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잘 이해 못하겠으니까

 

 하라다는 야마자키와 술마시러 나온 것이 결코 싫지 않았다. 다소 피곤한 몸뚱아리를 억지로 끌고 나온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술자리에서의 야마자키 사가루란 남자는 하라다 우노스케에게는 그이상의 존재가 없을만큼 좋은 술친구였던 것이다. 물론 단 둘이서 마시게 되었을 때에도 그 의미는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나고. 그래서 야마자키가 술자리를 권유하면 빠지지 않고 따라나오곤 하는 하라다였지만, 그런 하라다에게도 딱 하나 야마자키에 대해 거리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밑도 끝도 없는 끈질긴 추궁.

 

 "뭐~~~ 뭐라는 거야 하라~~~ 그래서 애인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대체 뭔데뭔데뭔데~~~"

 

 ".....에그."

 

 그러니까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 하라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없다는 거다, 라고 아까부터 계속 말하고 있잖아. 거 귀찮게 같은말만 계속계속. 앵무새냐 사가?!"

 

 그러고보면 항상 술마시는 속도가 달라 (야마자키는 꽤나 빠르고 벌컥벌컥 마시는 타입. 그러고는 금방 먼저 취하고 주정을 부린다. 하라다는 비교적 천천히 마시면서 서서히 취하는 걸 좋아함. 근본적으로 두사람의 주량에는 큰 차이가 없는듯.)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늘 거리껴지는 야마자키를 만나게 되는데, 뭐 좋다고 술마시자고 할 때마다 따라나오는지 모르겠군... 하라다는 들고있던 술잔의 마지막 한모금을 입안으로 털어넣으며 자신을 향해 버둥거리는 야마자키의 이마를 옆으로 밀어냈다. 술마시면 달라붙는 버릇도 여태 못고친 야마자키 사가루였다.

 

 "에~~ 왜~~ 왜 애인이 없는 거야~~ 우리 하라가 빠지는데가 대체 어디있어서! 세상 여자들은 다 눈이 썩었나봐! 우리 하라같이 굉장한 나리가 어디있다고! 비록 대머리라도!"

 

 "닥치라."

 

 "국가공무원에다 직책도 높아 월급봉투가 얼마나 두꺼운지 알기나하나?! 키 180에 몸무게 90, 이 얼마나 훤칠한 남자라고?! 비록 대머리라지만!"

 

 "닥치라고. 호빵아."

 

 "에~~ 왜~~ 나 아까부터 하라 칭찬해주고 있는데에~~ 주모 여기 한 병 더~~"

 

 "아, 죄송한데 따뜻한 걸로 부탁드립니다."

 

 하라다의 냉정한 말투에 상처받아 훌쩍이며 야마자키는 하라다의 어깨에 매달리며 꺼이꺼이 울었고 하라다는 귀찮다는 듯 야마자키의 볼을 다시 한 번 밀어내며 이번에는 호빵대신에 "단팥빵아." 라고 내뱉었다. 아까보다 더 상처받아 이번에는 목놓아 울면서 야마자키는 "하라는 사랑이 없어!!"라고 외치며 테이블을 쾅하고 내리쳤다. 하라다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비어있는 야마자키의 잔에 먼저 따끈한 술을 따르고, 다음에는 자기 잔에 술을 따랐다. 한여름일지라도 데운 술. 하라다의 술취향은 비교적 확고했다.

 

 그가 따라준 술잔을 집어들면서 야마자키는 취기에 젖은 울망울망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하라다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역시 애인 있는거지?" 평소보다 배로 끈질기다. 하라다는 오징어다리를 씹으며 야마자키의 손가락을 손으로 톡하고 내리쳤다. "야... 너 오늘 진짜로 끈질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애인이 없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걸~ 이렇게 긴 인연인데 애인 한 번 소개 시켜 주지 않는 그대 야속하여라."

 

 "아 그러니까 없는걸 어떻게 소개시켜주냐고 이자식아! 너 지금 혹시 지능적으로 내 속 뒤집어놓기 프로젝트 같은 거 하고 있냐?!!"

 

 "그런 거 아닌데요~ 하라다공이 얼마나 여자 얘기를 안하면 내가 이러겠냐고요~ 역시 숨겨논 여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냐고~ 여자얘기해줘 여자얘기~ 하라다공 인기를 내가 아는데 어?"

 

 "왜 또 얘기가 그쪽으로 튀어... 아 여자고 자시고 뭐고 없다고."

