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귀족 긴토키와 남창히지카타 이야기 5~7

 

 

<헤이안귀족 긴토키와 남창히지카타 이야기 5>

 

 

그리고 십년이 흘렀어.

 

십년 전, 긴토키가 그려놓은 그림대로 모든 것이 흘러갔지. 긴토키는 토시로에게 히지카타라는 성을 만들어주고 그를 자신의 시종으로 삼아 국정에 참가할 때 데리고 다니는 종자로써 함께 성에 출두했어.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시키는 대로 그가 국정에 들어갈 때에 긴토키의 마차밖에 서서 기다렸지. 히지카타가 허리를 곧게세우고 머리카락을 한 번 흔들어도 주변의 마차지기가 모두 히지카타에게 넋을 놓았어. 히지카타는 아름다웠고, 도도했지. 눈길을 슬쩍 주며 무표정하게 바라볼 뿐 미소 한 번 지어주지 않았어. 그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을 본 다른 대신들의 부하들은 모두 대신들에게 히지카타 토시로에 대해 이야기했고 곧 성안에는 사카타 대신의 새로운 종자인 히지카타 토시로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해졌어. 긴토키의 예상대로 흐른거지. 곧 대신들은 앞다투어 긴토키와의 차를 마시는 시간이나 저녁을 먹는 시간을 만들며 히지카타와의 시간을 요구해왔어. 긴토키는 점잔을 빼는 척 하며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대신들의 눈동자를 비웃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했지. 긴토키는 권력있고 권위있는 대신들을 한꺼번에 사카타가로 초대해 그들과의 저녁식사 시간에 잠깐, 히지카타를 선보였어. 히지카타는 모두의 마음을 흔드는 자태로 그들의 빈 잔에 차를 따랐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대신은 히지카타에게 넋을 놓았지. 히지카타의 세련된 태도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않는 아름다운 얼굴과 하얀 피부 칠흑같은 머리칼을 손아귀에 담고싶어서 대신 모두의 몸과 마음이 달아올랐던 거야.

 

그들은 모두 같은 요구를 긴토키에게 했지. 서로가 서로의 욕망을 전부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더 긴토키의 마음에 드는 선물을 준비할까 은근한 신경전까지 벌이게 되었어. 긴토키는 신중하게 사람을 골랐어. 그들이 안겨주는 비싼 선물이나 긴토키의 눈앞에 흔드는 더 높은 관직, 이런 건 긴토키에게 별 매력이 없었지. 긴토키는 그저 성안의 크고작은 알력다툼에 휘말리는 일 없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그래도 무난히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며 얇고 길게 살아가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거든. 그 마음엔 늘 변함이 없었지. 그래서 자신이 누군가의 아래에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오래 갈 수 있도록 어느 진형측이든간에 하여간 약점을 잡고 있는 게 제일 중요했고, 그래서 긴토키는 어느쪽 진형이든 약점을 가지고 있을 게 뻔한 사람을 위주로 고르게 되었지. 말하자면 실세들 말이야. 어느 조직의 실세, 자금줄, 머리를 담당하는 자. 그리고 긴토키는 그들을 차례차례 한사람씩 자기집으로 불러 저녁을 대접하고 술을 대접하고, 많이 취해 밤길에 위험할 수도 있단 핑계를 대며 손님방에 그들을 재웠지. 그리고 그들이 자기 직전에 그들의 베개 아래에 히지카타의 방위치가 적힌 종이를 찔러넣어주었고.

히지카타는 당연히 자지않고 그들의 요바이를 기다렸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운 치장을 한 채로.

 

바로 히지카타 토시로의 남창으로써의 밤이 시작된 거야.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단 한번도 거역하지 않고, 그가 시키는 모든 일을 해냈지. 첫날 밤을 치루고 남자대신이 황홀에 빠진 채 돌아가고 난 후,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방에 들러보았어. 히지카타는 헐벗은 몸 위에 기모노 한 장을 걸친 채로 다소 창백한 채로 앉아 있었지. 긴토키는 저도모르게 물었어. "좋았어?"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바라보며 비틀린 웃음을 지었지. "어땠을 것 같아?" 히지카타는 더는 아무말 하지않았어. 긴토키도 그런 말은 그 뒤 한 번도 하지않았지. 한 번 히지카타와 자고 난 남자들은 결코 히지카타를 잊지 못하고 또다시 그와의 밤을 긴토키에게 요구했어. 그들은 긴토키의 귓가에 대고 쉼없이 히지카타의 매력을 속삭였지. 그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품안에서 어떻게 흐트러졌는지, 히지카타의 내부가 얼마나 뜨겁게 자신을 조여댔는지... 그 색스럽고 음탕한 말에도 긴토키는 눈 한 번 흔들리지 않고 무표정했어. 그리고 히지카타의 표정이 없고 조금 창백해진 얼굴만을 떠올리곤 했지. 몸이 달고 애가 달은 남자들은 긴토키의 집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고, 히지카타 앞에서 바지춤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채 히지카타의 품안에서 자신들의 모든 비밀을 쏟아냈어. 정신을 차렸을 때엔 히지카타에게 그야말로 자신들의 밑천까지 다 까발리고야 말았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히지카타를 찾아오는 일은 멈출 수가 없었어. 그리고 히지카타는 그들이 자신에게 알린 모든 비밀을 긴토키에게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전달했어. 긴토키는 이제 성안의 누가 다음 장군직을 노리는지, 그들이 자금을 어떻게 비밀리에 굴리는지, 그들이 자신의 일파에 반하는 누군가를 모함하기 위해 뒤에서 무슨 술책을 부렸는지 등등의 모든 일을 알게 되었지.

