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긴히지온리전~이하 덮밥온~에 나올 전체관람가 원고 샘플입니다 ^^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해본적이 없는 사카타 긴토키가 히지카타 토시로가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봄이야기이구요, 해피엔딩이에요 ^^
사실은 흠.. 작년이랑 똑같이 전체관람가 원고는 단편으로 해서 중철본으로 낼 생각이었는데요...ㅎㅎ... 뭐지 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지금 40p가 넘어가고 있어서...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 중철이 안 될만한 분량으로 중편 쯤 나와버리면 어쩔 수 없이 떡제본으로 할게요... 흐...
뭐 그건 하여간 원고를 다 끝내고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세포님 원고하세요....((너무 많이 남았음
일단 샘플 보시죵~!!! 급히 갖고 온거라(?) 퇴고가 안 되어 있습니다 날 것 감안해주십셔..!!
<사랑이란 뭘까? 히지카타>
사카타 긴토키 3x세,(아냐아냐 긴상 아슬아슬 20대야 이런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십년동안 아슬아슬 20대 해먹었으면 슬슬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나) 그는 태어나 한 번도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때 사랑이란 연애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종류의 것이다. 사카타 긴토키에겐 사실 자각이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슴을 앓는 병을 얻는 것, 때때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만큼 애가 타곤 하는 것, 자기 전에 항상 누군가가 떠올라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고 그 누군가의 꿈을 꾼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또 감고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 그런 것들을 일절 해본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사카타 긴토키의 인생속에서 그런 종류의 감정은 '지나치게 한가함'으로 분류되어 끝없는 줄의 맨 뒤로 밀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이나 격정의 순간을 보통 사람의 백 배 정도로 헤쳐나와야 한 남자였으니 그런 절차-사랑이란 것이 한없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버리는 것-도 어쩌면 다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사카타 긴토키는 그런 자신을 자각한 날부터도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일은 없었다. 어쨌든 그의 삶은 여전히 연애에 큰 비중을 두기 힘들 정도로 매일 정신없이 흘러갔으니까 말이다. 사건은 질릴정도로 많았고,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도 많았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어느새 한아름 끌어안아도 부족할 정도로 늘어났다. 사카타 긴토키는 언제나 느꼈다 그 한없이 무거운 것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의 평생의 사랑은 그 무거운 것들로도 충분하다고. 이 무거움이 바로 사랑스러움이라고 한다면 사카타 긴토키는 그 무거움 덕분에 여전히 땅에 발을 디딛고 살고 있는 것이며, ...바로 그것이 사카타 긴토키가 오늘도 살아있는 이유라고. 그래서 긴토키는 정말로 아무 것도 아쉽지가 않았다. 연애적 의미에서의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찾아보려 노력하지도 더듬지도 않았던 자신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괜찮았다. 이 땅에 사랑이라면 어차피 아주 많았고, 그 중 사카타 긴토키 단 한사람을 위한 사랑정도 없다고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사랑이 없어도 키스와 섹스는 모자람 없이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른쯔음이 된 사카타 긴토키도 이제 십대 소년처럼 키스나 섹스가 다름아닌 사랑이라는 그런 착각은 어지간히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것들이 사랑만큼 중요한 것들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사랑은 없지만, 외로움은 채워지고, 한 번 맨살을 만지고 부둥켜 안아 따뜻함을 충족시키는 밤을 보내고 나면 몇 달 간은 그것들을 생각하지도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더욱 그랬다. 그래서 사카타 긴토키는 괜찮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말로 괜찮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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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올해 봄은 예년보다 빨랐다. 혹자는 문득 어깨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햇살에서, 혹자는 발아래에서 더욱 짙어진 그림자색을 보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하늘은 환하고 덕분에 더욱 넓어보였다. 길에 가득한 벚꽃나무는 햇살이 어제 어쩌면 그제, 그그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졌다 싶을 때쯔음부터 벌써 나뭇가지의 끝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생태계의 12개월치 흐름에 대해서 제대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나뭇가지의 끝이 붉어지면 조만간 꽃이 피어날 징조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을만큼 확연한 변화였다. 그리고 가부키쵸에서 살고있는 15세 소년 27세 아가씨 38세와 49세 51세와 60세의 사람들은 동시에 저 나무는 대체 언제부터 이 땅에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그 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나무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그 질문들은 봄의 레몬색 햇살속에서 춤추며 산산이 부서지곤 했고.
