. ...세번이나 연달아서 욕을 하다니... 하아? 오키타가 나지막하게 뭐라고 꿍시렁대는 야마자키의 목을 조르고 있으려니, 마악 자켓의 왼쪽팔을 집어넣으며 열려있는 오키타의 방문을 지나가는 히지카타의 그림자가 길게, 오키타쪽으로 떨어졌다. 오키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문틈으로 지나는 히지카타를 보았다. 펄럭이는 흰색 스카프가, 매끄럽게 휘날렸다. 왠지 정말, 기분이 나빠진다. 두손 사이에 감싸여있는 사람의 목을 그대로 좌우로 휘두르며, 오키타는 중얼였다. 봐, 저 방문 밖을. 저렇게 바람이 차가워보이는데,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안그래? 머저리야. 목이 졸려서 캑캑대며, 이 이제 그만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용서해주세요 대장님... 라고 말하는 야마자키의 억눌린 대답을 무시한 채, 오키타는 자기 할 말을 마저 했다. 봐, 정말. 저렇게 추워보이는, 하늘인데 말이야. 긴 한숨이, 야마자키의 목덜미에 닿았다. 제목을 조이던 손가락이 벌써 머리에 떨어져, 스스로의 뻗친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야마자키는 목을 감싸며 가볍게 호흡했다. 어느새 등을 보인 오키타 대장은, 아주 조금 열려있는 방문의 틈으로, 겨울의 하늘을, 겨울의 바람을 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옛적에 미련없이 복도를 꾹꾹 밟아 지나간 히지카타 부장님의 흔적을. 야마자키는 간헐적으로 터지는 기침을 목구멍에 힘을 주어 눌러 삼켰다. 꼭두새벽, 꼭두새벽, 꼭두새벽이라. 중얼이는 입술에 대고 야마자키는 숨을 참았다. 벌써, 점심먹을 시간도 지났어요, 대장님...

 


 억양의 엑센트가 좀 이상하군. 옆으로 다가와 목을 감싼 야마자키가 건넨 서류를 펄럭이며, 히지카타가 그렇게 말했다. 복도를 꾹꾹 밟는 버선발의 소리가, 무게감있게 낡은 나뭇바닥을 울렸다. 목에 남은 손가락자국에 자신의 손가락을 겹치며, 야마자키는 큿흠, 기침했다. -대장님 말인데요, 부장님. 저 인제 대장님 자명종역할 안할래요. 야마자키의 뺨이 붉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지금 어깨 너머로 자신을 말갛게 바라보는 히지카타의 눈동자때문에라도 야마자키는 급격히 화끈거리는 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쪽팔리는 건 쪽팔리는 거고 목숨은 목숨이고 그러니까 내 목은 하나밖에 없는 거다. 혀뿌리를 단단히 안으로 집어넣고, 허리에 매달아 둔 배드민턴채의 손잡이 가죽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야마자키는 계속 이야기했다. 매번 아침인지 낮인지 모를 때쯤에 대장님을 깨우러 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저도모르게 신을 찾곤 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목숨이 필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늘 낮, 그사람의 방문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에요. 히지카타는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걸음을 멈추기 한참전에 이미 걸음을 멈추고 있는 야마자키를 바라보았다. 뒤로 틀어진 몸과 목이 약간 엇갈려 히지카타의 목덜미로 보기드문 힘줄이 솟았다. 야마자키의 시선이 바닥을 구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히지카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담배연기를 휘둘렀다. 쥐고 있던 서류가 팔라락, 겨울바람을 타고 팔랑였다. 페이지가 넘어간 서류보다, 히지카타는 겨울의 앙상한 가지를 뒷배경으로 한 어깨를 움츠린 야마자키가 더 신경쓰였다. 야마자키의 붉어진 목덜미의 깊게 눌린 손가락자국이, 움츠린 어깨속으로 사라지다, 다시 드러나고, 또 사라졌다. 히지카타는 또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찬바람이 스쳐,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복도는 점점 식어갔다.


 

 ...부장님.

 ......

 

 안쓰러운 눈동자로, 벽에 등을 기대고 차가운 복도에 앉아 담배연기를 흘러내보내고 있는 히지카타를 향해, 야마자키는 조용히 내뱉었다. 부장님, 대장님이 밥을 먹지않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 알아. 나도 알고있다.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었다. 입을 완전히 다물기 위해서는 담배끝이 흐물해질정도로 치아로 깨물어야만 했고, 히지카타는 그렇게 했다. 입안쪽으로 담배끝의 내용물이 씹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마자키는 왼손을 들어 다시 자신의 목덜미를 쓸었다. 싸한 느낌이 손끝을 스친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야마자키는 너털스레 웃었다. 제대로 밥도 먹지않아서 소매자락밖으로 드러난 손목이 앙상한데, 어떻게 그 힘은 여전한지 모르겠어요. 진심으로 졸리는 목에, 죽기전에 보이는 영상이란 어째 주마등이 아니고 그런 야차의 얼굴이냐는 생각도 들구요. 히지카타는 겨울바람에 애꿏은 나뭇가지만 흔들리는 벌거벗은 나무를 바라보았다. 고개가 약간 들려 스카프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혀로 감기는 담배맛에 침을 뱉고 싶은 기분에 도리어 그 침을 목 너머로 삼키며, 히지카타는 매일 아침 언제나 함께했던 신센구미들과의 식사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오키타 소우고를 회상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의 오키타 소우고를 떠올렸다.

 

 ......

 부장님. 안 되요.

 ......

 내가 깨우러 가는 걸론 안 되요.

 ...그러냐.

