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남자 썰

 

   

긴토키는 그의 왼쪽 손가락에 동그랗게 빛나는 금색의 링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쩔 수 없지. 이 미어지는 가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긴토키는 호텔코너의 벽너머에서 복도위를 서성이며 시계를 보는 히지카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사실, 언제나 히지카타와의 약속에서 다소 늦었었다. 일이 미친듯이 바쁜 것도 있지만 2,30분 늦어지는 걸로 히지카타는 결코 힐책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느슨해진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 자신의 결혼식에까지 늦은 사카타 긴토키를 과연, 그는 용서 해줄까? 긴토키는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 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메운 붉은립스틱을 훔치며 코너를 돌아나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히지카타의 얼굴이 잘보였다. 화가 난 그의 얼굴. 기다리면서 초조하게 머리를 쓸어올렸는지 좌우로 빗어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가 다소 흐트러졌다. 화가난 기색과 혹시나 사고라도하는 걱정의 기색. 시계를 반복하며 바라보는 행동. 그래, 넌 날보면, 이런 장난을 칠 시간에 결혼식에 늦지말고 튀어왔어야지하고 소리를 지를 것이었다. 아니면 날 알아보지 못할까? 긴토키는 진한 향수의 향을 풍기며 히지카타의 옆을 지나쳐왔다. 날 알아봤으면. 아니 역시, 알아보지 못했으면. 그리고 히지카타의 "사카타 긴토키, 이 망할 놈아!!"하고 소리지르는 것과 동시에,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행동. 긴토키는 웃었다. 역시 날 알아보는구나.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긴토키는 반듯하게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가느다랗게 웃으며 뷰러로 바짝세운 속눈썹의 그림자가 출렁이도록 눈을 깜빡였다. "어마 안녕하세요, 파코예요☆" 히지카타는 매우 화가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파코는 무슨 얼어죽을놈의!!!"하지만, 히지카타. 이런 모습이 아니면, 난 오늘 모습을 드러낼 자신이 없었는걸. 긴토키는 웃었다. 

 

파코는 놀라울정도로 예쁘고 완벽한 여성이었다. 히지카타는 파코가 익숙했다. 대학교 모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파코는 더할나위없는 모임의 분위기메이커였다. 그후 심심하면 모습을 드러내며 더욱 자리를 즐겁게 만들었던 파코는 어느자리에서든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곤 한 것이었다. 그 상대가 교수님이면 교수님, 연구원이면 연구원, 심지어 신입사원 환영회자리의 무뚝뚝의 대명사 a팀 팀장님도 파코를 옆구리에 끼고 신나게 즐겼었으니까. 그리고 히지카타도 파코를 보면 언제나 두말할 것 없이 신나게 웃고 즐겼었다. 설마 자기자신이 파코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올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지금, 파코의 면상을 있는힘껏 두들겨주고싶었다. 이대로 멱살잡은 그대로 그 얼굴을 산산조각 내주고싶었다. "설마, 오늘까지, 늦을지 몰랐다 이새끼야."진심으로 화가 났다. 그와는 주변에서 싸움친구라고 부를정도로 무던히도 싸웠었지만 오늘만큼 화가난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히지카타는 그에게 사회를 부탁했었다. 긴토키가 거절한 것에 기분나빠하지않고, 그렇다면 신랑측의 카운터를 다시 부탁했다. 그리고 긴토키가 거절하고, 그것은 또 한 번의 주먹다짐의 이유가 되긴 하였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던 건 아니었다. 설마 그가 내 결혼식에 오지 않을거란 가능성이 설사 0.1%라도,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늦은 이유가 설마, 파코에의 분장때문이라고? 정말 그따위것때문에? 히지카타의 긴토키의 멱살을 쥔 두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긴토키는 자신의 복실거리는 양갈래 머리-물론 부분가발이었지만-에 푹 파묻힌 히지카타의 두손을 보았다. 하얀 손가락끝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그가 지금 얼마나 분노한 것인지를 손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긴토키는 다시 웃었다. 목을 죄어오는 고통은 뭐 아무래도 좋았다. 분위기를 띄워야하는 일이 생길때마다 무수히 많이 파코로 분장을 해왔었지만, 오늘이 제일 훌륭한 여장이었다. 머리도 세번이나 띄웠다. 곱슬을 잘살려서 파마가 아름다운 세련된 여성이 되었다. 심지어 옷도 새것으로 샀거든. 그리고 붉은립스틱. 립스틱을 바르면서, 입술주변의 라인을 정리하면서, 일부러 시계를 안봤었다. 긴토키는 거울속의 자기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꼴사나운가. 거울속의 사카타 긴토키. 그리고 시간은 물론 멈추지않고 흘렀다. 화가 나지. 당연히 화를 낼 수밖에. 긴토키는 손을 들어 히지카타의 손을 떼어냈다.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나서 말을 잃은 히지카타의 서슬퍼런 얼굴에서, 긴토키는 슬펐지만 참 기뻤다. 그리고 기쁨을 느끼는 자기자신이 참 슬펐다. 오늘은 히지카타 토시로의 결혼식이고, 그는 오늘 하루종일 미츠바외에 존재를 생각할 수 없을 것이었다. 자신의 신부 이외의 것을 자신의 결혼식날에 생각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지금, 너의 화로 일그러진 얼굴은, 나때문에 화가 난 그 얼굴은, 너의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 너는 지금 날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너의 신부가 아닌.


