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봄

(구미긴x텐구히지. 역키잡)

 


 숲속에서, 어린 구미호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손을 이끌고 자신이 찾아낸 커다란 벚꽃나무가 있는 곳에 그를 안내했다. 어린 구미긴과 키가 오십센치 이상 차이가 나는 성인 텐구 히지카타는 앞서 나가는 와중에도 히지카타의 손을 꽈악 잡고있는 구미긴과의 거리를 맞춰주기 위해 상체를 상당히 앞으로 수그려야만 했고 덕분에 달려나가는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고꾸라져서 저 어린 것 위로 넘어져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내 불편한 자세로 걸어가며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내가 요 작은 걸 번쩍 안아들고 날아가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처받으리라. 어린 것이 늘 말끝마다 나는 어른이야 나는 어른이야 해대며 빨리 크고싶어 발돋움을 하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상처가 될만한 말을 내뱉는 대신에 그저 조심스럽게 "천천히, 좀 천천히 걸어. 긴. 나무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잖아." 라고 이야기했다. 긴토키는 결코 걸음을 늦출 생각은 없어보였다. 대신에 히지카타에게 고개를 돌려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작은 뺨의 보조개와, 붉은 콧잔등. "그치만, 빨리 토시쨩한테 보여주고싶은걸!" 히지카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정말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알았으니까 그 토시쨩이란 호칭 그만둬..." 벌써 수만번째의 투덜거림. 어린 구미긴은 늘 그렇듯이 텐구히지의 그러한 투덜거림을 못들은척 받아넘겼다. 히지카타는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어대고 있는 긴토키의 복실한 꼬리를 바라보며 이 교활한 녀석, 그렇게 생각했다.


 숲속 깊은 곳의 벚꽃나무는 과연 크고 아름다웠다.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팔을 잡고 마구 당기며 어서 빨리 보러 가자고, 당신한테도 서둘러 보여주고싶다고 할만한 것이었다. "멋있다." 히지카타는 그렇게 솔직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나무는 아직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몇군데에 꽃의 봉오리가 매달려 있었고, 대부분의 나뭇가지 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벚꽃이 피기 전 가지가 붉어지면 곧 봉오리가 맺힌다는 것을 의미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솔직하게 감탄하는 목소리에 기뻐하며 콧잔등을 잔뜩 찌푸리고 그 아래를 손가락으로 슥슥 문질렀다. "헤헤. 토시쨩이 좋아할 줄 알았어. 분명 얼마 안있으면 꽃이 활짝 필거야, 그렇지? 같이 꽃놀이 하러 오자!" 자신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긴토키의 얼굴에 핀 꽃도, 히지카타가 참 좋아하는 것이었지만, 히지카타는 기본적으로 소년이 기뻐할만한 말을 해줄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예쁘게도 웃는 긴토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도 덩달아 웃음이 비져나왔지만 그 웃음을 참고 단지 하얀 얼굴의 부드러워보이는 소년의 뺨을 잡고 주욱 당겨보았다. 오오, 젊은애 피부는 부드럽기도 하지. "그래그래, 알았다. 너무 소란피우지 마라 꼬마야." "아야! 아야! 꼬집을 필욘 없잖아?!" 긴토키는 방방 뛰며 꼬리를 흔들어 히지카타의 팔을 꼬리로 탁탁 내리쳤다. 히지카타는 키득대었다. 솜털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소년의 꼬리.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키득대는 웃음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불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애취급 좀 하지마..." 히지카타는 늘 그런식으로 중얼거리는 긴토키가 참 어이가 없었다. "너 애 맞잖아." 그리고 히지카타가 한없이 작은 소년의 머리를 꾸욱 누르는데, 그것이 더욱 긴토키의 삐짐에 불을 붙였다.


 "애 아니거든요?! 당신이랑 나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잖아!?"


 히지카타는 가느다란 눈을 더욱 가늘게 하며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오십년 차가 별로 차이가 없는거냐?"