봄이 되자 사카타 긴토키는 지난 겨울보다 훨씬 더 바빠졌다. 봄의 초입은 해결사 일거리가 갑자기 늘어나는 대목 중 하나였다. 비록 잔일거리들일지라도 쌓이면 제법 돈이 되고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는지라 긴토키는 어느때보다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사카타 긴토키는, 참 백수의 대명사 사카타 긴토키 답지않게 무지하게 일찍 일어났더랬다. 물론 시무라 신파치도 일찌감치 출근하여 진작 아침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치를 하면서 긴토키는 "오, 성실한 안경군."같은 닉네임으로 신파치를 불렀고, 그덕에 입술가에서 보골거리던 치약거품이 칫솔다리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신파치는 긴토키가 이크크 후다닥 욕실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름이 하나도 안남았지 않습니까..."같은 말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머리를 평소처럼 양쪽으로 틀어올리고 방에서 나온 카구라가 신파치를 도와 밥상을 차렸고, 착한 카구라 답게 긴토키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물론 맨 손으로 계란말이를 전부 집어먹어 신파치로하여금 다시 계란말이를 하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세사람은 맛있게 아침밥을 먹으며-언제나처럼 속도가 다소 빨랐다-각자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셋 다 말도 안 되게 바빴다. 고양이찾기부터 지구를 구하는 일까지 전부 오늘안에 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저녁에야 겨우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긴토키는 오늘은 일을 다 끝내고나면, 그게 언제 끝나든 그 뒤는 그냥 쉬는걸로 하자고 말해버렸다. 신파치도 다시 사무실로 올 필요 없다고, 카구라도 편하게 알아서 하라고 말이다. 세사람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아침 설거지와 몸단장을 끝낸 후 사무실앞에서 헤어졌다. 각각의 오늘 스케줄이 적힌 종이쪽지와 사무실의 현관문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말이다.
사카타 긴토키는 비교적 능숙하게 하루의 일과를 해치워나갔다. 매년 해왔던 일들이라 익숙해졌는지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 능숙하게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긴토키는 지붕에 기와를 깔다가 누군가가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휘청이며 아래로 떨어지려 하던 것을 왼 손으로 재빨리 낚아챘고 덕분에 맛있는 점심 도시락과 커피를 얻었다. 산책냥이의 귀가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이유는 비교적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 긴토키는 보고서에 '발정기가 원인-아빠를 쏙 닮은 까만애 두 마리'라고 쓰고 산책냥 주인에게 제출했다. 주인은 천장까지 뛰어오른 후 산책냥이과 그의 부인과 자식들까지 전부 거두기 위한 커다란 집을 만들려 급 분주해졌다. 긴토키도 조금 도와주고 나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갑찾기,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었고, 세 대의 차를 세차, 이것도 비교적 빨리 끝냈고, (그 사이에 살짝 지구도 구하고 물론 점프 히어로 사카타 긴토키에겐 이 일이 제일 쉬웠으며), 그리고 긴토키는 그 일의 도중 소매치기를 세 명 잡았고 불법 호객행위를 하던 하세가와와 만나 당고가게에서 당고를 먹으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저 소매치기들은 어떻게 할꺼야, 긴씨? 경찰에 넘길거야?"
긴토키는 하세가와의 당고를 우물거리는 와중의 질문에 피식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설마. 내가 착한시민상 하나 안주는 그 세금도둑들한테 긴씨의 업적을 하나라도 넘길 줄 알고?"
"? 그럼 어쩌려고?"
"훔친 지갑들은 다 주인들한테 돌려줬으니까, 일단 첫번째 놈한텐 이 당고꼬치와 찻값을 내라고 하고."
"??"
"두 번째 녀석한테는 파르페와 파칭고를 쏘라고 하고, 세번째 녀석한테는 있다 저녁에 모텔에 가야하니깐 미리 그 값을 치루고 있으라고 하면 되겠네."
