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소년

 

(뭔가 프롤로그같은... 겁니다. 다듬지 않고 대강 써서 어설픕니다.)

 


  "야, 잠깐 가만 있어봐." 처음 그 소년이 그렇게 말했을 때, 긴토키는 그 말이 자기에게 건네는 말일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까만머리의 빼쪽마른 하얀얼굴의 소년은 어딜 어떻게 봐도 인간의 종자였고 평상시의 사카타 긴토키는 결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년은 긴토키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긴토키가 걸려있는 나무를 향해 정확히 걸어왔다. 야 잠깐 가만 있어봐, 그 대사를 내뱉은 다음부터는 다가오는 걸음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까지 하였고. 도리어 긴토키가 당황하며 안절부절 양팔을 팔랑였을 정도였다. 아니 인간 주제에 어떻게 내가 보여?! ...그리고 한없이 짧아진 양팔을 팔랑인 뒤에야 긴토키는 겨우 자기상태가 어땠는지를 기억해 낸 것이다. 맞다. 나 요술부렸었지. 요술부려서 새의 모습을 훔친 상태였어. 그러니까 사카타 긴토키는 오랜 세월 인간의 종자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물론 그 긴세월동안 긴토키를 본 인간도 간혹 있기는 하였지만) 삶을 살아왔던지라 오늘 자기가 새의 모습을 훔쳤고 그렇기에 인간의 눈에 충분히 보일만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걸 심하게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씨, 내가 나이를 먹고 노망이 났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날아간 새의 모습을 훔쳐놓고 어떻게 그걸 잊어먹냐 그래. 긴토키는 더욱 양팔을 팔랑였다. 아니, 팔이 아니라 새의 날개를 말이다.


 "아아, 가만 있으라니까! 그러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겠어." 아주 가까이에 다가온 소년은 아주 까만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조막만한 작은 하얀 얼굴에 새까맣고 커다란 눈동자가 두 개, 데굴거리며 자기를 따라붙는 통에 긴토키는 왠지 심장이 쿵쿵(아니 사실, 지금 사카타 긴토키는 아주 작은 새가 된 상태이므로 심장은 콩알보다 더 작을 거였다, 그러니까 심장뛰는 소리는 콩콩이리라.)거렸다. 인간의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는 것, 인간이 자신을 보는 것, 그 모든 것이 너무 오랜만의 일인지라 긴토키는 자신과 시선이 마주친 인간을 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제발, 떨어지지 마라. 떨어지지 마." 소년은 당혹해하는 듯도 걱정하는 듯도, 무척이나 간절한 것도 같았다. 뒷통수보다 조금 더 높이 묶은 까만 머리채가 차가운 겨울의 텅 빈 하늘위로 한없이 한없이 펄럭였다. 소년은 손바닥을 위로 하고 새끼손가락들을 붙인 두 손을 자기 얼굴만큼이나 높이 들고 이젠 거의 긴토키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소년은 그대로 엎어질 듯이 불안정하게 몸을 흔들었다, 이 겨울에 얼어붙은 땅위에서 잘도 그만큼 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언제 넘어질지 모르게 불안한 어깨의 흔들림과, 긴토키를 향해 펼친 손가락 끝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긴토키의 뇌리에 박음질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불안한 모습으로 뛰어오면서도, 소년의 눈은 긴토키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긴토키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의 눈에 거꾸로 비친 소년의 상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점점 가까워진다. 긴토키는 소년의 눈에 어린 불안과 초조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 날 구하기 위해서, 저렇게. 저렇게 뛰어오는 거구나. 꽁꽁 얼어붙은 땅에 미끄러지면 그대로 넘어져 크게 다칠지도 모르는데에도 아랑곳없이, 나뭇가지에 한쪽다리가 걸려 거꾸로 매달려있는 날 구하기 위해서 저렇게.