 "그거 새로운 계산법일세. 허허."

 "...당신 그렇게 나이 많았어?"

 "뭐, 오래 살았지."


 소년은 충격받은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곧 눈동자를 마구 굴려댔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눈에서 일어난 동공지진이 웃겨서 피식하고 웃었다. 비지땀을 마구 흘리며 구미호 긴토키는 결국 빼액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북실했던 꼬리가 팽팽하게 서서는 점점 부풀어올랐다.


 "...나, 나이 따위가 무슨 상관이지?!! 중요한 건 신장과 힘아니겠어?!! 조만간 이마아안큼 커서 토시쨩 키따윈 훌쩍 뛰어넘고 말걸?!! 그래서 이 한손으로 당신을 제압해버릴거라고 알아?? 그때가서 울어도 소용없어!"

 "아, 네 네. 그러십니까. 잘 알았습니다."


 히지카타는 결국 키득대며 긴토키의 머리를 손으로 마구 쓰다듬을 수 밖에 없었다. 일일이 이렇게 귀여워서 뭐 어쩔거냐. 긴토키는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새빨개지더니 볼을 있는대로 부풀리었다. "애. 취. 급. 마. 시. 라. 고!! 이 늙은이 까마귀야!!!" 그리고 그렇게 빽 소리를 지르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히지카타의 손을 홱 뿌리치는데, 히지카타는 솔직히 그것도 그것대로 너무 귀엽기만 했다. 아니 귀여운 걸 귀여워 하고 있는건데 그걸 하지말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순종적이고 히지카타의 등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긴토키도 귀여웠지만, 저렇게 살짝 반항기에 들어서서 어린주제에 어른인척 고집을 부리게 된 긴토키도 참 귀엽긴 매한가지였다. 긴토키는 어느새 씩씩대며 혼자서 성큼성큼 굵은 나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고 히지카타는 뒤에서 뒤뚱거리며 걷는 긴토키의 꼬리가 한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다 결국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귀엽긴.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완전히 새끼였을 때를 떠올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작아서 연약해서, 품에 안아들어도 깨질 것만 같아서 조심스러웠던 그 작은 버려진 아기. 커다란 눈에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하게 매달고 솜털같은 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던 그 가엾은 아이가, 이젠 저렇게 커서 반항도 하고 말이지. 히지카타는 새로워지는 감회에 젖은 채 목덜미를 긁적이며 천천히 긴토키의 뒤를 따랐다. "그래도 늙은이 까마귀는 너무 했다 인마." 히지카타는 벚꽃나무의 밑동에 등을 기대고 흐흥, 하고 반복해서 히지카타를 향해 자신이 대단히 삐졌음을 어필하는 긴토키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벚꽃나무의 가지 사이로 봄의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무척이나 날씨가 따뜻했다. 봄햇살에 노출된 나무에는 이제 금방이라도 벚꽃의 봉우리가 터질 것이다.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몸통이 굵은 나무 아래에 나란히 등을 맞대고 앉아 일광욕을 하면서 서로의 몸을 정리했다. 히지카타는 날개를 한짝씩 펼쳐 날개깃 사이에 엉겨있는 이물질들을 닦아내었다. 날개깃 사이사이로 낙엽의 조각이나 긴토키의 꼬리털 같은 게 끼어있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꼬리털이 먼지털이에 묻어나올때마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날개정리를 능숙하게 끝마친 히지카타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긴토키는 여전히 자신의 꼬리를 정리하는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많은 꼬리를 전부 빗질하여 엉킨 털을 풀어내고 결정리를 해야하는데, 긴토키는 아직아직 그것이 너무 서툴다. "긴. 도와줄까?" 하지만 긴토키는 성인이 된 것마냥 발돋움을 하고 있었고 히지카타한테는 있는대로 반항기이고, 자신이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긴토키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자신의 꼬리를 끌어안았다. "내가 알아서 할거거든?!" 히지카타는 눈을 깜빡이며 긴토키를 내려다보았다. "...알았어." "내 꼬리에 손대지 마!" "알았다고." 긴토키는 또다시 흥, 하는 소리를 낸 후에 히지카타를 외면했다. 이런이런. 단단히 삐졌네.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빗으로 필사적으로 꼬리를 빗는 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다. 손가락이 다 근질거린다. 빗질하는 거 엄청 도와주고 싶은데. 히지카타는 조금 초조해하며 몇번을 곁눈질로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마지막 꼬리다. 보송보송한 꼬리들을 쓰다듬으며 긴토키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휴우." 히지카타는 웃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다. 꼬리빗는 일 하나로 무슨 큰일이라도 해낸마냥, 긴토키는 완전 뿌듯해보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긴토키는 드디어 마지막 꼬리를 잡고 빗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는 금방 엉켜있던 꼬리털에 말려들어갔다. "엇." 긴토키는 당황하며 손에 힘을 주어 빗을 빗어내리려했고 그것이 화근이 되어 도리어 빗사이에 털들이 더욱 엉겨붙어버렸다. 긴토키가 아무리 용을 써도 털들이 수습이 되기는 커녕 털에서 빗을 빼낼 수 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잇, 이거...." 결국 긴토키는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빗사이에 엉겨붙은 털을 손으로 잡아뜯으려했다. "안 돼. 그러지 마. 그러면 아파." 흘끗흘끗 꼬리정리를 하는 긴토키를 계속 몰래 지켜보고 있던 히지카타가 긴토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긴토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할 거야. 토시쨩은 손대지마." 꼬리가 점점 큰일이 되어가는데에도, 긴토키는 여전히 뻗대고 있었다. 그 나이때 특유의 쓸데없는 오기를 어떻게 해야할까.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바보같은 소리 그만해."


