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마음에 안드는 것이 좋다.

(긴히지. 그냥 패러럴)

 

 

 히지카타는 길게 내뻗은 다리를 한껏 놀려 물웅덩이를 건넜다. 그다지 넓지도 크지도 않은 웅덩이었으니까 빙 둘러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히지카타는 그냥 굳이 물웅덩이의 한가운데로 길을 건너고 싶어졌던 것이다. 거기에는 별로 큰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없는 행동을 하다 잘못 발을 놀려 물웅덩이를 제대로 건너지 못하고 발이 첨벙하며 물웅덩이에 내딛어졌다면, 그래서 바지밑단과 함께 운동화마저 쫄딱 젖어버렸다면, 아마 히지카타는 무지하게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생각없이 해버린 행동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결과임으로 그 짜증은 결국 갈곳없는 짜증일 뿐 일것이고, 그 사실에 히지카타는 더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여간에, 다행이었다. 히지카타는 별탈없이 무사히 물웅덩이를 건넜고, 아무것도 젖지 않았다. 짜증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가만히 입을 다문채, 히지카타는 방금 건너온 물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뒤를 돈 채로 고개만을 어깨너머로 돌려 바라보고 있는 자세라서, 목과 몸의 관절에 부담이 가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금새 물웅덩이에서 고개를 떼내었다. 별로 맑지않은 물이 고여있는 장소였다. 히지카타는 잠깐동안 거기에 멈춰서서, 물웅덩이를 제대로 보기위해 아예 몸을 돌려서 물웅덩이 앞에 무릎을 접을까 아님 그냥 이대로 걸어갈까하는 것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곧 쯧, 하고 혀를 찼다. 작은 물웅덩이의 생태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아니고, 간밤에 온 비로 촉촉해진 거리를 게속 걸어왔기 때문에 며칠전만해도 없었던 저 웅덩이가 생긴이유도 이미 다 아는데, 뭐 볼게 있다고 몸을 돌리면서 까지. 뭐하려고 그런 걸 고민씩이나. 히지카타는 마른손으로 앞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평소 자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길이보다 아주 조금 길어있는 앞머리는, 그러나 딱히 자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몇번이고 단지 눈을 찌르고만 있었다. 히지카타는 제마른손에서 담배냄새가 아련하게 묻어있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알고있다.

 

 망설이는 이유를.

 

 가고싶지만, 그마음과 비슷할정도로 절박하게, 가기싫다는 것을.

 

 " ...... "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런곳에 서서 망설여봤자 아무것도 되지않고, 오늘의 일이 바뀔일조차도 없다는 것을. 히지카타는 다시 걸었다. 아까보다 조금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자, 등에서부터 땀이 피부에서 배어나와 얇은 여름옷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겨드랑이에서부터도 땀이 나와 아까부터 팔이 조금씩 미끌렸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등에 땀이 흘러 젖은 모
양이 선명하겠지. 그러나 히지카타에게 이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적어도, 망설이며 시간을 늦추었다라는 생각은 갖게하고싶지 않아. 물웅덩이때문에 아주 조금 늦장을 부린 것을 배로 만회하고 싶어진 것이다. 옆에서보면 거의 달리는 것 같은 모습으로, 히지카타는 발에 땅에 닿는 즉시 다시 떼내는 것을 반복했다. 상체가 너무 앞으로 기울여져, 조금이라도 헛딛으면 바로 앞으로 넘어질 것만 같은 자세로.

 

 

 

 


***

 

 

 

 

 

 " ...딱히 시간을 정한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헐떡이며. "


 

 " ...... "


 

