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my Valentine

(킨토키x히지카타. 금혼 호스트ver입니당.)

 



 "너 내 어디가 좋아?"

 "......"


 히지카타가 킨토키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히지카타는 완전히 '뺏겼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머릿속에 '선수를 빼앗겼어'라는 생각이 떠오른 바로 그순간에야 자신이 그동안 킨토키의 고백을 그다지 믿지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네가 나를 좋아하다니,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게 어딨겠어. 히지카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꼬옥 다물었다. 너 내 어디가 좋아? 라고 불쑥 내뱉은 킨토키는 자신이 내뱉은 질문에 머릿속이 가득해 히지카타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가고 있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다.


 "......"


 그런데 이거 지금 이 상황에 물을만한 일인가?


 히지카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얼굴의 킨토키의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슬쩍 아래로 내려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지금 이 상황이란, '가슴이 다 보일정도로 셔츠를 위로 올리고 있는'것을 말하는 거였다.


 문득 깨달은 자신의 진심도 진심이었지만, 하여간 이런 상황에 저딴 질문이나 해대는 사카타 킨토키에게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히지카타는 결국 손을 뻗어 자기 위에 올라타 있는 킨토키의 어깨를 밀어붙이고야 말았다. 아직 반쯤은 잠에 빠져 있던 히지카타의 위에 멋대로 올라와 셔츠안쪽으로 손을 더듬으며 목언저리까지 셔츠자락을 올리기에 거절해도 강경하게 밀어붙일 줄 알았더니, 킨토키는 히지카타의 거절에 의외로 순순히 떨어져나갔다. 진심으로 덮칠 생각은 아니었다는건가? 그럼 처음부터 멋대로 위에 올라타질 말던가... 히지카타는 괜히 신경질이 배가 되어 미간이 더욱 찌푸려지고 말았다. 킨토키는 히지카타가 밀어붙이는 대로 순순히 옆으로 물러나 침대위에서 그 화려한 금발의 곱슬머리를 긁적이며 히지카타를 보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듯히 소극적인 태도의 킨토키를 흘겨보며 어깨위까지 올라간 자신의 셔츠를 내렸다.


 "저기, 아직 대답안했거든요? 히지카타씨."

 "......"


 자신을 무시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는 히지카타의 등을 바라보며, 킨토키가 다시 한 번 말했다. 히지카타는 냉장고 안에서 500미리짜리 생수병을 하나 꺼내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시면서 고개를 돌려 킨토키를 바라보았다. 킨토키는 아랫입술을 쭈욱 내밀고 있는 것이 퍽이나 불퉁한 표정이었고, 히지카타는 금방이라도 툴툴거릴 듯한 킨토키의 그 쭈욱 내밀어진 입술을 상상속에서 마음껏 잡아당기며 괴로워하는 킨토키를 향해 속으로 킥킥거렸다. 마악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듯 킨토키는 여전히 화려한 양복차림이었고, 몸에는 술과 함께 진한 향수냄새가 나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이제 자신의 침대이불에서 그의 향수냄새가 나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익숙해진 자신에게 넌더리가 나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퇴근하고 나서 내집으로 오는 거 이제 그만둬줄래?'라고 그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킨토키에게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히지카타는, 사실은 이제 사카타 킨토키를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가 퇴근시간이 지난뒤에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느 날 그의 새벽귀가가 평소보다 훨씬 늦었을 때에는 어떤 여성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그녀와 애프터라도 간 게 아닐까 싶어 그가 돌아올 때까지 뜬 눈으로 내내 그의 귀가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그 날 킨토키가 늦은 것은 사카타 킨토키의 시중을 즐기러 온 어떤 손님여성과 함께 2차를 뛰러 호텔로 갔기 때문에 아니라, 손님 몇명이 난장판을 저지른 테이블 몇 개를 같이 정리해주고 오느라 늦은 거였고 말이다.)