 "그, 그치만..."

 "알아 알아. 사실은 긴토키가 이미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것 정돈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긴이 너무 빨리 크면 외로우니까, 이정돈 내가 하게 해줘. 응?"


 "외로우니까, 내가 널 도울 수 있게 해줘. 긴." "......" 긴은 새빨간 얼굴로 콧잔등을 붉게 물들였다. 울음을 참는 거란 것을 히지카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히지카타는 털이 엉겨있는 긴토키의 꼬리를 한 손으로 잡아들고 혀를 내밀어 긴토키의 털을 적셨다. 입속을 채우는 긴토키의 솜털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봄의 마른 초원의 냄새도 나고. "흐읏..." 긴토키는 몸을 움츠리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긴장하는 것인지, 꼬리도 가느다랗게 떨리었고. 긴장할 게 뭐있어. 어렸을 땐 자주 입으로 핥아줬잖아. 뭐 새삼. 히지카타는 의아해하며 엉켜있는 부분의 털을 전부 입안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러고보니 어느날부터인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입으로 털을 정리해주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했었다. 원래가 새인 히지카타는 핥아서 털을 정리해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었지만, 긴토키는 구미호였고,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종에 따른 털정리방법을 따라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리한 것이었다. 구미긴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히지카타가 혀를 내밀어 얼굴이나 배등의 털을 핥으며 정리해주면 간지럽다면서 꺄악꺄악 거리곤 했었다. 좋아서. 하지만 어느날인가, 히지카타가 혀로 뺨을 핥으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긴토키는 화들짝 뛰어오른 후 자신의 뺨을 손으로 감싸며 히지카타에게 무지하게 화를 내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이렇게 핥지말라면서. 내가 알아서 털을 정리할거라면서. 소년 긴토키가 무지하게 화를 내서 그 뒤 히지카타가 그를 핥아주는 일은 하지 못했고, 그러니까 오늘 그에게 입을 댄 것은 (!) 그러니까 참으로 오랜만인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엉킨 털을 입속에서 우물거리며 그것을 잘 풀어준 후 입을 떼내었다. 입 속에 뭉쳐있는 털이 데굴데굴 굴렀다. 히지카타는 그것을 퉤하고 뱉어낸 후 긴토키의 젖어있는 부분의 털을 빗으로 쓸어내렸다. "이제 됐네." 히지카타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들어 긴토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토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참는 듯 콧잔등을 잔뜩 찌푸린 채였고. 