 하지만, 단숨에 거리를 좁히자는 생각이 드는 그순간의 기세로, 그 순간의 기세가 사그러들면 또 당신의 아파트, 당신의 현관을 앞에두고 병신같이 망설이는 나와 만나는 것이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싫은일이 되어있으니까. 그래서 한순간에 거리를 좁히는 달음박질을 하게만든 그 마음의 기세가 없어지기 전에,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현관 옆 초인종을 누르는 것에 망설임을 없앴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빠른 걸음으로 날아온 히지카타에게 걸치어진 숨소리를 정리할만한 여유의 일말도 주지않고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래서, 긴토키와 근 일주일만에 만난 히지카타는 두볼을 발갛게 상기시킨 채로 조금 숨이 거칠어진 채였다. 긴토키는 조금 낮은 곳에 있는 현관문의 손잡이를 밀어 문을 연 포즈그대로, 조금 허리를 구부린 채 느릿한 눈동자를 마저 치켜들 이유를 느끼지 못한 사람처럼 반쯤 뜬 눈으로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머리칼을 한 번 보다가, 밑으로 내려가자, 자신의 얼굴을 보니 조금 흔들리며 약간 무서워하는 것 같은 기색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긴토키는 아무말없이 마른 제입술을 핥았다. 사실 방금전까지 자고 있어서 물 한잔 마시지 않고 그의 초인종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문을 연상태인지라, 긴토키는 솔직히 말하자면, 눈앞의 히지카타가 아직도 반쯤은 꿈같았다. 긴토키의 반쯤 접혀진 눈동자 어딘가가 불분명한 시선을 흘리는 것도 아직 잠에 덜깬 상태라서 인지도 몰랐다. 대낮까지 잠을 잔 반동은 잠이 충분한 긴토키의 몸위에 또 잠을 겹쳐왔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긴토키에게 건강한 상태를 제공해주지는 않았다. 단지 잠에 지친 몸엔 다시 수마만 사정없이 밀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

 

 

 

 


 긴토키는 그러나 단지, 땀에 젖어 히지카타의 몸에 달라붙어있는 셔츠를 바라보며, 그 셔츠를 잡아떼는 자신을 꿈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고 있는것처럼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땀냄새가 제코를 덥치고 있는 것을 순식간에 인식했다. 자신의 집에 범벅이 되어있는 긴토키의 냄새를 끄트머리에서부터 장악하면서 조금씩 퍼지는 그의 냄새는, 흉악이었다. 질식할 것 같아서 긴토키는 순간 자기가 숨을 잘못쉬고 있는 건가 싶었다. 이냄새에서 벗어나고 싶다가도, 사실은 이냄새에 온통 몸을 던지고 한없이 들이쉬고만 싶은 이 말도안되게 간절한 충동, 그러나 모순된. 땀을 흘릴정도로 더운날씨란 최악이었다. 그리고 이런날, 찾아오는 너도 최악이다.

 

 

 " ...들어와. "


 

 " ...... "

 

 그리고 결국은, 그런 너에게만 선택을 강요한 내가 가장 최악인건가.

 

 

 " ......응. "


 

 " ...... "


 

 히지카타의 응, 이라는 대답에 잠들어있던 전신에 아드레날린이 한바퀴 돌아 순간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그러나 갑자기 아득해진다. 긴토키는 머리가 핑글, 뇌가 흔들리는 것같은 감각을 느꼈다. 눈앞이 캄캄하다가, 갑자기 핑크빛의 무언가가 시계에 확, 하고 뿌려지는 것 같은 느낌. 순순히 응, 이라고 하지 말란 말이야. 땀까지 뻘뻘 흘리며 달려왔지만 그래도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몸을 움츠리며, 그렇게 뭔가 큰결심을 했다는 입술로 응, 이라고 하지 말란 말이야.

 


 너때문이야. 너탓이야.


 

 하지만, 긴토키는 이제, 더이상


 