 

이제 긴토키는 성안의 최고의 정보통이 되었어. 하지만 긴토키는 그들의 비밀로 섣불리 다른 쪽에 파거나 함부로 굴리거나 하지 않았어.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이용해 캐낸 모든 비밀을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사용했지. 그것이 현명한 태도인 거야, 긴토키가 그런 태도였기 때문에 긴토키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넘는 무리가 나오지 않았던 거거든. 그것도 다 긴토키의 계산대로였지. 긴토키는 단지 누군가가 자신을 권력을 미끼로 자기진형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거나 자신을 자신의 의지와 반하는 일로 이용하려 할 때 히지카타를 통해 캐낸 비밀 중 하나를 슬쩍 내뱉어 '내가 이런 걸 알고있는데 이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대신 내 자유를 보장해달라'라고 하였어. 효과는 과연 대단했지. 모든 이들은 더 이상 긴토키는 자신에게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어. 그래서 긴토키는 언제나 늘, 십년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본연의 권력을 조금도 훼손당하지 않은 채 변함없는 위치에서 변함없는 권력을 과시하며 변함없는 재력으로 십년동안 사카타가를 지켜냈던 거야.

 

히지카타 토시로는 그 십년간, 표면상으로는 사카타 긴토키의 제1 종자였지만 뒤로는 요시와라의 고급창녀보다 더 일류급의 창남으로 불리었어. 이제 국정에는 히지카타와 자봤던 남자와 여전히 자고 있는 남자, 아직도 자지 못한 남자로 갈리게 되었지. 그리고 급이 나눠졌어, 십년동안 한 번도 히지카타와 자지 못한 남자는 권력도 돈도 없는 떨거지라 은밀히 무시당하게 되었고, 히지카타와 잤지만 그 뒤 다신 히지카타를 만나지 못한 이들 또한 은근히 무시당하게 되었지. 걔들 중에는 긴토키에게 이용당한 자기자신이 부끄럽고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히지카타를 잊지못하고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좋겠다며 히지카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리고 여전히, 히지카타를 안는 남자들도 분명 존재했지.
그들은 끊임없이 히지카타를 원했어.

 

히지카타는 성안의 대부분 안가본 곳이 없게 되었고, 비밀리에 그곳에서 남자들과의 관계를 갖기도 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긴토키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었고, 히지카타는 결코 긴토키가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지. 십년동안 히지카타는, 온갖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하며 온갖 기교를 익혔고 남자들의 무슨 요구든 거부하는 일 없이 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내었어. 히지카타에게 도구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고, 얼굴에 뿌리는 자도 있었고, 묶는 자도 있었고, 두 명의 남자가 동시에 히지카타를 데리고 즐기기도 했지. 히지카타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십년을 긴토키 옆에서 살아냈어.

 

어느날, 긴토키에게 찾아온 어떤 남자는, 벌건 대낮 야외에서 히지카타를 안고 싶어했지.

 

