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티 패닉 上

(킨토키x히지ts)

 


 "...어, 코스프레?" 킨토키는 이동네 유일한 진학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있는 소녀를 향해 담배를 쥐고 있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소녀는 킨토키보다 손 한뼘이상 작았고 무척이나 둥그런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새까맣고 긴 머리칼이 장막처럼 소녀의 등뒤에 펼쳐져 밤보다 더 진한 밤을 연상케했다. "코스프레도 좋긴 한데 언니야, 너무 리얼한 건 도리어 안좋다? 아니 귀엽긴한데." "......" "진짜 엄청 잘어울리고." 소녀는 가느다란 눈썹을 노골적으로 찌푸리며 킨토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귀엽네. 킨토키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깜빡였다.


 킨토키가 교복을 입은 소녀를 보고 그렇게 말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쨌거나 밤늦은 이시간, 이 가부키쵸거리로 교복을 입은 진짜 여고생이 걸어올 리가 없는 것이다. 전철역에 가까운 저쪽 거리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하고 작은 시골동네이지만, 블록을 지나 이쪽거리로 걸어들어오면 온갖 러브모텔이 즐비하고 그 맞은편은 다양한 소프랜드와 호스트바가 늘어져 있다. 말하자면 이곳은 윤락가였고, 진짜 십대들에게는 철저한 금지구역인 것이다. 그러니 킨토키도 교복을 입은 소녀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 밖에. 소프랜드의 언니야들에게 교복은 클리셰쩌는 코스츔 중에 하나이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킨토키는 좀 기분이 묘했다. 실제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나가요 언니야라니. 그것도 이곳에서 걸어서 십분이면 있는 고등학교의 교복이다. 이쪽거리에는 종종 그 학교의 선생들이 회식 3차겸 오기도 하는데... 그 선생들은 이 모습에 질색을 할까, 아니면 더 흥분한다거나? 퍽이나 기분나쁜 상상이 아닐 수 없었다. 킨토키는 저도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다보니 소녀와 킨토키는 의도치않게 마주바라보며 서로에게 눈을 부라리는 것처럼 되어있었다. "어디서 껄떡대?" 소녀는 험상궂은 얼굴만큼이나 입이 더러웠다. 저 작은 입술 조물거리며 내뱉는 말 한 번 보라지. 킨토키는 더욱 눈썹을 찌푸리며 손에 쥐고있던 담배의 허리를 똑 부러뜨렸다. "뭐라구요? 언니야 지금 뭐랬어?"


 "되먹지도 않아보이는 게 어디서 껄떡대냐고 그랬다."

 "오호~? 그 놀라울 정도로 건방진 말투. 그것도 나를 향한. 언니야, 가부키쵸 소프랜드에 일하러 오는 주제에 나를 몰라?"

 "내가 널 왜 알아야돼?"

 "하하. 너 대체 이 거리에 살고 있는 거 맞아? 아니지? 이 거리에서 날 모르는 녀석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신입인가? 아니 그래도 신입이래도 언니야, 너는 일 할 태도가 전혀 되어있지를 않네. 요새 교육계들은 신입언니야들을 대체 어떻게 가르치길래 하나같이들 이모양이야? 얼굴만 이쁜 게 다가 아니란 걸 왜 모르는지. 하여간 의가 남아나질 않아."

 

 소녀는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문득 킨토키의 말투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지 더욱 험상궂는 얼굴을 했다. "대체 알아먹질 못하겠는 소리 좀 집어치우고 내 앞에서 당장 비켜!" 소녀는 나지막하게 외쳤다. 킨토키는 이까지 세우며 노려보는 소녀의 얼굴을 보면서 이 건방짐도 요새 유행하는 설정 중 하나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츤데레의 수많은 변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꼴리지 않을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내 상대를 하러 나온 언니야가 이런태도를 보이는 그 즉시 무릎 위에 뒤집어 놓고 스커트를 깐 채로 엉덩이를 팡팡 때리고 싶어질거야. 얼굴이 이쁘다고 다가 아니라고, 요녀석아! 물론 너무 이쁘지만, 엄청 이쁘지만? 킨토키는 눈을 깜빡이며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자, 그럼 이제 어쩐다. 지금 당장 이 언니야한테 사카타 킨토키에게 거역하면 가부키쵸에 발붙이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여줘서 뜨끔한 맛을 먹여줄까, 아니면 이대로 보쌈해서 내 방으로 끌고들어가 1부터 다시 가르쳐줄까. 킨토키는 저도모르게 혀를 할짝였다. 후자가 마음에 든다. 킨토키는 자신의 짐승같은 기분에 솔직한 남자였다. 어쨌거나, 이 언니야는 진짜 모든 건방짐을 저도모르게 용서하고싶어질 정도로 얼굴이 너무나 이쁜 언니야였던 것이다.


