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귀족 긴토키와 남창히지카타 이야기 <번외>
- 끝에 더욱 가까운 어느날들의 이야기
절벽 위에 연한 분홍색의 꽃잎이 팔랑거리고 있었다. 시력이 좋은 사카타 긴토키는 그 바람결에 절로 꽃잎을 흔드는 식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건 무슨 꽃일까. 어째서 저렇게도 마치 날 유혹이라도 하는 듯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일까.
물론 꽃은 긴토키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고, 꽃의 잎이 이리저리로 흔들리는 것은 단순히 절벽의 바람때문일 뿐이었지만, 꽃이 귀중한 계절에 심지어 매일같이 어제와는 다른 꽃을 찾느라 숲속을 혈안이 되어 뒤지고 있는 사카타 긴토키에게 있어 그 꽃의 나부낌은 그저 긴토키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의 입구 그 자체일뿐 다른 것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긴토키는 하늘만, 하늘에 가까운 절벽만을 바라보며 저도모르게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꽃은 절벽에 걸려 있었고 절벽은 하늘에 걸려 있었고, 하늘은 파랗고 또한 하얀 구름이 아주 많았다. 긴토키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절벽만을 바라보며 빠르게 걸었다. 두 손은 자연스럽게 앞, 그리고 사카타의 머리보다 좀 더 높은 곳으로 뻗어 있었다. 마치 그렇게 손을 위로 한 채 앞을 향해 달리면 금방 그 꽃을 꺾을 수 있다는 듯 한 태도였다. 그러나 긴토키는 너무 앞을, 또 그리고 너무 위만을 지향하고 있어서 오히려 바로 코앞의 호수를 보지 못하였다. 호수에 다가가면 갈수록 땅이 질퍽해져 갔지만 긴토키는 비단신 끝이 진흙에 더러워져가는 것조차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예정된 결과로
사카타 긴토키는 호수에 한쪽발을 들이고야 말았다.
"앗, 젠장."
물이 첨벙하는 소리가 긴토키의 귀에 닿았을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이 너무나 늦은 뒤였다. 물론 절벽은 아직 까마득하게 멀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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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뭘 하시다 온겁니까?"
"...묻지 마라..."
야마자키 사가루는 탕약을 끓이던 중 벌떡 일어나 엉망이 된 몰골로 돌아온 사카타 긴토키를 어이없어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에, 그는 마치 천방지축 꼬마의 모습을 하고서 돌아온 것이었다. 얇고 부드러운 비단천으로 만든 비싼 옷은 아무렇게나 찢어져 있고, 한쪽 발과 양 소매가 전부 물에 젖어 있었다. 얼굴이나 머리 여기저기에 엉켜있는 진흙은 또 어떤가... 야마자키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긴토키는 얼굴에 생채기가 난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야마자키를 지나쳐 집으로 걸어들어가려 했다. 야마자키는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며 긴토키의 등을 향해 말했다. "...씻기 전에 히지카타님을 뵈러 가면 안되는거 아시죠? 사카타공." 긴토키는 홱 고개를 돌리며 노여워했다. 누굴 바보로 아나 저게?! "...나도 알아!" 하지만 긴토키는 차마 야마자키에게 심한 욕을 하지는 못하고 그냥 씹어뱉듯 그렇게 소리친 뒤 다시 험악하게 걸어갔다. 이미 자기가 한 바보짓에 실컷 진저리를 치고 난 다음인데, 야마자키가 더 보태려고 하는 것이 짜증이 나 긴토키도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마자키에게 바보같은 화풀이를 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두 번 다시 그런짓은 못 해. 긴토키는 이래저래 야마자키에게 약점을 잡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기분을 대체 어떻게해야 해소할 수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야마자키는 씩씩대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긴토키를 바라보다 문득 저도모르게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그의 빨갛게 부어오른 왼손에는 여러가지의 들풀꽃들이 꺾인 채 쥐어져 있었다. 뿌리채로 뽑힌 것도 있고 허리가 뚝 부러진 것도 있었다. 저런저런. 야마자키는 긴토키가 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을 따라 남아있는 숲속에서 가져온 듯한 신선한 풀의 냄새와 젖은 흙의 냄새를 맡았다. 흙에는 새로운 계절이 녹아 있었다. 꽃들이 숨을 삼키는 계절. 야마자키와 히지카타가 몸을 숨기듯 들어온 이 고요한 산에는 애초에 꽃종류가 별로 없기도 했거니와. 그렇기에 야마자키는 매일 숲에 나갔다 다시 들어올 때 한 손에 꽃을 잊지않고 챙겨오는 사카타 긴토키가 퍽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저렇게 매일같이 새로운 꽃을 다 꺾어오는 걸까 싶어서. 그러다 야마자키는 또 금방, 사실은 사카타 긴토키가 그동안 줄곧 히지카타에게 저러고 싶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어쩌면 그야말로 십 년 전부터 줄곧, 긴토키가 히지카타에게 해주고싶었던 것은 사실 바로 저런 거였다고. "...바보같으니." 야마자키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히지카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신선한 흙냄새와 뒤섞인, 부드러운 냄새가 났다.