긴토키는 입가에 희미하게 어린 경멸조차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남자의 저질스러운 취향을 히지카타에게 받아들이게 했어. 히지카타는 망설이지 않고 마루위로 올라가, 마루에 앉아 침을 꿀꺽 삼키며 기대에 얼굴이 붉어져 있는 남자의 무릎에 앉아 자신의 속옷을 벗었지. 남자는 자신의 무릎위에서 벌어지는 스트립쇼에 넋을 놓고 있었어. 히지카타는 사내의 무릎위에서 자신의 기모노자락을 들어올렸고 히지카타의 하얀 허벅지가 드러났어. 낮의 강렬한 햇살이 히지카타의 허벅지위에 드리워져 히지카타의 하얀 피부는 더욱 빛이났지. 긴토키는 방안쪽에 앉아 마룻가에서 정사를 벌이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어. 사내의 등이 헐떡이고 있었지. 히지카타의 길게 하얀 손가락은 그런 사내의 등위를 헤엄치고 있었고. 사내는 급하게 히지카타의 허벅지를 잡고 벌려선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어. 사내의 성급한 혀의 움직임에도 히지카타는 한껏 허리를 틀며 만들어진 신음을 흘렸지. 그리고 긴토키는 밝은 햇살아래에서 흥분하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았어.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방안의 어두운 그림자속에 숨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 어쩌면 눈이 마주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히지카타는 더욱 얼굴을 붉혔어. 히지카타는 더욱 색스런 신음을 흘렸지. 사내는 밝은 대낮에 누군가 지나가다 볼지도 모르는 마루같은 곳에서 헐벗고 짐승같이 정사를 벌이고 있다는 상황에 더욱 흥분했는지 침을 질질흘리며 급하게 혀를 놀리며 히지카타를 범했어. 히지카타의 가랑이사이가 뚝뚝 떨어지는 사내의 침으로 더욱 번들거렸고, 히지카타의 색스런 신음에는 점점 뜨거운 호흡이 뒤섞여갔지.

 

그리고 긴토키는 그 모든 게 히지카타의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눈치채고 있었지.

 

히지카타 토시로의 진심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그렇게 십년이 흐른 거였어.

사카타 긴토키에게 그리고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십년이 그렇게,

 

 

 

 

<긴히지 헤이안귀족 긴토키와 남창히지카타 이야기 6>

 

 

 

 

긴토키는 아침부터 술을 마셨어. 왠지 술이 마시고 싶어서. 긴토키는 십년동안 야금야금 쌓아온 은근한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술이 조금씩조금씩 늘어가고 있었지. 그 묵직한 불쾌함의 원인을 긴토키는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쁠까 스스로 의아해할 뿐이었지. 그리고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자고 있는 히지카타의 방으로 향했어. 지난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달라고 한 어떤 대신의 청을 거절했어. 그리고 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마차안에서 자신의 거절이 현명하다고 다시금 되새겼지.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남자라 별로 히지카타와 더 자게 해줄 필요 없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틀린 거였어, 왜냐면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를 요구한 그 대신은 최근 떠오르는 신흥귀족인지라 긴토키에게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남자였거든. 그러니까 지금은 그 남자에게 튕길 때가 아니었던 거야... 하지만 긴토키는 결국 히지카타를 혼자 재웠지. 아무하고도 자지 않도록 하고 혼자서.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었기에 긴토키는 기분이 나빴고, 하지만 결국 히지카타를 혼자 자게 한 것을 스스로 잘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가장 기분나쁜 일이란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어. 자기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말야.

 

그래서 거의 자지 못했지.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뒤척이다, 새벽이 밝자마자 술로 목을 축인 거였어. 그리고 히지카타의 방으로 간거지. 히지카타는 바닥에 요를 깐 채 잠들어 있었어. 히지카타는 고개를 위로 하고 반듯하게 일자의 모양으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고 있었지. 늘 이렇게 조용히 자나. 긴토키는 생각하며 히지카타의 머리가 있는 곳 옆에 앉았어.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오는데에도 깨기는 커녕 잠결에 뒤척이지도 않다니, 얼마나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함께 해왔으면 이럴까? 긴토키는 빈정대며 쿡쿡 웃었어. 그리고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동그란 이마위에 흐트러져 있는 히지카타의 앞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매만졌지.

 

눈꼬리가 가늘고 긴 히지카타의 눈이 서서히 떠지면서, 아직 잠에 취해있던 눈동자가 서서히 흔들렸어. "잘잤어?"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눈치채고 금새 눈을 커다랗게 떴지. 하지만 곧 조금 놀란 듯한 히지카타의 눈동자가 곧 잠잠해져 히지카타는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고?" 긴토키는 피식 웃으며 베개 위에 퍼져 있는 히지카타의 긴 머리채를 잡고 여기 앞머리를 매만지듯 상냥하게 손안에서 굴렸어. "인마, 아침에 눈을 떴으면 아침인사를 제일 먼저 해야지. 긴상 눈 보고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주인님, 부터 먼저 말해라 요녀석아." 히지카타는 누운 채로 피식하고 웃었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지금 왠 헛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어. 곧 히지카타는 자리에서 일어났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움직이는 것 때문에 손에서 스르륵 히지카타의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는 걸 순간 아쉬워했고, 왜 자기가 그따위 것을 아쉬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히지카타는 하얀 속의만을 입은 채였지. 그리고 이불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헝클어진 머리칼을 한쪽 어깨로 내려 정리한 후 머리를 깊게 숙였어. "기침하셨습니까. 주인님."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빈정거림의 수준이 높아진 것에 놀라웠어. 늘 자신과 잠자리를 하고 난 후의 남자들에게 저런식으로 인사했겠지. 그걸 굳이 나한테 보여준 거야. 긴토키는 턱을 괸 채로 한쪽 입꼬리를 올려웃었어. "그래." 그래, 넌 히지카타 토시로. 내가 만든 창남이자 예술품이야. 완성도도 아주 높아. 나의 아름다운 히지카타.

