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벽 벽(壁)

푸를 벽(碧)

열벽(闢)

 

긴토키는 천천히, 벌려져있는 히지카타의 검은색 유카타 앞섬으로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히지카타의 찌푸려진 눈썹이 어처구니없는 방향으로 흔들렸다. 사각거리는 옷자락을 넘어 긴토키의 손끝에 버석거리는 히지카타의 속옷이 닿는순간, 심장이 목밖에까지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으로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오른손을 사납게 뿌리쳤다.

 

「뭐, 뭐하는거냐!!」

「하아?」

 

 냉정하게 거부당한 오른손이 괜히 민망해진 긴토키는 약간 붉어진 오른손을 왼손으로  쓰다듬어 내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뭐하냐니, 뻔하잖아.」「뭐, 뭐.」당당할정도로 뻔뻔하게 내뱉는 긴토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찾을수가 없어서, 할말을 잃어버린 히지카타는 입술만을 뻥긋뻥긋 하면서 결국 아무말없이 얼굴만을 붉힐 뿐이었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긴했지만, 하여간  긴토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느샌가 두 다리를 접고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달밤. 창호지사이로 달빛은  쏟아지고 초롱불은 흔들리고, 너와 나 양옆으로 비워진 술병들은 이미 열 개정도고.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밤도 깊었고 너 취해서 얼굴은 붉고 검은색  유카타는 흐트러져 다리사이가 절묘하게 보이고. 그럼 손이 나가는 게 당연하잖아.」

「무,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질스러운 놈!!!」

「저질스럽다니, 뻔한 전개가지고.」

「어디가 뻔한 전개라는 거냐 어디가!!!」

 

 각자 따로 술마시러 찾아온 두 사람의 가게취향까지 닮은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서로 오늘밤은 왠지 기분이 울적해져 달래러 온 것이라는 것까지 파악해버렸다. 달빛에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까지 비슷하단 말인가, 이거 마치 얼굴만 다른 도플갱어같은 기분이야. 이런 상황의 이런 분위기라면 사실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울적한 기분을 서로 달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서로앞의 '이 녀석'에게는 그런식으로 흉금을 털어놓을 수가 없단 말이지. 가게의 문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0.1초만에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급작스럽게 서로 그냥 아는척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두 사람은 전혀 아는 사이도 아닌 척 동시에 가게안으로 들어갔고, 그러나 언제나 예정된 결론이기는 했지만 우습게도 가게안 남은 방은 단 하나. 제기랄, 이게 무슨 조화인가. 그러나 다른 가게로 가버리기에는 이 가게의 남은 타다미방 얇은 창호지너머로 쏟아지는 달빛을 안주삼아 마시는  술은 오늘밤에는 최고로 어울릴 것 같은 기분. 백보 양보해서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술을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한잔이  두 잔과 세병과 네병이 되는 동시에, 어느새 대작하며 별말없이 달빛에 춤추는 밤알갱이를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서로의 빈 잔에 담아주는 무색의 술은 쪼르르륵, 단지 그순간에만 물방울을 튀기며 소리를 냈을 뿐으로, 두 사람은 지극히 차분하게 서로가 따라준 술을 입안으로 머금으며 단지 굴러가는 금달밤을 보고 있었다.

 

 '멋지군.'

 '......'

 

 그리고 먼저 밤의 장막을 거둬낸 것은 히지카타였다.

 

'-뭐가?'

 '저 달.'

 '......'

 

 동그랗게 떠오른 달모양은 얇은 창호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기에 그 경계가 불분명하게 퍼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왜저렇게 아름다운지. 긴토키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흐음, 심금을 울리는 달밤이라, 어린놈들 떼놓고 와서 가끔 이런 낭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너도 그런밤이 있는건가? 혼자 있고 싶은 때.'

 '당연한 걸 묻는거 보니 죽을때가 됐나?'

 '...다함께 있는 것이 훨씬편해.'

 '......'

 

 그 웃음이 약간 쓰게 흘려지는 것을 긴토키는 느꼈다.

 

 '먼미래를 생각해도 먹먹해지지 않고.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캄캄하지 않지. 웃고  떠드는 사이에 고독이란 사라진다. 떠나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조차 일체 사라지고,'

 '.......'