"헐! 신고는 댁이 당해야 되겠구만!"
"뭐래, 긴상보다 더 당당하고 착한 시민이 어딨다고 요녀석아?" 긴토키는 마지막 당고 하나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세가와는 평상 옆에 기대어 세워둔 피켓을 들면서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웃기시네. 어딜봐서 당당하고 착한 시민이야? 내가 긴씨를 신고해서 착한시민상을 받아야겠다." 푸하하, 하고,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는 하세가와를 실컷 비웃어주었다. 아마 그렇게 웃으라고 한 농담일 게 분명했으니까. 다름아닌 하세가와 타이조가 신센구미와 얽히려 들다니 그것만큼 웃긴 일이 또 있겠는가말이다. 하얀 기모노의 옷자락까지 펄럭이며 크게 웃는 긴토키를 바라보며 하세가와도 쓰게 웃음을 지었다. 자조어린 농담이었지만 어쨌든 웃겼으니까 성공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자축하는 쓴웃음이었다.
"그나저나 모텔이라니, 이거요? 긴씨 잘나가네." 긴토키의 웃음이 잦아들자 피켓을 끼고 차를 홀짝이던 하세가와가 긴토키를 향해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기모노의 매무새를 정리하며 다리언저리의 먼지를 손끝으로 툭툭 털다가 말고 긴토키는 다시 하세가와를 바라보았다. 긴토키는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아니, 아닌데?"
"긴씨는 그런 거 없어. 안키워."
"오, 그럼 하룻밤의 불장난같은?"
"......"
긴토키는 잠시 입을 다물고 눈을 굴렸다. 봄의 낮공기 사이로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그런 건가? 응, 그렇지. 아무리 같은 사람과 자주 키스하고 자주 섹스했더래도 그것에 사랑이란 게 없으면 결국은 그런 것으로 정의될 거다. 그녀석과 나의 관계란 그러니까 그런 거겠지. 그러고보면, 하고 사카타 긴토키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나의 삶속에 키스와 섹스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그런 것의 연속이구나, 그것에 사랑이란 게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테니까. 그런 깨달음속에서 긴토키는 천천히 웃었는데, 긴토키는 순간 입꼬리가 왠지 무겁다고 느꼈다. 그 웃음을 보고 있는 하세가과도 왠지 그것이 언제나의 웃음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그래, 그런 거지." 방금 자기가 웃겨서 지어보였던 웃음과도 그 어느것과도 달라서, 하세가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해했다. 물론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그래서 긴토키는 하세가와의 표정이 순간 이상해지는 것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럼 먼저 갑니다." 긴토키는 천천히 손을 흔들며 가게를 떠났고, 하세가와는 머리위로 "...?"를 떠올리면서도 어쨌든 긴토키에게 답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홀로남은 하세가와는 긴토키의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좀 힘든 미소를 떠올리며 혹시 내가 무슨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남은 차를 마저 들이키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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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타 긴토키가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그런 말들을 꺼낸 것은 이 낮의 대화때문이었다. 하세가와 타이조가 던진 은은한 물결이 계속 남아 긴토키는 꼭 가슴에 돌 하나를 머금은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었고 그런 기분에 사로잡힌 채로는 왠지 평소처럼 히지카타 토시로의 맨살을 더듬고 입술을 부비는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긴토키는 사과하며 히지카타의 몸 위에서 자신의 몸을 일으켰고 착잡한 기분이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 굳어버린 얼굴로 침대의 끝에 걸터앉고선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헐벗은 채로 긴토키의 앞으로 구부러진 등을 바라보고 있던 히지카타 토시로는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그의 등을 향해 자신의 담배 하나를 던졌고 긴토키는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그 말을 시작했다. 히지카타 토시로와 자신의 사이를 정의내리는 그 말들-하룻밤의 불장난, 우연한 관계, 섹스프렌드같은-을 말이다.