 

 "정말로 이런 새벽에 무슨일인건데. 혹시 지금부터 어떤 분이 찾아오신다고 한다면 바로 채비하겠지만.."
 "아냐. 아무도 없어."
 "정말?"
 "...그래."

 

 "...널 무리하게 만들고싶지 않아. 너무 굴렸다가 망가지게 하긴 싫거든. 이래저래 벌써 십년째라, 나름 애착이 생긴건가봐." 긴토키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히지카타는 잠깐 동요하다 곧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어. "그래." 히지카타는 무뚝뚝하게 그렇게 말했어. 히지카타는 어느새 긴토키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방에 놓여져 있던 자리끼의 잔을 들어 물을 마셨어. 그리고 히지카타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틀어올리는 것을 보고 있었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무방비하게 드러낸 새하얀 목덜미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어. "...보약이라도 지어줄까?" "됐거든." "......" 뭐지? 내가 지금 왜 두근거리는 거지? 설마 내가 지금 욕정한 것인가. 저 히지카타에게. 저 까만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에 두근거리는 것인가. 히지카타의 목덜미는 아주 얇았고, 욕의는 팔랑거렸지. 긴토키는 결국 한 팔을 뻗어 히지카타등의 허리를 움켜잡았어. 히지카타는 깜짝놀라 두 손으로 틀어올리고 있던 머리채를 놓쳤지. 히지카타의 머리채는 긴토키의 얼굴위를 때리며 퍼졌지만 긴토키는 신경쓰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려 이를 드러내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물었어.

 

 "악... ..."

 

히지카타의 얇은 비명이 흘렀지. 긴토키는 이를 세워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깨문 후, 히지카타의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턱에 힘을 주어 더욱 히지카타의 목덜미 깊은 곳까지 자신의 이를 박아넣었어. 아아.. 악.. 하고 히지카타의 신음이 연거푸흘렀고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갸냘픈 어깨가 후들거리는 것을 입술을 통해 느꼈더랬지. 그리고 긴토키는 자신이 박아넣은 치아밖으로 히지카타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릴때까지 그를 물어대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목덜미에서 이를 빼내었을 때엔 이미 히지카타의 목덜미에 긴토키의 잇자국을 따라 몇개의 긴 핏줄기가 생기고 난 뒤였지. 긴토키는 숨을 몰아쉬며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바라보았어. 자신이 깨물어 남긴 자신의 치아의 흔적과, 새빨갛게 물들여진 히지카타의 하얀 피부를 바라보자, 긴토키의 숨은 더 거칠어졌지.

 

 "다리 벌려."
 "......"
 "다리 벌려, 히지카타. ...토시로."

 

 "빨리." 히지카타를 재촉하며 긴토키는 방금 자신이 잇자국을 낸 부위위에 입술을 대고 그곳을 빨아댔어. 긴토키의 입 속으로 히지카타가 흘린 핏방울이 빨려들어갔고 긴토키는 혀끝의 비린맛과 동시에 히지카타의 맨살의 냄새를 느꼈지. 히지카타는 부들부들 떨며 긴토키의 옷깃을 잡고 반대로 잡아끌었어. "싫어." 히지카타는 자신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려 긴토키를 노려보았지. "당신한테는 다신 안기지 않겠다고 십년 전에 말했잖아." 히지카타는 젖은 눈동자에 분노를 담아 그렇게 말했어.

 

 "당신은 나에게 약속했어. 다신 당신에게 안기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말했어."
 "....!"
 "젠장. 나한테서 당장 떨어져. 사카타 긴토키. 아래의 불룩한 사타구니를 내 등에 갖다대지말라고..!"

 

 "...아무한테나 다 안기면서?" 긴토키는 어깨의 둥근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히지카타의 붉은 피를 핥으면서 그렇게 속삭였어. "아무 남자에게나 다 다리를 벌리면서도? 그럼에도 아무래도 나만은 싫다?" "...그래." 히지카타는 속눈썹을 떨며 그렇게 말했지. "흐응..."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놓아주었어.

