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참 얄궂기도 하지. (긴x히지)

 

 악, 숨소리가 비명처럼 짤막하게 끊겼다. 긴토키는 이대로 단숨에, 자신을 뿌리채로 히지카타에게 집어넣고 싶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도 또한 마찬가지로. 히지카타의 등아래로 마구 구겨져 자신이 몸을 옮기는 대로 밀리는 이불을, 긴토키는 필사로 움켜잡으며, 히지카타의 다리를 잡아 될 수 있는대로 벌렸다. 가능하면 더 넓어지길 바랬고, 조금만 더 부드러웠으면 했지만. 남자의 몸은 남자의 한계를 말해주듯 그 이상은 부드러워 지지 않았다. 간격이 일정치 못한 성생활은 '익숙'과 '길들이는' 것에도 녹록치못했다. 자신의 아래에서 허덕이며 비명을 지르는 놈도 나름 괴롭겠지만, 이상황은 긴토키에게도 아주 괴로운 상황이었다. 긴토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딘가 진동하는 피냄새가, 자신의 숨을 겨눌 겨를도 없이, 긴토키는 자기가 제멋대로 벌려놓은 히지카타의 두 다리 사이에서 진한 핏방울이 긴 길을 잇는 것을 보았다. 하얀 허벅지에 길게 이어진 짙은 피는, 왠지 머릿속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피가 두다리 사이의 이불위에 고여, 묽게 그 웅덩이를퍼뜨릴때까지, 긴토키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정신은 서두르는 것처럼 뒤따라 왔다. 히지카타의 숨소리가 제팔아래로 섞여들어왔을 때, 깨닫는다. 이건 무리라는 것을. 긴토키는 저도 모르게 쯧, 하고 혀차는 소리를 냈다. 히지카타의 탓도, 그렇다고 나의 탓인 것도 아니지만,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 뜨거운 열기속에서 하나가 되고싶다는 강한 정염에도 소용이 없이, 그의 몸은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나의 탓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를 원하니까. 긴토키는 단 한 번도, 자신이 히지카타를 위해 다리를 벌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 떠오르는 것이 괜히 조금 불안했다. 젠장. 어쨌든 지금은 빼야해. 한 번도 간 적이 없이 단단하고 뜨거운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안쪽을 반정도 탐한 채 더 안으로 파고들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꿈틀댔지만, 그 위의 길은 더 이상 없었다. 상처가 더 심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빼내는 것 외에는. 긴토키는 이를 악물었다. 아아, 그래도 사실은, 머리가 돌 것 같아 이대로 내멋대로 그냥 아무렇게나 깊게, 더 깊게. 하지만, 그러나. 긴토키는 머리를 저었다.


 그냥 해.


 

 숨처럼,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반쯤 접혀진 이불 위에서, 자신의 두 팔 사이에서, 어깨가 굽혀진 채 목을, 움츠리며. 남자는, 제어안되는 호흡을 억지로 숨기며, 애써 태연한 척 젖은 눈을 치켜뜨고, 어지럽게 이마를 감추는 앞머리칼 속으로 땀을 훔치면서 긴토키의 숨결을 받아내고 있었다. 순간 얼이빠진 긴토키는 자기가 꼭 이대로 숨이 멈추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뭐라고? 되물으면서 겨우, 자기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깨닫는다. 남자는 억지로라도 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는 그의 붉어진 뺨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감쌌다. 남자는 조금 당황하면서, 다시 젖은 입술을 열었다.

 

 

 그러니까, 짜증나게 굴지 말고 그냥, 앗, 악- 남자의 말이 이어지지 못하고, 뒤따라오는 비명소리에 잡아먹혔다. 긴토키는 남자의 입술을 물어뜯고 싶었다. 상냥하게 키스하고 싶었지만, 몸은 정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직한 몸이 먼저 움직여, 긴토키는 더 이상 아무생각도 하지못하는 머리를 내버려두고, 단지 히지카타의 허리를 안아 자신쪽으로 강하게 당겼다. 남은 자신의 반을 마저 히지카타의 몸속에 밀어넣은 것이다. 끊어지는 것과 비슷한 고통이 그의 몸을 엄습하고 있을 것이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면 알 수있다. 그러나, 긴토키는 지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전부 밀어넣은 자신의, 것이 자신이 주인인 듯이 그것이 원하는 것만이 자신의 전부라는 듯이. 널 원해. 널 가질 거다. 긴토키는 젖은 숨을 내뱉었다. 넣고 흔들거야.

 

 

 이대로 널흔들거고, 날 마구 돌리며, 네안에서 끝없이 움직일 거야.


 

 생각은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이어져, 품안에 히지카타가 울었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읏, 긴토키는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따뜻한 육신위로, 자신을 포갠 채. 그래, 언제나 늘 그랬듯이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모를지경이 되어버리는 무아의 절정.

 

 

 

 

-


 

 

 

 

 눈을 떠보니 옆구리의 익숙한 무게가 느껴지지않아, 자연스럽게 옆자리의 이부자리를 더듬었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긴토키는 조금 먼 곳에서부터 흘러오는 아련한 담배연기를 맡았다. 몸을 그대로 두고 고개만을 돌리자, 창가에 기대 앉은 채 한쪽무릎을 세워, 히지카타는 창밖의 풍경에 넋을 잃은 듯 보였다. 맑고 큰 달은 둥그렇게 창가에 걸린 채, 히지카타를 향해 차가운 달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혼자 그 안에 담겨있어, 히지카타는 그대로 달로 가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긴토키는 길게 이어지는 히지카타의 담배연기를 무심히 바라보다가, 피식, 짧게 웃었다.