히지카타는 그 냄새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이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는 평생 몸에 지니고 다니는 향낭덕분에 아예 그 남자의 체온이 되어버린 것이다. 히지카타와 야마자키가 은둔하고 있는 이 작은 초가집에 자기도 들어와 살기로 결정한 날 부터, 긴토키는 더 이상 그런 것을 지니고 다니지 않게 되어버렸지만-애초에 이곳에는 그런 것을 챙겨줄 하인등도 더 이상은 없는 것이다- 그의 몸에 배여있는 향기만은 사라지지 않고 늘 은은하게 흘러넘쳐서 히지카타는 눈으로 보지않아도 긴토키가 자기 방에 들어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긴토키의 이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시력을 잃고 후각이 민감하게 된 덕분인 것일까. 히지카타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조용히, 그저 후자이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카타 긴토키의 향을 가장 먼저 깨닫는 것. 그건 너무 이기적인 것도 아니잖아.
"또 숲에 갔다왔어? 너."
"응."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자신에게 더 이상 존대를 쓸 생각도 하지 않는 것에 놀라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아주 조용히 그의 방으로 들어왔음에도 자기의 존재를 눈치 채고야 마는 히지카타를 더 이상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긴토키와는 세상을 느끼는 법이 많이 다른 것이다. 깨끗하게 씻고 옷도 갈아입고 와서-이제 긴토키는 모든 것을 혼자서 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원래 손끝이 야무진 사람인터라 긴토키는 금방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긴토키는 언제나처럼 청결한 상태로 히지카타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머리칼을 쓱쓱 매만졌다.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있음직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깜빡였다. 몇 번을 깜빡여도, 흐릿한 눈은 그저 흐릿할 뿐이었다. 히지카타는 그 흐릿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긴토키는, 하얀 막이 쌓인 히지카타의 한때는 까마귀의 깃털처럼 새까맣던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는 또 뭔데?" 히지카타는 희미하게 웃었고, 긴토키 또한 히지카타의 그 미소를 바라보며 이끌리듯 웃었다. 긴토키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평안하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히지카타 인생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미소일 것이 틀림 없었다. 긴토키는 변한 자신을 히지카타에게 한 번도 보여줄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그 모든 것을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벌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긴토키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을 좀 더 조심스럽게 놀려 그의 턱을,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모든 것이 예전과는 달랐다. 홀쭉해진 뺨위에는 사람의 생명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마치 나무의 마른 겉껍질같은 바싹함이 있었다.
"너무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긴토키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왜. 오늘은 빈손이야?" 히지카타는 실망하지도, 긴토키를 비웃지도 않았다.
"아냐. 단지, 어제와 똑같은 것이라 그래."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고 꺾거나 뽑아온 들풀꽃들을 히지카타의 베개 옆에 간지런히 내려놓았다. 행여나 숨이 죽을까봐 씻는동안 꽃병에 꽃아두었기 때문에 풀의 끝부분이 물에 젖어 있었다. 히지카타는 베개옆에서 바로 느껴지는 신선한 풀의 냄새에 코를 갖다대며 손을 뻗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손을 살며시 들어, 그 손톱끝에 입을 맞추었다. 히지카타의 눈이 잠시 흔들린다. 긴토키는 웃는 얼굴 그대로 히지카타의 손을 들풀꽃 위에 올려주었다. 히지카타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손끝에 들풀꽃들의 까슬함이 느껴지게 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행여나 꽃의 가시같은 것에 찔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물론 가시같은 건 보이는 족족 다 제거했지만, 그래도 혹시 보지 못하고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좋다."
