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천의 여름

(逆 3-z ver)

 

 

하늘이 너무나 파랗게 보여. 아무 것도 없는 하늘에 첨벙 빠지는 꿈을 꾸고 싶다. 교실이 삐걱이며 울렸다. 히지카타는 창문밖으로 보이는 파란하늘과 녹아있는 여름의 구름을 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삐걱, 삐걱, 삐걱. 히지카타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에 맞추어 낡은 교정의 나무바닥이 삐걱거렸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등이 낡은 교실의 여기저기에 부딪혀 아파오기 시작했다. 특히 어느 한 순간 굉장히 따끔해서, 틀림없이 낡은 바닥의 부러져 튀어나온 나무의 파편이 스쳤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히지카타는 오른손을 들어 손등으로 뺨을 가리면서, 통증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하늘은 좀 더 보고싶었는데, 눈꺼풀이 몸이 힘들어짐과 동시에 무거워졌다.

 


「기다려..」

 

「....」

 

「아, 아파-」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무거운 몸은 이미 완전한 남성의 육체의 형태를 띠고 있다. 히지카타는 눈을 반쯤 떴으나 전부 눈꺼풀을 들어올리지는 못했고, 덕분에 약간 흐리멍텅해진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단단한 근육의 두 팔을 넘어, 시야 대부분의 천장을 서슴없이 가리는 남자의 은발 머리칼이 눈을 찔렀다. 아프다고 말했는데도 학생은 그저 입술을 깨문 채, 은발이 흐트러진 눈가를 성욕에 붉게 물들인 채로 히지카타의 다리사이를 파고 들었다. 히지카타는 큭, 하고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남자인 학생에게 단단히 잡힌 어깨에 압박감이 밀려온다고 생각했을 때, 결국 남자가 전부 히지카타의 몸속으로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히지카타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고통에 눈물이 콧대를 타고 흘렀다.

 

「아.. 큭,」

 

「...」

 

「숨... 이 안쉬어져..」

 

「...생,」

 

최근 더욱 나지막해져서 배를 쾅쾅 울리는, 목소리가 상냥하게 들려서 저도 모르게 아까까지 바라보았던 하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히지카타는 짧게 숨을 뱉었다. 남자의 양 어깨에 걸쳐져서 덜렁이고 있는 자신의 맨다리 끝으로 툭, 하고 양복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단단한 근육의 맨다리가 드러나자 아까까지 계속 교실바닥에 쓸린 자국이 여기저기 눈에 띠었다. 히지카타는 다시 숨을 내뱉었다. 엉덩이사이에서 밀려오는 압박감을 참기 위한 숨이었고, 목까지 차오른 답답함을 또 한 번 내뱉기 위해서였고, 하여간에 여러가지 이유에서 일부러라도 크게 숨을 내뱉었다. 속눈썹에 걸려있던 눈물이 또륵하고 귓가로 흘러내렸다.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눈물이 귓속으로 떨어지는 건 불쾌한 경험이었다. 히지카타는 오른손을 들어 이마에 퍼져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리며, 다시 눈을 떴다.

 


보이는 건 반틈의 천장과, 구겨진 교복의 사카타 긴토키의 은발.

 

「선생..」

 

「......」

 

그런 목소리로 불러봤자, 소용없다.

 

창가에서 펄럭이는 커튼에 여름의 태양냄새가 나서, 히지카타는 순간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일 것도 같았으나, 다시금 흔들리는 몸이 긴토키의 압박감을 견뎌내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 순간 온 신경이 그쪽으로 전부 몰렸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결국 다시 눈을 질끈 감고 온힘을 써서 긴토키의 두 팔에 매달리는 수밖는 없었다. 뼈가 부딪혀서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분명 무리한 삼입에 찢어졌는지 질척이는 소리가 격한 마찰의 아픔과 동시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고, 금방 남자의 혀가 매끄럽게 히지카타의 입술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강간을 당하고 있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언젠가의 태양 한자락처럼, 푸른하늘 녹아있는 바보같은 숨소리. 히지카타는 입술을 받아들이면서 제숨을 삼키듯 긴토키의 숨을 삼켰다.