 

 

 그대로 날아가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럴 수 있는 네가 아닌걸. 그런데 난 왜이렇게 진짜 진심으로, 가슴이 떨리는 거야. 네가 날아갈 까봐.


 

 네가 죽어 없어질까봐.


 

 ─ 나 때문에 깬 거냐. 긴토키의 움직임에 어느새 이쪽을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무뚝뚝하게 그렇게 내뱉었다. 땀에 흐트러져 있던 머리칼이 이젠 가을 밤의 찬바람에 젖어 축축해져 있었다. 긴토키는 짧게 고개를 저으며, 목이 말라 깨어났다는 변명인 듯 진담인 듯한 말을 내뱉었다. 그런 말을 내뱉고 보니, 정말 목이 말라와, 긴토키는 머리맡의 주전자를 들어 그대로 벌컥벌컥 마셨다. 배를 긁으며 물을 마시는 남자의 목청이 꿀떡꿀떡하고 움직였다. 히지카타는 왠지 웃음이 났다. 웃음을흘리는 대신 담배의 끝을 씹듯이 입술로 누르며, 다시 고개를 돌려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만월이 참 가까웠다. 손을 뻗으면 꼭 닿을 듯한.

 

야,

 

 긴토키가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히지카타는 대신에 창틀에 좀 더 기대보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정신을 깨게 만든다. 완연한 가을이었다.


 

 상처는 괜찮냐?


 

 몰라.


 

 내가 좀 봐줄까? 자기 전에 대충 손보긴 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미친놈이.


 

 ...새삼 부끄러워 하긴. 모르긴 몰라도 너보단 내가 더 많이 봤을텐데, 거긴.


 

 시끄러워. 담에 또 그러면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핥으면 발로 차잖아.


 

 당연하지!!


 

 그럼 대체 어떻게 하란 말야, 정말 곤란한 마요라네.


 

 닥치고 그만 쳐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진짜로.


 

 ...알았으니 너도 그만 이부자리에 돌아와. 추우니까,


 

 감기 걸리면 어떡해, 라는 약간 불안한 목소리에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가 조금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뭐야. 저런 얼굴도 할 줄 알았나. 히지카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남자의 모르는 얼굴은 알고 싶지 않았다. 하나하나 더 알게 될때마다, 남들이 모르는 그를 알게 될때마다. 히지카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마다 절대로, 나또한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 내 모습을 저남자에게 보이게 된다. 절대로 그렇게 된다. 입술을 깨물며, 히지카타는 창문을 닫았다. 방안에 아직 가을의 찬공기가 떠돌고 있었다. 담배를 비며 끄며 마지막 담배연기를 한숨처럼 내뱉는 히지카타를, 긴토키는 끝까지 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 가부키쵸에 왔을때도 저런 만월이었는데. 몸이 식은 히지카타를 멋대로 두팔에 담으며, 긴토키는 꼭 지나가는 투로 그렇게 말했다. 투덜대며 긴토키의 가슴에 얼굴을 누이던 히지카타는, 저도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의 턱을 바라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너무 커서, 꼭 꿈같았어. 아니면 죽음이던지. 혹시 이미 죽어서, 꿈속인건가.. 같은.

 

 

 잠기운이 도는지 목소리가 점점 잠잠해졌다. 히지카타는 가만히 긴토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만나기 전의, 해결사 사무소를 만들기 전의, 이야기를─ 그의 입으로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꿈에서라도 죽는 건 이렇게 한심하고, 아름답고, 슬프도록 무섭다는 걸 느꼈지...

 

 ......

 

 

 죽고싶지 않다고... 그리고 너도...


 

 ......


 

 ......


 

 ...해결사?


 

 숨결이 고르게 변하며, 가슴이 일정속도로 뛴다.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잠이 든 것을 알았다.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외엔 세상에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밤이 스며들었다.

 

 

 히지카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의 품속에서.

 

 

 

 

 

-

 

 

 

 

 

 다음에는 또 언제 볼 수 있지?


 

 

 여관방을 먼저 나서는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향해, 아직도 상의를 헐벗은 채 가랑이 사이에 아무렇게나 이불을 말고 있던 긴토키의 목소리가 흘렀다. 히지카타는 고개를 돌려 머리를 긁적이는 단단한 상체의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 웃는얼굴이 긴토키의 심장에까지 떨어졌다.

 


 상처가 나으면이겠지.


 

 ...그럼, 다음에 또 상처 내도 돼?


 

 상처가 나도 나를 받아주는 너. 너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 나.
 참 얄궂기도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럽다.


 

 ...안 돼.


 

 왜?


 

 씨익 웃으며, 히지카타가 문 너머로 사라진다. 담배연기만을 남긴 채.


 

 버릇될 것 같아서 무서워.


 

 ...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긴토키는 졌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어깨도 으쓱했다. 아아, 독점한 시간이 바로 어제와 같은데, 헤어진지 일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보고싶고, 너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마음이 다시, 어제처럼 네안에 나를 밀어넣고 싶어서 흔들리고 배아래가 뜨거워져. 긴토키는 혀를 할짝였다. 돌아오지 않는 이성. 너를 갖고싶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긴토키는 하하, 다시 웃었다. 그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어떻게도,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더 없이 깊은 연애를,


 

 둘이서.

 

 

 

 

 

 

 

- done

 

 

 

 

 

+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본다. 다 쓰고 나서 엄청 스스로 좋아했었던 글이다. 이쁘게 잘써진 것 같아 마음에 드는 긴히지. 이정도는 뭐 야한것도 아니지않나 ㅋㅋㅋㅋ 걍 전체공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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