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카타 토시로가 신센구미 말단 대원인 세계 (1)~(3)

 

(1)

 

- 히지카타 토시로가 신센구미의 부장이 아닌 말단대원인 세계로 가는 이야기. 평행이론 이런 거 모른다 무시한다. 왜냐하면 세포는 머리가 나쁘니까 <

- 히지카타가 야마자키가 입고있는 신센구미 대원복 입고있는 걸 보고싶었는데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으므로 내가 썰품 ㅋ

히지카타는 평소 긴토키에게 살짝 이상한 마음을 품고 있었음. 사랑이란 마음이 천천히 싹트기 시작한 거였지. 긴토키와는 앙숙으로 늘 평소와 다름없이 얼굴만 마주쳤다하면 서로 못때려안달, 투닥거리며 실컷 다투고 헤어질뿐인 사이였지만 히지카타는 그 와중에도 조금씩, 어제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더랬어. 하지만 그 감정이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내심 두려운 것도 있었어. 히지카타 토시로는 신센구미의 귀신부장, 오로지 이름앞에 그 명칭만을 단 채 평생을 살아갈 각오를 수만번 수억번을 한 사람인데, 사카타 긴토키를 향해 새로싹튼 그 감정을 정확히 정의내려 버리면 그 수없이 되풀이한 각오가 변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분명 사랑은 모든 걸 변하게 만들지. 그리고 히지카타는 변할 자신이 없었던 거였지. 그렇기에 히지카타는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카타 긴토키를 막 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에 애써 외면한 채였어. 모든 것은 기분탓, 그저 기분 탓으로 넘기며 살아가고 있었지. 히지카타 토시로의 인생은 오로지 신센구미를 위해서, 라고 또 한 번 되새기면서.

그러던 어느날, 히지카타는 늦잠을 잤어. 그리고 그늦잠이 히지카타 토시로를 둘러싼 모든 것을 변화하게 만들었지. 웬일로 늦잠을 자고 눈을 뜬 히지카타는 아직 자기 주변이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어. 단지 왜 자기가 신센구미 처소 내부의 부장전용 자기 방에서 자지않고 이 낯선 곳에서 잠이 깼는지 의아해했지. 히지카타에게 낯선 이곳은 신센구미 말단 대원들이 다같이 잠을 자는 방 중 하나, 말하자면 신센구미 기숙사였지. 히지카타는 일단 당황하며 눈을 깜빡이다가, 또 오키타가 장난을 쳤구만 싶었어. 그자식이 자기가 자는사이에 번쩍들어 이방에다 던져놓은 게 분명해. 그자식이 아니면 이런 쓸데없는 장난을 할 사람은 없으니까. 히지카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나저나 늦잠이라니 진짜 오랜만이네. 히지카타는 아무리 피곤해도 늦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었거든. 히지카타는 자기도 모르는새에 피로가 쌓였었던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랬어.

"어? 히지카타 대원. 당신 아직도 자고 있었어? 늘 가장 일찍 일어나던 사람이 웬일로."
"...!!"

그리고 히지카타는 방문을 열고 등장한 남자에 깜짝놀라 눈을 크게 떴어. 방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야마자키 사가루였는데, 그 야마자키가 히지카타에게 태연히 반말을 하니까 히지카타로써는 놀라는게 당연했지. 게다가 야마자키, 그 야마자키가 지금 입고있는 것은 바로- 어제까지 히지카타가 입었던 신센구미 간부들의 신센구미 제복, 바로 그것이었고.

히지카타는 너무나 놀란나머지 야마자키에게 빽 소리를 질렀어. "야 이 자식-" 너 젠장 지금 뭐 입고있는거야?! 야마자키 사가루 주제에 왜 내옷을?? 거기다가 너? 히지카타 너? 지금 너 나한테 반말한거냐 어? 저자식이 드디어 정줄을 놨구나 지금 이게 어느군번이라고, "야마자키 사가루 관등성명!!" 히지카타는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그렇게 소리쳤지. 야마자키는 눈이 휘둥그레한 채로 히지카타가 왜 그런 말을 소리치는지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인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어, 신센구미 부장 야마자키 사가루..? 입니다만...?"