 히지카타는 언제나 그의 귀가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침대에 누워 잠이 들지만 사실 그것은 히지카타가 능숙하게 잠들어 있는 척을 하는 것일 뿐이고, 킨토키가 새벽귀가로 조용히 돌아와 되도록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걸어다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샤워를 끝마친 그가 아직 촉촉한 감이 남아있는 몸을 하고 히지카타를 이불 째 꼬옥 끌어안으며 잠드는 그때에야 겨우 한숨을 내쉬며 조각만한 잠을 다시 청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킨토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킨토키의 귀가가 평소보다 늦어지는 밤이면 어떤 아름다운 여성의 머리칼에 자신의 손을 휘감고있는 사카타 킨토키를 상상하곤한다는 사실도 그때마다 심장은 끊어질 것처럼 쿵쿵 울리고 입술은 바짝바짝 마른다는 사실도 결코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자신이 바텐더 일을 그만둔 진짜 이유도 킨토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채였다. 히지카타는 원래 킨토키가 넘버원 호스트로 일하고있는 가부키쵸 클럽의 바텐더를 하고 있었지만, 그 일을 그만두고 낮의 카페에 취직을 했다. 밤의 바텐더보다 낮의 종업원이 훨씬 페이가 적었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더 이상, 킨토키가 일로라도 여성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혼자로 지내기 길어지는 밤마다 여성과 어깨동무를 하는 사카타 킨토키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영혼이 축나고 말아서, 히지카타는 도저히 일하는 내내 여성과 시시덕대는 킨토키를 지켜봐줄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히지카타 토시로가 사실은 이렇게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사카타 킨토키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자신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물병을 식탁위에 올리며 킨토키를 흘겨보았다. 킨토키는 여전히 아랫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가만히 자신의 입술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히지카타는 평소와 다름없이 이야기 할 생각이었지만, 방금까지 떠올린 것들 때문에 자기도모르게 평소보다 더 퉁명한 목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킨토키는 머리를 긁적이던 것을 멈추고 짧은 한숨을 흘렸다. "그야 토시로군한테서 사랑이 안느껴지니까 그렇지." "......" 그거야 그럴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히지카타는 정말이지 필사적으로 킨토키에게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있었다. 사실은 매일밤 너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네가 여자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질투가 나서 가슴이 지끈거린다는 것도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늘 그렇게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으니까, 당연히 제대로 된 사랑을 느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왜 자신이 그동안 그렇게 필사적이 되었는지 방금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킨토키. 난 너의 마음을 믿지 못하고 있었어. 너의 고백을 너의 사랑을 믿지 않고 있었어. 그동안, 그렇게도, 널 믿지 못하겠어서... 너에게 내 본심을 드러낼 수가 없었던 거야. 난 자존심의 괴물이야.


 킨토키는 어느덧 미간을 찌푸린 채 히지카타를 보고 있었다. 그 잘생긴 얼굴이 파르스름한 새벽빛에 녹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뺨에 닿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마다 히지카타는 피부 위가 묘하게 따끔거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피하고 싶지 않아서, 히지카타는 애써 킨토키를 바라보는 눈에 힘을 주었다.


 "너, 갑자기 클럽 그만둔 이유도 킨상한테 제대로 말안해줬잖아. 나 그거에도 아직 삐져 있는 상태거든."

 "......"


 그건 그러니까, 너에게 네가 더 이상 여자 상대하는 걸 보고 있을 수가 없으니까 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런거야. 그걸 말할 수가 없는건 너의 마음을 믿지 못해서이고, ...그래서 나는 내 마음도 드러낼 수가 없는거지. 네가 사실은 장난이었는데 나만 진심이 되어버렸다면 그것보다 억울한 게 없을테니까, 너에게 졌다는 말은 절대 하고싶지 않아서, 나의 멍청한 자존심이 너에게 지는 것만은 절대 참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히지카타 토시로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이렇게도 자신이 멍청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말했잖아. 아침일이 하고싶어졌다고. 낮밤 바뀌는 것도 지쳐서."

 "나도 말했었지만, 그건 아무리 들어봐도 거짓말처럼 들리거든. 진심을 숨기기 위한 변명이라면 좀 더 그럴싸한 걸 준비했어야지, 요녀석아."

 "......"

 "......"


 그리고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었고, 한동안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이 킨토키는 못내 미웠다. 그것이 히지카타 토시로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젠장. 사카타 킨토키가 입속으로 아주 조그마한 욕을 중얼거리고서는, 그대로 침대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뭐, 스페어키는 아직 내손안에 있으니까 괜찮지만..." 그리고 주먹속에 쥔 채인 스페어키를 더욱 꼬옥 쥐고는 무슨일이 있어도 놓지않을 것처럼 주먹을 품 속에 숨기는 것이었다. "......" 그모습을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문득 히지카타는 자신이 일을 그만둔 날을 떠올렸다. 킨토키에게 말하지도 않고 클럽에 개인짐을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달려서 쫓아온 킨토키는 사나운 얼굴을 하고 제대로 숨도 고르지 않은 채 히지카타를 닦달했다. 어떻게 자신에게 아무말도 안하고 그만둘 수 있으냐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런 킨토키가 무척이나 필사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히지카타는 그의 노여움이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집으로 오면 만날 수 있잖아, 하고 그에게 스페어키를 넘긴 것은 물론 히지카타 본인이었다. 그러니까, 킨토키가 퇴근 후 자기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히지카타의 집으로 귀가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날 부터였다. 히지카타는 문득 가슴이 죄여왔다. 그러니까 나는, 사실은 일을 그만둔 그 날부터 저 사카타 킨토키를 시험하고 있었던 건가? 사카타 킨토키가 과연 저 스페어키를 사용해서 나를 찾아올 것인가 말것인가, 사용한다면 언제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인가, 그런 걸 가늠하려고 하고 있었던건가?


 그의 마음을, 그의 진심을, 이렇게 처음부터 시험하고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난 정말 나쁜 놈이잖아.


 "......"


