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겨워 축배를 들었네
(약간 은혼 원작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행본을 전부 읽으셨다면 상관없지만 :) )
술에 취한 히지카타는 언젠가보다 더 따뜻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힘이 빠진 양 손은 긴토키의 몸을 단단히 끌어안지도 못하고 아래로 처져 긴토키는 어째선가 뼈가 없는 바다의 생물들이 떠올랐다. 등에 업혀 있는 이 무겁고 뜨거운, 것은 틀림없는 육지의 생물. 물론 그중에서도 특히나 아름다운. 긴토키는 술집에서 잠들어버린 히지카타의 하얀 뺨이 조명아래에서 복숭아색으로 빛나는 것을 곁눈질 할 때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던 것을 회상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던 것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 남자의 잠든 아름다운 모습을 자기가 아닌 누군가가 봐버릴까봐서 초조했다. 목이 타들어가고 발가락 끝이 꽈악 조여질 정도로 말이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지 마라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달은 파랗다. 밤은 까맣다. 자는 얼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마. 나 외엔 누구에게도. 너의 복숭아빛 뺨도 붉은 코끝도 밤에 물들어 차가워진 귓불도 전부전부.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사카타 긴토키의 발걸음발걸음마다 미련과 공포가 줄줄 흘러넘쳤다. 조금 더 마시고 싶다는 미련, 저 술집의 누군가가 히지카타 토시로의 술에 뻗어 잠든 얼굴을 기억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 달은 하얗고, 밤은 푸르렀다. 긴토키는 캄캄해진 구름을 겨냥하며 자신의 차갑디차가운 긴 숨을 뿜어냈다. 등 위의 히지카타는 주르륵 아래로 미끄러진다. 그는 3일 전 끌어안았던 때보다 훨씬 무거워져 있었다. "잉차." 긴토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크게 허리를 움직여 흘러내린 히지카타를 다시 위로 들어올렸다. 사소한 행동들에 일일이 소리가 요란해지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지.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달빛길을 따라 걸었다. 발걸음은 찰랑찰랑 목도는 달칵달칵, 모은 입술사이로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휘파람. 히지카타 토시로는 작게작게 쉬이이이하는 틈새의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긴토키는 고요한 밤 자신의 숨소리조차 죽이고 아무 소리없이 그저 히지카타의 잠든 꿈속의 숨소리만을 들었던 그 젊었던 날이 문득 그리웠다. 히지카타와 처음으로 같은 이불 속에서 잠들었던 그 밤이.
"마치 술독 속에 빠진 걸 건진 듯 한 냄새로군 해." 문을 열어준 카구라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저씨들 냄새에 비틀어질 것 같은 민감함 코를 손가락을 집게모양으로 구부려 틀어막으면서 말이다. 긴토키는 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또다시 흘러내리는 히지카타를 위로 들어올렸다. "사실, 술독 속에 빠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술독 그 자체같지." 긴토키는 카구라의 냉정한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였고, 자다 일어나 한쪽으로 뻗친 주황색 머리의 카구라는 피식하고 웃으며 코를 틀어막지 않은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잘 아네." 긴토키는 자신의 뺨에 거의 닿는 카구라의 손이 만들어낸 미지근한 공기를 느끼며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한 손을 들어 카구라의 머리위에 올리고 가볍게 쓰다듬은 후 "깨워서 미안. 