 

 "그렇게 싫단 말이지?"
 "그래!! 싫어! 절대로 당신한텐 안기고싶지 않아, 이유라면 스스로 잘 알거아냐!"

 

히지카타는 그렇게 외치고 긴토키에게 반쯤 흐트러지다시피한 욕의를 허둥지둥 끌어올렸어. 그리고 긴토키에게 깨물린 어깨를 손으로 누른 채 벌떡 일어나 긴토키를 노려보았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노려보건 말건 히지카타를 가소로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그리고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띈 채로 입술끝에 맺힌 히지카타의 피를 혀를 내밀어 핥았지. "...오늘 내가 할 일이 없다면 씻고 마을 장터에 좀 잠깐 다녀오겠어." "...좋으실대로. 네가 말한대로 오늘 내가 다른 남자를 부를 일은 없거든."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고 방금까지 히지카타가 자고 있었던 그의 이불위에 뒹굴 누워버리고 말았어. 히지카타는 한동안 긴토키를 노려보다가 곧 팩하고 고개를 돌렸어. 어깨는 긴토키가 물린 부위가 계속 따끔거렸고, 히지카타는 계속 화가났지. 그리고 긴토키는 뒤돌아선 히지카타의 뒷통수를 향해 말했어. "그 어깨의 깨문 상처가 사라지기 전까진, 다른 남자와는 안재울 거야. 좋은 휴식시간 보내라고." "...! ..." 히지카타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을 나섰어. 그리고 히지카타는 곧장 욕탕으로 향했지.

 

 

 

히지카타의 방에 남아 히지카타의 이불위에 누워있던 긴토키는, 잠시 동안 멀어져가는 히지카타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다가 곧 완전히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쯔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어. "...죽어도 싫단 말이지?" 다른 남자 다 괜찮아도, 나만은. "하하..." 긴토키는 실없는 웃음소리를 잠깐 내뱉었다가 곧 멈추었어. 이불에는 히지카타의 냄새가 났어. 히지카타가 늘 지니고 다니는 향낭의 냄새가, 히지카타의 피부에 배인 탓인지 그의 이불에도 그것과 같은 냄새가 났지. 긴토키는 숨을 내쉬었어. 히지카타. 내가 깨문 상처가 사라지기 전까진, 너는 다른 남자와는 자선 안 돼. 하지만 내가 왜 그러는 지 모르겠어. 어째서 너에게 거절당한 게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건지 모르겠어...

 

 "...상처치료도 제대로 해야 해. 토시로..."

 

긴토키는 그렇게 중얼였고,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고야 말았어. 일찍 일어났고, 술을 마셨고, 왠지모르게 지쳐버리고 말았고. 긴토키는 자신이 히지카타에게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 그리고 자신이 히지카타에게 그간의 모든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긴히지 헤이안귀족 긴토키와 남창히지카타 이야기 7>

 

 

 


 히지카타는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정도로 칭칭 얼굴을 천으로 감은 채 대문을 나섰어. 마치 계집과도 같이 자신을 감추는 그 모습에 대문의 문지기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히지카타는 혼자 외출할 때마다 늘 그런식이어서 딱히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았지. 그들은 히지카타의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었고 꼭 한번쯤 히지카타와 자고싶어 어느정도는 안달이 나있기도 했지만, 히지카타를 섣불리 건드렸다 걸리면 사카타 주인님한테서 목이 날아갈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의 어깨조차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어. 십년동안, 실제로 있었어. 안들키면 되겠지 하고 히지카타에게 손을 뻗었다가 사카타에게 걸려 그자리에서 목이 날아갔던 하인이. 히지카타는 자기 위를 덮쳐누른 사내의 몸을 필사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고 바로 그순간을 목격한 사카타 긴토키는 정원에 있던 긴 나무봉을 집어들어 바로 하인의 배를 꿰뚫었었지. 히지카타의 몸위로 사내의 피가 주르륵 떨어졌고 긴토키는 봉끝을 꾸욱 누른 채로, "니가 유혹했어?"라고 히지카타에게 물었더랬어. 몰려온 하인들은 그장면을 보고 긴토키가 하는 말을 전부 다 들으면서 숨을 죽였지. 오금이 저린 채로. 히지카타는 뚝뚝 떨어지는 핏줄기를 망연하게 쳐다보다가 곧 눈을 부릅뜨고 긴토키를 노려보았어. "어땠을 것 같아?" 히지카타의 그 한마디에 서슬퍼런 긴토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어. "그럴 리가 없겠지, 물론." 그리고 긴토키는 사내의 시체를 옆으로 치우고 피에 젖은 히지카타를 번쩍 안아들었어. 히지카타는 마치 솜털처럼 긴토키의 두 팔에 안겼지.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든 채 방안으로 걸어들어가며 마당에 모인 하인들에게 흘려보내는 말투로 경고했어. "한 번 더 이런일이 생기면, 너희들을 다 죽여주마." 마당은 한동안 조용했고, 긴토키가 걸어가는 길마다 시커먼 피의 흔적이 이어졌지. 그 일이 있은 뒤로, 사카타가의 하인들은 아무도 히지카타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더랬어.