 히지카타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더 이상 아무런 대화도 이어지지 않는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히지카타는 킨토키의 눈이 깜빡이기를 반복하다가 곧 완전히 감겨지는 것을 보았다. 침대 위에 누운 채로 히지카타를 닦달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대로 잠에 빠진 그. 그러고보면 샤워를 하지도 않고 히지카타의 침대위에 올라오는 사카타 킨토키는 아주 드문일이었다. 스페어키를 뺏길세라 그렇게 꽈악 쥐고 있는 것도 처음보는 경우였다. 히지카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이 모든 시험에 자신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킨토키는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으리라, 어쩌면 그것에 지친 것은 아닐까? 오늘 이런 모습을 보일정도로... 히지카타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서 사카타 킨토키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둘이 섹스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에는 먼저 킨토키의 가벼운 접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어쩌면 그 가벼운 접근에 의한 인상이 너무 커서일지도 몰랐다. 히지카타는 일부러 출근시간보다도 더 빨리 나와 (자신이 일하는 카페와는 달리) 24시간 내내 열려 있는 아무 가게에 들어가서는 커피를 하나 시켜놓고 골몰히 생각에 잠기었다. 출근시간보다 더 빨리 나온 것은 그런 탓이었다, 잠이 든 킨토키를 깨우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출근 시간 전 남은 시간동안 내내 잠들어 있는 킨토키의 얼굴이나 보고 있을까봐 살짝 자신에게 질렸기도 했기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집을 나서나 말거나 어쨌든 하는거라곤 사카타 킨토키에 대한 생각밖에는 없으니, 그대로 집에 남아 잠든 킨토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어도 결국 지금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째서 나는 너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바텐더 일이라고는 하지만 히지카타는 초보로, 처음 취직했을 때에는 술을 만드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바텐더를 스승으로 삼고 일을 배워야했고 술을 만들지 못하는 시간동안은 주로 청소나 설거지같은 허드렛일을 했다. 밤의 클럽인만큼 여러가지로 험하고 궂은일의 연속이었지만 그만큼 두둑하게 받았기 때문에-아, 카구라 여왕의 카부키쵸 클럽은 양심업소였던 것이다, 밤의 업소중에서도 특히 드물게도-히지카타는 여러가지 험한 일을 감내해낼 수 있었다. 그래도 어느날의 변기 속에 제대로 골인(...)하지 못한 토사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아무리 히지카타라도 당장 이런 일 때려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변기청소를 하는 내내 지면으로는 옮기기도 힘든 욕설을 큰소리로 내뱉기를 반복했다. 겨우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한쪽 벽에 기대어 땀범벅이 된 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으려니, 마악 히지카타가 깨끗하게 만든 화장실 안으로 금발의 화려한 미남이 들어왔고, 그것이 다름 아닌 사카타 킨토키였다. 그는 눈꼬리를 가느다랗게 하고 땀과 더러움으로 엉망이 된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밖의 복도에까지 엄청난 욕설이 다 들렸다고, 대체 누가 어떤 얼굴로 그런 욕설을 삼십분이나 계속 해댈 수 있는지 궁금해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도저히 못참고 들어와봤다고, 히지카타가 청소전에 화장실 문고리에 걸어놓은 청소중 팻말을 한손에 들고 빙빙 돌리면서 그렇게 말하던 그가, 다름 아닌 사카타 킨토키였다.


 그 뒤 한동안 화장실 청소를 해야했던 히지카타 토시로가 청소중이라는 팻말을 문고리에 걸어두면,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족족 그 팻말을 한손에 들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사카타 킨토키가 화장실로 들어왔다. 청소를 하는 히지카타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댈 뿐인 그는 히지카타의 방해가 되지도 히지카타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는 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었다. 히지카타는 그가 이 클럽의 간판 호스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의도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괜히 얽히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그를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었다. 청소 도중 간간히 말을 걸면 간간히 대답해주고, 그가 건네주는 담배를 받아피우기도 하고 때로 히지카타가 한 대 그에게 주기도 하면서, ...그리고 히지카타가 대체 언제부터 사카타 킨토키와의 거리가 이렇게 줄어들었지? 라고 자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버려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히지카타는 청소를 끝낸 자신의 허리를 두 손으로 끌어안고 깊게 키스를 하는 사카타 킨토키의 아랫입술이나 물어뜯고 있어야 했다.


 자신이 한참을 물어뜯어도 입술을 떼질 않더니, 시간이 흘러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지으며 입술을 떼낸 킨토키의 아랫입술이 너덜너덜해져선 피가 멍울져있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히지카타는 어쨌든 이 모든 급작스러움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킨토키의 키스에 그의 아랫입술을 물어뜯기는 하였지만 사실 그가 다가와 키스를 할거라고 히지카타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키스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히지카타의 의지였다는 그런 뜻일거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새벽 퇴근 후, 역시나 호스트 일을 끝내고 새벽 퇴근을 하는 킨토키와 함께 호텔에 가 그대로 몸을 섞었다. 샤워를 하고 난 뒤임에도 끌어안은 사카타 킨토키의 맨몸에서는 늘 그가 뿌리는 진한 향수의 냄새가 났고, 히지카타는 그와의 섹스후에도 한참 자신의 손끝에 남아있는 그의 향수냄새가 의외로 싫지 않았더랬다.


