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녀석이 머리를 자르고 등교했다

(3-z ver 히지코 st)

 

 

 

 

 

 

 

 

 

 

 

 

일단,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채로 멍하니 바라보다 눈이라도 마주쳐서 표정을 들키면, 짜증나게 분하니까, 별로 알려주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모른척, 고개를 돌리고 표정을 수습하기 위해서 안면운동을 좀 했다. 바람이 부는쪽으로 얼굴을 돌렸더니 바람이 막 얼굴을 쳐서 따가웠고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휘날려서 오늘도 내 머리는 누군가가 곱슬머리로 태어난 것 자체가 (머리모양의) 실패의 연속이라고 했던 그 말 그대로의 모습이 되었다... 젠장. 앞으로 셋팅연습따위 할바에야 생크림 한접시를 더 떠먹으련다. 젠장. 어쨌든 마음정리를 좀 하고나니 (젠장밖에 연발안했지만) 그럭저럭 평소의 나로 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도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는지 내눈으로 보지않고는 잘 모르겠어서, 지나가는 카구라 어깨에 손을 올리고 - 싫어 이 변태 성희롱으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십만내라 해 - 내 얼굴이 어떠냐고 물었다. - 평소와 다름없는 동태눈깔에 힘도 좆도 없어보이는 얼굴이다 해 - 진짜 고맙다. 진짜 눈물난다. 언제 한 번 진짜 맞장 좀 떠보자 응? 내 주먹이 니 얼굴을 한 방에 깨부셔버리는 날이 어느날 와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마라 알았냐 요녀석아?! - 아직 이 나라 말이 어색해서 그런다 해, 너무 화내지 말고 십만이나 갖고와라 해- 카구라가 언제쯤 되면 맑고 바른 우리나라 말을 사용하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가끔 저것은 전부 다 알고서 일부러 나에게만 저런식으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마 다 기분탓일 거다. ...젠장!

 

 일단,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무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니, 넓은 운동장을 몇바퀴째 뛰고있는 부활동 녀석들 틈으로, 히지카타는 아무 일 없는것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보폭으로 교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저녀석은 보폭이 제법 넓었고, 속도도 빨랐다. 왠만한 남자의 걸음속도와 다르지 않아, 같이 나란히 걸어가는 여자아이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뒷꽁무늬를 따라가는 것이 학교의 진풍경이기도 했다. 부활동을 하던 녀석들 중 몇명, 히지카타를 아는 듯한 녀석들이 고개를 돌리며 히지카타의 뒷모습을 쫓는다. 달리는 발이 꼬이는 녀석도 있다. 그래, 놀랍겠지. 놀라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겠지. 긴 머리칼을 높게 묶고

 

 찰랑이며

 

 서슴없이 어디든 걸어가는 것이 

 또한 학교의 명물이기도 하였다. 

 

 그런 너였던 것이다. 

 

 

 

 

 

 

 

 

 

 - 사카타.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신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허리를 곧게 세운다. 중력에 앞자락이 쏟아지는 스커트와 마찬가지로 아래로 길게 쏟아졌을 너의 머리칼이, 온데간데 없고, 단지 뒤에 남은 몇가닥이 너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교복 스커트가 길게 쏟아져 주름이 한없이 흔들렸고, 너의 동그란 무릎을 감추다가 보이고를 반복했다. 

 

 - 안녕.

 

 마주보며 인사하려했는데 조금 어긋나서, 약간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오늘로써 몇 번째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젠장. 네가 안보고 있을동안 입안에 넣어 씹었던 초 달달한 껌을 입안에서 빙글빙글 굴리다가 곧 얼굴의 반만한 크기로 풍선을 불고는, 천천히 너를 지나쳐 내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벗었다. 너의 시선이 데굴데굴 굴러 나를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왼쪽뺨이 약하게 화끈거릴때쯤, 팡, 하고 풍선이 터져 껌의 잔해가 입술에 붙었다. 

 

 - 그거 무설탕?

 

 - 무설탕껌이 풍선불어지는 거 봤냐.

 

 - 하긴. 아침부터 그런 달달한 거 잘도 씹네.

 

 - 평소와 다르게 생크림을 두스푼 정도 덜 먹어서 약간 금단증세가 오고있거든, 금단증세가 심해지면 긴상은 암스트롱포로 변해 이딴 학교따윈 한 방에 깨부셔버릴지도 모르는 일인지라, - 암스트롱포가 뭔데? - 말 중간에 끊지마라, 그래서 학교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나에게 단 것이 모자르는 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인거지. 여기까지는 이해했지? - 아니 - 그래, 그래서 난 스스로 당분보충 하는 것을 잊지 않아. 내 하루일과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에 속하는 일이지, 그건. 