 

 

 

-

 

 

 

「............」

 

몸이....................................................... 아파.

 

히지카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칠판의 맨위에서부터 탁, 탁하고 필기를 쓰던 분필을 내려놓았다. 뒤에서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더 이상의 진도는 아무래도 몸이 고통을 호소하는 통에 포기해야만 했다. 히지카타는 결국 두 팔을 접으며 학생들 쪽으로 빙글 몸을 돌렸다. 아까 수업시작 때 교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히지선생(그는 이렇게 불린다), 안색이 너무 안좋아요-란 소리를 들었던 히지카타였지만, 지금은 더욱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학생들이 기겁을 하며 필기를 멈추었다. 히지카타는 한숨을 소리없이 내쉬면서, 눈을 깜박였다.

 

「-정말 미안하다. 아무래도 더 이상의 수업진행은-」

 

무리야. 라고 말하자마자 학생들이 저마다 우리들 진짜 조용히하며 자습할테니까 히지선생은 양호실에서라도 쉬라고 했다. 선생의 얼굴이 너무나 좋아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저도모르게 진심으로 그를 어서 쉬게 하고 싶어졌다. 그런 학생들의 마음이 얼굴에 적혀있었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안심하며, 고맙다, 라고 조용히 중얼이고 다시 교재를 챙겨들고는 앞문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잠깐 둘러보고, 학생들이 전부 걱정하는 표정으로 그를 시선에서 놓아주지 않을 무렵에,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교실문을 나섰다. 히지카타는 그들이 정말 조용할까 아주 조금 걱정스러웠다. (시끄러우면 옆 반에 폐가되니까)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결국 온몸이 고통을 호소했다. 히지카타는 이를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복도위로 쓰러질 것만은 같은 몸을 붙잡고 겨우겨우 발걸음을 떼내었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까닭은, 시트 한 장 없이 딱딱하고 결이나쁘고 오래된 나무바닥에서 쉼없이 위아래로 상하운동을 한 탓이었다. 몸은 차갑고 근육이 놀랐는지 굳어버렸다. 게다가 등에는 생채기가 여기저기 생긴데다가, 심하게 쓸린 곳은 피가나서 지금 반창고를 붙여둔 상태다. 그리고 가장 심한 고통이 밀려오는 곳은 허리와 엉덩이 사이였는데, 히지카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곳에 연고를 발라보는 경험을 했다. 완전.. 첫경험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히지카타는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비명을 질러서 방금 눈떴지만 그냥 눈감고 기절하고 싶어졌던 오늘 아침의 일을 회상했다. 간신히 침대에서 몸을 빼어 욕실까지 갔지만 욕실로 들어가자 마자 빈혈에 머리가 어지러워져 스르르 문을 잡고 무너지기까지 했었다. 씻고 겨우나왔지만 여전히 몸상태가 엉망진창이라서, 시트에 묻은 환부의 피는 발견했지만 수습하지는 못하고 그대로 침대위에 펼쳐두고 집을 나섰다. 운전은 고통스럽겠다 싶어 아침부터 사치스러운 콜택시까지. 히지카타는 벽에 한손을 집으면서 킥킥 웃었다. 정말 별의 별 경험이다. 피는 잘 지워지지 않으니까 침대위에 있는 시트는 더 이상 쓰지 못할테지. 히지카타는 킥킥 웃다가도, 금방 인상을 찌푸렸다. 멍하니. 어제의 일을 반복하자면, 단지 두 개의 색이 섞이어, 하늘의 둥실한 파람과 남자의 단단한 은색. 그 두가지가 섞이어 조그마한 나선을 만들어 머릿속을 계속 빙글빙글 돌았다.