 "......" 그래, 그게 문제였을까? 그 때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했다. 히지카타는 아직 한입도 마시지 않은 커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커피에는 더 이상 뜨거운 김도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킨토키는 분명, 히지카타에게 많은 말들을 했었다. 히지카타의 헐벗은 몸을 끌어안은 채 떨어지기 싫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샤워를 했는데에도 아직 네 향수냄새가 배어있어라고 말하는 히지카타의 손끝에 입을 맞추며 그거 너무 좋은데,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너의 손끝에 나의 냄새가. ...같은 말도 했었다. 히지카타는 좋아해도, 사랑해도, 사귀는 사이니까 서로의 집에도 방문해야지 라는 말도 들었으며, ...심지어 그와 100일 선물과 200일 선물도 교환했다. 그러니까 그와 나는 사귀는 사이인 것이 맞았다... 명실상부한.


 하지만 나는 그에게 아직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사카타 킨토키는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어떤 말도 들은 게 없었다.


 그저 뻔뻔하게 제대로 이유도 알리지 않고 멋대로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 마치 통보라도 하듯이 던져준 스페어키 하나만 달랑 안겨준채로... 그에게 좋아해 사랑해는 커녕. 그러고보면 사귀자는 말도 이쪽에서는 한 번도 안했고, ...심지어 '내 어디가 좋아?'라는 질문조차도 킨토키가 먼저했잖아! 그거 엄청 사귀는 사이끼리 나누는 알콩달콩 질문같은 거임에도 불구하고! "젠장." 히지카타는 그대로 테이블 위로 얼굴을 쳐박았다. 귓불이 붉게 물들어 화끈거렸다. 어째서 그의 마음을 믿지 못하느냐면, 나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이 나 스스로도 감당이 안될만큼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렇게 될 예정이 아니었는데, 그를 처음 본 날, 그와 처음 키스한 날, 그와 처음 몸을 섞은 그 날에도 내가 이렇게 될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젠장 그렇다고 그에게 그렇게 천직같아 보이는 호스트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말할수도 없잖아. 히지카타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커피는 점점 식어만 갔으며. 





 

 "...저기 말이야." 히지카타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의자를 하나씩 내리다가 문득, 자기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야마자키의 등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오늘의 카페 오픈담당인 히지카타와 야마자키는 카페 오픈시간 삼십분 전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하였다. 둘 다 카페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히지카타가 카페의 문을 열었고 말이다. 야마자키는 두 개의 의자를 더 내린 뒤에 히지카타에게 몸을 돌렸다. "네?" 히지카타는 야마자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결심을 굳혔다. 지금부터 야마자키에게 연애상담을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참담한 몰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히지카타는 스트레스가 팍팍 올라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도저히 상담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는 없었다. 사카타 킨토키는 200일 전부터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너무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가 되어왔고 히지카타는 이제 스스로 출구를 찾을 수도 없을만큼 헤매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물어볼 게 있는데."


 "? 네."

 

 그러니까, 히지카타야. 힘내라. 자 물어라, 저 야마자키 사가루에게 연애에 대해 질문하는 거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야마자키를 향해 의자를 냅다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그야말로 간신히 참아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게. 저기, 연인인 상대한테 '내 어디가 좋아?'라고 질문한 녀석의 심리가 뭔지 궁금해서."

 "어? 지금 저한테 연애상담하는 거예요, 히지카타씨?"


 열받으니깐 확인사살 하지 말라고, 망할 야마자키야아아. 벌써부터 후회하려고 그러니까.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의자를 그에게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며 들고있던 의자를 얌전히 바닥에 내렸다. 야마자키는 방금 자기가 엄청난 위기를 넘겼다는 자각도 없이 그냥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히지카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야마자키는 귓불이 슬쩍 붉어진 히지카타를 바라보면서 입술을 가느다랗게 만들었다. 히지카타에게 연인이 있는줄은 방금 처음 알았기 때문이리라.


 "우와. 그런 질문을 나한테 하다니 정말 놀랍네요 히지카타씨! (나도 놀랍다, 인마...) 음, '내 어디가 좋아?'라니 굉장히 질문의 왕도인거같은데."

 "그래. 그렇지."

 "그런 질문 받았어요? 히지카타씨."

 "그 부분은 그냥 좀 넘어가지."

 "...하아. 근데 그거, 대충 두가지 경우에 나오는 질문 아닌가요? 상대가 날 너무 좋아하는 게 티가 줄줄 나서 대체 뭐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건데? 싶을 때 질문하는 거랑, 상대가 너무 날 안좋아하는 거 같아서 날 좋아하긴 하냐 싶어서 묻는거 그렇게 두개요."

 "......"