히지카타는 웃었다.
또 그렇게 웃네.
긴토키는 얼굴을 붉혔다.
히지카타는 최근들어, 퍽 자주 웃었다. 그 하얀 얼굴에 인형같이 새겨놓은 미소가 아닌, 마치 숲속의 공기나 그 공기에 차가워진 나무벽의 이끼무리같은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긴토키는 바로 그 미소가 자기를 만나기 전의 히지카타 토시로라는 것을 금방 알았다. 십년동안 긴토키가 죽여온 것이고, 어쩌면 히지카타 본인조차도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한 자기자신이리라. (그렇기때문에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재앙이었고, 그와 동시에 행운이었다... 긴토키는 고통의 십년속에서 뭔가 다른 의미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아니었다. 히지카타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 뿐.) 긴토키는 그 미소를 보기 위하여 태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곤했고, 그 생각은 자동적으로 긴토키의 체온을 오르게 했다. 긴토키는 새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한 손으로 억누르며 히지카타가 가장 먼저 눈이 고장난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히지카타에게 있어서 끔찍한 재앙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코 이 새빨개진 얼굴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만은 도저히 할 수 없어.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고, 요녀석아. 긴토키는 폭발할 것처럼 화끈거리는 양쪽 귀를 감싸며 히지카타의 이불보 위로 얼굴을 박았다. 히지카타는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볼 수없지만, 긴토키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얼굴마저 완전히 가려버리고 만다. 그렇게도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히지카타는 인기척으로 긴토키가 몸을 움직여 앞으로 숙였다는 것을 느낀다.
"...? 긴토키? 왜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역시, 내일도 숲으로 가자.
긴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을 숨긴 긴토키의 뒤통수 위로 히지카타의 손이 느껴졌다. "갑자기 왜이러실까. 긴토키님." "......" 그 손은 거의 아무 무게도 없었고, 그저 조금 달뜬 사람의 체온만이 남아 있었다. 히지카타는 앙상해진 손가락을 긴토키의 구제불능으로 엉킨 머리칼 사이로 집어넣고 그 사이를 쓰다듬는다. 긴토키는 여전히 붉은 얼굴을 감춘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역시 내일도 숲으로 가자. 역시 내일은 그 절벽 위를 오르는 게 좋겠어. 너에게 똑같은 꽃을 주고싶지 않아. 분명 오늘과는 다른 꽃. 내일과도 다른 꽃. 그런 세상 모든 것들을 너에게 한아름 주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내일도 그렇게 웃어줘. 역시, 그렇게 웃어줘. 긴토키는 눈을 감았다. 히지카타가 머리를 쓰다듬는 소리만이 고요히 긴토키의 귓가를 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 긴토키는, 오직 이순간을 위해 숨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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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타 긴토키는 시간을 조금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그는 이 작은 오두막의 모든 살림살이에 익숙해졌다. 평생 살면서 한 번도 해본적 없었을 게 분명한 집안일들을 조금씩 서툴게 해나가던 것이 이제는 야마자키보다도 더 능숙하게 시간배분까지 해가며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곤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주가 좋은 사람인거야. 야마자키는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에 능숙해지는 긴토키에게 감탄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이지, 긴토키는 딱 그러하였다. 한 번 배운일은 잊어먹는 일이 없었고,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경우도 결코 없었다. 야마자키는 어느샌가 자기보다도 더 이른 아침에 일어난 긴토키가 우물물을 길어올리는 것을 보면서 기지개를 펴게 되었다. 긴토키는 비단옷도 벗고(물론 히지카타와 있을 때에는 늘 비단옷차림이지만, 그것은 긴토키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히지카타를 위해서였다. 비단옷을 입은 긴토키가 그에게는 더 익숙할테니까.) 야마자키가 입고있는 것처럼 딱 사람손을 타 편해질정도로 헤진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양소매를 끈으로 걷어붙이고 단숨에 우물물을 길어올리고서, 긴토키는 제일 먼저 히지카타의 하루분의 탕약을 끓이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야마자키는 더 이상 긴토키에게 이것저것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긴토키는 야마자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달라고 했고, 야마자키의 배움에 화 한 번 내지않고 묵묵히 배웠다. 긴토키는 야마자키에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을 창피해하거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고, 야마자키 또한 긴토키를 가르치는 일에 꾀를 부리지 않았다. 야마자키는 아침일과는 능숙하게 처리해 나가는 긴토키를 바라보면서, 이제 이 공간에서 정말 필요없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자신이란 생각에 도달했다. 사실, 시간문제이긴 했었다. 애초에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찾아 온 그 날 부터 오늘이란 날은 이미 예정되어있는거나 마찬가지였지. 처음부터 둘 사이에 끼어있었던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 야마자키는 아침햇살에 눈부셔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천천히 오길 바랬었는데. 아무쪼록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지는 오늘이 가능하면 아주 천천히 오길 바랐어.