 

 - 그냥 할복하거나 죽어라.

 

 - 싫어 이 변태 성희롱이야.

 

 - 어디가 어쩌다가 무슨이유로!!!! 할복해라 바보멍청아!!

 

 칫, 하고 깊고깊게 혀를 찬 후에 너는 팩하고 고개를 돌리고 먼저 교실을 향해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빠른 움직임에 넓은 폭의 스커트가 더욱 펄럭였다. 가을의 공기가, 깊게, 검은 스커트를 더욱 진하게 했다. 

 

 

 

 

 

 

 

 

 나는 우리학교의 여학생들의, 교복의, 리본색이 마음에 든다. 진한 감색의, 얇고 도톰하고 가녀리게, 매듭지어지는 리본은 팔랑인다. 

 오늘따라 너의 리본이 더욱 팔랑인다. 선명한 색으로.

 어깨와 가슴을 휘감았던 진한 검은색 머리칼이, 없어서일까.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 두 손을 머리에 얹고 뒤를 졸졸 쫓아가다가, 가을공기에 차갑게 식은 왼손은 너의 드러난 목덜미에 갖다댔다.

 

 - 히이이익-!!

 

 아, 그래. 뭐, 충격은 받았다. 물론 너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충격이다. 네가 아무 상의없이 머리를 짧게 하고 태연히 내앞에서 사카타, 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라는 것또한, 절대로 너에겐 들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충격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도 절대 보여주기 싫고, 내 입이 삐죽삐죽 머리 도로 붙여와라고 소리지르려고 하는 것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 손가락 다섯개를 깊게, 네 머리칼에 깊게, 파묻어

 부드럽게 엉켜오는, 달콤한 향이나는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꾹꾹 누르며

 너를 끌어안는 꿈을

 

 오늘밤부터는 꾸지 못하겠구나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절대절대절대 들키고 싶지 않아.

 

 

 그래도, 뭐. 마음에 안드다는 말은 아니다.

 너의 리본색보다, 더 마음에 든다고 하면 그렇다. 어쨌든간에 그간 못보던 목덜미도, 볼 수 있고.

 

 차가운 손바닥이 닿아 기겁했는지 복도를 올리는 비명을 지르고, 히지카타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쳤다.

 

 - 야 무슨짓이야! 차갑잖아!

 

 - 민감하네, 토시쨩. 남편한데 사랑받겠어 아잉.

 

 - 뭣...! 너 진짜 아침부터 토하게 할래? 얼굴에 뿜을까 어?

 

 - 헐, 아침부터 토하는 아이는 하나도 안섹시하거든요?

 

 - 너따위 앞에선 죽어도 안섹시해도 돼!!

 

 - 그럼 머리는 왜 자른거야? 나보기에 섹시할려고 자른 거 아냐?

 

 - 내가 미쳤냐!! 내가 접시에 코박았냐!!! 내가 시궁창에 빠졌냐 그딴짓하게!!

 

 그냥 걸리적거려서 잘랐을뿐이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다시 한 번 어깨를 매섭게 내려친뒤에 쫓아오지 말라는 오라를 팍팍 내뿜으며 성큼성큼 복도를 요란하게 걸어가는 히지카타를, 뒤에서 바라보며 복도에서 무지하게 시끄럽네, 라고 한 번 중얼거렸지만 이 중얼거림은 아마 히지카타에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눈으로 불을 뿜고 있을 게 분명한 지금은 더 이상 화를 돋구지 않는게 현명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젠장. 정말이지 하나도 귀엽지 않고 조금만큼도 섹시하지 않다. 

 

 그래도, 짧은머리에 손을 파묻는 꿈을, 꿀 것이다.

 오늘밤부터는.

 

 

 

 - 아 그거.. 참... 목덜미 되게 뜨겁네. 깜짝놀라게.

 

 

 

 - 긴쨩. 얼굴표정 진짜 이상하다 해. 시뻘건게 곧 죽을 것 같은데 해? - 카구라가 말을 건넨다. 그래 죽자, 너죽고 나죽자 요녀석아.

 

 

 

 

 

 

 

 

 

 

 

 

 

 

 

 

 

- done

 

+ 이쁜이 히지코는 야츠데님의 걸작. 숏컷 히지코 아름답구나! 예쁘구나! 좋구나. 근데 이거 왜 쓴 날짜 없나노 0ㅅ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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