 긴토키는 팔랑거리는 자신의 꼬리 몇 개를 끌어안고서 원망하는 눈동자로 히지카타를 노려보았다. "...당신, 진짜. 두고봐. 나중에 혼날 줄 알아." 두고보라구. 진짜 나중에 나중에 후회할테니까. 구미긴은 울먹이면서 그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 히지카타는 소년이 하는 말을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한 얼굴로 "뭐야, 왜 죽상이야?" 라고 긴토키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긴토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몇년인가의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흐르고.


 또다시 봄의 햇살이 숲 속 깊은 곳의 굵은 벚꽃나무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오래된 벚꽃나무에 활짝 핀 벚꽃은 아주 연한 분홍빛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눈처럼도 보이고, 그것은 마치 하얀 봄의 햇살을 형상화 해둔 것처럼도 보였다. 벚꽃은 멀리에서 보면 꼭 뭉쳐놓은 구름덩이같기도 하였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날아서 도망치지 못하게 그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그를 자신의 어깨에 걸친 채 나무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긴토키가 어릴 때 나무를 발견한 뒤로 매년 이 나무에 벚꽃이 만개하면 나무아래에서 꽃구경을 즐기는 게 둘의 암묵적인 룰이 되어 있었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히지카타가 자꾸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슬슬 도망을 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둘의 첫날밤이 바로 그 벚꽃나무 아래에서 치뤄졌기 때문이었다. 몇년이 채되지않아 긴토키는 히지카타만큼 키가 커지고, 그보다 더 팔힘이 세지고 몸이 단단해졌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나무 기둥에 기대게 하고 그가 다른 어디로 가지 못하게 막아서서는, 의기양양하게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준댔지?"라고 말했다. 히지카타는 그제야, 자신의 작디작았던 소년 긴토키가 그동안 자신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히지카타는 창백한 얼굴로 긴토키를 바라보았고, 긴토키는 그동안 히지카타가 자신을 향해 귀엽다귀엽다 연발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그날밤 내내 히지카타를 향해 "귀여워, 토시쨩." 이라고 속삭였다. 긴토키의 품안에 갇혀 도망치지도 못하고 히지카타는 "...나 혹시 엄청 둔해?" 라고 중얼거렸다. 긴토키는 참 이쁘게도 웃어보였고,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그는 더 이상 히지카타의 작디작은 구미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는 여전히 그가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러니까 아마 이제 어쩔수도 없는거겠지. "다신 토시쨩이라고 부르지마." 히지카타는 투정아닌 투정을 하며, 자신의 입술위에 입술을 포개는 긴토키를 위해 기꺼이 입을 벌려주었다.


 어쨌거나, 첫날밤은 여러모로 히지카타에게는 창피하고 뼈아픈 기억이었다. 그래서 별로 기억하고싶지 않은데, 긴토키는 꼬박꼬박 그 나무에서 꽃구경을 하며 첫날밤을 매년 재현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슬금슬금 도망쳐다니기 시작했고, 결국 긴토키에게 붙잡혀 벚꽃나무아래까지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게 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긴토키의 어깨위에 얹혀진 채 다리와 허리를 단단히 잡혀 도망치지도 못하고 히지카타는 그저 긴토키의 머리위로 자신의 날개를 펄럭이고만 있었다. "야 인마, 이거 안놓냐? 넌 어른공경을 전혀 할 줄 몰라!" 이미 히지카타만큼 커지고 완전히 청년의 모습을 한 긴토키는 무미건조하게 코를 파며 자신의 긴 꼬리로 히지카타의 얼굴을 톡톡 쳤다.