그것이 얼마나 기쁜지. 기쁘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난 소름끼치게 하는지.
추하다. 거울속의 파코만큼이나 얼마나 추한가. 너의 결혼식날의 사카타 긴토키.
히지카타. 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에, 하필이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추해.

 

"뒷풀이의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쓰는 친구의 노고를 전혀 몰라주네☆ 토시땅은 참."그리고 긴토키는 익숙한 파코의 교태를 부렸다. 히지카타는 더욱 멱살을 쥐어틀고 싶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그래. 이미 결혼식은 다 끝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연회홀로 모두가 가 있었다. 식이 끝나면 큰홀을 빌려 점심과 함께 가벼운 파티를 하자는 것이 미츠바의 청이었다. 부산스러운 결혼식만을 간결하게 끝내고 신혼여행을 가버리는 얼렁뚱땅의 결혼식말고, 식 이후에 식에 와준 사람들의 얼굴들을 천천히 보며 인사를 하고싶다고 늘 말하곤 했었던 그녀였으니까. 히지카타는 그 식에서 살짝 빠져나와 긴토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츠바도 물었다. 긴토키씨는 안오시는거냐고. 히지카타는 대답했었다. 그럴리가 없다고. 그가 오지 않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너무나 미워서, 지금에라도 와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었다. "넌 식권안줄거야 새끼야.""캭--토시땅 히돗;;;;"교태나 떨고. 나쁜새끼. 히지카타는 오늘일을 절대 잊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평생에 가깝다. 매년 결혼기념일에 떠올리게 될지도 몰랐다. 나의 결혼식에 오지 않은 너. 사카타 긴토키를.

히지카타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멱살을 잡은 손을 천천히 놓으려고 할 찰나였다.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손목을 잡았다. 연핑크의 매니큐어가 반짝이는 반듯한 손은 역시 남자의 손이었기에 강하고 억셌다. "히지카타. 결혼축하해."파코의 얼굴을 하고 긴토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히지카타는 대응법을 잊어버리고 입을 다물었다. 파코가 연하게 웃으며, 자신이 잡고있는 히지카타의 손가락위에 짧게 키스를 했다. 쪽하는 소리조차 거의 나지않는, 가벼운 키스를.

"정말로 축하해."

슬퍼보이는 파코의 눈동자는, 무엇을 말하려는거지? 히지카타는 자신을 놓아준 파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금색의 반듯한 반지위에, 파코의 붉은색 루즈가 번져있었다.

 

 

 

 

 

 

 

음..결혼한남자 훨씬더긴데..넘길다..벨소설한편급이당 걍 여기까지할까 여기까지해도 충분히 결혼한남자다
저뒤에 긴토키의 방황과 예견된 미츠바의 죽음과 히지카타의 구렁텅이를 헤매는모습과 그런 히지카타를 구해내려하면서도 그가 그런 절망을 헤매는것이 내심 자신의 구원처럼 느껴지는 긴토키
그리고 그의불행에 행복해하는 자기자신에 또 절망하는 긴토키..그와중에 빛나고있는 히지카타손가락의 금색 결혼반지. 머 이런게 이어지는데 다시한번말하지만 존나김.
난 왜 쓰지도않을거면서 긴것들을 생각하고는 하는걸까ㅋㅋ애초에 '구상'이라는것도 해본적이 읎당ㅋㅋㅋㅋㅋ먼가 제대로 얼개를짠 장편에대한 호기심은 늘있는데.:9 헹 모르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