 


「....」

 

더 이상의 생각이라거나 갈등이라거나, 그런 거 필요없이. 히지카타 토시로는 자신의 제자에게 방과후 교실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문장 그 이상으로 확실한 설명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히지카타는 한숨을 쉬었다.

 


방금의 교실, 3-z반-.

 

사카타 긴토키가 보이지 않았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히지카타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숙였다.

 

 

 

 

-

 

 

 

「어머 선생님..」

 

「...실례좀 하겠습니다.」

 

즐겨끼던 안경을 손에 쥔 채 교무실까지 가지도 못하고 중간의 양호실에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와버린 히지카타는, 더 이상 허리로 밀려오는 압박을 견딜수가 없어서 몸을 벽에 반쯤 기대어 자세가 비스듬해졌다. 언제나 허리가 꼿꼿하고 등줄기가 펴져있던 히지카타 수학선생의 자세가 예뻐서 몰래몰래 쳐다보다 양호선생은 그런 히지카타를 보니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안색이 엉망이고 왠지 식은땀도 조금씩 흘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저도모르게 두 손을 뻗어 그의 몸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히지카타는 고마워하며 그녀의 부축을 받고 조금씩 걸어 빈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안색이 엉망이세요- 세상에, 열도 있으시고. 괜찮으세요, 히지카타 선생님?」

 

「아.. 죄송합니다.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폐만 끼치네요.」

 

「아니에요, 그런말씀 하지마시고 좀 쉬세요. 아.. 혹시 감기세요? 간단한 감기약이라면 드릴 수 있는데.」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지만 약은 먹었어요.. 그냥 좀 쉬면 나을 겁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하면서 일단 웃고. 히지카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안경을 받아들어 히지카타의 옆 선반에 올려두는 선생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런데 지금 수업중에 나온거라 3-z반 학생들이 염려가 된다는 말을 꺼냈다. 양호선생은 생긋 웃으며 물론 남은 수업시간동안 히지카타를 대신해 그들을 보러 그 교실까지 가주겠노라고 말했다. 히지카타는 어느새 온몸을 장악한 희미한 열기운과 그래도 도수가 있는 안경을 벗어놨기 때문에 시야확보가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렴풋 실루엣으로 양호선생의 시선을 파악하여 그쪽을 바라보며 고맙다-라고 말했다. 양호선생은 고개를 한 번 꾸벅이며 양호실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히지카타 선생님. 저 안쪽 침대에도 학생이 쉬고 있는데, 그도 3-z반이라고 했어요.」

 

「-.....아, 그런가요?」

 

「네.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져서 미처 히지카타 선생님께 말씀을 못드리고 양호실에 왔다고해서, 나중에 제가 선생님께 알려드리려 했거든요. 그거 말씀드리려구요.」

 

「-어쩐지 아까 수업중에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잘 알았습니다.」

 


「예, 그럼 쉬세요. 히지카타 선생님.」

 

「.....」

 

스륵, 문이 열리고, 몇발자국의 발자국소리와, 탁, 문이 닫힌다.

 

「.....」

 

어디선가부터 조용한 바람이 불어, 달력상의 여름은 끝자락을 비추고 있는데 태양은 아직도 바람을 말릴듯 쨍쨍해서, 그래서 마른 바람이 불어 커튼을 흩날렸다. 히지카타는 저 안쪽 침대로 고개를 돌렸다. 열로 부연 눈앞에 안경까지 벗어놓는 통에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누워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경없이도 알 수 있었다.

 


「...사카타 긴토키인가?」

 

「-」

 

팍, 하고 하얀 이불이 사납게 제쳐지며, 아무렇게나 구겨진 교복을 걸친 채 사카타 긴토키가 침대위에서 거칠게 일어났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건가? 잘 보이지 않지만 시선은 분명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날 바라보고 있는 거겠지. 이름을 내뱉자 존재가 더욱 뚜렷해지며 3학년의 사카타 긴토키의 얼굴과 몸체가 정확하게 뇌속에서 형태를 이룬다. 새삼 몸으로 고통이 밀려와 히지카타는 조금 재채기 했다. 어깨를 사로잡는 커다란 손과, 힘줄을 타고 오르는 단단한 팔목. 위에서부터 짓누르는 어깨선을 타고 곧은 목선을 따라 올라가, 은색의 머리칼에 거의 다 가려져버린 얼굴의 형태너머로, 희뿌옇게 뭉쳐있던 천장의 모습.