사카타 긴토키는 한사람과 이런 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과 6개월 이상을 가 본적이 없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를 제외하고 말이다. 보통 같은 사람과 두 번 이상 이어지는 것도 드문일에 속했다. 십대 때 첫경험과 그 뒤의 경험도 몇 번이나 하게 해준 어느 기생이 양이전쟁에 휩쓸려 긴토키의 눈앞에서 죽고 난 이후로 특히 그랬다. 긴토키로 말하자면, 솔직히 새로운 상대를 찾는 일이 그닥 힘들지 않았다. 여자들 혹은 남자들이 먼저 긴토키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은 대부분 긴토키가 양이였을 때에는 양이지사란 이름에 끌린 이들이었고 긴토키가 해결사가 된 후로는 역시 해결사란 이름에 끌린 이들이었다. 그들은 사카타 긴토키만큼이나 행위에 어떤 감정을 끼어넣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 타입들이었기에 긴토키는 그것을 무척이나 편하게 여겼다. 그리고, 히지카타 토시로. 히지카타 토시로에 대해서 말하자면, 긴토키가 생각하기에 그는 긴토키보다 훨씬 더 상대를 찾기 쉬울거였다. 아니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쉬울 것이었다. 가령 어떤 직함이나 재물이나 그런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 해도 히지카타는 그냥 히지카타 토시로 그 자체로 충분히 모두가 원하는 존재일거라고 말이다. 긴토키는 우연히 연속으로 이어져 자꾸 그와 재회하게 된 날부터 히지카타 토시로란 남자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서 보는 얼굴과 왼쪽에서 보는 얼굴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얼굴과, 턱, 턱과 이어지는 목, 그 위에서 때때로 가죽 위로 튀어나오는 목젖과 힘줄, 살짝씩밖에는 보이지 않는 얇은 쇄골, 그리고 눈짓, 속눈썹 속의 까만 눈동자들을 보면서 긴토키는 생각했다. 일일이 사람을 사로잡는 사람이란 건 바로 이런 건데. 사소한 눈짓과 눈동자의 색을 더듬게 만드는 바로 이런 건데. 이런 히지카타 토시로의 삶에는 사랑이란 게 있었을까? 그러니까 연애적인 의미에서의 사랑이란 게 있어서, 그의 발을 땅위에 묵직하게 잡아놓는 그 무거운 것들 중 하나로 존재하고 있을까? 나하고는 다르게. 나하고는 딴판으로. 손만 뻗으면 누구나 그 앞에 성적인 의미로 스러질 것 같이 생긴 이 아름다운 남자의 삶에는.
히지카타에게 오키타 미츠바란 여성이 있다는 걸-혹은 있었다는 걸- 안 뒤로 사카타 긴토키는 더욱 히지카타 토시로가 궁금했다. 우연이 연속으로 이어져 자꾸 그와 재회하게 된 그 날보다 더 많이, 잔뜩,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궁금해했다. 긴토키의 삶 속에 포진해있던 그 많은, 사랑을 요구하지 않았던 키스와 섹스의 인연들과는 딴판으로, 히지카타와 키스, 섹스를 나눈 이들은 히지카타에게 애타게 사랑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그야말로 애타게. 간절하게. 사랑을 믿지 않고 사랑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생각을 180도 뒤집어버리는 존재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히지카타 토시로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긴토키는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히지카타 토시로를 향해 태어나는 수많은 사랑들을 생각했다. 문득 나는 한 번도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았는데 왜 굳이 이런 걸 궁금해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때에도 긴토키는 여전히 그런 생각들을 멈출 수 없었다. 히지카타를 앞에, 혹은 옆에, 두고.
하지만 우연히 갖게 된 히지카타 토시로와의 뜨거운 밤, 그와 키스와 섹스를 주고받으며, 사카타 긴토키는 그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자신에게 실망했다.
히지카타 토시로의 피부는 무척이나 뜨거웠고 그 피부를 더듬는 사카타 긴토키의 손바닥도 점점 열이 넘쳐 붉게 물들었다.
그 갇힌 열을 품고있는 손을 내려다보면서, 사카타 긴토키는 그를 원했던 그의 삶 속의 많은 이들만큼이나 자신도 그를 원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그를 만지면. 열을 가두면.
하지만 사카타 긴토키는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런걸 기대했던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유일한 다행이었던 건 자신의 제멋대로인 기대에 맞춰주지 않았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히지카타 토시로에게 실망하는 뜬금없는 못된 놈은 되지 않았다는 것일까.