왜냐하면, 나도 보고있고 싶거든.
될 수 있는만큼 오랫동안. 될 수 있는만큼 더 많이.
그 사람을.
야마자키가 마당으로 나오자 어느새 긴토키는 소매를 묶은 천을 풀어내고 있었다. 긴토키는 야마자키를 바라보며 턱에 괴인 땀을 한 번 훑었다.
"야마자키. 잠깐 숲에 갔다올테니까."
"...벌써요? 오늘은 좀 빠르십니다."
긴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히지카타가 깨기 전에 갖다주고 싶거든." "......" 야마자키는 긴토키가 무엇을 말하는지 물을 필요가 없었다. 야마자키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야마자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긴토키는 늘 야마자키에게는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야마자키는 그의 고요한 무표정 깊은 곳에 부풀어있는 어떤 평온함을 느꼈다. 그렇게도 긴토키는 자신의 잘못도 자신의 고통도, 히지카타의 마지막도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 앞으로의 시간을 히지카타와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정말이지 그 고요하게 고여있는 샘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그에게 그 역할을 내주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역시, 꽃이 그다지 없는 숲에서 꺾어오는 꽃들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우려나. 아니 역시, 그 꽃을 쥐고 있는 손이 긴토키님이기에 히지카타님이 그렇게도 예쁘게 웃게되는 것일까. 야마자키는 등을 돌려 숲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긴토키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늘 이렇게 고개를 들곤하는 질투심을 억지로 누르지 않고 그저 조용히 흘려보내는 것이 야마자키가 터득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당장 쫓겨나지는 않겠네." 야마자키는 중얼거렸다. 어쨌든 당장 쫓겨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긴토키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 히지카타의 옆을 지킬 사람이 있어야하니까. 그러니까 나도 아직은,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어요. 야마자키는 눈을 감았다.
사카타 긴토키는 절벽을 오르다 세 번을 헛디뎠고,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사카타 긴토키는 왼 팔에 남은 긴 상처를 따라 흐르는 검붉은 피를 잠시 바라보았다.
사카타 긴토키는 간단한 응급처치법을 기억해냈고 옷자락의 끝을 찢어내어 상처를 동여매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네 번째에 절벽을 오르는 데에 성공했다. 어제 본 연분홍의 꽃은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피어 있었다. 멀리서보았을 때는 연한 꽃잎을 하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보니 좀 더 짙은, 붉은쪽에 가까운 색이었다. 처음보는 꽃이었기에, 사카타 긴토키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 꽃의 이름을 떠올릴 수 없었다.
사카타 긴토키는 물론 절벽을 내려오는 도중에도 발을 헛디뎠다. 위에서부터 주르르륵 미끄러지는 바람에 두 손으로 자기도 모르게 절벽을 꽉 쥐었고 그대로 돌부리의 여기저기에 긁혀 손바닥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묘하게 하나도 안아프네. 네 웃는 얼굴을 생각하니까.
긴토키는 자신의 피투성이 두 손바닥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품안의 꽃 한 송이는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했다.