열어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였다. 밤, 새벽에 가까운 시각, 사카타 긴토키는 어느때보다 고요한 목소리를 낸다. 배아래에서 나오는 그 목소리는 때로 민감한 청각을 간지럽힌다. 카구라는 붉어진 뺨을 긁적이며 긴토키가 손이 모잘라 채 닫지 못한 현관의 문을 닫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건 싫지 않다. 뺨이 화끈거릴 만큼 기분좋다. 하지만 역시 술독에 빠진 건지 아니면 술독 그 자체인건지조차 정확히 하지 못할 정도의 주정뱅이는 싫다. 카구라는 긴토키가 몰고 온 차가운 겨울공기에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으, 이 술냄새가 빠지려면 페브리x 백통으로도 부족할 거다 해." 카구라는 속삭였고, 긴토키는 웃었다. 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소리는 사소한 것마저 괜히 더 크게 울렸다. 카구라는 어둠이 내린 거실을 지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사카타 긴토키의 방에 미리 요를 깔아두어서 다행이었다, 비록 베개는 하나이지만. 하여간 오늘 사카타 긴토키의 방은 사카타 긴토키의 방 뿐만 아니라 히지카타 토시로의 방이 되기도 할 것이었다. 카구라는 하품을 했다. "차라리 애기라도 만들어지면 내가 언니노릇 잘 해줄건데 해." 자신의 요에 누워 카구라는 뒤엉켜 있는 네개의 남자사람의 발등을 상상했다. 취해 정신도 못차리는 인간을 덮치다니 긴쨩은 역시 짐승이다 해. 인간 미만. 그런 생각을 끝맺지도 못하고 카구라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녀는 이제는 한 번 잠들면 다 잘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꿈속에 푹 빠져서, 현실의 소리는 아무것도 듣지도 못할 것이었다.
긴토키는 하나밖에 없는 베개에 히지카타의 머리를 뉘이며 그를 내렸다. 히지카타의 몸은 자연스럽게 요의 양쪽으로 넓어졌다. 긴토키는 술에 취해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엉망으로 흐트러진 히지카타를 바라보며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피식, 피식. 긴토키는 자기가 누군가를 사랑스러워 하는 눈으로 잠든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술에 머리끝까지 절어 잠든 히지카타 토시로 말이다. 때때로 음냐음냐 거리며 더는 못마셔... 하고 잠꼬대를 중얼이다 배를 긁는 그 히지카타 토시로 말이다. 그래서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잠결에 양팔을 푸드득 거릴때마다 다리가 이불밖으로 삐져나올 때마다 입이 꼬물꼬물 움직일 때마다 그렇게도 미소를 지었다. 피식, 피식. 잠든 연인을 사랑스럽게 쳐다본다는 사실에 새삼 부끄러워져 자기 손으로 화끈거리는 자기 뺨을 꾹꾹 누르면서도, 하여간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오늘 혼자 너무 많이 마셨다. 긴토키도 그의 페이스에 맞춰 많이 마시려고 했지만 그런 긴토키가 속도를 따라가지조차 못 할 정도로 너무 많이 빨리 말이다. 평소라면 말렸을 테지만, 긴토키는 왠지 오늘 그런 히지카타를 말리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즐거워서 많이 마신 것이다. 너무 기분이 조아서 많이 마신 것이다. 술에 잔뜩 취해 결국 테이블위에 이마를 대고 잠이 든 그 얼굴은 행복이란 단어 외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긴토키는 뺨을 붉히며 히지카타를 바라보았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오늘 왜 그렇게 행복해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히지카타도 그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긴토키는 솔직히 기뻐하는 히지카타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자기자신도 솔직히 드러내고자 했다. 오늘밤의 그 술자리가 참 그랬다. 그런 자리였다.
둘은 너무 오랫만에 만났다.
에도를 떠나있었다. 긴 시간동안. 히지카타가.