그 날 사카타 긴토키가 실망한 건 다름 아닌 자기자신일 뿐이었으니까. 그것외에는 전부 좋았다. 히지카타 토시로와의 밤은 지나칠 정도였다. 이런 것이 바로 궁합이라는 것인가? 얼마나 좋았냐면, 히지카타쪽에서의 다음 약속을 잡을까? 하는 권유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래, 좋지. 네가 싫지만 않다면."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담배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며 그렇게 대꾸했던 자신을 기억했다. 멋대로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는데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히지카타 토시로는 지친 듯 눈을 내리감으며 그저 담담하게 숨을 내쉴 뿐이었다. "싫으면 먼저 이런 말 꺼내겠냐..." 히지카타가 속삭이는 목소리는 꼭 그대로 녹아사라지는 공기위의 빛살같았다. 봄 전에 스러지는 겨울 같기도 했고. 긴토키는 어쩌면 히지카타가 그때 그런 말같은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그 날 부터 이어져온 히지카타 토시로와의 이러한 관계는, 시작이 단순했던만큼 슬금슬금 이어지는 모습도 무척 단순했다. 술에 잔뜩 취한 두사람이 서로 엉킨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텔 방 안으로 발을 들이민 그 첫 날과 거의 다를바가 없는 날들이 단순하게 계속 반복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6개월은 우습게 지나가고 말았고, 사카타 긴토키는 이렇게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문득 깨닫고보니 벚꽃나무의 끝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이 새로운 봄은 그러니까, 작년 히지카타의 벗은 등위로 솟은 날개죽지를 처음 본 그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던 것이다. 등위로 솟은 날개죽지 위에 붉은 키스마크를 남긴 그 날과 참 그렇게나 다름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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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히지카타는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냐는 의문을 담아 긴토키의 뒷말을 재촉했다. 히지카타는 여전히 벗은 몸위에 모텔의 싸구려 이불을 잡아당겨 대충 몸에 휘감은 뒤 새담배를 꺼내 물던 차였다. 긴토키는 물고있는 담배를 위아래로 흔들며 히지카타를 돌아보았다. 긴토키가 자신의 몸위에 포개진 순간부터 조금 흥분하기 시작하던 히지카타의 몸이 어느새 식어 발갛던 피부는 다시 하얀색으로 돌아가고, 기분탓인지 그런 히지카타의 눈빛도 평소보다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긴토키는 눈썹을 찌푸리며 코를 팠다.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뒤에 이어질 말을 긴토키는 망설였다. 망설였다랄까 사실은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히지카타가 짐작하는 것처럼 긴토키는 어떤 저의를 가지고서 그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긴토키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불쑥 튀어나온 말을 자각없이 내뱉은 것일 뿐이다. 정말 왜 굳이 그런 말들을 저남자를 상대로 한 걸까? 그것도 이런 순간에 하필이면. "그러니까..." 흥분에 토해내는 그의 뜨거운 숨결이 뺨에 닿았던 이런 순간에. 긴토키는 속절없이 눈알만을 데굴데굴 굴렸다.
"...하아..."
"......"
히지카타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그것은 마치 한숨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보면 히지카타 토시로가 뿜어내는 담배연기는 참 자주 그의 한숨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히지카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잠겨 있었다. 어쩌면 싸구려 모텔방의 천장을 울리지 않으려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건지도 모르지만, 긴토키는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꼭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나와는 더 이상 자지않겠다는 그런 말을 하려는 거 아니야?"
"...! 어..."
"나한텐 꼭 그렇게 들리는데."
히지카타 토시로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가 흘려내보낸 연기가 두갈래 세갈래로 갈라져 히지카타의 표정을 감추었다.
"아무 감정도 안생기는 나하고는 더 이상 잘 필요가 없다고."
"어, 아니,"
연기가 갈라지는 순간 히지카타의 입꼬리가 비틀린 채로 위로 올라갔다. 긴토키는 가슴이 다 철렁했다. 그 얼굴에 띄워진 비웃음은 긴토키를 향함과 동시에 자기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리라.