 

구름색과 섞인 하늘과, 태양색과 섞인 은발이 쉴새없이 검은색 머리칼로 산산조각이 나며 다시금 눈안쪽에 새겨지기를 반복했다. 히지카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쪽에서 고개를 떼내어버리고 말았다.

 


「...사카타 긴토키로군.」

 

「-선생.」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삐-걱.

 

어제와 비슷한 나무바닥의 소리. 한걸음한걸음 상대가 내딛을 때 마다, 점점 가까워오기 시작한다.

 

 

 

 

-

 

 

 

「당신, 정말 긴장감이 없군.」

 

「......」

 

손끝부터 파랗게 질리고 있는 건 긴장때문이 아니면 뭐냐. 그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히지카타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양호실 침대에 올라와 히지카타의 가슴을 누르기를 잠깐, 히지카타가 떠듬거리며 허리를 들어 안경을 집어들자 순간 히지카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히지카타는 고개가 꺽여 더 이상의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쓸 힘도 없었지만) 그틈에 긴토키의 단단해보이는 손바닥과 길게 뻗은 손가락이 히지카타의 바지지퍼를 내리고 그대로 안으로 파고들어서, 히지카타는 뭔가 쉽게 단어를 내뱉기에는 곤란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너무 쉽게, 내 이름 부르지마.」

 

「.....」

 

그럼 뭐라고 부르란 말이야.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안경너머의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구겨진 미간가까이에 긴토키의 은발이 흔들렸다. 히지카타는 아직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있는 긴토키의 손끝에서부터 이어진 팔목이 제목 가까이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긴 남자의 몸의 수족이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고, 애초에 그럴 힘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계속 압박하여 더 이상의 움직임이 곤란해졌다. 히지카타는 입을 다문 긴토키를 바라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긴토키는 그 표정에 피식, 하고 웃으며 히지카타의 바지사이로 파고든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

 

「! 사, 카타 긴토키!」

 


「하하.」

 

갑자기 움직이는 통에 놀라여서 이름을 내뱉는 순간 말을 씹었다. 히지카타는 당황하여 긴토키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의 바지안쪽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파고드는 긴토키의 손목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속옷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오므리는 오른손의 운동에 미간에 줄이 하나 더 생길정도로 인상을 찌푸리던 히지카타는 오른손을 들어 긴토키의 손목을 잡았다. 손목은 히지카타의 손안쪽으로 전부 잡혀들어왔다. 튀어나온 힘줄이 히지카타의 손가락위에서 요동쳤다.

 


「이름 부르지 말라고 두번째로 말하는 거다, 선생.」

 

「-여긴 양호실이다.」

 

「..그리고 어젠 교실이었지.」

 

「...!」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파고든 손이 멈추려 하지 않아. 히지카타는 곤란해하며 고개를 들어 다시 긴토키의 눈을 바라보았다. 신경을 쓴 탓에 눈이 날카로워지자 안경이 압박에 못이기고 미끄러졌다. 긴토키의 눈매 끝이, 밑으로 쏟아진 머리칼에 반쯤 가려졌으나,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비스듬하게 웃고있는 입매와는 다르게, 눈이 화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억은 있나보네. 어제의 일.」

 


「......」

 

기분나빠 하고 있다. 내뱉는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있다. 웃고있는 입꼬리가 거짓말처럼 얼굴에 새겨져있다. 히지카타는 식은땀이 턱을 타고 흘러 목안쪽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사카타 긴토키.

 


왜 네가 화내는 거지.