뭐?
지금 뭐라고?

"뭐, 니가 뭐라고...?" 야마자키는 어느새 히지카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어. "이봐, 히지카타 괜찮은거야? 당신 상태가 좀 안좋은 거 같은데. 혹시 일을 너무 많이한거 아냐? 아아, 안 돼지, 안 돼. 내가 누누이 말했는데, 그 어떤 대원도 자기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야마자키는 히지카타가 알고있던 그 야마자키가 아니었어. 히지카타는 한 번도 야마자키에게서 그렇게나 상냥한 목소리를 들어본적이 없었으니까. 무척이나 걱정하는 목소리, 상냥하고 친절한 표정. 진지하고 검은 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걱정할때의 빛을 띠고 있었지. 히지카타는 말을 잃고 입을 뻐끔거렸어. 혹시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것일까?"

"당신 오늘은 쉬어. 비번이 아니라해도 무조건. 히지카타는 1번대 소속이었지? 내가 오키타 대장한테 말할테니까. 아, 마침 지나가네." 그리고 야마자키는 복도를 걸어가던 오키타 대장을 향해 크게 손짓을 했지. "오키타 대장! 마침 잘 만났네. 이쪽으로 좀 와 봐." 히지카타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뻐끔대며 야마자키와 오키타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어. 아니, 그 얼굴들이 맞는데, 어제까지 히지카타가 징글징글하게 보아왔던 그 얼굴들이 확실하게 맞는데. 하지만 야마자키는 한 번도 본적 없는 얼굴을 하고 신센구미 부장의 제복을 입은 채 손짓으로 오키타 소고를 부르고, 오키타는 야마자키의 손짓에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빠른걸음으로 복도를 건너온다. 이게 뭐야, 난 이런 거 몰라. 히지카타는 점점 창백해졌지. 혼자 이상한나라로 와버린 앨리스의 그것처럼.

"좋은아침입니다. 야마자키씨." 오키타는 야마자키의 앞에 서서 고개를 꾸벅숙이며 아침인사를 했어. 야마자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히지카타는 속으로 숨을 삼켰지. "그래, 좋은아침. 저기 대장, 이쪽의 히지카타 대원 1번대 맞지? 오늘 컨디션이 좀 안좋은 거 같아, 안색도 나쁘고. 하루 휴가 좀 줬으면 하는데." "아, 네." 그리고 오키타는 고개를 돌려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히지카타는 깜짝놀랐고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을 더 이상 머리가 따라가주지 않아서 굳은 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어. 히지카타는 단지 점점 창백해졌지. 가까이서 본, 오키타는, 아 그야말로 정말 성실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어. 순박하고 착한 얼굴을 한 채로, 히지카타에게 오른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가볍게 눌렀지. "아, 정말. 얼굴도 좀 뜨겁네요. 히지카타씨, 부장님 말대로 오늘은 좀 쉬세요."

"오늘 비번인 하라다 대원보고 대신 일하라고 말해놓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줘." 야마자키는 마지막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히지카타를 바라보고는 아침조례를 위한 회의실로 걸어갔지. 그뒤를 얌전한 걸음으로 따르며 오키타는 다시 한 번 히지카타에게 말을 던졌어. "그럼, 히지카타씨. 오늘하루는 푹 쉬세요. 많이 힘드시면 병원에 꼭 가시고요." 히지카타는 점점 멀어지는 두사람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못하고 바라보며, 연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간신히 내뱉은 말도, 겨우 그정도에 불과했고.




- 이세계에서 야마자키와 오키타는 아주아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들입니다. 오로지 신센구미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좋은 청년들이죠. ㅋㅋㅋㅋㅋㅋㅋ 껄껄. 긴히지의 '긴'이 1도 안나와서 혹시 걱정할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 세계의 국장님이 바로 사카타 긴토키임다. 참고로 사카타 긴토키도 성실한 인간이랍니다. 다메인간의 일면도 남아있지 않다는! 놀라운 평행세계..!! <?