"지겨워졌단 말이잖아? 별 감정도 없는 놈과 너무 많이 자서 이제 질렸다는 거잖,"
"아니, 아닌데! 그런 게 아니고 긴씨가 말하고자 한 건 그게 아니라!"
하지만 왜 가슴이 철렁이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긴토키는. 긴토키는 그냥 히지카타의 그런 표정이 너무 싫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긴토키는, 사카타 긴토키는 정말이지 생각보다 먼저 말이 불쑥 입밖으로 튀어나가고야 말았다. 갑작스레 키스를 멈추고 히지카타의 몸 위에서 내려와 혼자 넋두리를 해버린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아 이게 대체 뭐냐, 사카타 긴토키. 너 오늘 왠지 정말 엉망이다. 아까부터 계속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갑작스레 큰소리를 낸 것에 놀란 듯 조금 눈을 크게 떴다. 그 얼굴에 약간의 동요하는 빛이 떠오르다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아, 그래?" 히지카타는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잠시 침묵하다니 그냥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 그래? 그럼 뭔데?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또다시 나지막하게 말한 아, 그래? 속에 숨어있는 그럼 뭔데?의 앞에서 다시 곤란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모르겠다고. 내가 지금 대체 왜이러는지 대체 모르겠다고. 사카타 긴토키는 왠지 자기가 천하의 얼간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 채 곱슬거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오늘따라 이 망할 천연곱슬도 평소보다 더 심하게 안쪽으로 곱슬거리고 있고 말이다, 참말로!
결국 긴토키는 떠듬떠듬, 자기도 잘 몰랐던 자신의 속마음을 말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긴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랑을 해본적이 없단 그냥 그런 말이야!"
"......"
"그런 거 해보고싶다고 생각해본적도 없지만, 하여간 문득 그냥 떠올라서 해본 말이야."
"하..."
말을 하다보니 왠지모르게 턱 아래가 아릿하고 목덜미가 화끈거렸지만 긴토키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히지카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지 않아도 잘 알 것 같았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향해 눈을 흘기며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왜, 그 나이에 참 늦됐다 그런 말이라도 하려고? 뭐 첫사랑같은 것도 전혀 없었으니 늦되다면 늦되겠지만."
"아니, 그런 것보다는 30 다 된 아저씨 둘이서 이런 화제로 대화를 하려니 왠지 두통이 와서."
"...아, 그건 확실히 좀 그렇네... 그래 내가 잘못했다... 긴상이 미안."
"......"
뒤로갈수록 점차 작아지는 긴토키의 말꼬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히지카타는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아까보다는 덜 한숨같은 담배연기는 무척이나 얇게얇게 퍼져 천장을 향해 넘실거렸다. 긴토키는 불도 붙이지 않고 계속 쥔 채 꼼지락거리고만 있던 담배꽁초의 허리를 기어코 부러뜨리고선 휴지통을 향해 휙하고 미련없이 담배를 던졌다. 허리가 꺾인 담배는 허공에서 포물선을 그리다 휴지통 안으로 소리도 없이 쏙 들어갔다.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던진 담배의 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담배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자신의 눈으로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해결사 넌, 사랑이 하고싶은 건 아니구나."
"......"
"이때까지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다지 하고싶은 건 아닌데, 근데 사랑이 뭔지 궁금하긴 한거지?"
그런건가? 그런건가. 긴토키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없었다. 떠듬떠듬 문장으로 만들어내 말을 해보긴 했지만 그 말들에 제대로 된 의미가 담겨있는지도 불분명했다. 하지만 히지카타가 담담하게, 평소보다 조금 더 나지막하게 내리깐 목소리도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있으려니 정말로 그게 맞는 말처럼 들렸다. 히지카타의 하얗고 고요한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그것말고는 정말 다른 의미같은 건 존재할 수없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긴토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히지카타는 하, 하고 숨을 끊어 내뱉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선 담배를 입술에 물고 천천히 움직여 바닥에 떨궈져 있던 자신의 하얀셔츠를 집어들고 왼 손부터 꿰어넣었다.
"그런 게 왜 궁금할까. ...뭐, 정 궁금하다면 내가 가르쳐줄 수 있다만."