 "킨토키씨!" 그리고 킨토키는 호스트바 안쪽에서 지점장인 콘도 이사오가 제대로 묶지도 않은 나비넥타이를 손에 쥔 채 허겁지겁 뛰어나오지만 않았더래도 그대 허리를 감싸안고 소녀를 들쳐안을 뻔 했다. 킨토키는 콘도가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의 달려나오느라 뒤로 뻗친 머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그것보다 소녀가 자기 옆을 지나쳐 콘도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저도모르게 굳어버렸다. "콘도씨." 소녀는 킨토키에게 내뱉던 날이 선 목소리와는 딴판으로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콘도를 불렀다. 콘도는 이제 슬슬 영업개점 시작하자고 킨토키에게 말하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나오는 길이었는데, 자신을 부르는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깜짝놀라 걸음을 딱 멈추고야 말았다. "토시!" 콘도가 우렁차게 소녀의 이름을 불렀고, 킨토키는 더욱 눈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콘도는 놀란 듯 당황한 듯 커다래진 눈동자를 흔들며 소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토시! 이게 무슨짓이야! 이시간에 이쪽거리로 들어오면 어떡해! 이렇게 위험한델, ...헉 교복차림!!" 콘도의 당황이 자기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더해져갔다. 콘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점점 말을 더듬기까지 하였다. "으아아아 안 돼애애 위험한 곳에 가면 안 돼 토시!!" 게다가 횡설수설하기까지. 킨토키는 그제야 자기가 두동강 낸 것을 깨달은 담배를 버리고 주머니에서 새담배를 꺼내며 두사람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얼씨구. 까만 머리의 소녀가 급기야는, 희미하게 미소까지 짓는 것이 아닌가!


 "하교중에 온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이거만 주고 금방 돌아갈테니까. 콘도씨 아침에 열쇠 놔두고 갔잖아요."

 "에, 내가 그랬나?"

 "여기요."


 콘도가 밤일을 끝내고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히지카타는 등교를 하고 난 뒤의 시간이니까, 열쇠가 없으면 콘도는 집에 들어올 방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히지카타가 이유가 있어 늦게 등교를 한 날이었고 덕분에 콘도가 열쇠를 두고 나갔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히지카타는 가지고 온 콘도의 열쇠를 교복치마 주머니에서 꺼내어 콘도의 손에 올려주었다. 콘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 토시."라고 인사했다. 히지카타는 콘도가 습관처럼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마구 쓰다듬는 것에 별로 기분나빠 하지도 않은 채 그저 희미한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밥해놨으니까 퇴근하면 드세요. 좋아하는 조림 해놨어요." 그리고 히지카타는 콘도에게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히지카타의 등뒤에서 양 손을 크게 흔들며 "우와 신난다 고마워~ 토시 잘자~."라고 콘도가 외치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자신을 바라보는 킨토키에게 다시 찌푸린 인상을 보여주며 흥, 하고 크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의 옆을 스쳐지났다.


 "설마 리얼 여고생이었어?"

 "...쯧,"


 대꾸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듯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빛을 띄며, 히지카타는 마치 침이라도 뱉을 기세로 혀를 찼다. 킨토키는 눈썹을 구부리며 웃는 얼굴을 했다. 어쩐지 지나치게 앳되다 했다. 요새 스물언저리 애들은 십대라고 속여도 그럴싸하게 보일정도로 얼굴이 어린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런 과 언니야인가 보다 한거였는데. 킨토키는 잘 염색된 금색의 머리칼 속에 손을 비집어넣고 그대로 긁적긁적 긁었다. "거 참." 킨토키의 눈이 끝까지 소녀의 찰랑거리는 머리칼을 쫓고 있었다.





-


 콘도 이사오는 종일, 사카타 킨토키에게 히지카타 토시코와 함께 살게된 사정의 경위를 설명하느라, 또한 히지카타 토시코에게 사카타 킨토키라고 하는 남자에 대해 설명하느라 입이 참 무던히도 바빴더랬다.