 '일체사라지고, 고양감만 잔뜩 남아서  지독하게 떠들고 있는 나만 발견하게 되지.'

 '......그렇지.'

 '혼자는 전혀, 좋지 않아. 이렇게-'

 '이렇게, 남아서. 고독을 폼처럼 씹어봤자,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렇지. 미련만 잔뜩 남는 꼴이 되서는,'

 

 긴토키는 피식 웃었다. 히지카타는 남자의 웃음소리를 안주삼아 또 한번 목너머로 불을 삼켰다. 긴토키의 결코 민첩하지 않은 행동이 그대로 히지카타의 술잔안으로 다시 술을 꽉꽉 담는다. 히지카타는 웃으며, 검은색 머리카락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고개를 약간 숙이고, 한쪽 무릎을 세워 그곳에 팔을 걸쳤다. 유카타의 앞섬이 그대로 허벅지 아래로 떨어졌다.

 

 '잡히지 않는 과거만  되새기고-'

 '부여안은 여자의 살냄새만 생각나고.'

 '잠깐, 그거 뭐야. 난 그런 거 생각안나.'

 '한심한 오쿠지군이로군, 이런 밤에 생각나는 여자하나 없단 말이냐.'

 '시끄러워, 생각안난다면 생각 안나는거야. 난 그런 거 생각안나.'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오쿠지군이 다음 운을 띄워봐.'

 '누가 오쿠지군이야!'

 '사사로운것에 신경 좀 쓰지 마, 오쿠지.'

 '제기랄,'

 '자자, 다음 운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 긴토키에게서 시선을 떼낸 히지카타는 순간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하고 웃은 긴토키를 보지 못한 채 단지 입안으로 술을 털어넣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히지카타는 목구멍너머로 술을 꿀꺽, 삼키며 피식 웃었다. 혀밖으로 밀어내려고 생각이 떠오른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당고냄새나 풍기는 천연파마머리와 어깨를 나란히해서 대작이나 하는 꼴을 겪게 되며-'

 

 긴토키가 인상을 찌푸렸다. 히지카타는 약간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아쭈? 지금 무지하게 싫다는 말투인데?'

 '당연하지.'

 '그럼 나야말로 마요라 냄새 풀풀나는 시커먼 정부의 개 부장나리와 어깨를 나란히해서 대작하는 꼴이라 너무 좋다.'

 '......좋은거냐?'

 '싫다고 말하면 너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되잖냐.'

 '.......'

 '내가 이겼군.'

 '풋,-'

 '- .. ..어,'

 

 웃는 거냐? 얼빠진 목소리로 묻는 긴토키의 옆에서.

 

 그리고, 핫하, 정말 너의 말에는 이길수가 없어- 의외로 부드럽게 내뱉는 히지카타의 옆얼굴이 긴토키를 그런쪽으로 부추긴 것이 분명하다. 남자는 속살거리듯 웃었으며, 그 의외로 호탕한 웃음은 나지막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기를 가르고 뻗어나갔다. 창호지위에 새겨진 경계가 불분명한 달조차도 흔들었다. 술에 젖은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열에 달뜨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검게 죽어있었다. 그리고, 또, 앞섬은 흐트러진 채 검은색 유카타는 반쯤 살을 가리지 못했고, 한쪽 무릎을 세운 다리안쪽으로 유카타는 흘러내렸고, 의외로 매끈한 다리는 알이 박혀있어서 형태는 고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속살은 부드러워 보였다던지, 그림자가 쏟아진 다리와 다리사이에 긴토키의 오른손 하나정도는 파고들 자리가 있어 보였다던지-.