(2)

 

히지카타는 한동안 바위가 된 것처럼 선 채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 하지만 그렇게 멍하게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지.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히지카타는 알아야했어. 얼빠져 서 있는다고 누가 알아주겠어, 직접 부딪혀가며 상황을 알아봐야지. 히지카타는 우선 야마자키와 오키타가 향한 방향으로 서둘러 뒤따라갔어.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히지카타도 알고있었어, 항례의 아침회의를 하러 회의실로 가는 게 분명했으니까.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히지카타의 머릿속은 완전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어. 어제까지 히지카타 토시로가 살고있던 세계와 지금 이 세계가 완전히 달라져있으니 머릿속이 엉망이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지. 야마자키가 신센구미의 부장? 그 야마자키 사가루가? 그리고 나, 히지카타 토시로는 신센구미의 평대원? 누가? ...나 히지카타 토시로가? 내가 신센구미의 말단... 히지카타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지. 도저히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았어. 거의 눈물이 날 것 같았어. 저녀석들이 혹시 다짜고 날 놀리고 있는건가? 그럼 너무 정교한 몰래카메라인거 아니야? 나하나를 놀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거야 진짜???

히지카타는 회의실 앞에 우뚝 선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어.

회의실의 한가운데 상석, 신센구미 대원들이 모두 자기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그자리에 앉아있는 세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어. 신센구미의 부장 야마자키 사가루와, 신센구미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 그리고

그들의 한가운데에 바른자세를 하고 앉아 아침조례를 시작하는, 사카타 긴토키를.

"......"

히지카타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지.

신센구미의 제복을 입은 채, 신센구미의 국장의 자리에 앉아, 신센구미의 아침조례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를 정확히 내뱉는 사카타 긴토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히지카타는 숨쉬는 법을 잊어버린 물고기의 그것처럼 밭은 호흡을 시작하였고.



-



"...그렇군. 과연." 반나절을 신센구미 처소에서 헤매이고 상황을 수집한 결과, 히지카타는 자기가 이상한 세계에 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아니면 자기가 미친거겠지.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 히지카타의 세계와 모든 것이 똑같은 이 일본, 가부키쵸, 신센구미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건 히지카타 토시로 자기밖에는 없었으니까. 이세계에서 히지카타는 신센구미의 부장이 아니었어. 신센구미의 부장은 야마자키 사가루였지. 그리고 국장은, 국장은 바로 그 사카타 긴토키이고. 오키타는 여전히 대장이지만 성격이 히지카타가 알고있는 것과는 완전딴판으로... 성실하고 착했지. 신센구미 내 무도사범도 자진해서 할 정도로 성실하고 좋은 청년. 그러고보면 셋 다 히지카타가 알고있던 것과는 딴판이었어. 야마자키도 엄청 유명하더군, 어질고 좋은 부장으로. 존재감은 위치에 비해 연했지만 그래도 앞에 나서지않고 조용히 국장을 떠받쳐주는 성실하고 좋은 부장. 그리고 국장은, 신센구미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사카타 긴토키 국장은 신센구미를 떠받치는 대들보로, 화려하고 카리스마있고, 강하고, 모든면에서 뛰어난 완벽한 리더였고.

"......" 이쯤되면 역시 미친건 내쪽인게 아닐까.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강가를 바라보았지. (히지카타는 반나절동안 이세계에서 모든 정보를 수집한 후 혼란한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강변에 혼자 쓸쓸히 앉아서 고독을 씹는중) 어제까지의 그 일이란, 히지카타 토시로가 부장이었던 그곳, 그세계... 그래, 그건 사실 다 꿈이었던 거야. 내가 부장욕심이 있는 평범한 속물이라서 그런 이상한 꿈을 꾸고선 정말 그쪽이 진짜라고 믿었던거지. 미쳤으니까. 하하. 히지카타는 그렇게 웃으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뱉었지.

