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지만 그러면 인생이 너무 심심해지니까 조금은 지키려고 발버둥 쳐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라, 작문?

 

 

 

 

 -우리, 수도로갈까? 짤막하게 묻는 콘도씨의 뒤에서, 나는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에 곤도씨의 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갈거면 빨리 가자. 수많은 것을 등 뒤에 남기고 가자. 남기고 가되, 후회하지 말자.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두고 가는 거야. 버리는 게 아니라 놓고 가는 거야. 이 두 손이, 지금까지의 것들을 전부 두고 앞으로의 것들을 전부 쥐려고 하는 거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콘도씨의 귀뒤로 잡아묶은 머리칼에서 비져나온 잔머리가 세모방향으로 날리는 게 눈에, 박힌다. 토시. 우리 같이갈까? 토시. 우리 같이 가자. 세번째의 콘도씨의 물음에 이상하게 목이 매인다. 고향의 바람. 고향의 공기. 향기가 느껴질정도로 달콤한 이 고향에서. 네번째로 작별하는 콘도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간신히 말로 내뱉는다. ...응, 데려가줘. 

 

 

 

 

 

# 남자는 모름지기 1만 알면 살아갈 수 있다.

 

 

 

 날아오는 검끝이 사납고 난폭하다. 이런 녀석이 정말 한나라의 임명장을 내세우고 일어난 조직의 중요간부중 하나란 말인가. 빠르긴 하지만 정리되어 있지 않아. 정신없이 사납게 날뛰는 마음가짐과 검끝이 똑같이 되어있다. 날을 세워 빛나는 검신이 휘날릴 때 타이밍을 맞춰 몸을 튕겨 날으면, 그 검끝에는 맞지도 눈곱만큼도 스치지도 않지. 양이시대가 끝나고 온 이 유신의 혼란기란, 사실은 태평기였던가? 이런 남자도 날이 선 검을 허리춤에 찰 수 있을만큼의 태평기였던가? 왠지 분해졌어. 원래 남자는 서른에 다가갈 수록 치졸해지고 감정에 따라 몸을 움직이거든. 성욕처럼, 너를 베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에서부터 울렁인다. 약해. 약해빠졌어.

 

 - .........!!!!!!!!!!!!!!!!!

 

 그렇게, 약한 너를 앞에두고. 그러나 너는 여전히 날이 선 검으로, 내 목을 낚아채려하기에.

 더없이 약한 너, 날뛰는 감정을 바라보며 나는 너에게, 콧방귀라도 뀌려했는데.

 

 너는 신센구미의 귀신부장.

 그 이름을 등에 짊어진 애송이라고 생각했다.

 

 내려온 검날보다, 나를 향해 치켜든 검을 내리치려할 때의 번뜩이는 눈동자가. 검은머리칼 흩날리는 빗살사이로 안광을 뿜어내는 너의 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내려치는 검날보다 더 가느다란 살기를 머금은 채 뿜어내서.

 

 너의 검을 인정했기 보다는, 그 기백을 인정한다. 과연, 그 검이 아니라 그 눈이, 너를 '귀신부장'으로 만든 것인가.

 시체의 산가운데를 헤매이던, 백야차시절의 나와 같은 눈이다. 

 

 미치지 않고는, 지킬 수 없는 것들이 있는 사람의 눈.

 

 

 히지카타 토시로. 약하지 않은 자의 이름.

 너는 강하다.

 

 

 

 

 

3. 싸움은 주먹으로 할 것 

 

 

 

 밖으로 나와 해!

 

 여긴 이미 밖이거든 멍청한 발육부진 차이나걸.

 

 성희롱이야!!! 여기 성희롱하는 인간이 있어요 경찰아저씨 해!

 

 내가 경찰입니다.

 

 세상은 말세!!!! 해!!!

 

 이미 썩어문드러졌지.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두쪽나도 성희롱만은 절대 근절해야 할 최악의 범죄다 해. 별 수 없지, 법의 보호를 받지못한다면 이왕지상 악을 쳐부수는 데 이한몸 바칠 수 밖에 없다 해.

 

 너같이 발육부진한 애와 싸우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준다면 확실히 내쪽이 '악'으로 보이긴 하겠지. 그래도 어디사는 멍청한 히어로 해결사보단 차라리 나쁜놈쪽이 훨씬 나으니까 상관없다 싶어지네.

 

 ...어라, 그거 혹시 내얘깁니까?

 

 아, 형씨. 거기 있었습니까? 못봤습니다.

 

 ..........(거짓말하고 있네, 아까부터 여기 있었거든?!)

 

 휴우. 오키타, 대충하고 가자. 

 

 아직 대충의 '대'도 못했어요. 한대도 못쳤는데.

 

 너의 주먹이 내 옷깃을 스치기도 전에 너는 대로변 한가운데에 대자로 뻗어있을 거다 해.

 

 헤에? 그 말 그대로 너에게 반사시켜주지 빌어먹을 차이나 걸.

 

 반사엔 반사로 맞서주마 빌어먹을 금발머리 땅꼬마 해.

 

 가난한 거러지 차이나 걸주제에.

 

 엄마젖이나 더 빨고와라 땅꼬마 해.

 

 머저리.

 

 똥개.

 

 이 축기가.

 

 이 말미잘이.

 

 

 

 ...너희들 차라리 주먹으로 싸워.

 

 경찰이 범죄를 부추겨도 되는겁니까 이거...

 

 

 

 

 

 

 

 

 

- done

 

 

 

'은혼 30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30제] #10 #11 #12 08. 10. 21  (0) 2014.03.21
[은혼30제] #9 08. 09. 18  (0) 2014.03.21
[은혼30제] #8 08. 08. 01  (0) 2014.03.21
[은혼30제] #7 08. 07. 25  (0) 2014.03.21
[은혼30제] #4 #5 #6 08. 07. 16  (0) 2014.03.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