 

 하여튼 뭐 그랬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히지카타의 술에 상기된 옆얼굴이 긴토키의 마음을 그런쪽으로 동하게 만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긴토키는 술잔을 내려놓고, 저도  모르게 몸을 히지카타쪽으로 기울여, 그 귓가에 숨을 파묻으면서 오른손을 히지카타의 다리와 다리사이에 슬쩍 파묻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군, 미친거냐?!」

「아, 아. 별 것도 아닌데에 고함지르지 마,  술기운 올라서 머리 핑핑 돌아가는 것 같은데, 오쿠지군.」

「아, 이-」

 

 물론 그 말이 맞다. 저도모르게 혈압높히니 머리가 어질어질하이 출렁이는 뇌수쪽으로 술이 전부 몰린 것 같은 기분이다. 히지카타는 순간 입을 닫으니 한꺼번에 핑글, 어지러워져 저도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짚었다. 무너지는 듯이 허리를 숙이는 히지카타를 보면서, 천연 곱슬의 은색 머리칼을 슬쩍 쓸어넘기며 긴토키는 빙글 웃었다. 그리고 히지카타에게 다가가, 히지카타의 양어깨를 부여잡았다. 히지카타는 의외로 낮은 손바닥의  체온을 느끼자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마주치는 시선은 장난스러운 표정이면서도 의외로 진지했다. 히지카타는  그 눈동자를 왠지 보고 있을수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어라, 이거 뭐야, 시선을 돌릴필요가 뭐가 있는 거야.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긴토키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어라? 손끝도  떨리는데.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 그-」

「이봐, 간단한거야. 어차피 욕구를 풀만한 상대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는거라구, 혈육을 퍼뜨리고자 하는 행위인 것도 아니고,」

「- ...」

「-그냥, 성욕이야, 성욕. 이밤에 거칠게 일어난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별의미없는 기분좋은 행위.」

「...싫, ...어-」

「...어딘가에서 여자를 사서, 장난, 해본적 없어?」

「-당장, 이거놔라, 이거 놔 빌어먹을 해결사!!」

「....」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채로 딱딱한 어깨를 밀어내며 연거푸 거칠게 숨을 내뱉는 히지카타의 표정이, 아까 달빛아래서 예쁘게 미소짓던 얼굴과는 달리 지독하게 굳어있어서, 긴토키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히지카타의 눈가에까지  일부러 다가가 그의 눈꼬리와 미간에 가까운 부분을 혀로 낼름 핥았다.「-!」히지카타의 어깨가 또 한번 목선까지 움츠려졌다. 긴토키는 피식웃으며 잡은 어깨를 좀더 밀어붙여 히지카타를 타다미위에 눕혀지게 떨군 후, 미간보다 더 아래,  볼과 광대뼈부분을 잘근잘근 씹은후, 쏟아진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의 귓바퀴를 사납게 치아로 할퀴었다.

 

「-크윽! 이, 이봐!」

「....」

 

대답은 없고 할짝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봐, 야, 그, 그만-  어이, !!」

「-」

 

 혀는 그대로 귓뿌리를 핥다가 구멍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말캉거리는 혀는 넓은 형태에서 축소되어 구멍속으로 파고들기에 좋은 크기로 변했다. 물렁거리는 것이 따뜻하고 축축해서 메마른 뼈위의 가죽위를 미끄럽게 지나갔다. 흠칫,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뻔한 히지카타는 뇌와 척추에까지 갑자기 퍼진 자극때문에 목위로 쏟아진 곱슬머리를 한껏 움켜쥐고는 흔들어버렸다.

 

「빌어, 먹을 하지 마!」

「-아파아파아파!! 야야야, 머리카락 당기지 마! 파마머리를 당기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소리도 못들었냐!」

「그런 소리 지구상에 존재할리가 없어, 아니 그전에, 저리가 만지지 마!」

「으다다다!」

 

 한껏 버둥거리는 히지카타의  손에서 겨우머리카락을 사수한 긴토키는 어떻게 어떻게해서 버둥이는 히지카타의 양팔을 잡아 그대로 타다미위로 꽈악 누르는 것에 성공했다. 두피까지 지끈거리는 고통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겨우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아래의 남자를 보았을 때,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로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 타다미위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

「......」

 

 침묵이 발작적으로 깔렸다. 남자는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눈동자를 촉촉하게 빛내며, 굳은 입술을 꽈악 다물고 새빨개진 두 볼을 바들바들 떨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위로 떨어지는 긴토키의 시선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왼쪽 벽으로 고정된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긴토키는 자신이 양손으로 잡아버린 남자의 양팔, 그리고 두 다리로 눌러버린 상체와 하체가 어떤식으로 약하게 떨리는 지를 느끼며, 흐트러진 유카타속의 깨끗한 육체에 점점 더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끼면서- 침을 삼키듯 호흡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동정이었냐?」