 

 숨을 참듯이, 입을 다문 야마자키는 가만히, 오똑솟은 히지카타의 콧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오른손을 들어 제 코를 잡아 문질렀다. 차갑게 식어, 발갛게 달아올랐으려나. 눈앞의 부장님처럼. 침을 삼키듯 말꼬리를 삼키며, 야마자키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슬픕니다, 부장님. 나는, 대장님에게 정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그반동처럼, 야마자키의 마지막 말이 바람에 닦인 것처럼 사라졌다. 눈두덩에 닿는 차가운 공기에 감은 눈속의 눈동자를 반응하며, 히지카타는 숨을 골랐다. 그, 바보. 나지막하게 중얼이는 소리또한, 바람에 닦이는 것 마냥 사라졌으면.

 

 밥 안먹을래요. 앞으로 난 밥보단 잠을 선택하기로 했어. 아침은 거르지 말자며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총집회조합이 파하기 전에 매번, 곤도 국장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고 오키타가 국장이 말했던 숱한 많은 주의사항중에 유일하게 따르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오키타는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 밥 안먹을래요, 앞으로 난 밥보단 잠을 선택하기로 했어- 라고, 어느날 아침의 퀭한 눈을 한 채 말한 뒤로는 정말, 밥을 먹으러 나타나지 않는다. 밥을 만들어주는 여인네에게 물어보니, 따로 챙겨먹지도 않는단다. 그리고 슬그머니, 여인네는 머리를 감싸고 있던 수건을 잡아내리며 히지카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점심도 저녁도, 거의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것 같던데. 최근 대장님은 대체 무엇을 먹기는 하나요? 히지카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데굴, 데굴. 햇볕이 채 마르지도 않은 이불위를 구르고 있는 오키타와 눈이 마주쳤다. 오키타는 이불을 그러앉고 구르다가 허락도 맡지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히지카타 토시로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주인 허락도 없이 들어옵니까? 내맘이다. 탁, 타다미문을 가볍게 닫는 히지카타의 손끝이 가벼운 마찰을 일으켜 빛이 일렁였다. 오키타는 찌푸린 인상 그대로 히지카타를 향해 픽, 하고 웃었다. 얼씨구? 내 맘? 내 맘만 있으면 다른 맘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인가요, 그거? 속살처럼 비죽이는 입술이, 순식간에 긴 문장들을 내뱉었다. 그럼 어디 당신 맘 무시하고 내 맘을 좀 피로해볼까요? 어디 한 번 아무 제약없이 내 맘을 좀 펼쳐봐요? 빈정대면서도 여전히 몸을 누은 채로, 이불과 몸이 하나인양 감싸안고 또 감싸여진 채 또 방안을 기약없이 구르는 오키타를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네모난 방의 타다미 아무 쪽 에다가 두 다리를 접고 앉았다. 그래, 그럼 그래봐 어디. ...하아? 짧게 돌아온 대답에 오키타도 짧게 대답하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상체를 들었다. 다리에 엉킨 이불위로 먼지가 내려앉았다. 히지카타는 옆구리에 찬 검을 뽑아 자신의 바로 옆 가까운 곳에 내려놓았다. 오키타의 시선이 검의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그는 주머니에서 마요네즈 모양의 라이터를 꺼내, 아까부터 물고있던 담배끝에 불을 붙였다. 그의 시선은 불기운을 가리는 왼손끝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너 마음가는대로 아무렇게나 하고, 대신에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마.
 

 ...이거, 미쳤나봐. 누가 할소릴. 지금 남에게 피해주고 있는 건 넌데요?

 내가? 누구에게?

 니가, 나에게.

 언제나 니가 나에게 하고 있는 거잖아. 원래 사람은 뿌린대로 거두는거다.


 

 그리고 반말하지마, 자식아. 라고 얘기하고 길게- 담배연기 내보내고. 오키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방안을 가득히 침잠시키는 히지카타의 담배연기를 바라보았다. 손을 휘저으면 흩어지겠으나, 오키타는 굳이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아, 제기랄. 저거, 왠일로 형세가 자기쪽에 있으니까 좋아죽는구나. 언제나 못잡아먹어 안달이었는데 왠일로 내가 좀 약해서 니 말에 말리는 꼴 보니까 기분째져서 히죽인다 이거지? -라고, 오키타는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마치 히지카타의 담배연기처럼 제멋대로 흩어지고 말아서, 오키타는 무언가 더 생각나기 전에 그냥, 머리를 흔들었다. 숙여진 동그란 머리뒤로 꼭 히지카타의 손이 닿을 거라고 착각해 보았지만, 히지카타는 아까 정자세로 앉은 그 모습 그대로, 그냥 거기 있었다.


 

 제기랄.
 당하는 거에는 쥐약이다.
 약해빠진 모습을 보이는 건 취미에 없다.
 언제나처럼 웃으며 그 하얀 목덜미를 부수고 싶다.

 

 그러나, 손아귀에 힘이 없어, 결국 힘없이 어깨를 떨군다.

 

 고개숙인 오키타의 머리를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담배의 끝을 두 손가락으로 잡았다. 속눈썹이 깔린 시선 아래에, 결이 거칠어진 타다미가 비친다. 언제 한 번, 이놈의 낡아빠진 건물을 대대적으로 고쳐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히지카타는 조금 웃고싶어졌다. 하지만, 결국 웃지는 못했다.

 

 -오키타야.

 ......왜요.

 고개 들어. 머리빗어. 그리고 나와 같이, 어디 좀 가자.

 어딜요.

 밥먹으러.

 ...꼭 오늘 가야돼요?

 ......달리 할 일 있나?

 ...있을수도 있죠.

 

 없으면 만들면 되고. 고개를 들고, 뻗친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오키타가 피식 웃었다. 히지카타씨랑 나란히 외출이라니, 딱 질색이야. 히지카타는 연기때문에 일렁이는 공간 너머, 약간 초췌해보이는 오키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초췌가 아니라, 뭘까. 피곤? 지침? 한숨? -아니, 체념. 히지카타는 바람이 스치는 마당의 앙상한 나뭇가지를 떠올렸다. 헐벗은 자연의 형상은 겨울의 당연한 이미지이고, 체념한 오키타는 하얀 나뭇가지의 약간 썩은 밑동과도 닮았지만, 하지만 그런 오키타 소우고는 결코 필연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이게 뭐야, 언제나처럼 싸가지가 없으면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오르는 주제에, 저렇게 풀이죽은 모습에는 또, 신경질이 날 정도로 신경이 쓰이는군. 모순된 감정을 가슴아래로 떨구며,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멍청이.