 

 "여~ 자~ 얘~ 기~ 여~ 자~ 얘~ 기~"

 

 이자식이 오늘따라 미치었나보다. 젓가락을 한짝씩 들고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며 되도않는 여자콜을 하고. 하라다는 그럴싸하게 시작했던 오프닝의 문장들을 전부 한꺼번에 지우고 싶었다. 뭐가 ' 하라다는 야마자키와 술마시러 나온 것이 결코 싫지 않았다. 다소 피곤한 몸뚱아리를 억지로 끌고 나온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술자리에서의 야마자키 사가루란 남자는 하라다 우노스케에게는 그이상의 존재가 없을만큼 좋은 술친구였던 것이다. 물론 단 둘이서 마시게 되었을 때에도 그 의미는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나 ' 고냐?!! 하라다는 짜증이 나서  하라다는 야마자키와 술마시러 나온 것이 결코 싫지 않았다. 다소 피곤한 몸뚱아리를 억지로 끌고 나온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술자리에서의 야마자키 사가루란 남자는 하라다 우노스케에게는 그이상의 존재가 없을만큼 좋은 술친구였던 것이다. 물론 단 둘이서 마시게 되었을 때에도 그 의미는 바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빛나에 이렇게 해주었다.

 

 

 

 

 

 문득 머리를 긁적이며, 하라다는 한쪽눈썹을 길게 구부렸다.

 

 "음... 그러고보니, 마음에 좀 걸리는 게 있는데."

 

 "오?! 역시 애인 있는 거?! 딱걸렸어 하라다~~~"

 

 "애인이니 여자얘기니 그런 건 아닌데... 머리가 어중간하게 길어서."

 

 "오호? 호오? 오호?"

 

 술취해서 얼굴이 발개진 상태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야마자키를 바라보면서, 하라다는 히지카타 토시로를 떠올리고 있었다. 애인이니 여자얘기니 그런 건 아닌데... 지금 그 사람 머리가 어중간하게 길어져 있는 게, 사실 최근 묘하게 신경이 쓰여서. 그사람이 옛날에 포니테일로 올릴만큼 길었던 머리를 한번에 미련없이 싹둑, 잘라내고 난 뒤로는 절대로 그 평소의 머리길이를 넘기는 법 없이 관리를 철저하게 했었기 때문에 더욱. 평소엔 절반 이상 보이던 목덜미의 대부분이 머리칼에 덥히고, 그사람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사람의 뒷머리채는 그사람의 자켓접는부분에 닿을 정도로 길어져 있다고? 왜 그사람, 머리칼이 그렇게 될때까지 자르지 않고 있는걸까.

 

 "...뭐시라?"

 

 "응? 뭐가?"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 대체 누구 얘기냐고, 야마자키는 술기운에 마비가 된 머릿속을 멍하니 회전시키며 그렇게 물으려고 했는데. 여자얘기를 하라니까 왜 머리얘기를 하냐는 둥.. 뭐 그런 말도 같이 내뱉으려고. 그런데 술기운이 점점 올라와서 야마자키는 점점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눈앞의 너는... 어어어 다하라가 아니고 하라다. 이런 지경에까지 달해서, 하라다가 말하는 것도 드문드문밖에 못알아듣고, 실제로 하라다가 말하는 도중 부장님 말인데 너도 봤잖아, 지금 히지카타씨 머리길이 말야.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야마자키는 살짝 졸기까지 하였다. "야 사가, 너 괜찮냐? 많이 취한거냐?" 야마자키는 눈을 꿈뻑이며 "아니, 취하지 않았어.." 라고 내뱉었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하라다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 하라다가 나에게 은근히 신경쓰고 있는 여자 얘기를 해주고 있어, 그럼 그렇지 여자가 없을 리가 없지... 하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야마자키는 눈에 부릅 힘을 주고 하라다에게 바짝 다가갔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잘 이해 못하겠으니까."

 

 "뭐? 뭘 더 말하라는 거야, 그냥 그렇다는 건데. 그냥 평소와 다른게 신경쓰인다는 그 말이야."

 

 "그러니까 그걸 더 자세히 설명하라고. 왜 신경이 쓰이는건데?"

 

 "음? 음.... 그게,"

 

 하라다는 손안에 굴리고 있던 술잔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야마자키의 시선이 왼쪽뺨에 닿아 데굴데굴 굴렀다. 그것이 왜 신경쓰이는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하면, 사실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런 걸 하라다가 알게 뭔가. 신경쓰이니까 그냥 신경 쓰이는 거지. 하라다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에 습관적으로 눈썹위를 긁적였다. 아, 성가시다. 술주정뱅이의 묘하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아주 오래전. 그 날 밤이 언제였던가.