 사카타 킨토키는 가부키쵸의 스트릿 지분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가부키쵸의 여왕 카구라의 직속 부하로, 가부키쵸에 돈을 긁어모으는 NO.1호스트였다. 호스트라고는 하지만 어느 한 지점에 매여있거나 하지 않고, 카구라에게 연줄이 닿는 상류층의 그럴싸한 사람들의 그럴싸한 자리에서 에스코트를 하는 그런역이 킨토키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었다. 그외에도 가부키쵸의 웬만한 곳 구역정리에도 슬쩍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 하여간 가부키쵸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사카타 킨토키를 모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콘도 이사오는 카구라가 운영하는 여러 호스트바 중 하나인 '요로즈야'의 월급쟁이 점장이었다. 요로즈야는 올해 매상이 심각하게 좋지 않은 술집 중 하나로 꼽혔고, 카구라는 고육지책으로 그곳에 사카타 킨토키를 파견하였다. 덕분에 킨토키는 일시적으로 요로즈야의 no1.호스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고, 요로즈야의 점장이라고는 하나 그저 월급쟁이일 뿐인 콘도는 카구라의 직속부하 킨토키에게 고개를 들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참이었다. 어쨌건 킨토키가 와준 덕분에 순 킨토키의 얼굴을 보러 온 손님들 뿐이긴 하지만 매출도 제법 오르고 해서 겨우 잘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콘도가 내뱉을 쯔음에는 조금 놀란 히지카타가 희미하게 눈동자를 흔들며 콘도를 돌아보았다.


 "그럼, 저기... 그 껄떡, 아니 사카타 킨토키라는 사람한테 막 함부로 하고... 그러면 안 되는거네요?"

 "우- 와, 함부로 대하다니 감히 어떻게! 그 사람이 손 한 번 흔들면 난 끽소리도 못하고 해고일텐데. 어쨌건 가부키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카타 킨토키씨에게 반항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이미 건방진 소리 해버렸는데- 라고 후회하며 하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는 히지카타의 표정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콘도는 그렇게 양손을 마구 흔들어가며 히지카타에게 킨토키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킨토키에게 히지카타에 대해 설명할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콘도는 열과 성의를 다해 그에게 히지카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히지카타 토시코예요. 열여덟이고, 조금 촌수가 먼 친척인데, 사정이 있어서 저랑 살게 되었어요. 올초부터요. 원래 이 지방에서 멀리 살던 애라 이래저래 적응은 잘할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애가 워낙 똑바르고 야무져서요. 도리어 내가 벌써부터 그녀석 도움을 받고있는 실정이에요. 원래 다니던 인문계보다 편차치도 떨어지는 학교에 전학했지만 흔들림없이 성실하고요. 착한 녀석이에요." 그 뒤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비슷한 팔불출자랑의 반복이었다. 킨토키로써는 그 멀쩡한 여고생이 독신 삼십대줄의 아저씨인 고릴라 콘도와 단 둘이 함께 살게된 사정이 더 듣고싶었지만, 콘도는 그에 관해서는 입을 꽈악 다물었다.


 "그건 아무리 킨토키씨라도 말못해요."


 단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입을 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킨토키는 이럴때마다 신사인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좋아. 그럼 고릴라씨가 지난달부터 왠 말만한 여고생 하나 끌어들여 같이 동거하고 있더라고 타에짱한테 잘 설명해줄게." 신사인 킨토키는 이런식으로 쪼잔한 괴롭힘을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어억?! 그 그런 오해받기 딱 좋은 말투는 안 되는데," "오해해줄 때 기뻐해라. 타에라면 오해말고 경멸해줄 거 같지만." 다른 의미는 없었다. 킨토키는 히지카타에게 사과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더랬다. 대뜸 말도 안 되는 오해로 이상한 말을 던지고 말았으니, 껄떡댄다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게 되었지 않은가. 그러다가 문득, 킨토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사과한다, 그것도 진짜 진심인데, 근데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킨토키는 이윽고 얼굴을 붉혔다. 그저 다시 한 번 더 보고싶을 뿐이라니, 열살도 더 어린 여자애한테 뭘 이렇게나 진지해지고 난리일까. 나는.