 

 질렸다는 듯 내뱉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향해, 오키타는 야마자키에게 보여준 야차의 얼굴을 들어보였다.

 

 까불지마요.

 ......

 


 오키타는 다리에 엉켜있는 이불을 발로 걷어차며 무릎을 이용해 타다미를 건너, 제방의 수납장의 문을 열어 주섬주섬, 무언가를 뒤지며 무언가를 찾았다. 히지카타는 속눈썹을 아래로 떨구며, 손에 쥐고있던 담배를 그대로 물었다. 아무렇게나 뭉쳐진 이불위로, 또 햇살의 먼지가 내려앉았다.

 


 오키타는, 가위를 오른손에 쥔 채 히지카타의 앞까지 다시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왔다. 재떨어져요, 중얼이는 오키타의 입술을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눈앞까지 다가온 차가운 은색의 날카로운 강철이 빛을 반사시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오키타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마음은 말이 되지 못하고 결국 사라져버렸다. 떠오르는 것은, 차가운 겨울바람 곁에 서서 연민의 눈동자를 흘리던 야마자키 사가루의 호흡소리. 그리고, 또, 피 웅덩이를 이룬 마루위에 서 있는 새카만 검 한자루의, 오키타 소우고.

 

 

 나중에 들어오세요. 미친놈의 미친칼부림에 괜히 상처 입으면 손해잖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국장을 뒤에남겨두고, 성큼, 대문을 열기도 전에 벌써부터 진득하게 피냄새가 묻어나오는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토시. 떨리는 목소리로 국장이 히지카타의 뒷목을 낚아챈다. 잠자고 있었던 시간이라 그는, 뻗친 머리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헐레벌떡, 옆에 있는 아무거나 주워입어 달려나가는 히지카타의 뒤를 따라왔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검을 집어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제야 제 옆구리에 신경이 간 곤도가 바보같이, 라고 중얼이고 있을 때쯤 뒤따라 달려온 야마자키의 손안에는 오키타 소우고의 검이 들려 있었다. 잘칵, 잘칵이며 야마자키의 걸음질 소리보다 더 빨리 귓가를 스미는 오키타의 검신이 야마자키의 양손에서 두어바퀴 돌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검도 없이, 그 빌어먹을 대포도 없이, 제복을 아무렇게나 벗어둔 채로, 언제나 입고있는 하카마 그대로인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게다로 차가운 겨울의 밤하늘을 울리며- 그자식은, 혼자 이 대문너머로 걸어들어간거다. 무식한 자식, 멍청한 자식, 바보자식. -아아, 바보자식. 야마자키에게 검을 받는 곤도의 얼굴을 외면하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있는 힘껏 헤치고 달려나온 야마자키의 얼굴에 벌겋게 생채기가 일어나는 것을 무시하며, 아니 히지카타의 뒤에서 더 이상 히지카타의 앞으로 나설 자신이 없고 단지 다급함과 공포감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신센구미의 대원들을 전부 다 내버려두며, 히지카타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중에 들어오세요, 미친놈의 미친칼부림에 괜히 상처 입으면 손해잖습니까- 내가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마세요. 라고 적당히 겨울바람을 씹으며 삼키며 말을 내뱉고 삼키고.

 

 마당에 널부러져있는 시체들이, 우습게도 단칼에 베어져있는 그들의 급소가, 살아있던 생물체였다는 유일한 증거인 것처럼 피범벅이 되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숨을 참은 히지카타의 뒤쪽으로 끼익- 하고, 바람에 의해 무거운 철문이 닫혔다. 열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닫힐때는 이렇게 간단했다. 히지카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을 타고 피냄새가 히지카타의 몸을 덥쳤을 때, 히지카타는 본능처럼 옆구리에 걸친 검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도모르게 검을 뽑을 자세로 등을 낮추다가, 히지카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검자루에서 손을 놓았다. 아니야, 진정하자. 미친놈의, 미친칼부림. 오키타 소우고는 단신으로 무기없이 이 집을 향했지만, 시체의 길고 날카로운 단하나의 검상은 익숙한 자의 흔적이었다.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오키타 소우고다. 그 빌어먹을 오키타 소우고가 한 짓인 거다. 그는 다치지않았고, -적어도 이 날카로운 검상은, 그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히지카타는 침을 삼켰다. 찬바람에 노출된 안면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니까, 그녀석은, 다치지 않고 오히려 모두를 죽였다.

 

 그러니까 온전하게 멀쩡한 정신으로, 미친칼부림을, 모두가 죽어 사라질 때까지.

 

 ...멍청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대문안쪽의 이십여명쯤 되는 사람들은 전부, 죽었으리라. 다같이 소탕하자고 바로 어제, 큰 싸움이 될 것을 예상하며 피해를 계산하는 회의를 한 신센구미였다. 그리고 그걸 멋대로, 깨고, 혼자 이 달도 없는 밤에 달려나와 오히려 모두 다 죽여버린 것은 바로, 오키타 소우고.

 


 미친칼부림의, 오키타 소우고였다.

 

 너, 야마자키의 목을 졸랐더군. 아, 고새 그거 일러바쳤어요? 하여간에 불알도 없는 놈. 오키타의 기탄없는 의견에 히지카타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장자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너.. 요새 좀 심하다. 아무려면 어때요 뭐, 내가 일 이년 이랬나. 아무렇게나 내뱉으며, 오키타는 쥐고 있는 가위로 히지카타가 물고있는 담배의 불이 붙은 끝을 잘라냈다. 오른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리고 있던 히지카타의 눈썹이 휘는 것과 동시에, 불이 붙은 담배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대로 두면 바닥의 타다미 위로 떨어져 동그란 담배자국을 남겼을 테지만, 그보다 빠르게 오키타의 왼손이 떨어지는 재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파사삭- 하고, 무언가가 가루처럼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뜨거. 뜨거운 것에 둔감한 사람처럼, 오키타는 단지 나지막하게 그렇게, 중얼였다. 한템포 느린 소리였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렸다.