 정상적인 선택을 내릴만한 정신머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너에게 강요했고, 선택을, 그리고 너는 너의 답을 내리고 왔겠지만, 사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전부 잘라내버리고 싶었던 것이었다. 긴토키는 그를 만나지 않았던 지난 일주일동안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순식간에 기억해냈다. 몇개의 일을 마무리하고 몇 개의 일들을 포기하고, 하루에 한끼를 먹고 커피 마시는것을 잊어먹고, 네가 두고갔던 담배몇가치를 꺼내어 피면서 몇번이고 자위를 했고, 몰두한 자위는 티슈가 끝날때에 끝나곤 했지만 가끔 고환안이 텅텅비어버릴때에도 만족이 안될때에도 있었다. 자위에 노곤해진 몸이 지쳐 잠들면 수마위에 수마가 또 겹쳐버리고 그러면 그날은 하루종일 잠만을 자지만, 눈을뜨자마자 다시 자위를 시작해서 결국, ─아무것도 아닌 짐승이 되어버렸구나 싶었던 것이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비어있는 맨팔을 움켜잡았다. 긴토키의 손등에 솟아있는 푸른 힘줄에 시선을 빼앗긴채,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당긴쪽으로 순순히 몸을 움직였다. 관절의 형태가 무척이나 낯설었고,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손모양을 자세히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손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가장 가까이, 다가와서. 찬찬히 훑어볼 여유가 그러고보니 없었던 것이다. 제볼을 만질때에도, 입술을 더듬을 때에도, 머리를 움켜쥘때에도. 히지카타는 그것이 조금 아쉬웠고, 기회가 있다면 긴토키에게 말을 해보기로 했다. 손을, 손을 보여달라고.
콰당, 하고 제등이 현관에 거칠게 밀려, 긴토키에게 잡힌 팔이 새빨갛게 변할만큼 강한 힘을 받고있을때에도, 히지카타는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

 

 

 

 

 

 마른 긴토키의 손이 히지카타의 바지춤 안쪽으로 저항없이 들어갔다. 히지카타는 흠칫하며 척추를 세웠다.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임에도 긴바지를 입은 히지카타였고, 그러지만 않았다면 긴토키는 아마 무릎쪽에서부터 히지카타의 속살로 파고들었을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벨트를 하지않았고, 바지는 통이 넓지는 않았지만 긴토키의 굵은손하나가 파고 들만한 여지는 남아있었다. 히지카타는 자신이 자신보다 두뼘정도 더 넓은 긴토키의 어깨안쪽에 파묻혀있는 것을 깨닫고 조금 당황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전부 긴토키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걸어온 긴시간동안 흘린 땀냄새가 순간 창피해서, 히지카타는 양손으로 긴토키의 팔을 움켜잡았다.

 


 " 잠 잠깐만, 사, 사카타... 씨, 나 아직 샤워도─ "

 

 너무나 계집애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뱉자마자, 아니 내뱉기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그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긴토키의 오른손이 바지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물론 속옷안쪽으로 들어와, 손가락들은 서슴없이 조금 단단한 히지카타의 엉덩이 한쪽을 움켜쥐고 있었다. 더욱 당황한 히지카타가 아무리 밀어봤자 긴토키는 조금도 밀어지지 않았지만 히지카타는 저도모르게 계속 그를 밀고 있었고, 아직 샤워도 하지않았다라는 말은 꼭 그를 밀고있는 제몸에 대한 변명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받아들이고 있는게 맞는데, 몸이 반대의 행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라는듯이. 히지카타의 목소리가 당황에 조금 거칠게 흘러나왔다. 끝소리가 갈라지는 것도 목이 무언가에 압박당하는것처럼 잠기기 시작하는 것도, 그러나 히지카타는 의식하지 못했다.

 


 " ...... "

 

 " 기다려, 기다려봐─ 샤워, 하게 해줘 샤워하고 나서, 우... 나 땀 너무 흘렸... "

 

 " ...... "

 

 " 게다가 여기 현관이야, 아, 사카타씨...! "

 

 " ...... "

 