 그러니까 몸보다 먼저 다가오고 있는 저 모은 두 손은 어쩌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나를 허공에서 잘 잡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웅덩이란 말일테고. 긴토키는 눈을 깜빡였다. 아침에 사당에서 눈을 떠, 살이 에일만큼 얼얼한 겨울공기를 가르는 아주 작은 새의 날개짓을 보았을 때, 괜한 변덕으로 그 새의 모습을 훔쳐 긴토키는 겨울의 아침을 날아다녔다. 새는 전체적으로 동그랗고, 날개와 꼬리는 짧았으며, 다리는 버찌의 줄기보다도 얇았더랬다. 새의 모습을 하는 건 오랜만이라 날갯짓이 서툰 것도 있었을테지만, 하여간 겨울의 거센 바람 한 방에 반대로 뒤집어져 방금까지 날으던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밀려져버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나뭇가지. 사카타 긴토키는 새인 자신이 완전히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처럼 한쪽다리만 가지에 걸린 채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그런 날 보고 날 구해주려 저리도 급하게 달려오고 있는 것인가. 긴토키는 그제야 팔랑이던 양 손의 날개짓을 멈추었다. 소년은 어느새 손을 뻗으며 긴토키가 매달려 있는 가지를 붙잡을 수도 있을만큼의 거리에 까지 와 있었다.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 제발, 떨어질라." "......" 가까이 다가온 소년의 얼굴은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더 하얗고, 더 빨갰다. 아, 대체 이렇게 추운날 밖에서 너같이 어린 인간의 아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눈빛은 제법 어른에 가깝게 날카롭지만, 얼굴의 턱선은 여전히 동그랗기만 한데. 소년은 나무아래에 서서 까치발을 들어 나뭇가지의 끝으로 손을 뻗어 그것을 조심스레 잡고 나뭇가지의 위치를 조금 아래로 내렸고, 곡선으로 휜 나뭇가지의 모양에 따라 새의 모양을 한 긴토키도 흔들거리며 조금 아래로 내려왔다. 소년의 짙은 눈매가 조금 더 가늘어지며 아주 신중히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날 쪼아도 되니까, 제발 버둥대지만 말아라." 추위로 빨갛게 곱은 손끝을 천천히 뻗어, 소년은 조심스레 새의 몸 전체를 움켜잡았고, 그 손끝에는 긴토키를 압박하지 않으려 힘을 적당히 주는데에 더욱 신중하게 움직이는 떨림이 어려 있었다. "......" 긴토키는 날개를 얌전히 배쪽으로 접었다. 물론 고개를 움직여 소년의 꽁꽁얼은 손바닥을 쪼아대지도 않았다. 긴토키의 짤막한 날개보다도 소년의 손이 더 얼음장같았고, 긴토키는 자신의 나뭇가지에 걸린 다리를 빼내려고 조심히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면서 너 이럴 시간에 그냥 얼른 집으로 돌아가란 소리를 백 번은 더 하고 싶었다. 소년은 신중히 나뭇가지를 흔들었고 새를 잡고 있는 손에 자칫 힘을 잘못주어 새를 압박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양팔에 부담이 가는 자세일 게 틀림없는데, 발꿈치마저 들고 있으니 온 몸이 얼마나 불안정하겠느냐고. 긴토키는 안절부절못하여 몇 번이고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소년의 흔들리는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까만 유카타의 밑자락 또한 흔들리고, 또 흔들리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소년이 나뭇가지를 놓았다. 긴토키의 가지에 걸려있던 한쪽다리가 드디어 빠진 것이다. 소년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작고 동그란 새를 쥐고 있는 손에는 여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다리가 너무 얇아서 그대로 부러지는 거 아닌가 싶었어."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새를 내려다 보았다. 머리에서부터 동그란 배와 짧은 꼬리까지 전부 연한 하늘색을 하고 있는 새는 소년이 태어나 처음 본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열 다섯살이 될 때까지 세상에 본 것보다 보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았고, 자신이 그렇게 좁은 길만을 걸으며 십오년을 살아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처음 본 새를 신기하게 여기지 않았다. 소년은 귀인을 만났고 그 귀인은 소년을 좀 더 넓은 길 좀 더 큰 세상, 이때까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많은 처음 본 것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기꺼이 안내해줄 것이었고, 그러므로 소년은 자신의 비참하고 별 것 없었던 십 오 년을 더는 슬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소년, 히지카타 토시로는 왠지 이 한마디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얇은 다리로 몸뚱이 지탱은 어떻게 하는 거야? 너 혹시 비만새냐?" 그제까지 히지카타의 손안에 얌전히 몸을 뉘이고 있던 사카타 긴토키가 펄쩍 뛰어오르며 화를 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츙~!!!!!" 거센 날개짓은 날개가 워낙 짧아 손바닥이 아프기는 커녕 오히려 간지럽기까지 했지만, 그 요란한 새 우는 소리에는 귀가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악, 시끄러..." 히지카타는 비어있는 한 손으로 한쪽귀를 감쌌다. 차가운 겨울공기에 손바닥이 더 차가운지 귀가 더 차가운지 구별해내기가 힘들었고, 새의 요란한 츙츙소리는 가감없이 히지카타의 귀청을 흔들었다. 으으... 히지카타는 나지막히 신음하였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히지카타는 자신의 한쪽 허벅지 위에 새를 내려놓았다. 새는 히지카타가 하는대로 데굴굴러 히지카타의 허벅지에 자신의 등을 대었다. 히지카타는 신중한 태도로 손가락을 조심히 움직여 새의 방금까지 가지에 걸려있던 다리의 이쪽저쪽을 살펴보았다. 혹시 가지에 긁힌상처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살펴보는 게 분명했다. "겉보기엔 괜찮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중얼거리는 히지카타의 입술은 이제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새는 가지의 색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아랫입술이 당혹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냥, 이 인간이 나에게 뭘 또 해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전부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히지카타는 머리를 묶고있던 끈을 풀어내더니 한쪽 끝을 입에 물고 그대로 끝을 두조각으로 갈라냈다. 얇은 천이었던 끈이 더욱 얇은 천이 되었고, 히지카타는 그 얇고 작은 천조각으로 고심고심하여 새의 다리 한쪽을 돌돌 마는데 성공하였다. 그동안 새는 소년의 바람에 더욱 흐트러지는 길고 까만 머리칼을 보고 있었다. 어깨위로 얌전히, 흔들려 나릴 줄 알았는데 바람에 거세 도리어 허공위를 제멋대로 춤춘다. 그 얇고 까만 머리. 긴 속눈썹 위로 물방울이 되어있는 겨울의 얼음알갱이가 고이는 것처럼, 머리칼 끝끝이 조금씩 얼어 하얗게 되어가고 있었다. 아 이따위 것, 하지 말고, 그냥 어서 집으로 들어가라고. 이대론 앉은 그대로 얼음조각이 되어버릴 거라고, 차라리 큰소리로 말해버릴까 이 작은 부리를 벌리고. 새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히지카타는 간신히 새의 다리를 싸매는 것에 마무리를 지었다. 새의 다리가 워낙 얇기도 했지만, 사실 추위에 손이 곱아 매듭이 잘 되질 않아 더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손가락의 마지막 마디 아래까지 시뻘겋게 되어 부르튼 자신의 살들을 가만 바라보다가 손바닥 위에 겨우겨우 한 번 뜨거운 입김을 하아, 하고 불어보았다. 물론 입김도 싸늘하게 식어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이제 다 됐어. 고생했어." 히지카타는 그렇게 말하고 새를 살짝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음부턴 조심해야 돼." "......" 새는 바닥에 두 발을 대고 자신의 발을 내려다 보는 듯 했다. 방금 히지카타가 천으로 감싸 준 다리를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더니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집으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손가락 하나를 뻗어 새의 머리위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사람 손 조금 탔다고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니지?"