 


 히지카타의 눈동자의 시선이 자기 코아래의 불이 꺼진 채 짧아진 담배의 끝에 닿았다. 이마를 쓸어올린 탓에 결이 흐트러진 앞머리를 바라보며, 오키타는 피식, 웃어주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히지카타의 입술에 물려있는 담배를 빼내는 것과 동시에, 몸을 히지카타 쪽으로 당겨서는 히지카타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키타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가 떨어져, 타다미위를 마찰없이 굴렀다.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우득, 하고 입술을 깨무는 소리가 섞여 천장을 메웠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빼내었다. 목가까이에서 오키타의 얇은 머리칼이 닿았다.

 


 -야.

 

 나지막하게 부르자, 깨물린 아랫입술이 조금 떨려왔다.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훑자 피가 붉게 배어나왔다. 오지게도 깨물었군, 생각하면서 오키타의 어깨를 밀치려고 했다. 오키타가 생긋 웃으며, 왼손을 들어 히지카타의 스카프를 잡지만 않았더라도, 오키타의 어깨를 잡은 히지카타의 손은 그대로 오키타를 뿌리쳤으리라.

 

 왜요? 히지카타씨가 마음가는대로 하라면서요. 그래서 하려는데요.

 ...뭐하려는거야.

 킥킥.

 

 새하얀 스카프는, 오키타의 손에 잡힌 부분만 깊은 그림자가 져서, 주름은 마치 피렌체의 섬세한 조각상들을 연상시켰다. 킥킥, 웃는 웃음소리가 공기에 흩어지기도 전에, 히지카타는 가위가 찰칵, 하는 소리를 들었다. 스카프는 풀을 먹여서 더욱 빳빳해진 채 깔끔하게 다려져 있었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좀 뭐하지만 히지카타가 생각해도 오늘은 참 예쁜 모양으로 잘 묶여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삶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다 헛된 거고 한순간인 모양이군.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두동강이 난 스카프를 바라보았다. 절단면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깔끔했다.

 

 ...하아.

 ......

 

 두동강이 난 스카프의 한쪽을 쥐고 있는 오키타를 향해 나지막하게 새어나온 히지카타의 한숨소리가, 의외로 체념한 것처럼 들려와서 오키타는 입술꼬리를 올려 또 피식, 웃었다. 불같이 화를 냈다면 더 재밌었을텐데, 저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조용한 체념이라니. 스카프의 절단면에 실이 풀려나오기 시작했을 때, 오키타는 손에 들려있는 스카프를 아무렇게나 던졌다. 넓게 펄럭이던 스카프는 허공에서 흔들렸지만 멀리까지 가지는 못했다. 스카프는 하늘거리면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오키타는 그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단지 또 여전히 히지카타의 목을 감싸고 있는 짧아진 스카프 부분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아무렇게나 가위질했다. 새하얀 스카프는 중간중간이 잘려나가며 곧 히지카타의 목에서 스르륵, 벗겨졌다. 읏, 히지카타는 오키타에게 깨물린 아랫입술을 제이로 깨물며 차가운 금속이 목덜미를 스치는 순간적인 뜨끔함을 짧은 신음으로 견뎠다. 전부 바닥으로 떨어진 스카프 덕분에 목덜미는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건 좋은데, 조심성없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가위의 날이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스친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을 약간 뒤로 젖혔다. 차가운 기운이 길고 날카롭게 목덜미의 어느구간을 채웠다. 곧 그곳은 다른 피부보다 뜨거워졌고, 히지카타는 그제야 목덜미에 생채기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하하. 상처났네.

 

 그리고 오키타는, 새빨간 피가 멍울져 하얀 목덜미에서 길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제야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체념한 히지카타의 표정과 목소리보다, 길게 난 상처위로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이, 안심된다. 새빨간, 피. 가볍게 한줄기 그으면, 위아래로 분리된 급소는 금방 그안의 피를 토해낸다. 뻐끔 드러난 인간의 내부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뿜어져나오는 피색도 그렇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않고, 오키타 소우고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1.5kg의 120cm 검 한자루도, 그렇다. 그래서 오키타는 거짓말을 하지않는 자신의 검으로, 그들의 거짓말을 하지않는 육체를 향해, 죽음이라는 진실을 토하게 했다.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은, 안심된다. 히지카타 토시로의 살아있는 목에 난 작은 생채기도, 상처는 상처라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 미안미안.

 쯧..

 조심성을 엿바꿔먹었어요 내가.

 까불지마, 넌 엿 바꿔먹을 조심성따윈 애초에 갖고있지도 않았잖아-

 아아, 손으로 닦지 말아요.

 

 자신의 어깨에 닿은 히지카타의 손을 빈 손에 쥐어들며,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목덜미에서 흘러나오는 얇은 핏방울을 핥았다. 비릿한 쇠맛이다. 상처에서 나는 열이, 혀끝을 자극한다. 히지카타의 힘줄이, 떨린다.

 


 -히지카타씨. 할 일이 생각났어요.

 ...뭐냐.

 응. 역시, 섹스.

 -.....젠장.

 

조용히, 흐르는 오키타의 메마른 웃음소리. 손안에 담겨진 남자의 체온이, 이상하게 달콤하게 느껴진다.

 

 살아있다. 그는. 그리고 거짓말들은 전부, 죽었다. 오키타의 속눈썹이, 눈동자위로 그림자를 쏟아냈다.