 붉게 충혈된 히지카타의 눈동자를, 속눈썹을 핥으며, 긴토키는 긴혀를 뾰족하게 내밀었다. 히지카타의 어깨가 좁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여린 피부에서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와, 긴토키는 그것도 미련없이 핥았다. 짜고 어딘가, 허전한 맛이다. 나머지가 나로 채워진다면 좋을텐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엉덩이로 밀어넣은 자신의 손에 땀이 배어나와 미끌거리기 시작한 것을 알았다. 과거의, 어떤 여자가 말해준 것이 갑자기 머리아래쪽에서부터 떠올랐다. 긴토키는 흥분하면 손안쪽에 서부터 땀이 배어나와. 그리고 손가락 끝이 촉촉하게 젖어서, 부드러워지고. 그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다행이었다. 긴토키는 젖은 제손을 망설이지않고 히지카타의 입구에 갖다대었다. 놀란듯 뻣뻣해지는 히지카타의 목줄기를 핥으면서, 좁은 입구는 생각보다 더 다물려져 있었고 저항도 심했지만, 긴토키는 그안으로 젖은 손가락 하나를 밀어넣었다. 아무준비도 없이 단지 몇방울 흘린 땀에 의지한 것치곤 나름대로 매끄럽게 들어가서, 긴토키는 그와중에도 조금 안심했다. 히지카타가 어린나이라서 그럴거야, 건강한 몸이니까. 그와더불어 흥분한 자기자신이 당황스럽게 여겨졌지만, 머리 한구석에선 이미 퓨즈가 나가 정신나간 사람처럼 이상한 생각들이 떠돌고 있다. 넌 바보야, 넌 바보같은 녀석이야. 토시로. 넌 사랑스럽고 멍청이야. 샤워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는걸, 너의 그 진한 냄새에 난 더 미쳐버릴 거 같다. 지금이라면 난 네녀석의 어디라도 핥을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무슨짓이라도 전부 할 수 있을 같아. 너의 속옷이라도 먹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아, 정말 미치긴 미쳤구나. 이 미침에는 답이 없구나, 사카타 긴토키, 나야.

 


 " 잠깐, 잠깐만 아파... 아, 아프다구 그렇게 비벼대지.. 우아 "

 

 " ...... "

 

 들어간 손가락을 위아래로 당겼다 밀어넣으며 비벼대기 시작하자, 매달린 히지카타가 아파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정도 젖은걸로 감당이 될 리가 없지. 여자와는 달라서 아무리 안쪽 살들을 만져봐도 젖어오는 것이 없었다. 마른 그대로 이물질을 받아들이니 부딪혀 스칠때마다 아플 수 밖에. 그럼 어떡해야하지.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멍하니 그를 품에 안고만 있고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공간이라면 평생 있어도 좋다는 생각만을 반복해서 했다. 손가락을 넣은 곳에 냄새만으로도 발기한 내것을 집어넣고, 그대로 계속 있고싶은건가, 아니면 사정없이 움직여 가버리고 싶은건가. 아직 넣지않아서 그것까진 모르겠고, 단지 긴토키는 안에 넣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무래도 절정을 느낀다거나 하고싶지 않았다. 물론 가버리고 싶지만, 가버리지 말고, 계속 가버리지 말고 이대로

 

 이대로 붙어있고 싶다고.

 

 " ─왜 아무말도 하지않는 거야 사카타씨─! "

 

 " ......아. "

 

 그리고, 가느다랗게 떨면서도, 히지카타가 두손을 들어 제목을 안아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오기에.


 

 긴토키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하고있는지를 깨달았다.


 

 너를 무섭게했다.

 

 

 

 

***

 

 

 

 

 " ...미안해. "


 

 " ...일단 놔줘. "

 

 그말에 순순히 따라,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서 몸을 빼냈다. 바라본 히지카타는 조금 울상이라, 긴토키는 심장에 바늘에 꽃힌듯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밀려오는 자신을 향한 혐오감이 주체가 되지않아 인상을 찌푸리고 있노라니, 히지카타는 숨을 몰아쉬며 끈적해진 긴토키의 손가락을 제 셔츠를 쭈욱 끌어당겨 쓱쓱 닦았다. 긴토키는 찌푸린 인상 그대로 히지카타가 하는 양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닿는 히지카타의 셔츠는 땀으로 질퍽했고, 긴토키의 마음은 그것보다 더 질퍽이고 있었다. 귓가에 닿는 히지카타의 숨소리마다 죄책감에 가슴이 죄여왔다. 몇살이나 더 연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디까지 병신짓을 해야 속이 만족하는 거야, 사카타 긴토키. 다시 입을 여는,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다시, 편안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 ...평소와는 많이 다르네. 사카타씨. "