 

「그런데 참, 쉽게도 내 이름을 불러서 어제의 일은 전부 잊어먹었는 줄 알았어.」

 

「.....사카타,」

 

「벌써 네번째다.」

 

「아-」

 

혹시, 이런 것 선생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

 

「....」

 

- 라고, 말하는 긴토키의 입술이 눈으로 다가온다. 순간 클로즈업 된 것처럼 그부분만 커져서 가와, 히지카타는 놀랐으나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그형태에서 굳었다. 미끄러진 안경의 끝으로, 긴토키의 혀가 다가왔다. 혀의 근육이 안경을 꾹하고 눌러, 안경테가 히지카타의 얼굴을 미세하게 압박했다.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며, 더욱 가까워진 긴토키의 혀넘어로, 그의 속눈썹에 둘러쌓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긴토키의 얼굴만이 히지카타의 시선을 가득 채웠다.

 

머리칼을 움켜쥐고있던 긴토키의 손이 목을 따라 내려와, 안경을 핥던 혀가 순식간에 귀뿌리로 다가와 그아래를 핥는다.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몸을 가늘게 떨었다. 바지속에 파고들어있던 그의 손이 순식간에 브리프의 시작점을 찾아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깜박일 여유조차 찾지 못하고, 긴토키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하지마,」

 

「..열이있군 선생. 내가 어제 그렇게 심하게 했나-」

 

「이봐, ....읏,」

 

그렇게 심했나 수준따위가 아니었잖아. 처음인 히지카타의 닫혀있는 몸을 비집고 들어오는 긴토키의 단단한 육체는 이미 조금 젖어있었다. 뭘 보고 뭘상대로 그렇게 흥분하는 건지 경직된 히지카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허를 찔러 복부를 한 대 맞기도 했거니와 성욕에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은 긴토키를 계속 보고 있는 것도 조금 무서웠음으로 히지카타는 눈을 감는 대신 고개를 조금 들어 하늘을 바라보기로 했었다. 하늘은 파란조각으로 구름에 스며들어 어디까지나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이 흐르는건지 하늘이 흐르는 건지조차 구분이 안되던 순간 긴토키의 젖은 육체가 긴장에 닫혀있던 히지카타의 몸속으로 거칠게 파고들었고, 히지카타는 작은 공간의 자신의 몸속으로 긴토키의 단단한 것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통이 내장을 압박하며 목끝까지 밀려와서 그전까지 느끼고 있던 외부의 아픔따윈 순식간에 전부 우스운 것이 되어버렸다. 긴토키의 거친 숨소리가 코끝에서 흔들리는 순간 히지카타의 눈물이 귓바퀴를 적셨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몸을 속박한 채로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대체-」

 

왜, 라는 단어가. 어제부터 계속 머리를 돌아, 아직도 해답이 나와있지를 않은데.

 

교실바닥위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너의 교복이 나를 감싸고 있을 뿐 너는 없었지. 무거워진 몸이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너의 행동의 이유를 생각했으나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얼굴을 보면 제일 먼저 왜, 냐고 묻기위해 너와 둘이 남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너는 아침부터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수업시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겨우 얼굴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화를 내고 언제 양호선생이 돌아올지도 모르는 이순간 또 사람을 괴롭히고 있어.

 

대체 왜.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이러지 마.」

 

「......」

 

나에게 왜 이러는거고,

 

왜 오히려 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거냔 말이다.

 

「...그런 눈으로 보지마」

 

「......」

 

「사카타 긴토키.」

 

「....」

 

아까부터 계속. 처음부터 계속. -어제부터 계속,

 

그런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왜, 이런거냐고. 그런 짓을 한거냐고. 그런 눈을 하고 있으면서, 대체 왜.

 

왜.

 

「......」

 

「......」

 

「...시끄러워.」

 

「..긴토키.」

 

「이름 부르지 마.」

 

「......」

 

열이 넘친다.

 

고통에 찬 눈으로 주시당하는 게 괴로워 히지카타는 뜬 눈을 다시 감았다.