 

 무서운 눈을 하고, 아까부터 마루위에 서있던 오키타를 바라보고 있는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얼굴을 향해 욕을 내뱉고 싶었다. 그 하얀얼굴에 핏방울이 떨어지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몇천번이고 내질렀을 것이다. 오키타는 시야를 방해하는 피를 닦아낼 생각도 하지않고 허리를 곧게 편상태로, 피묻은 검을 한 손에 쥔 채 히지카타를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히지카타도 분노를 띈 눈동자외에는 아무것도 제의지로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오키타가 단지 조용히 웃었을뿐, 두 사람 사이에 변하는 것이 없었다. 단지, 지독한 피냄새와 시체와, 그리고 싸한 겨울바람. 그리고, 피가 손목까지 튀어오른 오키타 소우고의, 약간 질릴정도로 예쁜, 웃음.

 


 시골에서 친척을 찾아 올라온 가난한 농부의 행세를 한 그들은, 신센구미 소속의 무장경찰 다섯명을 꾀어내어 그들의 아지트인 이 곳으로, 유인했다. 굳게 닫힌 대문은 넓었지만 철문으로, 안에서 장정 세 명이 힘을 주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높은 담의 기왓집이었다. 대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농부의 순박한 목소리를 다섯명이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출신지가 신센구미의 주요 간부 세 명의 고향인 이시하라 마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특히 오키타의 가문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농부들 중에서는 오키타 가문이 몰락하기 전에 그집의 소작농이었던 이도 있다고, 했다. 사실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기분이 좋았던 것은 신센구미의 대원 다섯명과 순찰을 돌고있던 오키타 소우고 대장으로, 그들 다섯명에게 농부들의 길안내를 하라고 명령한 것도 바로 그였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와 어머니와 행복해했던 오키타 가문의 작은 아가씨에 관한 이야기도 더 듣고싶으니까, 꼭, 더 듣고싶으니까- 언제 한 번, 신센구미 본부로 꼭 찾아오라고 말한 것도, 바로 그였다. 처음으로 십대의 얼굴을 보여준 자신들의 대장때문에 무언가 가슴이 훈훈해져서, 좋은 거 보여준 기념으로 길의 마지막까지 안내하고, 대접한다는 차도 거절하지 않은 채 굵고 넓은 철문 안으로 들어간 것은, 바로 오키타 소우고가 명령한, 그 신센구미의 다섯명이었다.

 


 결론은, 정해진 것처럼, 마치 겨울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바람따라 흔드는 것이 당연한, 나무들처럼.

 

 그 집은 함정이었고, 농부들은 유인책이었고, 기왓집의 소유는 무장경찰을 산산조각 내고 싶어하는 과격파 테러리스트들이었고, 꾀어져 철문안으로 들어간 다섯명은 시체가 되어, 신센구미의 본부에 도착했다. 험하게 헤어져 낡은 밀짚포대에 쌓여있는 시체들을 둘러싼 이들 사이로, 말없는 분노는 조용히 퍼졌다. 이 참사는 신센구미 외부로는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신센구미의 인원이 한꺼번에 다섯명이 준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가부키쵸 주민들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곤도는, 시체들을 제손으로 묻어주었다. 히지카타는, 남은 신센구미들의 검을 모아 그들의 행적을 조사시키고, 거사의 날을 정했다. 오키타 소우고는 단지, 조용히 있었다.

 

 

 조용히, 있었다. 거사의 전날 밤, 달도 뜨지 않는 밤이 오기 전까지.
 그리고 그밤, 가만히 홀로, 신센구미를 떠나.
 검도 없이, 그 빌어먹을 대포도 없이, 제복을 아무렇게나 벗어둔 채로, 언제나 입고있는 하카마 그대로인 채로, 아무렇지도 않게 게다로 차가운 겨울의 밤하늘을 울리며- 그자식은,

 

 홀로. 무거운 철문을, 양손으로 열어젖히고.

 

 소매에 감춰진 얇은 손목은, 마치 겨울바람에 노출된 나뭇가지 같았다.

 

 ...!

 

 히지카타가 저도 모르게 내뱉는 숨을 자르며, 오키타는 붉게 흐르는 입술위의 피를 혀끝으로 핥았다. 인상을 찌푸린 히지카타의 얼굴이, 가까웠다. 상처에 혀가 닿자 뜨끔한 건지 고개를 젖는다. 머리카락이 오키타의 이마에 닿았다. 오키타는 피식, 웃으며 혀를 입안으로 감추었다. 새빨간 혀위에 남아있는 히지카타의 피가, 오키타의 입안에서 분해되었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가위를 들어, 히지카타의 왼쪽팔의 두꺼운 자켓부터 잘라들어갔다. 날카로운 가위의 날은 마치, 그날의 검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날이 서 있었다. 이렇게 잘 잘리는 가위는 처음보네요, 히지카타씨. 히지카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왼쪽소매의 끝까지 가위의 날이 올라, 어깨의 경계선까지 잘라져 양쪽으로 갈라진 자신의 자켓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검은실밥이 주르륵 떨어져, 히지카타의 흰 셔츠위로 달라붙었다. 킥킥, 웃는 소리가 자신의 쇄골에 닿는다 싶었는데, 오키타의 입술이 어느새 셔츠속에 감추어져 있는 목줄기와 만나는 뼈부분에 닿아 있었다. 어떻게할까, 이녀석을 어떻게하지. 생각을 머릿속으로 굴리며, 히지카타는 우물되는 입안으로 오키타 소우고의 이름을 몇 번이고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대로, 어깨를 떼어내 이 바보같은 녀석에게 무어라 말을 할까, 아니면 그대로 화를 낼까, -그냥 이름을 부를까. 생각은 계속 빙글빙글 도는데, 미친 칼부림을 했던 그 날밤처럼, 단지 차가운 겨울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는 오키타를 향해- 히지카타는 도저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야마자키. 너와 같아. 나라고, 이 녀석에게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토시, 부탁해. -라고, 바로 얼마전, 피곤한 눈을 감으며 곤도가, 베갯머리 위에서 그렇게 말했다. 신센구미의 대원 다섯명의 헤어진 시체를 직접, 묻고나서. 그날 밤, 무거운 철문밖에서 기다린지 몇 시간,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줄 알았던 문이 열리자 마자 안으로 뛰어들었을 때 보아버린 참경에 눈을 감아버리고, 곤도는 누구의 검인지 알 수도 없는 검끝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자신의 옆을 지나치는 오키타 소우고를 붙잡을 수도 없었다. 철문을 나서는 그를 붙잡을 수 있는 이는 신센구미에서도 아무도, 없었다. 곤도는 뒤에 남아있는 히지카타가 커다란 기왓집에 불을 붙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어떻게 어떻게, 피가 뚝뚝떨어지는 오키타를 붙잡아, 그의 어깨를 감싸쥐고, 아니 그냥 그를 그렇게 품안에 가득, 안아보았지만.