 "토시쨩이 매년 도망을 치니까 이런거잖아. 그러니까 도망안치고 순순히 따라오면 좀 좋아? 나도 여기올땐 늘 당신과 나란히 손잡고 오고싶다고."

 "토시쨩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그, 그리고 니가 야외에서 자꾸 이상한 짓 하려니까 그러지!"

 "처음도 아닌데 이제와 새삼. 매년 그렇게 처녀처럼 구는 거 그만하면 안 되나. 진짜 긴상 취향이라서 상냥하게 대해주고싶어도 넘 조절이 안 돼..."

 "시끄러워 이 망할 절륜아!! 넌 나에대한 배려심이 너무 부족해!!"


 "공경심도 부족하고 배려심도 부족한 망할 연하연인이라 미안해~ 그치만 절륜은 솔직히 좋잖아 그렇지?" 그러고 긴토키는 흐흐, 하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하나도 안좋아. 히지카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어디가 귀엽다고 홀랑 넘어가버리고 말았을까. 아아, 내 작디작았던 긴이 그리워. 그를 돌려줘. "히지카타. 저것 봐. 꽃이 너무 이뻐." 곧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내려놓았다. 히지카타는 어느새 자신이 벚꽃나무의 굵은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긴토키가 아주 살짝 자신을 지상에 내려놓은 것이다. 히지카타는 고개를 들어 벚꽃이 만개한 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았다. 그 솜털같이 하늘한 꽃잎과, 꽃잎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봄의 빛. 히지카타는 눈이 부신 듯 문득 눈살을 찌푸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봄의 달콤한 공기를.


 문득,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양허리를 손으로 감싸쥐고서 히지카타의 햇살에 노출된 하얀 목덜미 위에 키스를 했다. 으음, 히지카타는 가느다랗게 뒤척였지만 긴토키를 떼어놓지는 않았다. 긴토키는 입술을 더듬어 히지카타의 턱을, 그의 뺨을 쪽쪽대다가 곧 히지카타의 입술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히지카타의 가느다란 눈이 더욱 가느다랗게 되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새까만 눈이 조금씩 붉게 물드는 순간이 못견딜정도로 좋았다. 예뻐. 아름다워.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붉은 입술위에 쪽소리가 겹치도록 몇 번 반복해서 입술을 움직이다, 자신의 허공에서 살랑이던 꼬리 하나를 움직여 히지카타의 입술을 툭하고 쳤다. "예전처럼 빨아주지 않을래?" 히지카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슨 헛소리야?" "예전에는 핥아줬잖아. 그때 나 느껴서 엄청 안절부절 못했었는데 당신 조금도 눈치 못챘지?" 으으으, 그래 나 둔하다. 알았으니까 그때 얘긴 그만 좀 꺼내! 히지카타는 손가락을 들어 긴토키의 위아래 입술을 콱하고 잡았다. "또 그때 이야기하면 다신 손못대게 한다." "우움우우우우우.(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히지카타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긴토키의 입술을 아프게 꼬집다가 곧 손을 놓아주었다. 긴토키는 입술이 아픈 듯 미간을 찌푸렸다. 히지카타는 키득대었다. 뭐야, 왜 그렇게 귀엽게 웃고 난리야. 미치겠네. 긴토키는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다시 히지카타에게 키스했다. 이렇게 키스하고싶어서, 이렇데 당신의 목을 끌어안고 싶어서, 그렇게도 얼른 크고 싶었지. 당신보다 어깨도 넓어지고 힘도 세지고 당신만큼 키가 커져서, 나는 어서 이렇게 당신과 키스가 하고싶었던 거야.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곧 생각이 넘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히지카타를 성급하게 끌어안으니, 품안에 가득한 히지카타가 아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체온이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원하는만큼 히지카타도 긴토키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너무 좋아. 너무 좋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번쩍 들어올렸다. "사랑해."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신이 바라는 만큼.







- done


 

봄 글 :)

봄이 좋아요.

역키잡은... 진리인 거 같아요... 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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