 

 그 일은 히지카타에게 약간의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잘된일이었지. 히지카타가 혼자 대문을 나서도 터치하는 하인도 없고, 경호등을 이유로 따라나오는 하인들도 하나 없었으니까. 히지카타는 얼굴에 뒤집어쓴 옷을 더욱 앞으로 잡아당기며 장터를 빠른걸음으로 달렸어. 사람들을 헤치고 다리도 몇 개 지나고, 길을 뛰다시피 하고 좁은 골목과 골목을 지나, 하여간 엄청 깊고 멀고 어둡고 더러운 어느집에 도착한 히지카타는,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조심히 집안으로 들어갔어. "왔는가." 집안에는 다 늙은 장님이 낡아빠진 타다미 위에 앉아 있었지. 히지카타는 신을 벗고 타다미 위로 올라가려고 했어. 장님은 보이지 않아도 기척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지. 머리가 없고 눈썹이 하얗게 쇤 장님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어. "벗지 않아도 돼. 발바닥이 새까매질 거야. 돌아가서 버선이 검은 걸 무슨 핑계를 대려고?" "......" 히지카타는 남의 집을 신발채로 올라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신을 신은 그대로 타다미위로 올라갔어. 장님은 오른손을 히지카타를 향해 펼쳤어. "오는 것이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 명줄을 재촉해서 어쩌자구." "...일이 많았습니다." 히지카타는 어설피 웃으며 얼굴을 가리는 옷사이로 왼손을 뻗었어. 장님은 히지카타의 손목을 잡고, 그의 맥박뛰는 소리를 들었어.

 

 장님은 숨겨진 명인으로, 의사였어. 침술의 대가이기도 했지. (물론 장님이기 때문에 의사면허가 정식허가되지않아 뒷거래 전문의가 되어버린.)

 

 히지카타는 2년전부터 비밀리에 이 알려지지않은 장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었어. 히지카타는, 종종 가슴이 먹먹하게 아프고 토할 것 같이 되어버릴때마다 조금씩 의구심을 품으며, 아무에게도 들키지않고 자신의 비밀을 보장해줄 의사를 찾고 있었지. 그리고 드디어 각혈이 멈추지 않게 될때쯔음, 이 의사를 찾아오게 되었어. 그의 진단은, 참담했지. 히지카타는 매일 살아갈때마다 매일 자신의 수명이 깎이는 것이다란 게 어떤 것인지를 자각하며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어. 한참 히지카타의 맥을 듣던 장님의사는 쯧쯧하고 혀를 찼어. "엉망이네, 엉망이야. 고단새 더 엉망이 됐어. 내가 준 약은?" "다먹었어요. 더 지어주세요." 히지카타를 팔을 다시 옷속으로 넣었지. 의사는 고개를 내저었어. "더는 그 약도 소용없을 거야." 더는 그 약도 소용이 없다고. 히지카타는 의사가 지어준 약을 몰래몰래 먹으면 몇년동안 각혈을 하지 않을 수 있었지. 히지카타는 웃었어. "그럼 이제 드디어 끝이네요." 히지카타는 중얼였어.

 

 그럼, 이제 드디어 끝이로군.


 끝.

 

 히지카타는 자신의 끝을 생각했어. 캄캄함 밤과 같은, 반대쪽으로 뚫린 구멍과 같은, 토해낸 피색과도 같은. 히지카타는 웃었어. 자신이 그것만을 기다려왔는지 아니면 그것에서부터 한없이 도망치고 싶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지. 하지만 히지카타는 기꺼이 찾아온 자신의 끝을 반갑게 맞아들였어. 히지카타는 웃으며 생각했어. 하지만, 나 힘냈어. 어떻게든 그 날이 오지않게 하기 위해 약도 먹고, 의사도 찾아오고 침도 맞으면서. 나 저항했어, 나 최선을 다한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괜찮은거지? 이제 놓아버려도 되는거지?

 

 장님의사의 집을 몰래나서며, 히지카타는 단 하나만을 걱정했어.

 

"저기, 누가 내 피를 먹은 사람이 있는데. 옮는 거 아니겠죠?"
 "음? 누가 그런 걸 먹어?"
 "있어. 그런 놈이."