 사실 히지카타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남의 입으로 확인사살을 당하니 더욱 가슴이 지끈거렸다. 킨토키는 그러니까 분명히 후자의 의미로써 저 질문을 한 것일테고... 그리고 히지카타는 킨토키에게 전자의 의미로 이 질문이 하고싶어졌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내가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그때, 야마자키가 또 하나의 의자를 내리며 말을 이었다.


 "아, 근데 그거 언제 들은 말이에요? 그거 오늘 들은 질문이면 의미 약간 달라질건데."

 "? 어째서?"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그리고 진심으로 아무 것도 몰라서 묻고 있는 것 같은 히지카타 토시로의 얼굴을, 야마자키 사가루는 히지카타보다 더욱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봄으로써 '아니 대체 연인도 있는 사람이 왜 그걸 솔로인 나한테 묻는거죠?'하는 말을 내뱉지않아도 히지카타에게 전부 이해를 시킬 수 있게 되었다. 히지카타는 그런 표정의 야마자키를 보면서 이번에는 책상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그에게 왜 오늘만 의미가 달라지는지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책상을 던질 수도 없었고 말이다.


 


 


 "다른날도 아니고 오늘 콕집어서 '내 어디가 좋아?' 라고 물었다면, 그건 그냥 초콜렛을 받고싶다는 뜻이에요."


 왜냐면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니까요. "......" 야마자키 사가루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진 단호한 표정의 야마자키에게는 결국 테이블 위를 닦던 수건을 집어던지고 말았지만-어째서 이렇게도 야마자키에게 무언가를 던지고 싶어지는 걸까, 손에 뭔가 없었다면 히지카타는 결국 주먹이라도 날렸을 것이다... 역시 그에게 연애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한 것일까. 아니, 아니다, 그렇게 확신을 다해 말한 뒤 야마자키가 괜히 "근데 초콜렛을 히지카타씨에게 주는 게 아니라 받고싶어한다니 히지카타씨 여자친구도 참 특이하네요?"란 말을 해서일 것이다. 야마자키가 쓸데없는 생각을 더 하기 전에 그의 뇌를 원천봉쇄 하기 위해서...-히지카타는 어쨌든 퇴근 후 디저트샵에 들렀다. 과연, 디저트샵에는 여성들이 아주 많았다. 늘 들렀던 때와는 디스플레이도 확실히 달랐고 말이다. 원래 단 것을 좋아하는 킨토키가 종종 들르는 가게라서 주인과는 히지카타도 안면이 있었다. (이 가게의 주인은 언젠가 킨토키가 잡아 끌고 온 히지카타가 생쵸코 위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것을 보고 기함을 토한적이 있었고 그 뒤 히지카타가 들를때면 그를 알아보게 되었다. 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히지카타는 덕분에 평소보다도 더 화려한 데코레이션으로 마무리 되어있는 초콜렛들 사이에서 간신히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한 생초콜렛세트를 역시나 평범한 포장으로 살 수 있었다. 히지카타는 한 손에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검은 작은 종이상자에 들고 가게를 나섰다.


 그러니까, 이걸 들고 그의 직장에 찾아가면 되는 건가?

 정말 이것만 주면 그동안 많은 말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대충 해소시킬 수도 있는거고?


 히지카타는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킨토키가 일하는 클럽-자신의 전직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걸어서 십분 정도면  클럽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고, 그 걷는 십분동안 히지카타는 점점 주변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네온사인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약간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킨토키가 많은 말들을 해주었지만 히지카타는 그에게 아무말도 해주지 않은 채, 도리어 그의 마음들을 믿지않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멋대로 그가 여자와 있는 것을 내심 질투하며 자신의 마음이 깊어진 것에 애써 외면하기를 반복했다. 이것들이 반복되는 사이에 킨토키가 지쳐버렸다 해도, 그건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것이지. 하지만 킨토키는 오늘 아침에도 내 집으로 돌아왔고, 마치 내가 뺏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스페어키를 쥔 채로 그대로 잠이 들었어. 평소와 조금 다른 분위기였던 건, 그건 내가 여전히 직장을 바꾼 이유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니까 이래저래 걱정되어서.. 그리고 나에게 오늘 초콜렛을 받고싶은 마음이 나왔기 때문에? 로? 이해하면 되는? 거고?(야마자키 왈) ...끄응.


 "...? ....."


 정말 그런가? 싶었지만 하여간 이제 히지카타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히지카타는 킨토키에게 여자와 있는 게 질투나서 더 이상 보고 있질 못하겠어서 직장을 바꾼거라고 결국 말하지 못할 것이었다. 질투나니까 직장을 바꾸라고 그런 말을 킨토키에게 할 수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히지카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이정도였다. 초콜렛과, 스페어키. 초콜렛은 주고, 스페어키는 돌려달라고 하지 않기. 오늘은 너희집으로 가고싶다라고 말하기. 그리고 좀 더 노력해서, ...너의 집 스페어키도 달라고 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클럽에 벌써 도착했다.

 클럽은 한밤중에 오픈이라, 네온사인은 밝았지만 가게문은 아직 열지 않고 있었다.