 

긴토키의 혀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와 셔츠속으로 파묻혔다. 히지카타는 두 손으로 긴토키의 교복을 움켜쥐었다. 땀에 젖은 교복은 히지카타가 만들어낸 주름대로 쉽게 구김이 졌다. 긴토키의 손이 조금씩 움직이자 히지카타의 머릿속이 빙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만들었던 색의 나선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모르겠다.

 

열이 지나쳐서 숨이 거칠어지고 머릿속이 흔들리고 캄캄했다. 히지카타는 희미하게 눈을 떠서, 희미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경이 비뚤어졌는지 상은 더욱 더 눈앞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윽...」

 

「.....」

 

긴토키의 입술이 히지카타의 이미 젖어있던 육체를 닿은순간, 천장은 빛처럼 흩어지며 은색을 쏟아냈다. 히지카타는 멍하니 질척대는 소리를 들으며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어제의 여운으로 몸은 아직 아파왔고 등 어딘가에 붙여둔 반창고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는 감각도 느꼈으나 지금은 두 다리 사이에 미묘한 무거움으로 남아있는 긴토키의 육체가 지그시 누르는 부분외에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웠다. 긴토키의 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열이 지쳤던 히지카타의 육체는 반항을 포기했다. 곧 육체의 고통은 뒷전이 되고 아랫배에서부터 서서히 밀려오는 쾌감이 몸끝의 말초신경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곧 이장소가 어디이건, 자신에게 펠라를 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이건, 그 상대를 향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전부 다 잊어버리고 히지카타는 조금씩 머릿속에서부터 퍼지는 좋은 느낌에 자신을 맡기기 시작했다.

 


왜 안은거지?

 

하늘은 푸르렀다.

 

왜 이름을 부르는 것에 화내는 거야.

 

구름은 높았다.

 

어제의 너의 죄를, 더욱 의식하고 있으라는 뜻인가.

 

바닥은 아팠고, 천장은 좁아보였고, 시야의 대부분에 네가 있었다.

 

...제발,

 

그렇게 괴로워 할거면, 안 , 지말아.

 

안지말아.

 

거칠어진 숨소리가, 여름의 바람에 녹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하고 미미한 자극이 쌓여서, 히지카타는 사방에 가득한 자신의 신음에 둘러쌓여 자극에 허덕였다. 긴토키의 육체는 히지카타의 몸위에서 미묘한 중력을 쏟아붓고 있었고, 긴토키의 손과 입안이 타인의 액으로 젖어들어갈 무렵, 히지카타의 젖은 목소리가 호흡속으로 말려 들려왔다.

 


「...기분좋아.」

 

「......」

 

「사카타 긴토키.」

 

긴토키는 눈을 감았다.

 

순간에, 슬픈눈이 감추어졌다.

 

 

 

 

-

 

 

 

「......」

 

「......」

 

긴 침묵속에서, 히지카타는 허리를 든 채 자신의 더러워진 하복부를 닦아주고 있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아래로 떨어진 입안으로 서슴없이 자신을 머금었던 것에 컬쳐쇼크를 받은 히지카타는 사실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전부 닦아준 후 지퍼를 올려주고 벨트까지 채워주었고, 그뒤에 히지카타의 침실에서 내려와 휴지를 버린 후 수도꼭지를 비틀어 물로 입안을 헹구었다. (양호실에 수도꼭지가 있는 이유는 상처를 씻어내기 위함입니다.)

