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할거라면 세일러복을 입어줘

 

 

 

 아무리 찾아봐도 히지카타가 없다.

 

 긴토키는 머리를 긁적이다 칫, 하고 입안으로 혀를 한바퀴 굴렀다. 혀끝에 방금 깨물어먹은 딸기사탕의 여운이 남아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붙어 있었다. 사탕이라는 것은 참 마지막까지 힘내는 측은한 존재들이다. 달콤하면 무조건 사랑스럽다는 별난 공식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이 범죄에 가까운 달콤함은 때로 코끝을 아리게 만든다. 적어도 긴토키는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늘 단 것에 절어 입안의 살들이 흐물해지고 하품만해도 단내가 나기 시작하는 밤의 어느쯔음이면,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히지카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과 같은 것들이기도 했다.

 

 " ...... "

 

 아니다. 삼일전부터,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토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니다. 이틀전부터는 토시를 토시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같은 사람이지만 그러니까 긴토키는 아까부터 히지카타가 아니라 토시짱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늘 있었던 곳에 있어주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잖아.

 

 일단, 우리 둘은 사귀는 사이이니까.

 

 " ...... "

 

 일단이라는 말을 굳이 붙일 수 밖에 없었던 본인의 태도가 낯간지러워, 긴토키는 켁, 하고 소리를 내며 복도를 역행하여 뛰기 시작했다. 귀가 빠른 속도로 화끈거렸다. 그리고 빨개진 두 볼이 여름의 끝자락을 잡아끌고.

 

 사카타 긴토키와 히지카타 토시로는 그러니까 일단, 사귀고 있는 사이이다.

 


 

-

 


 

 숨어있었다, 란 표현은 적절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표현이었지만, 긴토키는 어쨌든 숨어있었던 히지카타를 찾는데에 성공했다. 점심시간에 도서실이라고?! 진짜 어울리지도 않는 조합이네! 히지카타 토시로와 도서실이라니! 아니, 그전에 학교의 도서실에 사람이 있다니 그게 말이나 돼? 긴토키는 복도를 뛰어다니다 흐른 땀에 젖은 머리칼을 제 왼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리며 열었던 도서실의 문을 닫았다. 열었을때와 비슷한 소리로 문은 닫혔고, 히지카타는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인기척을 느끼기는 했을터였다. 긴토키는 문을 열었을때와 마찬가지로 히지카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도서실에는 히지카타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긴토키는 숨 한 번 내쉬지 않고 히지카타에게 말을 던졌다.

 

 " 웬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과연. "
 " 여기의 어디가 외나무다리라는 거냐, 원수인 건 맞다만. "
 " 흥, 너 왜 이런데에 있는건데? "
 " 도서실 당번 대리니까. "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고 히지카타는 그렇게 대꾸했다. 긴토키는 볼멘소리를 낸 것과 동시에 입주위를 크게 부풀려 툴툴대면서, 히지카타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걸으면서 긴토키는 학교의 도서실 당번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의 로테이션, 각반에게 돌아오는 도서실 당번제. 하지만 3-z반의 도서실 당번은 따로 있었고 그러니까 도서실 당번은 반장이 할 일이 아니었다. 히지카타에게 제 할 일을 떠넘길 수 있는 간 큰 놈이 누구지, 라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바로 등뒤에 서서 가만히 생각했다.(사실 도서실 당번이 누구로 결정돼었는가 하는 것을 기억할만큼 긴토키의 머리는 한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3-z반에 그럴 수 있을만한 인간이 있던가, 나말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목덜미의 만을 덮는 굵은 검은색 머리칼을 바라보다가 곧 눈을 떼굴, 굴렸다. 눈이 뻑뻑하게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그러고보니, 있었네. 나말고도, 약 두명. 에이 쳇. 긴토키는 히지카타보고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찼다.

 

 " ...! "

 

 갑자기 뒤를 돌아본 히지카타와 마주친 시선을, 조금 당황했지만 피할새도 없이,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새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까만색 사탕이 있다면 저런 색이었을 거다. 그렇다면 너의 눈동자도 어김없이 달콤하겠군. 긴토키는 느긋하게 비스듬하게 웃으며, 히지카타의 찌를 듯한 시선을 즐겼다. 위에서부터 반쯤 감겨 홍채의 전체모양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둘의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비교적 드러나는 형태가 반달에 가까운 긴토키의 홍채와는 달리, 히지카타는 옆으로 길게 보여 차라리 초승달과 가깝다고 해야할까. 히지카타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책의 몇 권을 나눠 긴토키의 가슴을 책으로 툭, 내리쳤다. 아프지 않은 그 둔탁한 감각에 그제야 히지카타에게서 눈을 떼고, 긴토키는 제가슴을 내리친 책 몇 권을 받아들었다. 히지카타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긴토키를 외면하고, 하던일에 마저 집중했다. 아까부터 줄곧 책장 앞을 서성이며, 책들의 제자리를 찾아 순번대로 꽂는 일. 세상에나. 고등학교의, 것도 점심시간의, 도서실임에도 불구하고, 반납되고 대출되는 책이 있기는 있는가보다. 긴토키는 또 한 번 혀를 차고는, 히지카타의 바로 옆에 주저앉다시피하여 몸을 낮추고 책을 그 옆에 와르르 쏟았다. 그리고 책장을 건성으로 뒤적대기 시작했다.

