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깨가 떨리는 것을

 

멀리서 그 어깨가 떨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히지카타의 검은 머리칼은 흩날리고, 두  손은 피에 젖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하늘을 닮은 색, 피어있는 벚꽃무늬위에는 인정사정없는 핏방울들이 멍울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관리하지 않은 히지카타의 거친 피부위로 쏟아지는 핏방울들은 일정한 속도도 무게도 없이 그저 안면을 강타하고, 그것은 어쩔때는 아팠고 어쩔때는 아프지 않다. 어쨌든 몇번이고 적의 목을 꿰뚫은 히지카타의 단단한 철검, 그 자루를  꽈악 쥐고 있어 힘줄이 삐져나온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쉽게 인간의 살을 베고 뼈를 스친 구멍으로 뿜어져나오는 핏줄속의 핏줄기들은 방울이 되어 퍼져서, 그대로 또 한 번 히지카타의 얼굴위를 덮친다.

 

 그래서, 히지카타가 핏물이 눈을 공격받아 인상을 찌푸리며 눈주위의 핏방울들을 이미 피에 젖어있는 소매로 닦아낼 때였다- 멀리서 그 어깨가  떨리는것을 본 것은. 어째서 그런 것인가. 어째서 그 어깨가 떨리는 것인가. 오래전부터 이미 피웅덩이 앞에 서 있었던 히지카타는 실은 처음에는 잘 깨달을 수 없었다. 뒤에서 야마자키가 그는 마치 괴물처럼 움직인다고 평하는 소리를 남겨놓고 어느틈엔가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싸움터, 시체의 웅덩이를 걸어가며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히지카타는 그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그는 매년 강해졌다. 눈부실정도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잿빛머리칼이 흩날리며 새빨간 눈동자에 의기양양함이 서려졌을 때 히지카타는 더 이상 그남자에게 자신의 검이 통용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하게 그것은 분함이라거나, 뿌듯함이라거나, 뭐 이런 감정들로 잘라말할 수 있는 성질의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에 히지카타는 더 즐거워했다. 어쨌든 더 이상의 상대를 해줄 수 없었던 히지카타는 그저 그를 두고 뒤돌아 선 것을 기억했다, 뒤에서 여전히 검을 쥐고 있는 그를 두고.

 

 아, 그것이

 

 잘못이었던가.

 

 그는 뒤에 남겨진 채 쥐여져 있는 검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을 뿐이었는가.

 

 그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본 순간, 히지카타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오키타는 사실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벤 것이라는 걸.

 

「-....」

 

 히지카타가, 처음으로 사람을 베었을 때 자신이 무슨일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어깨가 떨리는 상태로 쉴새없이 사람의 목을 베는 오키타가 점점 핏물로 젖어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보면서, 히지카타는 결국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금 후회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오키타, 들어간다.」

「.....」

 

 타다미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왼쪽으로 밀어젖히니, 놀랍게도 문지방 바로 아래에 있는 타다미조차도 핏물에 젖어들어가, 이미 방안으로 한걸음 내딛은 히지카타의 발끝을 피에 젖게 만들었다. 그러나 히지카타는 놀라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오키타가 자신이 들어가려하자 살기를 더 이상 내뿜지 않고 그저 허락하는 침묵을 보여주었기에 감사할 뿐이었다. 곤도는 손을 내저었고, 몇몇은 문을 만지기만해도 살기가 날아올 것이라면 말리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히지카타는 자신이 오키타가 스스로를 가두어둔 방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래야만 했다.

 

「..오키타.」

「......」

 

 피에, 젖은 채로. 그 소년은 무릎을 세워 어깨와 무릎  가운데에 피에 절은 검을 꼬옥 안고 있는 채로, 그대로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다. 그로부터  핏물이 새어나와 주르륵, 문앞의 타다미까지 젖어들어간 것이다. 물론 시각을 마비시키는 피칠갑은 전부 오키타의 것이 아닐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성큼- 오키타에게 다가가려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오키타와 자신의 공간사이에 타다미하나를 둔 채로 무너져버렸다. 오키타가 그런 히지카타를 시선으로 따라갔다. 히지카타는 주저앉은 채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추었다.

 

「..뭐하는 겁니까, 당신.」

「......」

 

 창피해서.

 멍청이같아서.

 쪽팔려서.

 

「...고개를, 못들겠다. 니앞에서...」

「......」

 

 그, 충분히 좁은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어쨌든 끝까지 적은 베야하고 그 작은 손에 강하게 쥐어져있던 단단한 철검은 쉽고 빠르게 흔들리며 그리고 결국 적의 목은 떨어졌다. 반쯤 시체가 된자들과 다시 투기를 가지고 쏟아지는 인간들과 이미 시체인 녀석들 사이에서 오키타는 마치 춤을 추는 듯 원을 이루며 그들을 전부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잿빛머리칼은 휘날리고 입술은 닫혀있고 새빨간 눈동자는 동공이 풀린 채 힘이 없었으며 -

 

 그리고, 그 좁은 어깨가 계속 떨려왔다. 빌어먹을, 히지카타는 결국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눈물을 오키타 앞에서 숨기지 못했다. 어째서 알지 못했는가.

 

 검을 쥐고 있는 그 손, 아직 작았는데?

 강해지고 있는 외관과 ,  아직 수습하지 못한 내면만이 잔뜩 남아 있는데.

 

「-내가-」

「.....」

「가르치지 못한 부분, ...어떻게 해야할까.」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

「-단지, 그냥 좀- ..다리가 안움직이는 것 뿐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

 

 

 

 

 오키타가 연하게 웃고, 그 힘없는 피묻은 안면이 떨렸을 때, 히지카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크게 휘날리고 남자의 검은색 유카타는 깨끗했고,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형태를 선명했다. 오키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눈물방울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천천히, 유카타의 매듭을 풀어버리고 어깨에서부터 유카타를 떨구었다.

 

 그, 지독하게 선명하게 드러나는 육체앞에서, 그래- 오키타는 조금 오열했는가?

 

  알 수 없다. 어쨌든  피범벅이 된 오키타는 그대로 사납게, 검을 집어던지고 히지카타를 집어삼킬 듯 범했으니까.

 

 

 

 

 

 

-

 

 

 

 

 

 

 단지, 쉴새없이 떨고있는 오키타의 어깨를 히지카타는 안아주었다. 그것은 그냥, 그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히지카타의 체온을 느끼면서 오키타는 겨우 잠들었다. 피냄새 가득한 방안에서.

 

 

 

 

 

 

-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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