 


「...선생.」

 

「.....」

 

비뚤어진 안경을 바로쓰다가, 쏟아지는 물줄기 사이로 들리는 긴토키의 목소리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히지카타는 왜, 라고 짧게 대답했다. 흔들리는 뒷모습이 시야에 가득 담겼다. 긴토키는 고개를 숙여 등너머로 흘러보냈고, 물에 떨어지는 손바닥위로 긴토키의 입술에서부터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계속 당신을 안을거다.」

 

「....」

 

「그런식으로- 사람에게 강간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힘들어진 몸 알아서 수습하여 챙기고 학교에도 나왔다가 .. 강간한 놈이 옆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태연하게 선생노릇, 전부 다하다가- 또 당해도 멍하니, 게다가 기분좋다 따위를 말하지 않나-」

 

「...어, 내가 그런 말을 했나..」

 

「....」

 

당황하여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얼굴을 붉히는 히지카타를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긴토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긴토키의 표정에 더욱 곤란해진 히지카타는 저도모르게 헛기침을 하며 안경을 쓸어올렸다. 긴토키는 한숨을 짧게 내뱉으며 입가에 묻은 물을 오른팔목의 옷부분에 닦아냈다. 그 반동에 흔들린 오른손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선생.」

 

「-」

 

「난 계속 당신을 안을거야. 이런식으로, 그다지 반항다운 반항도 하지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안겨준다면, 당신에게도 모랄따윈 없을거라 확신할테니까.」

 

「...난 성도덕같은 게 없는 사람은 아니다.」

 

「....? 그럼 왜-」

 

히지카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조금 빨개져있었던 얼굴을 오른손으로 쓸어내리며,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다시 바라보았다.

 

「난 그냥 네가 괴로워 하는 걸 보고싶지 않을뿐이야.」

 

「......?」

 

「그런 눈으로 계속 날 보고 있어서, 니가 바라는 게 날 안는 거였다면, 적어도 안는 순간에는 그런 눈을 안해야 할 것 아냐. 대체 목적을 이루었으면서도 계속 그런 눈으로 날 볼거라면 내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괴로워하지 않을거란 말이야.」

 

「...뭐?」

 

긴토키는 인상을 찌푸리며 히지카타에게 다가갔다. 히지카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긴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오른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오른손을 잡았고, 젖어있었던 오른손의 물방울이 미끄러져 히지카타의 손바닥에도 닿았다.

 

 

「...그럼 뭐야, 당신이 나에게 순순히 안겼던 이유란- 내가 괴로워하는 눈을 안하게 하는 게 목적.. 이었어?」

 

히지카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토키의 은발이 당황에 흔들렸다.

 

「왜? 왜 그렇게-」

 

「그거야. 넌 내 학생이니까.」

 

「-」

 

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냐, 란 풍으로 내뱉은 히지카타의 말은, 순식간에 긴토키를 지옥까지 번지점프 할 수 있을만한 위력을 가진 말이라서, 심정대로라면 정말로 긴토키는 지옥에 떨어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긴토키는 그대로 무너져내려 침대옆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그 고개는 꺾여 침대위에 걸터지게 되어, 당황한 히지카타는 자신의 손을 흔들어 자신의 손과 겹쳐져있는 긴토키의 손을 흔들어대며 그를 자극했다.

 


「-이봐, 왜그래.」

 

「......」

 

「사카타 긴토키.」

 

긴토키는 눈을 감았다. 오른손은 오른손과 겹쳐졌으나, 그뿐이었다.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지금, 대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나날과 다른 점이 뭐가 있단 말인가.

 

아아.

 

달력상의 여름은 끝자락을 비추고 있는데, 왜 태양은 아직도 바람을 말릴듯 쨍쨍한거지.

 

긴토키는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 done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설날 이벤트로 떡글을 쓸까했는데 음식만드느라 글쓸시간은 없고 ㅎㅎ 해서 옛날에 쓴 야한글을 하나 골라 전체공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트위터에서 리퀘가 들어와서 ㅎㅎㅎ 리퀘받은 그 십구금 글을 전체공개합니다 ㅎㅎ

아니 07년도에 쓴 글이자나...?????????

 

이런 글을 공개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히 뻔뻔한 사람이로군 나새기..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모르겠다 ㅎ

 

역삼젯이네요! 역시 내가 긴히지로 안써본 게 있을리가 없지...(...) ㅇㅊㅂ에 주의해라 세포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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