"...아니, 아니잖아." 히지카타는 피식하고 웃고는 손을 들어 자기 머리를 마구 헝클었어. 바보. 현실도피할 생각을 하다니. 멍청이. 히지카타는 속으로 실컷 자기욕을 했어. 히지카타는 자기가 미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자기는 거짓말쟁이인 것도 아니고, 속물인 것도 아니지. 그리고 미친 것도 아니고, 일을 착각한 것도 아니야. 이곳은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였던 거야, 히지카타가 살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히지카타는 그것을 인정해야했어. 신센구미만큼이나 중요했던 콘도씨가 없는, 해결사로 살아가는 사카타 긴토키가 없는, 신센구미 부장으로 평생을 바칠 각오였던 히지카타 토시로가 없는... 그런 세계인거지. 이곳은. 히지카타는 눈을 깜빡였어.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생각했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밖에는 없었어.

그냥 이렇게 사는 수밖에는.

히지카타가 가장 먼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이세계가 이전의 세계보다 훨씬 평화로워 보인다는 거였지. 반나절동안 신센구미 내부를 살펴본 결과, 그들은 그저 지방 파출소의 경찰이나 다름없었어. 고문방도 없고, 일도 비교적 한가롭고... 처소를 나와 가부키쵸 주변을 조금 걸어다니면서, 히지카타는 또한 금방 알게되었지. 이세계의 평온을. 말하자면 이세계는 극적의 순간은 모두 지나고 일순의 조용한 평화로움 속에서 조용히 살고있는 거였어. 테러도 없고, 음모도 없고. 그런 평화속에서 신센구미란 무장집단은 단지 소매치기나 잡고 술주정뱅이들이나 챙겨주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게 주된 임무일 것이고.

히지카타는 어제의 세계와 오늘의 세계를, 계속 분리한 채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에와 그것이 과연 분리된 다른 세계인지어쩐지조차 히지카타는 알 수 없어. 자기 혼자만 완전히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세계가 지금처럼 변화한 것인지.> 전자라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서 이세계로 왔는지조차 모르는데!) 후자라면, ...이대로 두는 게 훨씬 좋잖아. 이 평화를 봐.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강변을.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가 어디있겠어.

"...아니 그전에, 돌아가는 방법도 모르거니와."

히지카타는 웃었어.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지. 신센구미의 1번대 평대원, 히지카타 토시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 어쩌면 평생이 될지도. 어쨌거나, 그렇게 살아가기로.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적어도 히지카타가 생각하기엔 그랬어. 어쨌거나 히지카타는 평생을 신센구미에 바치기로 각오한 몸. 그건 자기가 부장이건 대원이건, 그다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위치가 달라짐에 따라 하는 일은 바뀌겠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걱정 마, 콘도씨. 이세계에서 당신이 대체 왜 없는건지, ...당신이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 신센구미 옆에 계속 있을테니까."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히지카타는 결심했지.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를 향한, 그 이상하고도 조용히 고개를 들던 야릇한 감정을, 평소보다 더욱 아래로 꾹꾹 내리누르며, 히지카타 토시로는 이세계에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어. 그는 자신의 제복을 걸쳤지. 안쪽에 자신의 이름이 박음질 되어있는, 가부키쵸 신센구미 집단의 평대원용 제복을.

 

(3)

 

시간은 조용하고 천천히 흘렀지. 며칠이 지나자 히지카타도 적응을 했어. 야마자키는 히지카타의 어깨를 두드리며 태연하게 "히지카타 대원, 건강은 좋아졌나?" 반말을 했고 히지카타는 그런 야마자키의 태도에 더 이상 놀라지 않았지. 히지카타는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연기를 잘했어. "네. 이상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야마자키 부장님." 야마자키는 또다시 건강을 잘챙기라는 좋은 말을 아끼지 않았지. 히지카타는 자기대신 비번을 반납하고 일해준 하라다와 반말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하라다가 얼마전에 담배를 끊었다는 것을, 그리고 두사람은 콤비로 종종 함께 순찰을 하곤 하다는 것을, 그리고 영화취미가 같다는 것을 알게되었지. 거의 대부분이, '원래의 히지카타가 알고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히지카타는 신센구미 아니 가부키쵸내에서도 알아주는 미남이었고, 주변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특정 여인은 항상 만들지 않았고. 히지카타는 하라다에게서 이곳의 '자기자신'의 정보를 잊지않고 빼내었지. 그것 그대로 앞으로도 행세를 해야했으니까 말이야.