 그 사람과 만나 몇번의 밤이 흘렀는지조차 까마득할 정도의, 어느날이었다.

 

 그 사람과 나는 단 둘이서 습격부대가 놓친 잔당을 뒤쫒고 있었는데, 잔당들은 바이크를 타고 있었고, 우리는 그당시에는 신형이었던 패트롤카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의 일이었다. 언제나처럼 하라다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두 손 안쪽은 핸들의 마찰에 일어난 긴장감으로 시뻘개진 채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사람은 하라다의 옆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따라잡을 수 있겠냐? 이건 그 사람이 하라다에게 한 말이었고, 아 식은 죽 먹깁니다. 이건 하라다가 그 사람에게 대답한 말이었다.

 

 넘실넘실. 흘러넘치던 그 사람의 담배연기의 하얀 기운이 차유리에 달라붙어 흐트러지기 직전의, 순간.

 

 하라다는 그 담배연기로, 혹은 스치는 옷감과 옷감의 소리로, 혹은 바람에 여러방향으로 갈라져 흔들리는 긴 머리채로

 

 그 사람이 자기 옆에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전투중에 끊어져버린 고무줄을 체념한 그의 숱많은 머리칼이 때때로 하라다의 오른쪽 어깨를 스쳤고

 

 하라다는 때로, 그 순간마다

 침을 삼켰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 순간마다

 그저, 단 한순간인데

 

 전투 때 느꼈던 것보다 더 했던 이 긴장감을

 처리 할 방법이 없어서

 처리 할 방법을 몰라서

 

 

 

 

 

 

 그리고 하라다는 술잔을 내려놓고, 저도 모르게 왼손을 들어 오른쪽 어깨를 감쌌다. 신경이 쓰이는 이유라면, 그때의 그 사람의 머리칼의 감촉이 마치 지금 막 닿은 것처럼 아직까지 생생하니까. 그리고 여전히 하라다는 지금은 구형이 된 패트롤카의 핸들을 잡고있고, 그사람은 그런 하라다의 옆 조수석에 언제나 앉아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의 머리가 앞으로 조금만 더 길어지면 혹시 포니테일을 하던 그때처럼 그렇게 길어진다면, 다시 그의 머리칼이 나의 어깨에 닿는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게 대체 어쨌다고? 이런, 자기자신도 잘 모르겠는 알 수 없는 이유. 이걸 대체 어떻게 조리있게 설명을 하느냔 말이야.

 

 "내가 대체 뭔 소릴 하는지. 부디 잊어버려다오 야마자키."

 

 그리고 픽, 하고 그렇게 내뱉듯 웃으며 다시 술을 꿀떡 마시는 하라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여전히 그의 말을 띄엄띄엄 듣고 있었던 주정뱅이 야마자키군은, 이제 이마위까지 차오른 알코올 기운에 속절없이 당한 채로 간신히 손가락 하나만을 들어올렸다.

 

 "하라다군.. 그렇게 안봤는데..."

 

 "뭐? 무슨 소릴 할셈이야."

 

 "근무중에 회사비품(패트롤카)으로 여자랑 드라이브나 즐기는 그런 사람이었다니..."

 

 "닥치라고. 단팥빵아."

 

 "하루에 두 번이나 단팥빵이라고 부르면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좌절한 술주정꾼 야마자키 사가루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주정을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데운술로 한 병 더 부탁합니다." 하라다는 야마자키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또 계절에 맞지않는 술을 주문하였고.

 

 

 

 

 

 

 

 

 

 

 

 

 

- done

 

이게 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라히지 처음 써봐요.

하라다가 누군지 모르겠는 사람은 위키백과를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달 이상 글을 안써서 손이 안풀리네요. 함 손풀기용으로 간단하게 쓴검미다. 그나저나 히지카타 토시로가 한장면도 안나오네요. 꺼이꺼이. (과거회상은 제외) 히지카타는 뭐 바빠서 머리를 못잘랐을 겝니다. 그런 시기가 있잖아요...(?) ... 웬지 히지카타 토시로 머리 잘라주는 하라다같은 거 보고싶다. 귀엽겠다. 하라다 의외로 손재주 있어보이고 머리카락도 되게 깔끔하게 잘 잘라줄 듯. ㅍvㅍ

 

ps. 아저씨들이 술자리에서 서로를 부를 때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귀엽다. 야마자키 사가루니까 사가, 하라다 우노스케니까 하라. 근데 우노라고 하는 게 날뻔했나?!! 우노귀여운데!! 이미 늦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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