"...!"
긴토키는 오른손의 팔을 마저 꿰입는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곱슬거리는 앞머리에 반쯤 감춰져 있는 눈동자는 오늘 하루 중 제일 크게 확장되었지만 긴토키는 자각이 없었고, 히지카타도 그것을 보지 않고 있어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히지카타는 담담히 셔츠를 다 꿰입은 후 다시 손가락으로 담배를 옮기고서 끝의 재를 바닥을 향해 조금 털어낼 뿐이었다.
"나는 누구씨와 달리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
그 때 사카타 긴토키가 왜 순간 숨이 막혔는지 왜 갑자기 지구에 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끝에서부터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는지, 어떻게 심장이 이렇게 큰 소리를 내며 배꼽에까지 쿵하고 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것들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더 좋았을 것이었다. 사카타 긴토키에게, 그리고 히지카타 토시로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결코 멈추는 일이 없는 시간의 흐름을 타고 끝없이 흘러가고 있었고 그래서 둘 중 누구도 그 순간을 잡아 그 다음시간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긴토키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 그거 미츠바님 말하는 거냐?" 긴토키는 생각했다. 사랑이란 죽어서 끝나는 게 아니라고, 나도 그 정도쯤은 알고 있다고. 물론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알고 있는 거지만, 분명 어느 만화에서 어느 드라마에서 어느 소설에서 나오는 그 대목을 나도 남김없이 싹싹 읽어 소화해본적이 있다고. 그러니까 그녀를 향한 히지카타의 사랑은 그녀의 죽음앞에서도 끊어지지않는, 충분한 현재진행형일 수있다고 말이다.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바라보며 눈꼬리 끝을 더욱 가느다랗게 했다. 담배의 재를 마저 털어내 다시 입가까이에 담배를 가까이 하는 그의 손끝이 가느다랗게 떨리는 것은 싸구려 모텔의 캄캄한 방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글쎄."
"...미츠바님에 대한 마음을 부정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저 내 가슴의 한구석에 고요히 남아있을 뿐인데."
"...?"
"그러니까 난 지금 살아있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
"너에게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 수도 있을만큼 절실한 마음이지."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는 깨달았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없는 사랑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바로 사랑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현재진행형이었고, 그의 마음은 죽은 누군가를 향한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고, "왜냐하면 짝사랑이거든." ...왜냐하면 짝사랑이지만 그 상대가 살아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언제든 쌍방향 사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히지카타 토시로의 현재진행형 사랑은 그렇게도 절실할 수 있는 것이란 걸 말이다.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가 알고있기에 히지카타 토시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사랑을 믿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믿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러니까 다른 어떤 것도 필요없이 그저 히지카타 토시로인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이었으므로... 그러니까 그의 절실한 사랑은 분명 눈부시게 빛날 것이었다. 그의 주변의 모든 이들을 눈멀게 할 정도로.
그래서, 내가 지금 눈이 멀었나?
근데 왜이렇게 심장이 딱딱해진 것 같을까.
사카타 긴토키는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 하면 지금 자신이 품고있는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릴 것 같아서. 하지만 실타래는 더 엉키지도 더 풀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긴토키의 가슴언저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히지카타 토시로를 사카타 긴토키는 일그러진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고, 긴토키는 사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히지카타의 얼굴보다 갑자기 훨씬, 훨씬 더 아름다워보이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지고 말았다. 정말로 내 눈이 멀어버렸나? 아니면 심장에 무슨 문제가. 긴토키는 그저 가만히, 이제와 아까 중단했던 키스가 그리워지고 말았다. 모처럼 만난건데, 모처럼 입술을 부빈건데, 일단 그것부터 다 끝내고 일단 그것부터 좀 더 좀 더 할걸. 히지카타 토시로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나는 그걸 잘 알고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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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안에 퇴고 하는 게 물론 목표입니다.
언제나처럼 선입금부터 받을 예정이에요. 선입금 폼 오픈하는대로 또 알리러 올게요.
십구금 책 원고쪽도 얼른 빨;;리;;;; 샘플 들고 오구... 그.. 뭐냐 ... 으.. 나 왜이리 늦냐 으...<<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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