 

 이상한 놈. 어이없는 놈. 한심한 놈.

...멍청한 천연파마.

 

 "얼마나 먹었는데?"
 "조금, 소량. 거의 이만큼밖에는 안 되는데."
 "그정도야 뭐.. 별 탈 있겠냐만, 더는 이상한 짓 하지 못하게 해."
 "알았어요. 나도 바보가 아니니까 더는 피빨리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아니고, 너. 너 말이다 이 멍청한 녀석아. 니가 지금 누구 다른 녀석 걱정할때냐 이녀석아. 너 오늘 내일 하는 놈이야 알아?"

 

 알아. 알죠. 왜 그걸 모를까봐. "너 지금 면역도 거의 안되는 몸으로 상처가 자꾸 나면, 그 상처가 옳게 아물줄 알아?" 그리고 의사는 히지카타를 타박했어. 작은 생채기도 제대로 낫지않을테니 한 번 찢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될 거라고. 곪거나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가 붙어도 조금만 탈이나도 그부분이 자꾸자꾸 찢어져 도로 피가 쏟아질 거라고. 히지카타는 의사의 말에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제 목덜미를 감쌌어. 다행히 옷깃으로 가려지는 부위, 여전히 손이 닿을때마다 희미하게 욱씬대는. 히지카타는 피식하고 소리내어 웃었어. 망할놈. 마지막까지, 나에게 흔적을 남기는구나.

 

 

 너뿐이다. 이렇게까지 나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놈은.
 이세상에, 오직 너.

 

 

 

 

 


 히지카타는 두어시간 뒤에 다시 사카타의 집으로 도착했어. 너무 늦은 건 아니었지. 늘 무슨 볼일이 있다고 말하고 나가면 이정도의 시간에 도착했거든. 히지카타는 아무에게도 의심받지않게 행동하는데에 익숙해진 거야. 뭐니뭐니해도 십년이나 지났으니까. 하지만 십년이나 지나서, 히지카타도 조금 방심하고 있었던 거였지. 누군가가 히지카타의 뒤를 미행하고 있었거든. 그는 야마자키 사가루라는, 평범한 중산층 집안의 자제로 열심히 공부해서 장원에 급제하여 성의 출입이 가능해진 아주아주 말단의 평범한 문인 중 하나였지. (음 뭐로할까... 장서보관실의 문관??몰라 그런 건 상관없자나..<야) 그는 히지카타에게 첫눈에 반했어. 성에 출입하는 사람치고 히지카타 토시로가 어떤 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 물론 야마자키도 그에대해 잘 알고 있었고. 하지만, 야마자키는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고, 그저 히지카타가 아름다워서. 히지카타를 향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어서. 야마자키는 늘 성에 가끔씩 출입하는 히지카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지. 그러다 몇달 전 겨울꽃이 피었을 때, 야마자키는 부들부들 떨며 꽃가지를 꺾어 히지카타에게 건네주었어. 히지카타는 꽃가지를 꺾어 건네는 것이 귀족들 사이의 세련된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저 야마자키의 빨갛게 된 손끝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보였지. "아름답지만, 이런 건 사내인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건 아닌 것 같군요." 히지카타는 에둘러서 거절하였어. 그또한 세련된 사랑을 거절하는 방법이었지만, 야마자키도 물론 히지카타의 거절을 알아들었지만, 그래도 야마자키는 포기하지 않았지. 야마자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뭔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히지카타의 발치에 자신이 꺾은 붉은 꽃가지를 내려놓고 그가지끝에 입을 맞추고선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리고 무릎에 흙이 묻은 그대로 새빨개진 채 도망쳐버렸지. 히지카타는 정말이지 웃을 수 밖에 없었고.

 

 히지카타는 그 뒤로, 야마자키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물론 그뒤에도 두사람 사이에 어떠한 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히지카타는 그래도 야마자키가 지날때마다 슬쩍 웃음지어보였지. 야마자키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그러던 어느날, 즉 오늘. 야마자키는 비번이었고 동생들 경단이라도 사다주려고 장터를 서성이다가,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비싼 천을 나부끼며 바삐 달려가는 히지카타를 보게 되었지. 그렇게 전부 다 가린 모습이 정말 히지카타인걸까 처음엔 야마자키도 긴가민가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의 뒤를 쫓고 있었어. 야마자키는 문관이지만 무관이었던 아버지에게서 무술을 배워 발걸음을 거의 내지않고 사람을 뒤쫓는 방법을 잘알고 있었지. 그리고, 야마자키는 의사와 히지카타의 대화를 전부 다 들어버리고 만 거야.

 

 야마자키의 두눈은 눈물로 온통 짓물려진 상태였지.