 

 -곤도씨, 떨어져요. 그렇게 말했어. 단지 아무런 감정없는 목소리로, 곤도씨, 떨어지라고. 가볍게 밀쳐져서, 그때 곤도는 더 이상 자신이 오키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자신의 가슴에 묻은 오키타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바라보며, 깨달았던 것일까. 그래서 곤도가, 한밤중에 누워있는 히지카타의 베갯머리에 무릎을 꿇고, 토시, 부탁해- 라고 말했다. 네가 도와줘. 그녀석을. 그렇게 말했다. 히지카타는 손등으로 이마를 짚으며 떴던 눈을 다시 감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곤도씨. 내가 과연 그바보놈을, 구해낼 수가 있을까요.

 


 아하하. 좀 재밌네.

 ......

 

 웃는 목소리가, 쾌활했다. 히지카타의 완전히 누더기가 된 자켓 안쪽으로, 흰셔츠의 단추가 하나씩, 오키타의 가위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히지카타의 양손이 타다미를 누르며 히지카타의 상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무게중심이 뒤로빠져, 손목이 붉어져갔다. 오키타는 킥킥, 웃으며, 히지카타의 붉은 유두를 핥았다. 쳇, 하나도 흥분안했네요, 히지카타씨. 여기는 이렇게 붉은데, 심장은 완전히 가라앉아 있군요. 조각조각이 난 채로 가슴위에 흩어진 하얀 셔츠를 헤치며, 오키타가 심장에 가까운 부분을 깨물었을 때, 히지카타는 조금 목안을 울렸을 뿐이었다. ...당연하잖아.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낮게 퍼졌다. 난 이런 취미, 없어. 오키타의 오른손이 히지카타의 바지버클을 눌렀다. 제기랄, 그럼 만들어. 지금부터. 오키타의 앙다문 이사이로, 그렇게 으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당장, 흥분해요. 빨리.
 

 ...무리다.

 -냉정하긴.

 

 그럼, 이렇게 해보죠. 그리고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다리를 잡아 들었다. 히지카타의 다리는 별 반항없이 오키타가 하는 대로 관절을 움직였고, 그래서 한쪽 무릎이 솟아 다리가 반쯤 구부러졌다. 오키타는 바지의 밑단을 잡아올리고 그 안에 가위를 밀어넣었다. 맨다리에 닿는 차가운 한쪽 날은 그대로 서늘하게, 히지카타의 피부위에 마찰했다. 오키타는 그대로 힘을 주어 가위의 날과 날을 부딪혔다. 주름이 인 바지는 가위를 힘겹게 했으나, 오키타의 사정없는 악력에 이기지 못하고 끝에서부터 결국, 갈라지기 시작했다. 두꺼운 단을 지나자, 바지는 얇아졌고, 그래서 그뒤부터는 오키타의 가위질도 수월해졌다. 위로 올라갈수록 별다른 어려움도 들이지 않았음에도 가위는 점점 천을 양쪽으로 자르며 위로 오라갔고, 히지카타의 다리가 조금씩, 노출됐다.

 

 ...오키타.

 .....가만히, 있어요. 상처나기 싫으면.

 ......

 

 웃고있는 입술과는 달리, 앞으로 흩어진 앞머리칼에 의해 눈동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가운 겨울같은 눈동자, 하고있을 게 뻔한데. 히지카타는 손을 뻗어 오키타의 앞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잇...! 놀란 오키타의 어깨가 크게 튀어올라, 히지카타의 손을 거부했다. 겨우 그것뿐이었는데, 오키타의 숨이 순식간에 가파르다. 어깨가 들썩일정도로, 짧은 호흡.

 


 ...오키타야.

 ...아, 제기랄.

 

 부르지 말아요. 부르지 마. 그냥, 닥치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오키타는 저도모르게 놓쳐버려 바닥으로 떨구어진 가위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내버려두고 이미 양쪽으로 갈라진 히지카타의 왼쪽 다리의 바지천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양 옆으로 당기자, 바지는 찌익- 하는 소리를 내며 쭈욱 갈라졌다. 허벅다리를 지나, 히지카타의 아랫속옷이 보일정도로 찢어지면서 실들이 풀려 너울너울거렸다. 히지카타의 찌푸린 눈썹위로 검은 머리칼이 흘렀다. 양손에 움켜쥔 바지천을 그대로 더욱 힘을 주며 당기며, 오키타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드러난 히지카타의 상처없는 허벅지의 안쪽살에 입술을 갖다댔다.

 


 ......

 흥분해.

 ......

 빨리.

 

 흥분하라고 되는거면, -흥분해서 정말 되는 거면, 나도 얼마든지 흥분하겠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히지카타는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단지 오키타가 입술안으로 빨아들인 피부 위로, 꾸욱 짓누르듯 누르고 지나는 혀의 촉감에만 신경을 집중하여, 오키타의 말대로- 흥분하려고 애썼다. 히지카타는 고개를 두어번 저으며, 약간 어지러운 머릿속을 가만히 집중시켰다. 그래, 다른 것은 집어치우자. 머릿속이 어지럽게 나뭇가지를, 곤도를, 야마자키를, 차가운 겨울의 밤하늘을, 그 아래의 흩어진 생명들을, 생각나게 하다가, 곧 전부 이그러졌다. 오키타의 빈손이 다가와 히지카타의 바지지퍼를 내리고 그 안을 꾸욱 누르며 위아래로 움직이자 곧 배아래가 묵직해져서, 히지카타는 어느정도 흥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키타.