 

 " ...... "

 

 " ...그것도 당신이라면, 조만간 익숙해지고는 싶지만. "

 

 " ...... "

 

 그래도 역시 여러모로 조금 따라가기 힘드니까, 천천히 해주면 고맙겠어. 그렇게 말하고, 떨리는 아랫입술을 바라보며, 그저 키스하고싶다고 떠올리는 자신이 너무나 짐승같기만 하다. 긴토키는 다시 눈을 찌푸리며, 이마를 꾸욱 눌렀다. 어떻게 말을 해야, 사과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왠지 미칠 것 같았다. 이런 답답한 마음까지 전부 보여줄 수 있다면, 차라리 가슴이라는 게 갈라져 속이 보여지는 거라면 좋을텐데.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서 몸을 더욱 멀리했다. 하지만 아직도 히지카타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달콤해서 더이상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네가 네가 너무 좋다고

 

 그런 것을


 

 대체 어떻게하면, 너에게.

 

 긴토키가 차마 감은 눈은 뜰 수 없는 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이런 나는 어때? "

 

 히지카타는 떨리고 있는 긴토키의 입술을 보며 말했다

 

 " ...마음에 안들어. "


 

 " ..... "

 

 찌푸린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새겨져, 은발의 머리칼이 축 늘어진 채 긴토키의 얼굴을 계속 감추었다. 히지카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한손을 들어, 긴토키의 이마를 짚었다. 다가온 체온이 높은 손가락들에 땀이 젖어있었다. 긴토키는 그의 손을 맞잡는 것조차 지금은 무서워 하지 못하고, 단지 그손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기대하며 어깨를 움츠렸다.

 


 " ...하지만 싫어하지는 말아줘. "

 

 " ...알았어. "

 

 " 마음에 안드는 게 좋은거라고 말해줘. "

 

 " 그럴게. "

 

 " ...... "

 

 긴토키가 입을다물자, 히지카타도 입을 다물었다. 히지카타는 순간 일주일 전의 긴토키를 기억해냈다. 그는 지금처럼 어딘가 작아진 채 조금 떨면서, 히지카타를 밀어냈다. 너를 안고싶어지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이제 걷잡을 수가 없는데 나 무서워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너가 하라고. 이기적인 말이라고 생각됐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 그때의 긴토키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솔직히 무섭기만한 긴토키의 육중한 무게가 언젠간 부드럽다고 느껴질때도 오겠지만, 그때가 결코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선택은 강요한 긴토키가 지금 무슨생각으로 자신의 앞에 섰는지 겨우 이해가 됐는데, 무섭다 운운할때가 도저히 지금은 아니었던 것이다.

 

 
 무슨 마음으로, 날 보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같다라고 생각하는 건

 

 바보같은 게 아닐것이었다.

 

 내가 여기 서있는 이유와, 틀림없이 다르지 않다고.

 

 " ...사카타씨. "

 

 " ...... "

 

 " ...긴토키씨. 나 화 안났어. "

 

 " ...... "

 

 " 마음에 안드는 것도, ....좋아. "

 

 " ...... "

 

 굴러떨어지는, 당신의 눈물.


 

 히지카타는 가만히 얼굴위로 떨어지는 그의 눈물을 받아들였다. 미간에 닿아 눈사이로 흘러내리는 그의 눈물이 입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짜고 어딘가, 허전한 맛이었다. 나머지가, 나로 채워진다면 좋을텐데, 싶었다.

 

 

 

 

 

 

 

 

 

 

- done

 

+ 긴토키 중2병 지못미 ㅋㅋ

 

+ 오늘로 예전에 썼던 글을 다 올렸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뒤가 땡끼고 찝찝하여 ㅋㅋㅋ 뭘 또 안올린 게 있는건가 싶어 뒤졌는데 일단 이거는 안올린 거 같아서 올린다... 근데 이거 말고 다른 거 또 있는 거 같은데 ㅋㅋㅋ 모르겠다 칙쇼 ㅋㅋㅋㅋ 긴토키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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