 "츙?"

 "...붕대를 안하는 게 차라리 더 나았을까. 산짐승에 대핸 아는 게 없어서, 참..."


 중얼거리며 일어서고, 히지카타는 그제야 미련없이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는 그 자리 그대로 서서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올 땐 그토록 서두르더니, 멀어질 때는 천천히 아주 느긋한 발걸음을 하며, 소년은 또 한 번 곱은 손 위에 식은 입김을 하아 하고 불었더랬다. 자기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던 소년은, 잠시 멈춰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집어 올렸다. 아마 그 자리에 목도를 떨어뜨리고 새를 구하러 달려온 것이었는지, 집어올린 것은 틀림없는 목도였다. 소년은 목도를 허리춤에 차고는 잠시 멈칫하였는데, 긴토키는 그 소년이 꼭 뒤를 돌아볼 것 같이 어깨를 움찔하는 것 같아서, 저도모르게 한걸음 앞으로 뛰어올랐다. 아니, 그대로 작은 날개나마 양옆으로 활짝 펴고 소년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를 것 처럼 꼬리를 위로 치켜올렸다. 그러나 결국 소년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소년은 그대로 달려나갔다. 까만 머리칼을 겨울의 찬바람에 한없이 흩날리며.


 "...츙."


 한 번 이라도 더 보면, 정이라도 붙을 것 같아서?

