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귀 생겼네." 동물귀가 생긴 사카타 긴토키를 보자마자 히지카타 토시로가 제일 먼저 한 말은, 그런 거였다. 긴토키는 뭐 그까짓거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동인지에선 늘 생기는 일가지고, 란 태도로 태연히 담배연기나 뿜어대며 그렇게 말하는 히지카타에게 약간 상처를 받았지만 내색하면 지는 것 같아 억지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품을 하며 거울을 보니 두상 양쪽에 새로운 귀가 달려있는 걸 발견하는 게, 히지카타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인 건 아니거든..."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며 긴토키가 그렇게 말하는 동안, 새로생긴 그의 귀도 아래로 축 처져버리고야 말았다. 히지카타는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담배연기로 간신히 얼버무렸다. 되게 정직한 귀일세. 개 귀라서 그런가.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동물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는 히지카타인지라 개의 귀와 늑대의 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크게 보면 늑대나 개나 그다지 다를바가 없으니까 그저 귀만 본다면 더더욱 그 구분에는 의미가 없는건지도. 하지만 어쨌든, 사카타 긴토키의 두상 양옆에 생긴 그 하얀 귀는 개의 귀가 아니라 늑대의 귀였다. 끝은 쫑긋하지만 두상부분으로 갈수록 넓고 두꺼워지는 모양새. 긴토키의 정리가 된 듯 되지 않은 하얀 곱슬머리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하얀색 귀는 전체적으로 보송한 털에 뒤덮여 있었다. 긴토키가 처음 거울을 보고 식겁했던 그 순간만큼 쫑긋해져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귀가 네개네." 그리고 히지카타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화들짝 놀라 처져있던 동물귀가 다시 쫑긋해지고야 말았다. 긴토키는 뭔가 부끄러운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허둥지둥 거리며 양손바닥으로 자신의 쫑긋해진 동물귀를 가렸다. "그, 그만둬. 그런 말 하는건." "...?" 히지카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방금한 말의 어디가 그렇게 이상한건데? 대체 방금 그 말의 어디에 부끄러워 할 포인트가 있는거고?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인간의 귀쪽을 가려라." 네 손은 틀림없이 크지만 어쨌든 동물귀는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계속 그렇게 팔을 들고 있으려면 팔도 제법 아플테니까. 히지카타는 새 담배를 꺼내며 그렇게 말했고, 긴토키는 여전히 뺨을 발갛게 붉힌 채로, 슬쩍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귀아래로 내려온 머리를 잘 만져 인간의 귀쪽을 감추었다. 말도 잘듣네. 웬일이냐, 역시 개는 달라.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너한테 귀가 생겼는데 그게 왜 날 오라가라하는 이유가 되는건데?"

 "......"


 슬쩍 한 쪽 눈을 감으며 그렇게 말하니, 긴토키가 아랫입술을 불룩하게 부풀렸다. 히지카타는 그에게 윙크를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긴토키를 놀릴 때마다 짓는 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익숙한 표정에 긴토키의 아랫입술이 대번에 불룩해진 것이고.


 솔직히 알고있는 거지? 널 오라가라 하는 이유. 하지만 모른 척 시치미 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히지카타가 가끔 자기 앞에서만 나쁜남자가 되는 것을 평소에는 좋아하는 긴토키였지만 (왜냐하면 나에게만 나쁜남자가 된 다는건 다른 사람에게는 부리지 않는 어리광을 자신에게만 부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으므로) 아무래도 오늘은 긴토키에게도 그런 여유가 없었다, 어쨌거나 생소한 귀가 불쑥 생긴 것은 무시하기도 힘든 현실이었으므로.


 "그거야 네가 그러라고 있는 가부키쵸의 무장경찰이니까! 이런 천인병일 게 분명한 이상한 일이 터지면 당연히 경찰을 부르는 거잖아?!"

 "아니지. 은혼공식에 따르면 그럴 땐 보통 해결사를 찾아가거든. 그러라고 있는 가부키쵸의 해결사잖아."

 "긴상이 긴상한테 사건을 의뢰하고 긴상이 긴상한테 의뢰비를 주고 뭐 그러라는 거야 요녀석아? 그게 대체 어디에서 하는 1인 꽁트인건데? 긴상이 긴상에게 어떻게 의뢰를 받고 어떻게 해결을 합니까?! "

 "몰라. 그걸 알아서 하는 게 해결사 아닌가? 뭐든 해결해준다며."

 "...!!"


 차가워. 너무 차가워. 원래도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늘은 한층 더 차가워, 긴상 상처받을지도! 랄까 벌써 좀 받아버렸는지도! 긴토키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히지카타를 노려보았다. 짐짓 태연한 척 긴토키의 울망울망한 시선을 슬쩍 피하고 있었지만, 담배를 물고있는 입술끝은 즐거운 내적댄스를 미처 숨기지 못하고 반복해 실룩거리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놀리는 거였다. 아까부터 긴토키를 놀리면서 당황해하는 꼴을 보며 즐거워 하고 있는 거였다. 아 그래, 재밌냐. 넌 아주 마구 즐기는구나 이상황을? 절박한 긴상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냐 요녀석아. 그리고 긴토키는 삐졌다. 거대하게 삐져 소파에 앉은 채로 몸을 홱하고 돌려 히지카타를 아예 외면하고 말았다. "아, 그래! 알았다! 그럼 뭐 긴상이 알아서 할게!"


