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3z ver)

 


 수업이 끝나자, 긴파치는 늘 그랬듯이 들고 온 교무일지와 책을 책상의 바닥에 탁탁 내려치며 그것들의 높이를 맞추었다. 물건들을 옆구리에 끼기 전에 그렇게 한 번 정리하는 것이 꼭 그 선생의 습관이었던 것이다. 종이 울리는 동시에 학생들의 대부분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리고 긴파치는 자기가 나가기도 전에 이미 수업부위기가 흐트러진 반에 대해서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학생들은 반장의 구호에 맞춰 차렷 경례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태도로 자유롭게 긴파치에게 인사를 했다. 긴파치는 책을 정리하느라 고개를 아래로 시선은 밑으로 하고 있었지만 학생들이기 자신에게 던지는 말에는 짧게나마 전부 대답해주었다. 그 대답이 끝나고나서야, 긴파치는 고개를 들어 아직 자리에 앉아있을 게 분명한 히지카타를 찾았다. 안경 너머로 눈동자가 빛나지 않기를. 긴파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경고하며 입고있는 흰색 가운의 끝자락을 손으로 한 번 쓸어내렸다. "히지카타." 아이들의 소란이 가득한 교실 안에서도 긴파치의 목소리는 비교적 뚜렷하게 들렸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수업종이 울려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하는 유형의 아이는 아니었다. 그는 큰 볼일이 없는 한 쉬는 시간에도 비교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타입이었다. 누군가가 자기자리로 다가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기꺼이 받아주고, 아무도 다가오는 이가 없다면 그냥 그렇게 혼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쉬는 시간 십분을 보낼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미처 못끝 낸 필기가 있는 것처럼 여전히 펼쳐져 있는 공책 위로 펜을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를 부르는 긴파치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긴파치는 히지카타가 공책에서 눈을 떼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시간의 흐름에서 싹둑 잘라낸 영화필름처럼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반짝반짝 빛나서야 그런 착각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긴파치는 목언저리를 긁적거렸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잠깐 망설였던 것처럼, 목소리가 떨리지 않기를 아주 잠깐 빌었던 것처럼, 너도 혹시 고개를 들기 전에 잠깐 망설였을까, 눈동자가 빛나지 않기를 뭐 그런 것들을 잠깐 빌기도 하였을까. 긴파치는 히지카타가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상태이기를 부디 바랐다. 비록 교실안에서, 완전한 포커페이스의 가면을 쓰고 있는 두사람이지만. "네. 긴파치 선생님."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또한 고요했다.


 "오늘 나눠준 프린트 애들 거 전부 거둬서 있다가 준비실로 가져와."

 "...있다가 언제..."

 "점심시간때라도 괜찮아."

 "...하아... 네."


 긴파치는 히지카타가 느리게 대답하는 것을 끝으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냈다. 눈안쪽이 여전히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를 유지하며 교실밖으로 나가니, 몇몇의 학생이 따라왔다. 별 거 아니다. 총각에 나름 잘생기고 몸이 튼튼한 사카타 긴파치에게 아이돌에게 보이는 태도 비슷한 행동들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적당히 그들의 머릿속에 있을만한 사카타 긴파치를 연기해주는 일은 말이다. 어차피 매년 학생들만 달라질 뿐 사카타 긴파치가 하는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 긴파치인지라 팔에 매달리는 여학생의 손을 빼내고, 자기보다 키가 작은 남학생의 어깨를 얼마만큼의 세기로 내려치고... 뭐 이런 행동은 눈감고도 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복도는 쉬는시간에 교실밖으로 쏟아져나온 학생들로 온통 시끄러웠고 긴파치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묻혔다. 눈 안쪽은 여전히 히지카타 토시로의 반짝거림으로 빛나고 있는데, 겉으로는 이렇게도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하고 있다니. 긴파치는 생각했다. 히지카타, 내가 너에게 눈을 떼는 순간이 조금 아쉬웠듯이, 너도 나의 눈이 떨어져나가는 순간을 조금 아쉬워하면 좋겠다.