 

 " 저기 말이다. 토시짱. "
 " ... ... 뭐냐. "
 " 우리 일단 사귀는 사이인건 기억하지? "
 " ... ... 그래. "
 " 그럼 적어도 점심시간 때 같이 밥먹는게 거의 의무라는 것도 잘 알겠네 응? "
 " ... ... 엉. "
 " 그런 엉성한 대답은 인정 못 해, 요녀석아. "

 

 게다가 무슨 대답을 할때마다 뜸을 그렇게 길게들이냐! 책 한 권을 대충 책장에 집어넣으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태도에 다시 한 번 툴툴 거렸다. 긴토키의 시선이 얇은 하복바지에 감싸여 라인은 보이지 않지만 살짝 보이는 발목이 늘씬한, 히지카타의 다리에서부터 역으로 위로 올라갔다. 마찬가지로 얇은 하복셔츠 속으로 히지카타의 속살이 보일듯 말듯, 하다 그림자에 가려졌다. 긴토키는 가늘게 눈을 떴다. 책을 꽂고있는 히지카타의 팔뚝을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앵글로 보니, 왠지 한층 더 얇아보이는 것 같았다. 신경과 근육을 따라 꼼꼼히, 만져보던 감촉이 순간 기억나는가 싶더니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자 긴토키는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혹시 그것때문에 일부러 피했던 건가, 지금. 긴토키는 얇게 뜬 눈 안쪽에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사카타 긴토키와 히지카타 토시로는 사귀는 사이이고, 삼일전에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토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가, 이틀전부터는 토시짱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제는 히지카타의 집에서 잤다.

 


 긴토키는 구부린 다리 위에 손을 얹어 턱을 괴고, 말했다.

 

 " 혹시 토시짱, 지금 기분 나빠? "
 " ...... 별로. "
 " ─혹시 그거 내가 어제 토시짱의 토시짱을 내맘대로 만져대서 " 히익-!!!!!!!!!! " ...... "

 

 빙고다. 긴토키는 자기 왼쪽 어깨옆으로 와르르 쏟아져내린 책들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히익'이라고 내지른 히지카타의 목소리도 아직 귓가에 남아있는 것처럼 왱왱거렸다. 책들은 서로 엉킨 듯 포개어져 있었고 페이지수 혹은 책의 앞과 뒤를 상관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퍼져버렸다. 꼭 살인사건을 방불케했다. 그렇다. 도서실은 순식간에 책 살해사건이 일어난 범행현장이 된 것이다.

 

 

-

 

 

 " ...... "
 " ...... "
 " 어이, 토시짱. 책. "
 " ...... "

 

 아래에서 위, 사람을 밑에서부터 올려다보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게 재미있는 것 같다. 거기다 지금 당장, 상대가 눈치채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한 부분까지도 전부 다 볼 수 있는 것 같고. 긴토키는 그래서 턱을 괸 모양 그대로 위를 올려다보았고, 히지카타가 긴장에 흘린 땀이 뺨을 미끄러져 턱아래에 괴어있는 것도 전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조용히 꿀떡, 침을 삼켰다. 목청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얇은 가죽을 통해 전부 보였다. 정말 뼈위에 바로 가죽인건가, 저녀석은. 긴토키의 사고가 앞으로 저녀석을 위한 지방도 하나씩 챙겨두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미칠 때 (그리고 아까 씹어먹었던 딸기맛 사탕이 들고있던 마지막 사탕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혀를 찰때쯔음에) 히지카타가 천천히 몸을 굽혔다. 그리고는 책을 한 권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중에 페이지가 접혀 본문에 길게 선이 그어져버린 책이 있어, 히지카타는 책을 떨어뜨린 것을 후회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좀 창백하고. 긴토키는 눈을 깜박이며 히지카타의 팔뚝을 잡았다.