히지카타 토시로는 신센구미 내 제일의 검사 오키타 소고와도 거의 비슷한 솜씨였고, 원래가 도쿄출신인 사람이었지. 원래는 평범한 관리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는데 사카타 긴토키 국장에게 스카웃 되어 신센구미로 왔고. 히지카타는 그대목에서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어. 그런 설정이였어?; 그리고 최대한 당황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질문을 했지. "그.. 럼 저기, 내가 국장님과 좀.. .친했나? 아니, 친해보였어? 주변사람들이 보기에." 하라다는 이상한 질문을 한다싶었지만 순순히 답해주었지. "그래, 주변에서 보기에도 두사람은 확실히 친해보여. 비록 상하관계이지만. 히지카타 너도 알다시피 원래 국장님 성격이 상하관계 이런거에 그다지 깐깐하지 않으시고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시긴해도, 특히 너랑은 정말로 사이가 좋았잖아? 아 물론 같은 고향출신인 세분사이엔 끼어들긴 좀 어려워도..."

그리고 히지카타는 사카타 긴토키, 야마자키 사가루, 오키타 소고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셋은 부슈에서 함께 상경해 이곳에서 신센구미를 만들고 일구어 지금의 신센구미를 완성시켰다는 것을 전부 다 알게 되었지. 과연. 그런거군. 히지카타는 이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단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며칠동안, 히지카타는 왜 사카타 긴토키와 때로 스치듯 눈이 마주쳤는지, 긴토키가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히지카타를 바라보는 일이 왜 빈번하게 일어났는지 또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태도에 당황하고 있는 거였어. 그래, 나름 계급장 떼고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왔을텐데 갑자기 꼬박꼬박 국장님, 국장님이라고 부르며 데면데면해진 히지카타의 태도에 긴토키는 당황을 하고 있는 거였어. 거리감을 느껴 어색해한 것이었지. 긴토키는 때로 히지카타에게 다가와 "히지카타, 오늘 점심 같이 어때?" 나 "히지카타 오늘 저녁 비어있어? 오랜만에 술이나 먹으러 가지?" 같은 말로 히지카타를 꼬셨고 히지카타는 그때마다 정중하게 그의 권유를 거절했었어. "아, 죄송합니다. 벌써 점심 먹었습니다. 국장님." "오늘밤에 보고싶은 프로가 있어서, 죄송하지만 술은 다음에..." 뭐 이런식으로. 국장님, 국장님 꼬박꼬박 극존칭하면서. 그때마다 머리를 긁적이며 아쉬워하는 긴토키의 태도를 히지카타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지. 그렇군. 이곳에서 우리는, 친구였던 거였어.

서로 얼굴만 맞댔다 하면 으르렁대며 싸우고, 정말로 죽일 듯이 물고뜯고를 멈추지 않는 앙숙... 이곳에서 우리는 그렇지 않았단 말이지. 하지만 긴토키, 나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너에게 시비걸듯 하는 사나운 말을 하는 게아니라면, 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하는건지... 가뜩이나 국장이라니, 널 국장이라고 불러야하다니. 이세계에서 제일 죽을맛이 바로 그건데. 그리고 히지카타는 계속 쭉 긴토키를 거절하기 시작했지. 죄송합니다, 국장님. 히지카타가 긴토키에게 제일 많이 건네는 말은 바로 그것이 되어버렸어.