 ......

 ....소우고.

 ......

 

 대답을 무시한 채 더욱 깊게 빨아, 오키타는 허벅지 안쪽에 자국을 남겼다. 히지카타씨. 이거, 며칠 갈까요? 조금 뜸을 들이다, 자신의 다리사이에서 중얼이고 있는 오키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히지카타는 말했다. -나도 모르지. 히지카타의 머리칼이 오키타의 등을 스치다, 곧 히지카타의 이마가 오키타의 등에 닿았다. 나도 몰라. 오키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재밌네. 꼭 붉은점 같애서. 좀 오래갔으면 좋겠는데. 히지카타의 입꼬리가 가만히 올라가, 흩어진 검은 머리칼과 닿았다.

 

 소우고.
 

 ......

 좀 더, 만져.

 ......
 

 흥분하게 해주고, 너도 흥분해. ..그만두지 말고, 좀 더 해.

 ......

 

 좀 더 해줘. 나지막한 목소리에, 오키타가 조금, 눈물을 떨구었다. 가슴이 아파왔다. 이게, 대체 뭘까. 어째서 이렇게, 숨쉬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로 심장이, 아플까. 오키타는 고개를 더욱 숙였다. 따뜻한 체온이 등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졌다. 눈물이 또, 떨어진다. 이게 뭐야, 싫어, 제발 눈치채지 마, 눈치채지 말아줘 - 눈치채도, 모른 척 해. 히지카타를 향해 오키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젖은 속눈썹을 몇 번이나 깜박이며, 오키타는 대체-

 


 이, 아름다운 것은, 대체 무엇인지

 이, 아름다운 것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알 수가 없어졌다.

 

 아, 으-

 

 오키타의 얼굴위로, 길게 조각난 것처럼 찢어진 셔츠의 한조각이 코에서부터 왼쪽뺨으로 빗겨 닿았다. 히지카타의 신음처럼, 엉겨서. 오키타는 바로 위에서 괴로운 듯 눈을 감은 채 호흡하는 히지카타의 붉어진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땀방울이 길게 떨어져 얼굴에 떨어지는 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히지카타의 눈아래에서부터 미끄러져 내려온 눈물이었다. 괴로운 건가, 괴롭겠지. 오키타는 자신의 어깨 바로 옆에 스스로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곧게 뻗어져있는 히지카타의 왼손과 왼팔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들어 히지카타의 왼손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뼈가 삐걱일정도로 잡으면, 남자는 쓰러질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배위에 올라타있는 히지카타 토시로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흣, 금방이라도 상체를 쓰러뜨릴 듯 바들바들 떨고있는 주제에, 팔꿈치 한 번 굽히지 않고 여전히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조금 위에서 흔들렸다. 언제나 부탁할때에는 조금도 들어주지 않더니, 히지카타는 자진해서 오키타의 두 다리위에 올라, 자신의 오른손가락으로 메마른 뒷입구를 벌리고 있었다. 그것이 괴로운지, 얼굴이 땀범벅이 되어 찌푸려져 있었다. 상기된 눈동자의 초점이 불분명하게 젖어 있었고, 그아래로 미끄러지는 땀방울이 마치 고통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오키타는, 그러한 히지카타의 괴로워하는 얼굴에 아랫배가 묵직해지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는 얼굴, 아주 어슴프레하게 쾌락이 오는 것을 느끼는 얼굴, 그런 히지카타의 얼굴을 오키타는 아주, 좋아했으니까. 오키타는 고개를 들어 배에 닿을 듯 닿지않는 히지카타의 머리칼 너머로, 찢어진 셔츠사이의 유두를 깨물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흥분했는지, 찬공기에 닿아서 그런 건지, 조금 딱딱해진 돌기는 앞으로 돌출해 어깨의 떨림에 따라 같이 움직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참지않고, 히지카타는 반쯤 벌린 입술사이로 신음을 흘렸다. 마른 채로 마른 입구에 들어가 마른 움직임을 하고 있던 손가락이 조금씩 젖어갔다. 입구안쪽에서부터 조금씩 애액이 흘러, 히지카타는 천천히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히지카타씨.

 읏, ...아, 부르지 마..

 ......

 

 길게 이어진 타액을 할짝이며, 오키타는 히지카타가 무리하게 손가락을 세개,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 조금씩 흥분해서 커졌지만 그래도 아직 갈길이 멀어보이는 히지카타의 성기는 가끔, 너덜해진 히지카타의 바지자락에 스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파, 입술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타다미에 등을 댄 채로,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어깨너머의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할까요, 라고 말했다. 히지카타의 피식 웃는 얼굴이, 보인다. 그는 지친듯한 얼굴을 하며, 짧게 고개를 저었다. 바보. 그렇게 중얼이는 입술을 보지 못했는지 어쨌는지, 붉어진 얼굴로 젖은 한숨을 내뱉으며,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하카마의 아랫도리를 벗기고 그대로 흥분한 오키타의 것을 입에 물었다. 움켜쥔 손목을 놓아주지 않아서, 히지카타의 자세는 조금 불안정했다. 오키타는 그대로 등을 들어, 히지카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오키타가 해줬던 것을 기억해내는 것처럼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능숙한 것도 엉망인 것도 아닌 움직임이었다. 젖은 입안에서 오키타는 미지근한 혀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조금씩 흥분했다. ...헉, 그리고 오키타는 턱아래로 미끄러지는 땀을 닦으며, 급해지는 호흡속에서 간간히 신음을 내뱉았다. 히지카타의 입안에서 무게를 더해가던 것이 곧, 히지카타가 입안에 전부 머금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히지카타는 입을 떼내었다. 텁텁한 입안이 괴로워져서, 히지카타는 그대로 삼킬수도 없
는 타액들을 전부 밖으로 흘러냈다. 불쾌한 듯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닦는 히지카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오키타는 그 입술에 키스했다. 타액과 정액이 섞인 것이 둘 사이를 넘나들었다. 오키타는 입술을 당기며, 자신의 입술에 묻은 것을 닦아냈다. 아까 깨문 것때문에, 히지카타의 입술에는 아직 쇠맛이 남아 있었다. 히지카타도 손을 들어, 입술을 닦았다.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정액이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오키타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재미없네요.