-





 

 청소가 끝나고 종례 시간. 담임 선생의 조용하지만 걱정어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히지카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눈을 돌려 선생이 서있는 교탁쪽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동네에 공범으로 보이는 스토커들의 소행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처음에는 이십대의 혼자사는 여성들만을 노리던 것이 점점 십대의 여고생들에게도 그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였다. 하교를 될 수 있으면 혼자 하지말고, 부모님을 부를 수 있는 학생들은 부르고, 다음주부터는 선생님들이 그룹을 짜서 학생들의 하교를 도우려고 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하였다. 히지카타는 눈을 깜빡이며 선생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저쪽 도로의 번화가로는 가지 말도록. 그쪽에 있는 학원들에도 미리 공문을 돌려두었으니까. 자세한 건 지금부터 나눠줄 프린트물을 참고해라." 히지카타는 팔랑거리며 책상의 뒤와 뒤를 넘어오는 프린트물들을 바라보다가 피식하고 웃었다. 저쪽 도로의 번화가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히지카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보호자가 그곳에 직장이 있는 사람인데요. 물론 콘도씨가 히지카타보고 그쪽으로 오라고 할리는 곧죽어도 없겠지만 말이다. 히지카타는 긴 머리칼을 귀뒤로 쓸어넘기며 프린트를 받아들다가, 문득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넓은 운동장 너머 저편, 교문의 어딘가쯤에, 양복을 입은 금발의 남자가 서있었다. 히지카타는 한쪽눈을 일그러뜨렸다. 히지카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좋은 시력에 화가 났다. 저 남자가 고등학교엔 무슨 볼일이 있어 저기에 서 있는거지.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킨토키의 볼일은 히지카타 토시코였다. "안녕~ 코스프레 언니야." "......" 호칭 안바꿀래 이 망할 껄떡호스트... 확 기분이 상해 욕지거리가 목위에까지 차올랐지만, 어제 콘도에게서 들었던 콘도와  킨토키와의 관계를 떠올린 히지카타는 더 이상 킨토키에게 함부로 할 수가 없음을 상기하고 화를 꾸욱 누르는 수 밖에 없었다. 히지카타는 소매가 길어 손등아래까지 내려오는 가디건 속으로 주먹을 꽈악 움켜쥐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녕하세요." 평범하게 인사하고 얼굴을 바라보니, 화려한 금발 아래에는 의외로 단정한 얼굴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대서 얼굴도 제대로 안봤는데, 이러면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을지도...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날 만나러 고등학교까지 온 것을 평범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느냐하면 결코 그렇지 않지만.


 "사카타씨."

 "오, 내 이름 아는구나. 나도 네 이름 아는데. 우리 둘다 그 고릴... 콘도씨한테서 들은거겠지?"


 평소대로 고릴라를 고릴라라고 부르려는데 히지카타가 순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았다. 와 자기 보호자라고 너무 아끼는 거 아니야... 킨토키는 서둘러 말을 고쳤다.  


 "근데 사카타는 너무 딱딱하다. 킨토키라고 불러도 돼. 랄까, 킨짱이라고 불러."

 "싫은데요."

 "왜? 재밌잖아? 킨짱재밌잖아?"

 "별로 재미없어요."


 무뚝뚝하게 말을 끊고 금방 홱 하고 시선을 피하는 것이, 아무래도 같이 있는 게 영 싫은 듯한 모양새였다. 킨토키는 히지카타의 확실히 선을 긋는 거절에 묘하게 상처를 받아 가슴이 욱씬거렸다. 콘도에게 보여주는 그런 나긋나긋한 미소까진 바라지도 않을테니, 적어도 그 무뚝뚝한 입매정도는 어떻게 해주지 않을래? 너한테 사교성 뭐 그런 게 1도 없는거야 엉? 그런 킨토키에게 히지카타는 마지막 일침을 가하는 것처럼 "그럼,"이라고 내뱉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다. 저런저런. 저렇게까지 귀염성이 없는 녀석인데도 이렇게 귀여워 보인다니. 내가 벌써 맛이 갔나보다. 킨토키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혼자서 저벅저벅 걸어가는 히지카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봐, 같이 가려고 온거란 말이다. 모처럼 마중 온 상대한테 너무 심한 태도인 거 아니니? 하지만 어른인 킨상이 참아주지. 화내지 않을테니까 지금 당장 딱 내 옆구리에 달라붙지 못할까 요녀석아?"

 "싫은데요. 내가 왜 댁과 같이 가요."