 

 야마자키는 사카타의 대문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천천히 들어내는 히지카타의 등뒤에서 그를 불렀어.

 

 "히, 히지카타님!"

 

 히지카타는 깜짝놀라 고개를 돌렸지. "...!" 히지카타는 야마자키를 바로 알아보았어. 하지만 그의 두눈이 퉁퉁 부어있는 이유를, 뺨에 눈물이 눌러붙어있는 이유는 알지 못했지.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의 놀란 얼굴을 보고 그제야 자신의 얼굴이 엉망인 것을 깨닫고 허둥지둥 손바닥으로 마른 세수를 했어. "아, 미, 미안합니다. 이런 엉망인 꼴을 보여서. 저, 저기, 저 야마자키 사가루입니다. 저기, 전번에 한 번..." 히지카타는 서둘러 웃음짓는 얼굴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어. 겨울에 꽃을 선물받은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한적이 없으니까, 그 화제는 곤란한 거였어. "아니, 기억합니다. 야마자키님.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 깜짝놀란 것 뿐입니다." 야마자키는 서둘러 얼굴을 수습하고 환하게 웃었어. 눈물자국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눈가는 붉었지. "저, 저도 사카타공의 집은 처음봅니다. 소문만큼이나 크고 아름다운 대문이로군요."

 

"그, 그리고 쉬는날에 히지카타님을 만나서 너무 기쁘구요. ...저기, 그러니까."
 "......"
 "저기, 그러니까, 예. 너무 기뻐서, 너무 기뻐서 저도모르게 히지카타님을 불러버리고 말았네요."
 "......"
 "무례함을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가능하시면, 잠깐 시간을 내주시면..."

 

 사카타가의 대문앞에 서 있는 문지기들은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야마자키를 바라보며 히지카타에게 다가갔지. 그들은 히지카타에게 낯선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하고 있었어. 마치 야마자키를 위협하는 듯 그를 노려보는 문지기들에게 히지카타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들을 말렸지. "그만둬. 성에 출입하는 관리나리야." "사카타 주인님이 없을 때 모르는 남자와 이야기하면 안 돼. 토시로." 문지기 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어. 히지카타는 고개를 끄덕였지. "나는 아는 사람이야. 긴토키도 알 거야. 긴토키는 성안 관리 중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

 

 "...나중에 주인님한테 다 보고할거다."
 "물론 그렇게 해. 당연한 걸 뭘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해."

 

 "별 것도 아닌데 난리야." 히지카타는 문지기에게 일부러 그렇게 쏘아붙이고 생긋 웃는 얼굴을 야마자키에게 보여주었고,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의 그 웃음에 저도모르게 이끌리듯 웃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저... 저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히지카타는 웃으며 야마자키에게 그만 사과하라고 했어.

 

 "하지만 지금 시간을 내는 건 어렵겠습니다. 야마자키님."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저기 그럼, 제가 나중에 편지를 보내도...?"
 "편지..."

 

 물론 히지카타에게 오는 편지는 전부 긴토키가 먼저 읽지. 그걸 문지기가 있는 장소에서, 야마자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히지카타는 야마자키가 자신에게 완전히 반했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었어, 그는 얌전하고 순진해보였지. 히지카타는 순진한 그가 쓴 순수한 편지가 긴토키의 한낱 조롱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어.

 

 "아뇨. 편지 보내지 마십시오."
 "......"
 "......"
 
 

"...네." 그리고 야마자키가 마지못해 그렇게 대답한것을 들으며, 히지카타는 돌아섰어. 등뒤로 야마자키의 시선이 느껴졌어. 어째설까, 저렇게 퉁퉁부은 얼굴로. 무슨일때문에 울었던걸까. 히지카타는 잠깐 궁금해하며 슬쩍 뒤를 돌아볼까했지만, 수상하게 바라보는 문지기들 때문에 그것조차 여의치못한 것 같아 그냥 사카타가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마당에 선 채 한동안 대문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 사내가 그렇게 울고 난 뒤의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일지도. 히지카타는 희미하게 웃었어. 사카타 긴토키, 그의 울고 난 뒤의 얼굴은 어떨까. 한 번 보고싶다. 그리고 곧 히지카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 무슨 일을 해도 무슨 생각을 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전부 사카타 긴토키로 이어져버리고 마는 자기자신이, 참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히지카타는 머리에 뒤집어쓴 옷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방을 찾아 걸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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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 컨티뉴~ 금방 끝낼랬는데 길어지기는..

써둔거 있었는데 깜빡했습니다 ㅠㅠㅠ 지송 ㅠㅠ 이번주안에 끝내보는걸로...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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