 ...뭐가.

 

 아래의 어딘가, 초점없는 눈으로 중얼이는 오키타를 바라보며, 히지카타가 물었다.

 

 뭐긴 뭐겠어요. -당신이죠.

 ...나?

 그래요. 언제나 억지로 당신을, 덥쳤었는데. 그게 얼마나 재밌었다구요, 마구 있는 힘껏 반항하다가, 반항하면서도 사실은 내가 만지는 곳마다 좋아해서, 조금씩 성욕이 이는 얼굴로 몸은 힘이 빠져선, 그래도 얼굴은 계속 인상을 찌푸리며 오기를 부리는 게...

 ...죽을래 너.

 ...그게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

 지금은.. 전혀 재미있지 않아....

 소우고.

 ...괴로워...

 

 입술을, 깨물고 얼굴을 가리는, 오키타의 두 손 사이에, 일렁이는 눈동자가, 아마도 쓸쓸함을, 말하는 것 같다고,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소우고. 다시, 소리를 내어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오키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 아닌가, 히지카타는 슬픈 눈으로 오키타의 가려진 얼굴을 바라보며, 그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눈동자는 쓸쓸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혹시 아픔을, 말하는 건가. -아니, 어쩌면. 소우고, 혹시, 도와달라고 하고 있어?

 

 ....소우고.

 ...큭, 읏.. .....흑.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오열하는 오키타의 신음이 자신의 무릎으로 쏟아진다. 히지카타는 그런 오키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동료를 죽게만든 절망은 어느새 분노가 되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단순한 분노로 인해 죽여버린 사람들의 마지막 생명의 무게가 손가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것으로- 섞이지 않는 두 개의 감정이 소용돌이 칠 때에는,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뻗는 것또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가능하면 혼자, 그곳에서 나오길 바라지만, 바랬지만, 무리라면, 그렇다면 적어도, 적어도 흘리는 눈물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까,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바보같은 생각이라도 좋으니까, 자기 연민이라도 좋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다시.
 너를 위해 준비된 검을 들고, 피로 더럽혀진 손을 깨끗한 물로 씻어, 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계절이 도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세상의 모든 이치, 처럼, 그렇게.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소우고.

 .....

 우리 모두, 네가 그러길 기다리고 있어.

 

 안아주지 않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오키타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 그런 얼굴을 비웃지도 않고 안아주지도 않은 채로,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앞에 앉아있었다. 고개의 끄덕임도 없이, 더 이상의 오열도 없이, 오키타는 단지 조용히,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언젠가의 날들을 떠올렸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와 어머니와 행복해했던 오키타 가문의 작은 아가씨라던가
 허공을 가르는 검의 날카로운 금속소리에 넋을 잃어 몇번이고 그 무거운 검을 휘둘렀던 때라던가
 길게 이어지는 담배연기 아래에서 찬바람을 멀찍이 맞고 서 있던 남자의 얼굴이라던가
 웃고있는 곤도와, 목이 졸려도 여전히 슬퍼하는 야마자키와

 

 그리고, 또

 

 아버지라던가
 어머니라던가

 

 곤도라던가

 

 그리고, 또

 

 히지카타라던가

 

 자기 자신, 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전부, 떠올려보았다.
 

 

 마치 계절이 도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세상의 모든 이치, 처럼, 그렇게.

 

 메마른 입구에는 오키타의 성기 끝부분도 들어가지 않았다. 조금 젖어있다 치더라도 무리였다. 오키타는 엎드린 히지카타의 다리를 접어올리며 작은 입구에 혀끝을 밀어넣었다. 흥분한 히지카타의 어깨가 떨리는 가 싶더니, 베개에 물린 신음소리가 나지막히 배어나왔다. 밀어넣은 혀를 움직이며, 감겨들어오는 내벽의 뜨거운 피부를 몇 번이고 핥았다. 떨리는 어깨에 맞추어, 도망가려는 몸을 부여잡으며, 바닥을 긁는 발가락을 어깨너머로 고정시켰다. 오키타는 길게 이어지는 액을 핥으며 입술을 떼어냈다. 떨리는 몸의 긴 곡선 너머로 히지카타의 목줄기가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흥분하는 히지카타의 액체에 먼지가 내려앉았던 이불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오키타는 자신의 손가락을 핥아, 젖은 입구에 밀어넣었다. 읏, 아- 참지않는 신음이 오키타의 손가락이 빙글하고 내부에서 한바퀴 돌 때, 크게 터져나왔다.

 


 오키타는, 조용히 웃었다. 눈물이 입술위로 떨어졌다.

 

 이, 아름다운 것은, 대체 무엇인지
 이, 아름다운 것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키타는 심장이 저려왔다. 슬픈 게 아닌데, 이젠 더 이상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등에 입술을 묻었다.

 

 

 

 

-done

 

 

 

언젠가... 옛날에 썼다는 오키히지 하나 공개 안한게 있다고 글을 남겼었는데 그 글도 보고싶다고 하신 분이 있어서..

생각난김에 정리해서 올립니당.

 

살짝 야하긴 한데 뭐 야한 게 중심인 글은 아니라 걍 올려버려욬ㅋㅋㅋㅋ 오늘도 부리는 똥배짱ㅋㅋㅋㅋ

 

08년도 글입니다...(.....)..... 으아아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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