 

 " 그것땜에 피하신건가요? 히지카타 토시로군? "
 " ─피한 거 아냐. 이거 놔 멍청아. "
 " 혹시라도 내가 사과하는 거 기대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 난 사과해야하는 일 한 적 없으니까. "
 " 별로 나도 사과받을 생각 없어! ...됐으니까 너도 책이나 좀 주워. "
 " ...... "

 

 그렇지만, 새빨개진 귀가 감춰지지가 않잖아. 너. 긴토키는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머리칼을 손으로 쭈욱 당겼다. 숙인 고개때문에 앞으로 흘러내려온 머리칼이라서 잡기가 더욱 쉬웠다. 앞으로 당기자 히지카타의 고개가 더욱 앞으로 숙여지면서 히지카타의 몸이 조금 중심을 잃고 앞으로 휘청였다. 머리칼을 앞으로 더욱 쭉쭉 잡아당기자 히지카타의 말로 표현이 안되는 안절부절감이 심해진 것이 느껴졌다. 긴토키는 피식, 웃음소리를 냈다. 히지카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귓불이 더욱 새빨갛게 되어버린 것을 보니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 다 알것도 같았다. 뻣뻣하게 경직하는 목 아래의 몸뚱이도 그렇거니와. 평소의 히지카타였다면 버럭하고 소리를 지를만한 일이었다. 뭐하는거냐면서 욕이라도 해대면서, 바로 손을 뿌리친다.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하려고 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넌 입을 다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단지 조금 가늘게 떨고 있을뿐. 화가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때문인지.

 

 

 뭐, 어쨌거나 히지카타가 무엇때문이던지간에, 긴토키의 행동은 정해져있다.

 

 " 사과는 안한다고. "
 " ...... "

 

 어쨌거나, 결국. 그는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할 필요를 모르겠으니까.

 

 " ...그러니까, 안해도 된다고 말했잖아. "
 " ...... "

 

 역시 그렇지?
 그렇다니까.

 

 긴토키는 움켜쥐고 있던 머리칼을 놓아주는 대신에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에 가둔 채 가볍게 흔들었다.

 

 " 근데 만약에, 토시짱이 좀 참으라고 하면 긴상, 참을수는 있는데. "
 " ...... "
 " 응? "

 

 그제야 겨우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지, 히지카타가 제머리칼을 끝에서 만지작대던 긴토키의 손을 뿌리쳤다. 긴토키는 순순히 히지카타의 머리칼을 놓아주었다. 방향이 엉망이 된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수습하면서, 히지카타는 입안으로 말을 씹어먹듯이 우물대면서 간신히, 그래주면 고맙고, 라고 중얼거린다. 긴토키가 눈썹을 팔자모양으로 구부리며 웃었는데 뭐라 말도 못할만큼, 히지카타는 대답하는 것이 버거웠는지 단지 새빨간 얼굴로 긴토키를 외면했다. 아, 참을수 있다고 괜히 말한걸까. 참기는 참겠는데 뽀뽀는 해야겠다고 지금 얼른 말해버려야 하는걸까. 하하하, 웃으면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어깨를 내리쳤다.

 


 " 그래 그럼, 긴상이 좀 참아줄테니까 대신에 오늘 집에서 세일러복 입은 거 보여주기다? "
 " ...?!!!? "

 

 그런 것도 없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히지카타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못본척하면서 긴토키는 주먹을 꽉 쥐며 자신의 취향을 피로했다. 상의는 헐렁한 조끼에 세일러 칼라가 말끔하게 다려진 채 구김하나 없고, 매끈한 맨다리, 펄럭이는 360도 플레어스커트, 아 스커트밑엔 양말이나 구두나 신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매끈한 다리가 치마 하나에만 감춰져 있는게 난 좋아. 허벅지에서 흔들리는 물결라인 안쪽으로 손을 밀어넣는 그 배덕감은 참을 수가 없거든... 정말 최고야. 펄럭이는 스커트 안쪽이 나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못견딜 것만 같이 돼서 그거 하나만으로도 지구 세바퀴는 달릴 수 있을 듯... 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벌려주면 진짜, 진짜, 진짜 아 그게 최곤데..!!!!! 기왕이면 팬티도 벗고 스커트만 입은 채로 벌려줄래?

 


 " 으기야아아아아아악!!! "

 

 그리고 히지카타는 들고있던 굵은 책의 모서리로 긴토키의 머리를 찧었고 위에서부터 오는 엄청난 충격에 긴토키는 쌍코피를 터뜨리며 그대로 도서실바닥에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도서실에서 일어난 살해사건 그 두번째, 인간 살해사건이었다.

 

 

 

 

 

 

 

 

- done

 

이런 옛날에 쓴 변태글을 안올리고 있었네여.

몇년이 흘러도 변태는 변태일뿐... 하핫 ^ ▽ ^ 씐 이 난 다 오 예 하하하하

긴토키의 세일러복 예찬 피력은 백퍼센트 세포의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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