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오키타 이야기

 

 

 

낮이 되면, 늘 모든 것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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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지카타는 미친듯이 달려 그 뒤를 쫓았다. 히지카타의 매서운 추격에 남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히지카타가 유인하는 방향대로 도망을 쳤다. 히지카타는 그래서 빠른 달리기를 이용하여 보다 천천히 남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꺾게 만들었다. 남자는 몇 개의 좁은 골목을 지나쳐 몇 개의 지붕에 머리를 부딪혔고, 몇 개의 휴지통을 차서 주춤하였다. 그러나 뒤에 뛰어오는 남자의 달음박질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초조한 심장은 그제나 저제나 터져버릴 것처럼 튀어올랐다. 두 다리와 동시에 함께 튀어올랐다. 남자는 차라리 그냥 세상이 끝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생각은 했지만 남자는 설마 저 쫓아오는 소리가 정말 평생을 귓불에 붙어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거다. 히지카타가 유인한 마지막 골목의 코너를 돌다가 잠복해있던 오키타의 칼집에 넣어둔 칼의 등에 목줄기를 부닺혀 ─ 말하자면 남자 스스로 전력으로 칼까지 뛰어갔다고 할 수 있다, 남자의 눈엔 아무것도 뵈지 않았을 것이고 ─ 남자는 그대로 컥, 숨뱉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져버렸다. 남자의 혀깨무는 혹은 숨뱉는, 어쨌든 그와 비슷한 효과음 컥, 에 뒤따라 오키타의 짝,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입술위로 커다란 풍선껌의 잔해가 소리가 난 뒤에 들러붙었다.

 

 " 체포 완료했습니다~ 쓸모없는 히지카타씨말고 제가 잡았습니다~ "

 

 " ...... "

 

 남자의 몸을 마비시킬정도로, 전체를 장악할정도로 압박해 달려왔던 히지카타였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남자도

 체력이 방전했다.

 

 그래서 숨돌릴틈이 필요해서 오키타의 말에 " 내가 열나 뛰어가지고 이쪽으로 몰아왔잖아 멍청아!! 나이스 어시스트니깐 넌 할복해!! " 라고 외치지 못했다. 단지 두 다리에 두 손을 올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오키타의 잡음섞인 무전기 소리가 바로 옆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들려왔다. " 체포 완료했습니다~ 좆도 없는 히지카타씨말고 제가 잡았습니다~. " 방전된 체력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아 결국 그 말에도 대꾸를 못했다. 이런 진짜... 죽을까, 죽일까. 히지카타는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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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초롱초롱했다. 밤하늘이 새까맣게 변해 내일은 분명 낮이 맑을 터였다. 오늘도 날씨는 좋았다. 달은 비에 닦인 것처럼 깔끔했다. 히지카타의 길게 내뿜는 연기가 꼭 달까지 이어질 것 같아, 오키타는 두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뒤에서 쫄랑쫄랑 점핑하며 연기를 잡는 시늉을 하였다. 오키타의 점핑 나우는 그래서 단순한 토끼뜀을 연상시켰지만 히지카타는 거슬리기가 밤의 모기의 그것에 비할바가 없었다. 단순하고 간단한 살의를 불러일으키는... 달이다. 히지카타는 초롱초롱한 달을 바라보며 검을 꺼냈다. 스릉, 하는 소리에 이미 피부를 베어버린 것처럼 날이 서 있었다. 오키타의 눈이 반짝였다. 음, 별이 초롱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반짝은 아니었다. 그럼 번쩍, 인가? 음, 그건 건담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뻔하고 흔한말로, 번뜩, 이었다. 빛나는 눈동자는 금방 달을 가르고 온 남자의 눈동자였다.

 

 하늘로, 뛰어오른 오키타의 날씬한 실루엣을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어딘가로 물고있던 담배를 던졌다.

 

 오키타는 온통 어둠이었다. 그 소년의 빛나는 검자루만 보였다. 아뿔싸,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참

 

 귀신같기만 하다.

 너도 나도. 

 

 하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귀신이라도 안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이야.

 너도 나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내리친 히지카타의 검은 아무것도 베지 못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친 오키타의 검도 아무것도. 별빛도 달빛도 흔들리지 않고, 단지 뱉어낸 히지카타와 오키타의 숨만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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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목에 기다란 붉은 선을 남긴 채 축늘어진 남자의 몸은 시체처럼 무거웠노라고, 야마자키는 우선 그렇게 보고했다. 업고오는 시간 점점 길 점점 마다 야마자키는 자신의 땀방울에 자신의 생명이 녹아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야마자키가 내려놓은 짐은 그 무엇보다 큰 소리를 내며 야마자키에게서 떨어졌고, 남자는 기절한 상태에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한 번 더 기절했다. 콘도는 눈을 깜박이며 다리를 접고 팔을 괴여 마루 위에서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허옇게 질리고 입주위에 묻은 게거품이 콘도로 하여금 남자의 신원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잡아 온 것이 맞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것이다. 야마자키는 애를 업고오느라 방전된 체력을 배드민턴으로 보충한 후 다시 콘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보고를

 

 " 그리고 언제나처럼 쌈박질해서 피터진 두 사람은 신센구미 처소 후미에 있는 의사선생한테 바로 보냈습니다, 지혈이 빠른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서 국장님한테 드리는 보고도 제가 하겠다 했습니다. "

 

 그리고 보고를 했다.