이세계에서도 슬슬 적응하기 시작하고, 일주일이 흘렀어. 히지카타는 하라다와 간단하게 순찰을 끝내고 신센구미처소로 돌아왔지. 그리고 처소의 대문에 서 있는 오키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의 누나 미츠바를 보았을 때, 히지카타는 거의 숨이 멎는 줄 알았지. 심장이 뛰고 손가락 끝이 떨리고, 꼭 발가락 끝에서부터 밑바닥으로 떨어져가는 듯한 이 감각을... 이 감각을, 이 감각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를... 히지카타는 덜덜 떨리는 몸을최대한 진정시키기 위해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어야만 했지.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쿵쾅대었어.

사실 히지카타는 이미 알고 있었지. 이곳에서, 미츠바는 아직 살아있단것을. 이야기를 들었거든. 간부 세 명이서 즐겁게 미츠바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히지카타는 정말로 그대로 그들의 멱살을 잡고 얼마나 다그치고 싶었는지 몰라 그때, 그들이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녀가 정말로 살아있느냐고 미츠바가 아직 죽지않고 살아있..!!! 히지카타는 그때를 생각하며 간신히 숨을 골랐지. 히지카타는 평정을 유지해야만 했어. 그들은 오키타의 누나에 대한 이야기, 즉 자신들의 소꿉친구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고 그건 히지카타가 끼어들 수 없는 곳이라고... 히지카타는 판단하였지. 그래서 히지카타는, 눈앞에서 오키타와 미츠바가 함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웃고있는데에도 그들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어. 단지 멀리서, 먼곳에서

웃고있는 미츠바를 보면서, 따라 웃음짓는 것밖에는.
네가 살아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그렇게 혼자 생각하는 것밖에는.

히지카타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그정도였지.

그리고 히지카타는 대문쪽에서 나오는 긴토키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미츠바의 머리위로 올리는 것을 또한 지켜보고 있었어. 긴토키는 태연하게 미츠바의 머리위를 손으로 쓰다듬었고 미츠바도 싫지 않은 것처럼 긴토키의 손길을 받으며 연신 웃음짓고 있었지. 오키타 또한 그들과 함께 웃고 있었어. 히지카타는 가슴이 따끔거렸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하여간 그 셋이 있는 풍경에 계속 가슴이 따끔거렸어. "아, 미츠바 누님이 오셨구나. 오랜만에 오셨네." 하라다의 목소리가 히지카타를 현실로 불러왔고 히지카타는 간신히 하라다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어. "응. 그러게."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따끔거리는 걸까? 미츠바의 미소가 자기가 아닌 다른 남자를 향하는 것이 가슴이 아픈것인가? 아니, 아닌데. 결코 그렇지 않은데. 나는 그냥 그녀가 살아있는 것을 봐서, 그녀의 혈색이 좋은 걸 봐서, 그녀가 환하게 웃음짓는 걸 볼 수 있어서... 정말 그걸로, 그걸로도 마음이 너무나 기쁜데. 그럼 어째서 저 평온한 장소를 바라보며 이렇게 심장이 따끔거릴 수 있는걸까.

사카타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미츠바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 사랑스러운 것을 바라보는 깊은 눈동자. 미츠바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끝.

아아, 저 상냥한 얼굴.
저 상냥한.

"저것 좀 봐. 저렇게나 서로의 옆에서 자연스러운 사카타 국장님과 미츠바누님이라니. 역시 두사람의 약혼소식을 조만간 들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그동안 말은 많았는데, 저두사람은 이상하게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고, 딱히 공식적인 무슨 말도 없고."
"......"
"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역시, 두사람 정말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사카타 국장님의 아내로 딱 어울리는 기품을 미츠바 누님도 가지고 있거니와, 소꿉친구 때부터 쌓아온 정까지 포함해서 저렇게 사이가 좋고."

네가 생각해도 역시 천생연분이지 저 두사람? 했던 말을 또 한 번 더 반복하며, 하라다는 꼭 히지카타의 동의를 구하는 듯 했지. 히지카타는 지끈거리는 심장을 무시하며, 간신히 웃음을 지어보였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길게 숨을 들이마셨어. ...그래, 나도. 나도 그렇게.

 

 

 

 

 

 

 

 

 

 

- 꺄아~ 왜 안끝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