 "......" 클럽을 앞에두니 긴장이 더 심해지는 듯 했다. 히지카타는 억지로 헛기침을 하며 클럽 앞에서 주춤거렸다. 왼손에 들려있는 초콜렛 상자가 더욱 무겁게 느껴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히지카타는 클럽의 전 관계자인만큼 뒷문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번호가 바뀌지 않았다면 말이지만 그 뒷문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일을 그만둔 그 날 카구라 여왕에게 직접 언제든지 와도 돼, 손님이든 친구로든 이란 말을 들었으니 갑자기 뒷문으로 자기가 나타난다고 당황하지도 내쫓아내지도 않을테고, 킨토키를 만난다고 하면 더더욱 괜찮을 것이다. (클럽에서 킨히지의 연애는 오픈되어 있습니다, 공개연애 최고.) "조, 좋아." 히지카타는 초콜렛 상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긴장에 의한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클럽의 왼쪽의 좁은 골목으로 걸어들어갔다. 몸은 긴장에 위축이 되어있었지만 일부러라도 더 보폭을 넓게하여 재빨리 골목안으로 들어갔다. 망설이면 망설일수록 더 가게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멍하니 서서 가게가 오픈할 시간이라도 되어버리면 오히려 더 낭패야. 히지카타는 클럽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킨토키를 만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어서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히지카타의 기억과 가게 내부사정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 이시간에 클럽 내부는 여전히 청소중일 것이다. 어쩌면 의외로 빨리 출근하는 몇몇의 넘버를 가지고 있는 호스트들이 자신의 개인 손님들 목록을 살펴보거나 전화를 돌리는 등 오픈전의 일을 이미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하여간 이시간대에 출근한 직원들은 아직 그 수가 적었다. 하지만 킨토키는 분명 출근을 했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이시간대면 사장인 카구라와 클럽의 넘버원인 킨토키가 함께 회의비슷한 것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회의가 아니라면 장부정리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가게 호스트들의 기강에 대한 의견이라도... 하여간, 그런 것을 하고 있을테니, 킨토키는 틀림없이 가게안에 있을 것이었다. 클럽의 뒷문은 히지카타때와 변함이 없는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다. 긴장에 의해 뒷문을 밀어붙이는 히지카타의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었다. 히지카타는 웬만하면 번호 좀 바꾸지... 같은 사소한 혼잣말조차 내뱉기를 버거워하며 클럽의 복도로 발을 들이밀었다. 자동적으로, 초콜렛 상자를 들고있는 손을 뒤로 돌렸다.


 카구라의 사장실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몇 없는 직원들은 모두 히지카타를 알아보았고, 그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히지카타는 움찔거렸다. 뒤로 숨긴 초콜렛상자가 괜히 찔려서 그들의 눈이 거기에 닿을 때마다 히지카타는 저도모르게 목을 움츠리며 뺨을 붉혔다. 종이상자는 그냥 단순한 검은색으로 되어있어서 겉으로는 그것이 초콜렛인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임에도 이렇게 움찔거리게 되는 건, 정말 제발이 저리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아닐 것이었다. 홀을 지나자 커다란 소파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던 두어명의 호스트가 히지카타를 알아보고 크게 손을 흔들었다. 히지카타는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려는 것을 막으려 손을 내저었다. 조용히해, 내가 먼저 킨토키를 발견하기 전에 킨토키가 날 발견하는 불상사가 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만약 그렇다면 난 그자리에서 전력으로 도망쳐버릴거란 말이야 알아! 그리고 히지카타는 홀을 재빨리 지나 사장실 앞으로 달려가다시피 하였다.


 드디어, 카구라의 사장실 앞.

 자, 이제 어떻게 한다?


 심장이 쿵쿵대는 와중에도 깊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문에 노크를 하려는 바로 그 순간.


 "그러니까, 그렇게 물어대도 소용 없다니까? 대체 몇번이나 말하게 할거야? 킨쨩."

 "......"


 사장실 안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히지카타는 노크를 하려는 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할거냐면, 카구라쨩. 바로 네가 나한테 진실을 말해줄 때 까지다, 요녀석아."


 킨토키다!

 그리고 카구라 사장이다. 틀림없다.

 

 틀림없었다. 사장실 안에서 킨토키와 카구라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킨토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긴장이 맥스에 달했다. 심장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온몸이 심장소리를 울리는 북이 된 것 같았고 말이다.


 카구라의 긴 한숨소리가 또다시 문밖으로 들려왔다.


 "나 참. 그렇게 궁금하면 토시로군한테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최근엔 거의 동거하다시피 하고 있담서? 킨쨩 최근에 자기집에도 거의 안들어가서 밑에 애들 시켜서 방청소 하게 하고 필요한 물건 가져오게 하고 뭐 그런다며. 그럼 토시로군한테 물어볼 시간도 넘칠 거 아냐."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녀석 암만해도 입을 안연다고! 오늘 아침에도 은근히 물어봤는데 또 그 어처구니 없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어."