 마중이란 단어에 더 심기가 상한 듯 확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네 보호자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단 말이다." 킨토키는 그렇게 말했다. "콘도씨가 지금 왜 화제에-" 아 그놈의 댁, 댁, 참 듣기싫네. 킨토키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였다. 순간 걸어가는 걸음을 멈추고 히지카타는 딱딱하게 굳은 입매 그대로 킨토키를 노려보았다. 킨토키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히지카타의 새까만 눈동자가 희미하게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콘도씨한테 뭐 했어요?"

 "...뭐?"

 "......"


 담배를 문 입을 그대로 작게 움직이면서, 순간 인상을 확 찌푸리며 킨토키는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찌푸린 얼굴로 너를 보고싶은 게 아닌데 너는 왜 나를 자꾸 이렇게 만드냐. 하얀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며 히지카타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말실수한 건 내책임이지 콘도씨 책임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협박은 나한테 하고 콘도씨한테 불이익 끼치지 말란 말예요."

 "-? 너 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냐?"

 "콘도씨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잖아요."

 "......"


 사카타 킨토키는 눈을 크게 떴다. 왁스로 고정된 긴 금색의 앞머리칼이 그의 눈동자 사이사이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희미하게 긴장하고 있는 빛이 올라왔다. 콘도 이사오를 향한 걱정이렷다, 저것은? 킨토키는 하, 하고 입술사이로 비집고 흐르는 웃음을 밖으로 집어내던졌다. 화나는군. 킨토키는 물고있던 담배도 집어던지고 성큼 다가가, 히지카타의 팔을 움켜잡았다. 얇았다. 긴 가디건 속의 히지카타 토시코의 팔은 사카타 킨토키의 손이 전부 다 움켜쥐고도 손속 여유가 남을 정도로 이렇게나.


 "그러니까 너 지금, 내가 콘도 이사오를 빌미로 너한테 협박이나 하러 온 사람처럼 보인다 이거냐?"

 "......"

 "그래?"


 팔이 아파.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렸다. 자기 팔을 움켜잡고있는 킨토키의 손아귀의 힘이 점점 세질수록 히지카타의 팔이 삐걱거렸다. 하지만 아프다는 말을 입아래로 꾸욱 누르며 히지카타는 몸을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꼿꼿이 고개를 들어 킨토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킨토키는 굉장히 화가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굴 전체에서 화가 난 기운이 흘러넘쳤다. 사실 히지카타는 그가 콘도의 얘기를 꺼내자마자, 자기가 막말한 것에 대한 응수로 콘도에게 해코지라도 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걸 굳이 히지카타에게 말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 그의 화가 난 얼굴을 보니, 자신이 성급한 판단을 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하지만 첫만남이 너무 안좋았잖아. 도저히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첫만남이지 않느냐말이야. 히지카타는 입술을 떨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킨토키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킨토키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대답 안 해?"

 "...그렇게 생각했어요."


 젠장. 킨토키는 입안으로 욕지거리를 굴렸다.


 "그래. 알았어. 그럼 협박할게.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않으면, 콘도 이사오를 자른다."

 "! 이봐,"

 "첫번째 협박이야. 날 부를 때 이봐, 댁, 등은 일체 안 돼. 물론 사카타도 안 돼. 킨토키라고 불러."

 "......"

 "자, 킨토키야. 그렇게 불러봐. 빨리."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히지카타는 불쑥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미는 킨토키의 눈동자를 한껏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킨토키." 그제야 손을 놓아주는 킨토키의 목소리가 머리위에서 들려왔다. "그렇지." 히지카타는 킨토키가 방금까지 잡고있던 팔부분을 반대편 손으로 쓸어내렸다. 팔이 얼얼했다.


 









 

- done

 

상, 중, 하로 끝날 예정인.

할리퀸 처럼 가볍게 쓱쓱 쓸 생각인데 마지막편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여 야한거 쓰고싶으면 야하게 끝낼거고(그럼 비번달릴거임) 아니면 걍 소프트하게 끝낼겁니다. 야하게 끝내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아청.. 아청..아아청청 ㅋㅋㅋㅋ

 

그나저나 호스트 킨토키x토시코 라니 끝내주지 않습니까~~!!!!!!!

나말고 다른 사람이 하는 연성이 더 보고싶다!

 

기왕이면 다른 설정으로... 부모빚때문에 몸을 판 히지카타 토시코의 첫번째 손님인 킨토키라거나..(????

 

소프랜드:에로강국 일본에서 만든 나가요언니가 나오는 풍속점... 다 아시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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