 "그럼 너 이만 가봐, 히지카타! 괜히 바쁜 사람 별 것도 아닌일로 오라가라해서 내가 미안했다! 어, 미안해! 긴상이 미안해! 진짜 별것도 아닌 것 같고, 겨우 머리통에 동물귀 한 두개 자란 것같고 이렇게 난리를 치다못해 경찰까지 다 부르다니 말이야! 미안해! 미안하니까, 너 이제 그만 가봐! 잘 가! 밥은 먹고 다니고! 더위 조심하고! 그럼 가!"

 "......"


 어이코, 이런. 너무 놀렸네. 히지카타는 기어코 조금 키득거리며 손을 들어 입술을 가렸다. 입술끝이 가느다랗게 된 것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했지만, 당장은 웃음끼가 가시지 않아 히지카타도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 그럼 어떡해. 긴토키의 저 귀를 좀 보라고. 다시 아래로 축 처져선, '히지카타 미워미워'라고 말해대고 있는데. 저게 어떻게 안웃기고 배겨. 히지카타는 큰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어떻게든 헛기침으로 얼버무리려 하며 어설픈 헛기침과 함께 담배연기를 손으로 흐트러뜨렸다. 안 되지, 이젠 웃지 말자. 저러다 정말 삐질라. 히지카타는 복근에 힘을 주며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내었다. "아, 미안. 내가 좀 말이 심했네." 히지카타는 손바닥 하나를 들어올려 보이며 긴토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긴토키는 역시 토라졌는지 히지카타의 그 말에 반응해주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히지카타를 향해 등을 보이며 무릎을 가슴까지 당기고 몸을 작게작게 하고서는, 등으로 히지카타를 향해 '싫어 나 삐졌어 이제와서 소용없어 긴상 삐질거야 나쁜자식 나쁜나쁜 히지카타'라고 쉼없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에고, 긴토키의 등이 말하는 수많은 자신을 향한 원망에 땀 한줄기를 흘리며 히지카타는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고.


 "...그, 너무 놀렸다. 미안하다."

 "......"


 히지카타는 살포시 긴토키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등이 닿일만치 가까운 곳에 앉고서 그렇게 말했다. 긴토키는 여전히 아무말이 없었고, 고개도 돌려주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머리칼 사이에 파묻힐 듯 추욱 처진 동물귀를 바라보았다. 끝부분이 상당히 얇았고, 털결이 부드러워보였다. "사람 머리에 동물귀가 났다니 큰일이 맞는건데. 잘 불렀어.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게 맞지. 분명 천인병이 맞을 거고, 금방 해결할 수 있을거야." 히지카타는 조심조심 손을 들어 긴토키의 동물귀를 살짝 매만졌다. 긴토키의 등이 움찔하면서 순간 귀가 쫑긋해졌지만,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다. 히지카타가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긴토키의 동물귀는 부드럽고 폭신한 촉감을 갖고 있었다. 평소, 히지카타가 좋아하는 긴토의 머릿결과 똑같았다. 아니, 좀 더 푹신한가. 게다가 머리카락과는 다른 온기가 느껴져, 그 부분이 피부라는 사실이 그제야 확 와닿는 느낌이었다. "...그, 많이 삐졌어? 긴토키. 미안하다니까." 동물귀를 손안에서 문질문질 거리며, 다시 한 번 그렇게 사과하자, 긴토키보다 먼저 긴토키의 귀가 반응하였다. 쫑긋한 채로 위아래로 몇 번 까딱거리는 동물귀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히지카타는 눈아래의 주름을 움찔거리며-너무 귀여워서-동물귀를 다시 문질문질 동글동글 만질만질 매만졌다. 아 따뜻해. 폭신해. 귀여워. 안없어지면 좋겠다. 아, 마지막 말은 취소.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입가를 실룩였다.


 "......"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 채 자신의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긴토키는 스을쩍 고개를 움직여 사알짝만 눈을 떠 히지카타의 얼굴을 모올래 훔쳐보았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동물귀 감촉에 넋을 놓고 있었다. 이 보드라움에 사로잡혔구나, 히지카타 토시로. 뭐 그럴 줄은 알았지만. 사실 나도 아침에 거울보면서 한동안 양손으로 내 귀를 만지며 넋이 나갔었거든. 긴토키는 무릎에 뺨을 댄 채로 피식하고 웃었다. 귀의 감촉에 빠져 달콤하게 녹아내린 히지카타의 얼굴이 퍽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찌나 열중하고 있는지. 눈가가 빨갛게 물든 것도 모르고. 긴토키는 결국 참을 수 없어 재빨리 고개를 들어선 히지카타 토시로의 입술에 물려있던 담배를 낚아챔과 동시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버리고야 말았다.


 "......"

 "......"