 "뭐, 아침에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던 그거?"

 "그래 그거. 그러니까 카구라쨩한테 들을 수 밖에는 없단 말이야. 그녀석이 정말로 여기를 그만둔 이유."

 "그러니깐요, 킨쨩씨. 나도 들은 게 없다구요, 토시로군은 그냥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둔다고 말했고 정말로 그게 내가 그에게 들었던 전부거든요?"

 "아 그럼 대체 왜 겨우 그런 말한마디로 걜 그만두게 해!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할 때까지 절대 그만못둔다고 막 뜯어말리거나 그랬어야지!"

 "헐,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나는 가는 사람 안붙잡고 오는 사람 안막는 사람인 거 몰라서 그래?"

 "아 몰라몰라! 몰라! 모르니까 히지카타 다시 불러내! 전화든 뭐든 해서 일손 부족하니깐 슬슬 돌아오라고 떼라도 좀 써달란 말야~."

 "그러니까 떼는 네가 직접 쓰면 될 거 아닙니까요... 아 대체 며칠전부터 이대화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만족할겁니까 킨쨩... 진짜 넘버원 호스트만 아니었으면 주먹 날려버리고싶게..."


 "......"


 그리고, 히지카타는 그대로 선 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킨토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애초에, 왜 히지카타가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에게 알리지를 않은거야. 알려주기만 했어도 그가 그만두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니, 애초에란 말은 내가 쓰고싶은데 킨쨩. 애초에, 당신은 왜 그렇게 토시로군을 옆에 붙여두고 싶어서 안달이야? 반동거까지 하고 있으면 직장정도는 달라도 괜찮잖아."

 "카구라쨩, 너 바보야? ("킨쨩, 나 사장이거든? 입조심 안하다간 정말 주먹맛 보는 수가 있는데?") 직장이 같아야 하는 이유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단 말이다. 첫째,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잖아. 둘째, 누가 그를 꼬시거나 하지는 않나 감시할수도 있고 말이지. 셋째, 그의 컨디션도 확인할 수 있어, 넷째, 밥도 같이 먹을 수 있고, 다섯째,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더 많은 걸 같이 할 수 있고, 여섯째,"

 "저기 킨쨩, 그 이상 그 말 계속할거면 오늘은 차라리 그냥 월차내고 집에 가줄래?"

 "카구라쨩. 히지카타 대체 왜 여기 그만둔걸까?"

 "가! 집에 가! 집에 가서 물어보라고!"


 "......"


 이,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야.


 히지카타는 새빨간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동안 왜 사카타 킨토키의 마음을 믿지 못하고 있었을까?


 이건, 그냥, ...누가 봐도 그냥 팔불출 연인이잖아! 멍청하게 애인자랑하는 놈이잖아!


 저런 녀석의 어디를 그렇게 믿질 못하겠었던거야 나는?!


 "아, 그거다. 킨쨩이 여자들한테 실실대면서 껄떡대는 걸 더 이상 못봐주겠던 거야. 머리로는 그게 킨쨩 직업이라는 걸 이해해도 마음에선 질투가 나서 못견디겠던 거지. 그래서 일을 그만둔거야."

 "뭐어? 왜 이제와서 그런... 내가 히지카타를 좋아하게 된 시점에서 난 게이인 거잖아? 이제와서 여자한테 질투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응? 킨쨩의 경우 바이라고 하는 거 아냐?"

 "으음, 글쎄. 그치만 난 이제 더 이상 여자를 상대로는 거시기도 안서고, 킨상의 킨상이 불끈거리는 건 정말 히지카타의 귀여운 얼굴을 볼 때 뿐이라.."


 그만. 이제 그만. 다 알았으니까 다 내잘못이니까 이제 제발 그만 좀.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더 이상 둘의 대화를 듣고 있을 수가 없어진 히지카타는 자기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해서 사장실의 문을 박차고 열고야 말았다. 사장실 문은 물론 잠겨있지 않았고 히지카타는 노크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그건 정말 히지카타로써는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다. "히지카타?!" "토시로군?!" 사장실 문은 벌컥 콰앙하는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고 그 갑작스런 사고에 킨토키와 카구라도 동시에 휘둥그레해졌으며,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히지카타 토시로를 향해 둘 다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히지카타는 새빨간 얼굴을 한 채 부들부들 떨며 땅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쭉 짜면 붉은물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히지카타는 두사람으로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히지카타?"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히지카타에게 한걸음 다가오는 사카타 킨토키,


 그 사카타 킨토키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히지카타는 정말 울고싶은 기분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로 킨토키를 향해 초콜렛이 든 상자를 휙 집어던지고야 말았다. "이 바보 멍청이가!!" 아니, 사실은 바보 멍청이는 네가 아니라 나인가. 아 모르겠다. 모르겠고 그냥 딱 죽고싶다. 너무 쪽팔려서 딱 죽고싶어. 아니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던가. 히지카타는 눈을 질끈 감았고, 물론 그런 히지카타가 집어던진 초콜렛 상자는 사카타 킨토키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 하였으며...