 그래서 뒤돌아보지 않았니?  

 그래, 넌 그렇다 치면, 난 대체 뭘까?

 난 왜 너에게 달려가고 싶었던 걸까?


 푸른색의 작은 새가 서 있던 자리에 새는 없고, 평소의 사카타 긴토키가 된 채로- 긴토키는 점점 작아지는 소년의 뒷모습을 한 없이 보고 있었다. 이제는 소년이 아무리 뒤돌아봐도, 긴토키는 소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왜 그게 이렇게도 큰 비극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그러한 긴토키의 가슴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이 감각은, 대체 무엇일까? 긴토키는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힘들어 혼란스러워 했다.

 





 

 "겨울 가뭄이 너무 지나쳐. 얼은 땅아래 묻어놓은 씨감자들이 봄에 싹을 틔우는 것도 가능할지 어떨지..."

 "이러다가 다 굶어죽게 생겼어. 젊은이들이 아무리 마을밖에 나가 일을 한다손 치더라도...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있고..."

 "우리마을도 이제 끝인가..."


 마을을 지키는 사당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인 건데, 모인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라곤 대부분 이런 소리인지라, 제사가 좋은 분위기에서 원활하게 지내질리가 만무했다. 그렇지만 사당지기 콘도 이사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콘도의 눈앞에는 그가 이때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콘도가는 이 마을의 단 하나뿐인 사당지기 가문이었지만 사당의 주인의 모습이 보이는 이(무녀)가 최근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피가 연해져 콘도 이사오쯤 되면 그냥 명맥으로나마 사당지기로 남아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그 명목상의 제사를 치루려고 콘도가의 정복을 입고 사당앞에 선 것이었는데, 그런 콘도 이사오의 눈앞에 말도 안 되는 것이 서 있었던 것이다.


 작은 사당의 위에 서 있는 은발의 남자는, 차갑고 싸늘한 눈동자로 콘도 이사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얗고 푸르고 빨갛고 까만 천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옷 너머로, 아홉개의 하얀 꼬리가 너풀거렸다.

 이는 틀림없이 나한테만 보이는 거다. 콘도 이사오는 그추운날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차가운 눈동자를 빛내며 생긋, 웃는 인간의 존재가 아닌 무언가는, 콘도를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주며 그를 위협하는 듯 했다. 콘도는 사당에서부터, 아니 남자로부터 뿜어져나오는 강한 기에 짓눌릴 것처럼 목과 어깨가 아팠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사당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선 마을사람들의 웅성거림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그 순간, 콘도 이사오는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 한 목소리에 거의 몸이 얼어붙고야 말았다.


 하얀 꼬리를 나풀거리는 그 존재는 말했다. '마을의 가뭄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으면 제물을 바쳐라.'

 콘도 이사오는 마른침을 삼키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서 있었다. '제물은 아직 스물이 안 된, 작고 하얀 소년이 좋겠다.'


 때론 푸르게, 때론 빨갛게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 친 순간, 콘도 이사오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는 그 존재가 누구를 말하는지 순식간에 눈치채고야 만 것이다. ...그는 안 됩니다, 토시는 안 되요. 그렇게 말하고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콘도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그의 좌절감은 점점 더 깊어져갔다. 그리고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는, 긴 소매자락을 가만히 쓸어올렸다. 한쪽 팔에 언젠가의 그 작은 천조각이, 돌돌 감겨져 있는 채였다.


 


 









- continue...?

 

이게 머시당가.

 

이게 머냐면요, 실은 세포가 5월 긴히지 온리전에 부스참가를 하는데요. ㅎㅎ 거기에 신간을 내야되는데 뭘 낼까 하다가.

이런거 낼까...? 하고 생각하면서 좀 끄적여본 거예요.

세포가 구미텐구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이걸 쓴다면 3년 연속 구미텐구 책 내는 거임 ㅋㅋㅋㅋ

 

어쩔까? 고민하고 있긴 한데.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글을 쓸까? 아님 아예 다른 걸 쓸까? 지금 좀 고민중이에요 ㅎㅎㅎㅎㅎㅎ

만약 이걸 계속 써간다면 1부터 다시 써야겠죠. 이건 그냥 막 끄적인거라. 설정도 미흡하고. 흠. 어쩔까 '~'

 

뭔가 행복한 고민이군요.... 신간은 과연 뭐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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