그가 없는 동안 긴토키는 그의 이름 한 번을 혼잣말로 중얼거리지 않았더랬다. 괜히 토시로, 라고 말해버리면 그 음절속에 담긴 그리움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긴토키는 그의 이름을 가슴에 꾹꾹 눌러담아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지 않게 했다. 언젠가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 말만 믿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에도의 하늘은 푸르렀고 밤은 까맸다. 때로는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그랬다. 그리고 긴토키는 그동안 숨막히는 키스도 애절한 포옹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의 그 손의 무게와, 히지카타 토시로의 자신을 바라볼 때에 조금 부드러워지는 눈매라던가, 키스할 때의 입술의 모양이라던가, 맨살로 끌어안을 때의 뛰던 심장의 소리같은 것들만 떠올려도 그자리에서 무너질 것 같은 밤들이 너무 많았지만, 그래서 너무너무 외로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긴토키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과 키스를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가 아닌 누군가와 끌어안는 건 정말로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날, 히지카타가 기쁨을 걷잡을 수 없어 결국 걸음걸음마다 흘러넘치게 하고, 긴토키는 그것을 지켜볼 수 있어 가슴이 터질 것처럼 행복했다. 틀림없이 그만큼이나 나의 눈도 이다지도 반짝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며시 히지카타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피부는 겨울공기에 차가운데, 그 속에서 헐떡이고 있는 동맥은 너무나 뜨거웠다. 히지카타의 둥근 어깨가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거칠어져 있었다. 긴토키는 건조한 히지카타의 피부를 손끝으로 더듬다가 이내 입술로 쇄골의 어딘가를 쪽쪽 거렸다. 턱 아래 목줄기 어딘가에서는 가늠할 수 없는 술냄새가, 그리고 맑은 피부의 냄새가 났다. 겨울의 공기는 깨끗해서, 히지카타의 살냄새마저 거의 날아가고 없었다. 긴토키는 그대로 히지카타를 끌어안았다. 가득 끌어안은 히지카타의 입에서 사정없이 술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와, 이건 정말 사람 죽일 냄새네." 긴토키는 키득거렸다.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운 것을 가득 끌어안을 때 나오는 웃음은, 그 누구도 컨트롤 할 수 없을 것이다. 긴토키도 마찬가지였다. 긴토키는 스스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이다지도 그리운
히지카타 토시로가 드디어 품안에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웃을 수 밖에.
긴토키는 부드러운 히지카타의 아랫입술을 손가락 하나로 꾹꾹 누르다가 이내 자신의 입술을 그 위에 겹쳤다. 그리고 조금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며 히지카타의 입술을 먹을 듯이 하다가, 아예 아랫입술을 깨물고 쭉쭉 늘리기까지 했다. 섹시라곤 하나도 없는 그 키스에는 그저 애정만이 가득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와 키스하고 싶었다. 맨살로 끌어안고 싶었다. 잠들어있건 술에 취했건 다 무시해버리고 히지카타를 홀딱 벗겨 여기저기를 만지고 애무하고 싶었다. 전희와 함께 오는 흥분속에 정신없이 그동안 함부로 중얼거리지조차 못했던 그의 이름, 토시로, 토시로, 토시로를 외치며 그와 섹스를 하고 싶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정말 그랬다.
하지만 긴토키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잠든 히지카타를 가만히 끌어안고 입술을 포갠 채-물고있던 것은 물론 놔주었다-그저 뺨만을 붉히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히지카타가 안 보여.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눈을 떴다. 깊이 잠에 빠진 히지카타는 퍽 얌전한 얼굴이었다. 속눈썹은 아주 길고 간지런했다. 사카타 긴토키는 오랫만에 이 아름다운 남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 것이라는 실감에 빠져 있었다. 내일 숙취와 함께 깨어나면, 히지카타, 네 눈앞에 잠들어있는 사카타 긴토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네 것이라는 실감에 푹 빠지길 바래. 숙취의 주먹이 너의 머리를 쾅쾅 내려치는 그 와중에도 힘겹게 몸을 움직여 잠들어 있는 내 뺨에 키스해주길 바래. 네가 늘 몰래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긴토키는, 결국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히지카타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졸려서 어쩔 수가 없는 걸. 사실은 사카타 긴토키도 취해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취해 있었던 것이다.
- done
서로 좋아죽는 긴히지.
별로 할말은 없네요.... 나 얘네 배틀호모인 거 완전 까먹었어영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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