 

 " ...... "

 

 그래, 그렇겠지. 콘도는 자신에게 먼저 돌아온 보고를 하지 않는 일가지고 화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코 그렇게 마음이 작거나 치사한 소인배일수는 없었다, 콘도는. 그래서 콘도는 단지 뺨을 괴서 더 찌그러진 얼굴을 야마자키의 정면으로 똑바로 하고 이렇게만 물었다.

 

 " 그래서, 누가 더 다쳤니? "

 

 " 둘 다 시말서감만큼 다쳤습니다. "

 

 " 돌겐네. "

 

 일부러 혀를 덜굴러 발음을 틀리면서까지, 우리의 국장님이 표현한 마음이 참으로 절실했노라. 야마자키는 속으로 시를 썼다. 아름다운 시는 그냥 녹아 사라지고 말았지만.

 

 

 

 

-

 

 

 

 

  " 엉덩이 헐렁해지셨네요, 히지카타씨. "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다리사이에서 허덕였을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엉덩이와 엉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같은거나 이불이 구겨지는 소리같은 거나 땀에 손바닥이 미끄러지는 소리같은 거 때문에 오키타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라고 히지카타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 좀 조여주면 좋겠는데. " 그래서 그 말도 못들은 척 했다. 조이는 방법도 푸는 방법도 모르는 무식한 히지카타였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허벅지를 오므리고 말았다. 아 그게 아닌데. 오키타는 혀를 차면서 히지카타의 다리를 붙잡고 더욱 자신쪽으로 당겼다. 개와 같은 자세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표현하면 가장 빨리 히지카타가 어떤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인데, 개와 같은 자세를 한 채로 다리를 붙잡혀서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이불위에서 미끄러졌다. 깊고 넓게 안의 것이 쑤욱 들어왔다. 싸움에 흥분하고 달밤에 발정하는 늑대와 같이 오키타의 정복욕이 히지카타의 곧은 등줄기를 따라 쭈욱, 히지카타의 몸 한바퀴를 회전했다.

 

 " 구멍동서란 말 알아요? "

 

 " 너 진짜 죽을래? "

 

 이 말은 도저히 그냥 듣고 넘길 수가 없었다. 또 죽여버릴까. 아예 꽉 쪼여서 짤라버릴까. 히지카타는 피가 섞인 침을 한 번 뱉었다. 입술에 진하게 피가 섞인 침이 묻어나왔다. 쳇, 혀를 한 번 차고 히지카타는 입술을 닦았다. 손등에 피가 고였다.

 

 " 헹, "

 

 " ...... "

 

 " 그렇게 좋은가? 형씨가. "

 

 " ...... "

 

 너, 진짜 죽을래?

 말이 반복했지만, 이 말만은 참 밀려나오지를 않고.

 히지카타는 그래서 그냥 아무소리도 안들리는 척을 했다. 내 엉덩이가 헐렁해졌으면 다음엔 니 엉덩이를 내가 사용하자. 그냥 그렇게만 말했더니 오키타가 지나치게 빨리 허리를 놀렸고 그래서 히지카타는 그냥 숨이 넘어가는 시늉을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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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밤에 이부자리위에 곧게 허리를 뻗고, 벗은 등은 여전히 곧고 길었다. 날렵한 활처럼. 뼈가 튀어오르는 것도 꼭 활촉처럼 날카로웠다. 오키타는 베개에 반쯤의 얼굴을 묻고 남은 반쯤의 얼굴로 히지카타의 옆모습을 보고 있었다. 배아래가 꿈틀대며 살아있는 숨운동을 반복했다. 허리의 멍과 등줄기의 손톱자국이 달빛에 반사되어, 그건 그냥 히지카타의 갈비뼈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히지카타는 눈을 한번 깜박였다. 담배연기는 길게 나비춤을 췄다. 아까 오키타가 동강 낸 달조각이 구름따라 흘러서 점점이, 신센구미의 처소위로 퍼졌다.

 

 " 저기요, "

 

 " 뭐, "

 

 갈라진 목소리를 내며 히지카타가 그르릉, 했다.

 

 " 혼자서 사랑같은거 찾으면, 좋아요? "

 

 " ....콘도씨도 사랑있잖아. "

 

 " ...아, 맞다. 참. 콘도씨도 사랑있지 참. "

 

 눈을 깜박이는 오키타의 얼굴 위로, 히지카타는 손을 내리눌렀다. 속눈썹이 반으로 접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키타는 눈을 꿈질했다. 단단하고 퍽퍽한 히지카타의 손은 무척 컸다. 굳은살이 박힌 부분은 피부가 쓸리는 것 같았다. 오키타는 히지카타의 손바닥 속에서 눈을 깜박이다가, 곧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근데 이사람이 부정을 안하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형씨라 이거지?

 헐.

 

 " 용서 못해요. "

 

 " 바라지도 않거든. "

 

 손바닥이 뜨겁다.

 

 

 

 

  낮이 되면, 늘 모든 것을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밤이 되면, 언제나 모든 것을 도저히 용서해줄 수가 없을까.

 당신의 숨 하나까지도.

 

 

 

 

 

 

 

 

 

 

 - done

 

+ 구멍동서란 말 진짜 저질이고 재밌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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