 "평생 못먹어. 아까워서."

 "...아니, 먹어."

 "못먹어. 영구보존이야 이건."

 "...아, 그러셔."


 여전히 새빨간 얼굴을 한 채로, 히지카타는 또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킨토키는 히지카타와 함께 침대에 올라 양손으로 히지카타의 배를 꽈악 끌어안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침대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었고 또 자세를 좀 바꾸고도 싶었지만, 그렇다고 자기 다리 위에 몸을 뉘인 채 자신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고 있는 킨토키에게 이제 그만 내려가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킨토키는 히지카타가 무슨 말을 하든 떨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기왕 일찍 퇴근하고 온 거 이러고 있을 바엔 빨리 자기라도 하라고 킨토키에게 그렇게 말한 히지카타에게 생긋 웃는 얼굴을 보이며 "내가 잠들면 도망갈 거잖아."라고 말한 게 바로 몇 분전의 일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물론 히지카타는 도망칠 거였다, 지금도 그야말로 쪽팔림사 할 거 같았으니까! 그래, 잘 아네 망할!)


 사실 킨토키는 오늘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안했다. 히지카타가 던진 상자를 주섬주섬 풀어 그것이 초콜렛이란 것을 알게 된 사카타 킨토키의 그때의 그 표정은,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카구라 여왕의 말을 빌리자면 "참 가관일세"였다. 자기도모르게 냅다 도망치는 히지카타의 뒤를 따라 달려 그를 꽈악 끌어안고 절대 안놔준다고 소리친 킨토키는, 그 '참 가관일세' 표정 그대로였고, 한동안은 원상태로 돌아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냥 조퇴를 하게 되었다. 조퇴랄까, 그냥 출근 무효랄까? 하여간 카구라 여왕은 냉정하게 사카타 킨토키는 오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란 판단을 내린 것이었고, 그것은 정말이지 정확한 판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킨토키는 히지카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돌아가는 내내 얼굴에는 함박웃음이었으며, 히지카타의 손을 꽈악 잡고 놓아주지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킨토키의 집에 처음 들어와 본 히지카타가 낯설어하며 주변을 둘러볼 시간도 주지않고서 그와 함께 침대에 뛰어들었다.


 킨토키는 별로 히지카타에게 섹스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히지카타를 앉히고 그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은 채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간간히 히죽이기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히지카타가 섹스하려고? 라고 물으면 아아니 라고 하고, 그럼 자려고? 하면 내가 잠들면 도망갈 거잖아, 라고 하면서, 또 히죽이고는, 평생 못먹어, 아까워서, 라고. 히지카타는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자신의 배에 얼굴을 뉘이고 있는 킨토키를 내려다 보았다. 킨토키는 이번에는 히지카타가 준 초콜렛상자를 꽈악 쥐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새빨간 얼굴을 대체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 지 알 수가 없었고 말이다.


 아니 대체, 이자식 킨토키는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이렇게 날 좋아하는 녀석에게 난 그동안 무슨 삽질을 한거고?


 히지카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킨토키는 히지카타의 한숨에 반응한 듯 움찔하며 슬쩍 고개를 들어올렸고, 히지카타의 얼굴이 여전히 새빨간 것을 확인하고 바로 안심하고서는 다시 그의 배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킨토키는 정말로 떨어질 생각이 없어보였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이렇게 붙어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그냥 이제 킨토키가 하고싶은대로 내버려두기로 하였다.


 오늘 종일, 히지카타는 그에게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 모든 말들을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초콜렛의 위력은 강력했다. 이건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쨌든 야마자키 덕분이랄까. 하지만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지는 않겠어.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 두 번 다시 카구라 여왕의 클럽에는 가지 않으리라.

 정말이지 무슨 일이 있어도.


 "아 맞다, 히지카타. 너 다시 우리 클럽쪽으로 안올래?"

 "안 가 멍청아!"


 정말이지 다시는 말이다.






 


 




- done

 

발렌타인 글 되게 오랜만에 써봐요.

한시간... 남겼지만...ㄷㄷㄷㄷ 어쨌든 발렌타인 당일에 올렸으니 발렌타인 글 맞는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오늘 못올리는 줄 알았넴요.


사실은 서로 좋아 죽는 긴히지 최고됩니다. 이번글속의 킨토키는 정말 ㅋㅋㅋㅋ 팔불출이 심해서 ㅋㅋㅋㅋㅋ 부끄러운 녀석이 되었네요 ㅋㅋㅋㅋㅋ

저런 녀석이 정말 넘버원 호스트인가~? 싶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ㅍv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덧. 이거 트위터에서 두 분께 대사 리퀘 받은 거 짬뽕이에요.

"내가 잠들면 도망갈 거잖아."

"너 내 어디가 좋아?"

이거 두 개 다른분께 받은 거 하나로 합쳐보았습니다~. 짜자잔~ 놀랍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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