 살짝 부딪히는 감각 정도로만 겹쳐왔다가 금방 떨어지기에, 히지카타는 도리어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긴토키의 귀를 만지고 있던 여파로 오른손은 여전히 허공을 떠돌고 있던 채였다. 긴토키는 손에 쥔 히지카타의 담배를 그대로 두동강이를 내 부러뜨리면서, 굳은 히지카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또 한 번 입술로 그의 입술을 쪼았다. 이번에는 쪽, 하는 소리가 살짝 입술위를 흔들었다. 히지카타가 콧잔등을 찌푸리자, 긴토키는 또 몇 번 더 그의 입술위에 자신의 입술을 쪽쪽 거렸다. 부드럽게 눌렀다 금방 떨어져나가는 긴토키의 입술, 그리고 또 언제 떨어졌느냐는 듯 다시 붙어왔다, 또 금방 떨어진다. "이, 이봐..." 당황하며 그렇게 말을 하려 한 순간, 또 긴토키의 입술이 덮쳐와서 히지카타는 바로 입술을 다물었다. 긴토키의 입술촉감이 히지카타의 입술 위에 잔뜩 남았다.


 "사실은 다 알고있으면서."

 "......"

 "내가 왜 전화했는지 다 알면서."

 "......"


 왜 급한 용무니까 당장 오라고 했는지, 사적으로가 아닌 신센구미의 히지카타 토시로 부장인 채로 와야한다느니, 왜 그런 말은 했는지도 다 알면서.


 "일하느라 바쁘니까, 여기에도 일이 생겼다고 말 하지 않으면 안왔을 거 아냐."

 "그, 그게."

 "동물귀가 비죽 튀어나온 걸 보자마자 널 정당하게 부를 핑계가 생겼다고 좋아했던 나도 어디 놀려보시지 히지카타야."

 "......"

 "대체 얼마만에 얼굴 보는 지 알고는 있냐."


 알아, 안다고. 7일만인가 8일만인가 그렇잖아... 아, 제길. 주도권 빼앗겨버렸다. 귀 만질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녀석을 놀리는 포지션이었는데, 이 새가 쪼는 듯한 키스 몇 번에 금방 말문을 잃고야 말았어. "그... 게, 미안하다. 진짜 면목이 없... 다." 어느새 뺨에 손을 대어 뺨과 턱선을 매만지기 시작하는 긴토키의 부드러운 손길에 말까지 다 더듬으면서도, 그래도 히지카타는 간신히 문장을 다 만들어내 뱉었다. 얼굴이 빨개지는 걸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콧잔등에 있는 힘껏 힘을 주었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손안에 갇힌 자신의 얼굴위로 점점 열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긴토키가 허리를 부러뜨린 담배라도 도로 빼앗아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긴토키는 새빨개진 히지카타의 코끝에 또 쪽소리가 나는 일을 반복하였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머리칼이 자기 얼굴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에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썹을 흔들었다. 긴토키의 동물귀가 빠르게 까딱거렸다.


 "그만 좀 해라, 진짜 개라도 됐냐..."


 결국 쏟아지는 키스의 비를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니, 긴토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히지카타군. 이거 개 귀 아닌데, 정말 관심없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르는구나. 하지만 긴토키는 굳이 늑대귀라고 정정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 그냥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자기도모르게 틀린 말을 하는데 그것을 눈치도 못채고 있는 히지카타가 살짝 귀여우니까. 그리고 두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목을 끌어안는다. "오, 그럼 정말 개다운 짓 좀 해볼까."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 히지카타의 입술 위를 슬쩍 핥았다. 일부러 혀를 넙적하게 만들고선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액이 묻을만큼 크고 우악스럽게 말이다. "...!" 그러자 히지카타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개졌다. "윽, 너 이 바...!" "......" 사실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반응을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쁜 나머지, 긴토키도 뺨을 붉히며 씨익 웃었다. 이 정도의 기분이라면 정말 골골 소리도 내겠는데. 긴토키는 방금 자기가 핥은 히지카타의 입술이 자신이 묻힌 액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바라보며 또 그 위에 혀를 갖다댔다. "우..."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히지카타가 가느다란 소리를 냈다. 입술사이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뜨거운 열기에, 긴토키의 혀도 달아오르는 듯 했다. 긴토키는 더욱 히지카타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을 핥는데에 열중했다. 그리고 꼭, 이 품안의 남자가, 나도 보고싶었어라고 말해주길 빌고, 또 빌었더랬다...


 








- done

 

뭐야 왜 이렇게 꽁냥대... < 사실은 막 꽁냥대는 긴히지 보고싶었어요 ㅋㅋㅋ

 

이거는 긴히지배포전에... 무료배포용으로 낼까싶어 끄적였던 글인데요, 내가 등신같은 짓을 좀 해가지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료배포는 실패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걍 웹 업로드 합니다.

 

근데 다시보니 무료배포 안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글이... 바보같애... 글이 단순해... 글이... 대체 뭐야... 약간 실패한 4컷만화같은 느낌이야!

그래도 뭐 기왕 썼으니 올립니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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