 매년 학생들은 바뀌고, 그러나 매년 긴파치가 취할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긴파치는 눈을 감고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알 정도로 오랫동안 학생들의 선생으로써 이 학교에 있어왔다.


 그러나 히지카타 토시로는 모두와는 달랐다. 완전히 달랐다. 그 의미가, 긴파치에게만은, 정말이지 완전히.

 그리고 긴파치는 토시로에게 있어 사카타 긴파치가 꼭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말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십여분이 흐르는 동안, 사카타 긴파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국어준비실의 의자에 앉아 축 늘어져 있었다.

 기다림이란 것은 늘 심장이 너무 좋지 않다.

 노트북을 열 기운조차 없었다.


 점심시간의 종이 울리자마자 국어준비실로 달려와준다면 좋을텐데. 긴파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히지카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석도 점심밥이란 것을 먹어야할테니까... 그럼 적어도 십분. 아니 십오분. 하지만 이미 두근거리며 들뜨는 가슴은 진정을 하지 않았고 긴파치는 십오분동안 기다린다고 말은 했지만 그 기다리는 동안 어떤 다른 것-예를 들어 눈앞에 책상에 놓여져 있는 노트북을 켜 밀린 잡무를 한다던가-은 일체 하지를 못했다. 사랑이란 이렇게도 사람을 한심하게도 만들 수 있는거로군. 꼼짝않고 두근대는 가슴만 끌어안은 채 멍하니 십오분동안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긴파치는 문득 그런 생각을 중얼거렸다. 왜 누군가는 사랑을 하면 나라를 구하는 히어로가 되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면 세계최고가 되는데, 나는 사랑을 하면 할수록 한심해질까. 히지카타 앞에선 심지어 선생도 아니고 그냥 남자인 것도 아닌 엄청 어중간한 채이고... 긴파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림은 정말 못할 짓이었다. 이십분이 흘렀는데에도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히지카타는, 정말 나쁜 녀석이다.


 똑똑. 그제야 준비실 밖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


 아, 정말이지 이제야. 사카타 긴파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앉아있던 의자가 그가 일어나는 반동으로 뒤로 크게 넘어질 뻔 하다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긴파치가 빠르게 준비실을 가로질러 걷는 동안 그 속도때문에 그의 흰색 가운이 한없이 펄럭였다. 긴파치는 준비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어느정도의 기세로 열었느냐면 벌컥이 벌! 컥! 하는 정도의 기세였다. 문을 열자마자 아직 노크하는 손을 그대로 자기 눈위치에 두고 있던 히지카타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 있었다. 그래, 히지카타가 이렇게 굳어버릴 정도로 긴파치의 문을 여는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긴파치는 눈아래의 주름을 찡그리며 히지카타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 서..." 히지카타의 말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그를 준비실 안으로 끌어당기고서, 긴파치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문은 탕 소리를 내며 닫혔다. 물론 그 기세로 말하자면 탕이 아니라 탕! 정도가 될 것이었고.


 "...어..."

 "......"


