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위로하는 방법
히지카타는 아주 작은 위로가 필요했을 따름이었다. 너무 지치고 피곤했으니까. 히지카타는 오늘도 오로지 두다리로 도시의 여기저기를 이리뛰고 저리뛰며 영업을 했고 덕분에 지난달 보너스로 산 구두가 오늘 완전히 작살이 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다리의 피로야 그 묵직함마저 익숙했으니 상관없지만 구두의 굽이 나간것은 뼈아픈 데미지였다. 그렇게까지 했는데에도 오늘의 외근의 수확은 역시 제로. 이대로 회사에 들어가봤자 상사욕밖에 더 먹을 게 없겠다 싶어 미친척하고 이대로 외근을 더 뛴뒤에 바로 퇴근하겠다고 전화로 질러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상사가 귀신같이 전화통화를 듣고 달려오기 전에 재빨리 전화를 끊고 구두수선실로. 히지카타는 구두굽을 수선하는 아저씨의 거의 벗겨진 가마부분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트렌치코트속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아까부터 울린 진동이 이제야 잠잠해졌다. 안다. 과장이다. 분명 과장이 전화해서 한소리하려고 하는 것이었을 거다... 당장 받지않으면, 아니면 당장 다시 히지카타쪽에서 전화를 걸지않으면 내일 또 무슨 불호령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단지 주머니속에 잠잠해진 폰을 만지작거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알지만, 지금의 히지카타는 무리였다. 더 이상 머리가 일모드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너무 지친 것이다. 평소의 히지카타였다면, 구두굽이 망가진 것을 보자마자 새신발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왜냐면 종일 외근해야하는 영업사원에게 있어 밤의 구두란, 절대 남앞에서는 벗어서는 안될 마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히지카타는 신발을 벗고있는 자신의 온통 땀으로 젖은 양말을 멍하니 내려보며 바지속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자신의 땀냄새를 역하게 들이내켰다. 구두를 수선하는 아저씨에게 죄책감이 느껴질정도의 독한 냄새였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세번째 말하는 거지만, 히지카타는 오늘은 이제 그만 충분히, 너무 지쳤다.
" 저기요. 아저씨. "
구두수선에 집중하고 있던 아저씨는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 왜그러슈? "
" 담배펴도 됩니까? "
히지카타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담배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물고 있었더랬다.
반듯하게 수선은 했으나 역시 위화감이 있었다. 히지카타는 피식웃으며 오른쪽 구두를 일부러 세게 바닥에 콩콩하고 내리쳐보았다. 제법 비싼 구두였으니 샀던 매장에 가면 말끔하게 수선해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아무 구멍수선집에다가 갖다바쳤으니 전에 없던 위화감이 끝내주게 생긴거겠지. 히지카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라 뭐 어떠냐. 어차피 외근 할당량이 많은 히지카타의 일에 구두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그래도 비싼거라 두달은 버텨준 것이리라. 히지카타는 오래 걸어 무리가 온 오른쪽의 무릎을 두어번 손바닥으로 꾹꾹 누른후에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 길을 걸었다. 이놈의 길, 끝까지 걷는구나. 어쩔 수 없었다. 막차가 끊긴지 오래였다. 히지카타는 하나라도 영업을 성공하기 위해 사실 회사가 있는 곳에서부터 아주 먼 도시까지 와본 것이었다. 돌아가는 일을 생각하지 않은 지나치게 즉석 아이디어였는데 아쉽게도 수확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막차도 엄청 빨리 끊겼다. 히지카타는 가늠되지 않는 거리가 두려워 택시를 탈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하고 일단 걸어갈 수 있는 데까지는 걸어가볼 생각이었다. 마지막에는 택시를 타더라도 택시를 타는 거리라도 좀 줄이자 싶어서. 그래. 역시 구두를 수선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가벼운 위화감은 무시하고서라도, 구두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니까. 히지카타는 숨을 들이마셨다. 이 구두를 신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열두시.
무거운 진동이 포켓속을 울렸다.