「! ....」

 

 아까와는 다른 붉음이 얼굴을 도배하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남자는 좀 더 격하게 떨면서 눈동자에 분노를 담았다. 긴토키는 저도 모르게 한쪽 눈썹을 찌푸리면서, 욕구를 참는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의외로군,」

「......」

「여자를 잘알 것 같은 표정으로 시침을 뚝, 떼고는 말이야-」

 

 히지카타의 몸위에서 비켜나자마자, 긴토키는 부스스 자신의 원래위치로 돌아가 아직 비어있지 않은 술병을 들어 그대로 입안으로 털어넣었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붉어진 얼굴과 떨리는 어깨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는 최대한으로 유카타를 정리하면서 다리를 접었다. 그런 히지카타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고-시선을 돌리면 다시 억제할 수 있을리라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긴토키는 한숨을 내뱉으며 또 한번 술을 삼켰다.

 

「이봐, 담배 좀 줄이지 그래? 담배피면 정력이 준다고들 하잖아.」

「.....」

 

 아까 유카타를 흐트러뜨릴 때 소매에서 꺼냈다며, 긴토키는 슬쩍 자신이 챙겼던 담배뭉치를 히지카타의 쪽으로 던졌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앞까지 온 담배를 도로 집었다. 그리고 팔꿈치까지 떨어진 오른쪽 소매를 다시 어깨까지 쓸어올리면서,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새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세상이, 변하잖아.」

「....? 뭐라고, 오쿠지군?」

 

 대답을 요구하면서도, 긴토키는 여전히 히지카타를 볼수가 없었다. 히지카타는 달빛이 쏟아지지 않은, 그래서 더욱 어두운 한쪽 벽에 가까운 곳에서 나지막하게 웅얼거렸다.

 

「그것이 나쁜 형태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세상이 변하는 거라고들하니까. 그건 정말, 나쁘지 않은 거지만- 그래도 변해버린다면, 다시는 변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인거잖아. 아무리 발버둥쳐도,」

「......」

「-발버둥쳐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니까. ...그렇다면, 어차피 변한후의 삶이 훨씬 긴 것이라면- 그것의 유예기간을, 좀 더 길게 만들어 보고 싶었을 뿐이다.」

「......」

「다른 이유는 없다, 아껴놓은 이유같은 것도 없다. ..내일이라도, 지금에라도 당장. 버릴 수 있는 상관없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

「그래도- ...」

「......」

 

 알아들었다. 긴토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히지카타는 숨도 쉬지 않고 있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긴토키는 다시 한 번 병속의 불을 꿀꺽 삼켰다. 전부 삼키지 못하고 입가로 한방울이 주륵 흘렀다. 긴토키는 오른손을 들어 입가를 슬쩍 닦았다.

 

 눈앞에서 쏟아지는 달빛은 보물처럼 눈부셨다. 품에 안을 수 없다면 기억으로 담아야지, 뇌의 주름에 새기듯 긴토키는 그것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앞의 어떤 사물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거기에는 괴물이 있다. 남이 애써 쌓아놓은 프라이드라던가 이성이라는 것을 갉아먹는 무지막지한 괴물이다. 괴물의 호흡소리에마저 마음이 혹해서 긴토키는 몇번이고 뒤를 돌아 전부 송두리째 빼앗을 듯 뻗고싶었던 오른손을 겨우겨우 다시 부여잡았는지 모른다. 빨리 이순간이 끝나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마음과, 이 밤이 영원하기를 비는 마음이 몇번이고 싸우고 또 싸웠는지도 셀  수 없다.

 

 단지, 긴토키는 호흡처럼 술을 마시고 있었을 뿐으로. 창밖으로 쏟아지던 달빛은 사라지고 서서히 동이 트고 있었다. 싸늘한, 새벽의 공기가 긴토키의 소매끝까지 밀려왔다.

 

 

 

 

 

 

 

 

 

 

 

- done

 

+ 허세할때 내가 꼭 쓰는 바탕체로구나. 약 8년전의 글은 정말 오글거리고도 0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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