 히지카타는 당황하며 눈을 깜빡였다. 눈앞이 온통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나서야 그 온통 하얀 것이 다름 아닌 긴파치의  흰색 가운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히지카타의 시야에는 그러니까 전부 긴파치의 흰색가운으로 가득 찰 정도로 긴파치가 무척이나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히지카타는 긴파치와 자신의 거리를 자각하자마자 당황하여 더욱 눈을 깜빡였다. 볼이 화끈거리기 시작해서 저도모르게 콧잔등마저 찡그렸고 말이다. 긴파치는 여전히 낚아챈 히지카타의 손목을 꽈악 잡고 있었고, 그대로 히지카타를 방금 닫은 준비실의 문에 등을 기대게끔 밀고서 그 앞을 자신이 차지하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가 거의 닿을만치로 가까이에 선 채 한 팔로는 준비실의 문을 누르고 있었다. 히지카타가 아직 자각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건 소위 말하는 벽치기 자세와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히지카타가 이자세에 어떤 자각이 있었다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떨어지라고 소리에 소리를 칠 것이었다. 하지만 긴파치는 아직은 도저히 히지카타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긴파치는 휴우, 하고 가느다란 숨을 내쉰 뒤에 그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 손으로 준비실의 문을 잠구었다. 찰칵. 찰칵하고 열쇠를 잠구는 소리에 히지카타는 놀란 듯 또 흠칫 어깨를 좁혔다. 그 파들거리는 감촉이 사랑스러워서 긴파치는 다시 한 번 긴 숨을 내뱉었다. 이 손으로 히지카타의 허리를 끌어안아도 될까? 잠시 망설였지만, 정말 잠시였다. 결국 긴파치는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선... 생님."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히지카타의 목소리에, 몸 속의 어딘가 긁을 수도 없는 부분이 간질거린다. 제길.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긴파치는 이를 꽈악 물었다.


 "...늦어."

 "어..."

 "사람이 기다리는 걸 알고 있으면... 좀 더 빨리 오라고, 이녀석아."

 "...!!"


 내려다보니 히지카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귀끝도 온통 붉고.


 "죄,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기다리시는 줄은 모, 몰랐어요."

 "......"

 "죄송합니다... 그..."

 "....칫."


 제길. 그런 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네.

 조금 부끄러워져서, 긴파치의 얼굴도 살짝 붉어지고 말았다.


 긴파치는 문을 누르고 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여 히지카타의 턱아래를 살짝 감쌌다. 긴파치의 손은 조금 차가웠고, 히지카타의 턱 아래 목에선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히지카타의 체온이 조금 높아져 있었다. 얼굴이 붉어졌으니까 당연한가. 히지카타는 긴파치가 자신의 턱을 감싸쥐고 고개를 들게 하는 것에 당황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긴파치의 시선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후들거렸다. 자신이 싫어서 자신과 눈을 못마주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있는 긴파치는 그저 그런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귀엽고. 애처롭고. 부들거리면 더 이쁘기만 하다고, 요녀석아. 이윽고 히지카타는 질근 눈을 감아버렸다. 긴파치는 질근 감느라 눈아래에 생긴 주름까지 다 귀엽다고 생각하였고.


 히지카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갖다대면서도, 긴파치는 눈을 감지 않았다.

 자신의 키스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후들거리고 있는 히지카타를 계속 바라보고 있고 싶어서였다.


 긴파치가 살포시 겹친 입술위로 히지카타의 부드러운 입술이 감촉이 물컹거렸다. 간지럽군. 긴파치는 좀 더 자신의 입술을 깊게 눌렀다. 히지카타는 입을 꼬옥 다문 채 후들거리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긴파치의 키스에 맞추려 하고 있었다. 긴파치는 후들후들 떨리는 히지카타의 까만 속눈썹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히지카타. 히지카타야. 내 키스에 맞춰주려면 적어도 입술은 좀 벌리라고, 혀도 내밀고... 하지만 아직도 아직도 갈길은 멀기만 해서. 긴파치는 히지카타에게 입을 벌리라고 요구하는 대신에 그 떠느라 좁아진 어깨나 좀 더 꼬옥 끌어안았다. 어쨌든 긴파치는 소년이 자신의 품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 done

 

걍 갑자기 트위터에서 알티이벤트를 했거등요. 그거 당첨되신분의 리퀘로 쓴 짧은 글입니다! 천자내외로 쓴다고 그랬는데 이거 약 천이백자정도가 되었어요~ 유후~

 

긴히지 삼젯으로 벽쿵 주문하셨었는데 벽쿵... 넘 짧다... 아 내가 벽쿵을 잘몰라서... ㅠㅠㅠㅠ 벽쿵부분 넘 짧네요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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