히지카타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코트속의 스마트폰을 꺼내었다. 스마트폰은 환해진 채 히지카타에게 존재를 알렸다. 히지카타는 잠시 폰을 내려다보았다. 히지카타의 큰 손바닥안에서 진동하는 스마트폰. 히지카타는 손바닥전체에 퍼지는 진동에 가려움을 느끼며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 여보세요. "
- 토시로오오오오... 나아아아아아...
" 어. "
- 왜 아직 안오옴...
" 막차가 끊겨서 걸어가고 있던 중이었어. 솔직히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
- ... ...하아...
" 넌 이제 일어났나보네. 오늘도 밤샜냐? "
긴토키의 마감이 가까워져 그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 거의 나오지 않을때에는 익숙하게 그를 건드리지 않은 히지카타인지라, 사실 오늘 아침 출근할때에도 긴토키의 굳게 닫힌 방문을 잠깐 쳐다봤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가 그때까지 깨어있는지 아니면 그만 자고 있는지 어쩐지에 대한 여부를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전화 너머 목소리가 잠겨있는 덕분에 긴토키가 오늘도 밤을 샜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밤을 샜다기보다는, 어차피 그는 차라리 야행성이라고 불러야할 존재이니까.
- 내가 밤새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토시로. 너는 말이다. 이럴때 나한테 전화를 하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야 내 말을 알아듣고 실천에 좀 옮길까요? 으응?
" 어... 음... 글쎄. 한 백번? "
- 이미 벌써 백번은 넘었거든요?! 내가 전화하라고 백번을 백번넘게 말했거든요?! 너도 알겠지만 긴상 면허있거든? 근데 그 면허 오로지 너때문에 딴거거든? 아 진짜! 그냥 직접 차를 좀 끌고다니라고 대체 차를 집에다 놀게 하고 넌 왜 사서 고생을 이 망할 히지카타 토시로야악
그리고 전화너머로 악을 지르는 긴토키의 끝이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래도 여전히 잠에 취해 목구멍 아래로 잠겨있는 듯 해서, 히지카타는 솔직히 귀에 닿는 긴토키의 목소리가 싫지 않았다. 히지카타는 연하게 한숨을 내쉬며 때마침 보이는 벤치에 앉아 등받이에 깊게 몸을 뉘였다. 밤이 되니 벤치가 차가워져서 솔직히 엉덩이가 좀 시리고 코트속으로 찬공기가 스멀스멀 들어와 등을 오래대고 있기 어려울 듯 했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는 왠지 아주 편했다. 다리도 좀 아팠는데 덩달아 다리도 쉬고. 히지카타는 한쪽다리를 다른쪽 다리위에 걸치고 발목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긴토키의 전화너머의 난리부르스를 가만히 감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긴토키는 전화기를 한 번 떨어뜨리기까지 했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옷을 꿰입다가 떨구었을 것이었다. 보나마나, 테이블위에 휙하고 던져놓고 가볍게 편의점 갈 때 한번씩 꿰입는 검은색의 후드티. 모자 달린 거. 작업이 아침에 끝나서 지금까지 디비자고 있었던 거면 머리도 안감았을 게 뻔하니 그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위에 모자 하나 꾹꾹 눌러쓰고 그 위에 후드티에 달린 모자까지 제대로 쓴 뒤에 서둘러서 차키, 지갑, 그리고 접어신는 운동화. 수화기너머로 긴토키가 여보세요?! 토시로 아직 안끊었지?! 라고 외쳐대서 히지카타는 가볍게 킥킥하고 웃었다. " 그래. 안끊었다. "
- 그래 우리 연어님께서는 오늘은 어드메까지 흘러가셨을까? 어디쯤인 거 같애? 내비찍고 가게.
" (연어님? 아 강을 거슬러 먼데까지 갔다는 그말인가.) 하아.. 그게 사실 나도 짐작조차 안 되는 것이... 완전 처음 와보는 동네인지라. "
- 끙.
" 컹. "
- 그럼 토시로, 좀 더 걸을 수 있겠어?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이나까지.
" 아아. 안그래도 아까 본 듯해서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던 참이었어. 지하철을 지나왔던 것 같아서. 뭐 이미 끊겼지만. "
- 오케이. 그럼 지하철 도착하면 바로 전화하기다. 일단 너네 회사쪽으로 가고 있을테니까.
" 오냐. "
- 이쁜이 치한조심하고! 긴상 말 잘 들어, 이상한 사람이 찝쩍대면 치한스프레이 뿌리는거다 얼굴에다 대고 과감하게, 알지?!
" 그딴 거 안키우는데요. "
- 아냐. 내가 토시로 가방에 몰래 넣어놨어.
" ?!!!! "
그리고 전화를 끊고 가방을 뒤져보니, 진짜로 있다. 치한 스프레이. 히지카타는 푸악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어깨를 흔들면서 신명나게 웃고나니 아, 이게뭐냐. 유쾌해져선. 웃느라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꾸욱 누르며 히지카타는 쳇, 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게 뭐냐. 기분이 나빴었는데. 나 진짜 방금까지 똥통에 빠져있는 듯한 눅눅한 기분이었는데. 쳇. 단박에 이렇게 좋아질 것 까진 없잖아. 제기랄. 그렇게 중얼이며 히지카타는 새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트끝이 접혀있는 것을 가볍게 털어 펼치고, 히지카타는 비어있는 손으로 앞머리칼을 전부 쓸어넘겼다. 긴 외근에 날이 싸늘해도 한바가지 정도 흘린 땀이 이제야 말라, 머리칼이 온통 푸석해지고 엉켜서 엉망이었다. 히지카타가 머리칼을 옆으로 젖히자 머리칼이 이제 극적으로 아무렇게나 흐트러지기까지 했다. 씻고싶다. 욕조에 목까지 푹 담그고 삼십분정도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오늘의 히지카타에게 정말 필요한 아주 작은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래. 그러니까. 그게 필요하니까.
그러니까 빨리 와줘.
" ...쳇. "
히지카타는 코트의 앞을 조금 여미며 천천히 걸었다. 이쪽이 분명했다. 지하철역. 띄엄띄엄한 네온사인이 점멸해가는 와중에, 히지카타는 도시의 아주 먼 곳에서 조금 연한 모양의 달을 보았다.
- done
+
연인에게 위로받는 히지카타 토시로군(29, 男)
의외로 밤을 샌쪽은 사카타 긴토키였습니다. 영업사원이 솔직히 밤을 새긴 힘들지. 외근 야근은 많겠지만.
이런날은 이런날이고, 역시 영업사원하면 불법 회식이 제맛. <
회사경비써가며 비싼 술집에 거래회사 직원들과 함께 즐기고 일차 이차 삼차... 말단 히지카타 토시로를 상상하기는 진짜 힘들지만, 요런 회식분위기의 흐름에 타고 있는 히지카타 토시로는 진짜 ㅋㅋ 어색하네요 ㅋㅋㅋ 차라리 분위기를 말려죽이는 히지카타라면 모를까. ㅋ
근데 신센구미 회식을 보면 의외로 분위기에 잘타고 있는게.. 흠.. 친한 사람들이라 그런가? 아니면 말단이 아니고 부장위치에 있어서 그런가?
어쨌거나 그런 회식에서 어쩌다 나가요언니들 나오는 데까지 가면 와이셔츠 여기저기에 루즈자국이나 묻히고 올 것이고.. 어쨌거나 미남이니까 인기폭발! 자택근무 긴토키는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모름. 역시 회사에서도 인기가 많겠지만 히지카타 토시로? 어쨌거나 미남이니까 인기폭발! 역시 긴토키는 질투로 히지카타 토시로의 와이셔츠를 갈기갈기 그리고 아침부터 발기발기.
0ㅅa0 꾸꾸까까.
ㅋㅋㅋ 이렇게 써놨네 밑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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