집으로 돌아와 사카타 긴토키는 야마자키 사가루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으며 상처치료를 받았다. 야마자키의 훈계에도 긴토키는 변명 하나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도 여전히 히지카타는 잠들어 있는 채였다. 좋았어. 야마자키에게 혼나는 내내, 긴토키는 미소짓고 있었고, 그것은 야마자키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긴토키는 혹시나 냄새에 민감해진 히지카타가 자신이 흘린 피냄새를 맡으면 어쩌나 잠시 고민했다. 그의 방문을 열기전에 잠시 마루를 서성인 것은 그 이유때문이었다. 야마자키에게 같이 변명거리를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말을 걸어봤지만 여전히 긴토키에게 화가 나 있던 야마자키는 그를 무시하고 장작을 패러 가버리고야 말았다. 긴토키는 몸을 씻은 후 새로 꺼내입은 비단옷속에 팔의 커다란 상처를 숨긴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히지카타에게 할 변명거리를 혼자 생각해내야 하는데, 금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를 않았다. 아 어쩐다. 그냥 숲에서 토끼라도 봐서, 잡아왔다고 할까. 그 토끼의 피냄새라고 해버릴까. 설마 히지카타가 사람의 피냄새와 동물의 피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단계까진 간 것은 아니겠지? 긴토키는 좀 더 사람의 피냄새에 가까운 피를 가진 짐승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자신의 붕대를 감은 상처위에 코를 박고 피냄새를 킁킁거렸다. 비릿한 냄새가 긴토키의 코를 자극했다. 긴토키는 미간을 찌푸리며 동물들의 이름을 떠올렸고, 그것은 참으로 식물들의 이름만큼이나 잘 떠오르지 않는 법인지라. 긴토키는 결국 숲에 있을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피냄새에 가까울 듯한 그럴싸한 동물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역시 토끼로 하자. 그냥 토끼라고 우기자고! 어차피 히지카타는 보이지도 않을테니 우기는 쪽이 승리야.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방문을 열었다.
히지카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히지카타?"
아니, 그것은 정말로 자고 있는 것일까? 히지카타의 얼굴은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해, 어떤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긴토키는 손발의 긑이 바싹 굳어져감을 느끼면서 몸을 히지카타의 방안으로 차마 밀어넣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서버리고야 말았다. 긴토키의 부들부들 떨리는 자신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이건 두려움이었고, 이건 공포였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혹시 죽은 게 아닐까?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혀 긴토키의 턱에서 힘이 빠졌다. 긴토키는 간신히 히지카타의 방안으로 들어갔고, 아, 그것은 정말로 너무나 끔찍한 과정이었다. 히지카타의 숨이 아직 붙어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말이다.
결과적으로, 야마자키가 틀린 것이었다. 긴토키는 아무 각오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언제고 허물어질 것이었다.
사카타 긴토키의 심장은 너무나도 작았다. 너무나도 희미했다. 너무나도 부족했다.
어느정도냐면, 긴토키는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솔직히,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이대로. 히지카타와 함께.
어째서 내가 여전히 살아있어서, 히지카타가 지금 죽었는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어째서 내가 여전히 살아있어서 히지카타가 죽을 날을 매일 꼽지 않을 수 없는건지. ...어째서, 내가, 아직도 살아있어서, 히지카타가 죽는 날을 맞이해야만 하는건지. 히지카타가 아직 살아있는가를 확인하는 그 지옥과도 같은 순간에 긴토키의 심정이 꼭 그러한 것이었다. 너무나 고요하고 거의 움직이지조차 않았지만, 그래도 히지카타의 숨은 여전히 붙어있었고 심장도 여전히 뛰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한동안 긴토키는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서 굳어버린 채 꼼짝을 못하였다. 히지카타는 이제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방이 낮을 향해 달리는 햇살때문에 점점 환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꽈악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긴토키는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붕대를 감아두었지만, 그래도 손끝의 상처에서 여전히 피가 스며나와 붕대는 부분부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가 자기와 접촉을 무수히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나날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 그가 왜 그랬는지 긴토키는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결코 감염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병을. 그래서 히지카타는 자신의 상처부위를 긴토키에게 닿게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조심했던 것이고, 긴토키의 혹시나 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처부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와 스치는 것조차 싫어했었다. 긴토키는 문득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히지카타와의 키스. 아, 그건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이세상에 그렇게 부드러운 입술이란 게 정말 존재하는구나 하고 얼마나 놀라워했던가. 그리고 긴토키가 한가하게 그런 생각을 하는동안에도, 히지카타는 잔뜩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긴토키의 입술에 상처가 나 있으면 어떡하나 하고 말이다.
뭐 어때.
그리고 긴토키는 생각했다.
뭐 어때. 그의 병이 옮으면, 나는 죽겠지. 그래. 나는 죽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얼마나 감사한가.
사실 진짜로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긴토키는 손에 감은 붕대를 잡아 뜯고 그대로 히지카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목덜미에 자기가 새겨놓은 상처를 떠올렸다. 그곳은 아직도 헤져 있을까? 그곳에 나의 상처가 잔뜩 난 손바닥을 갖다대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될까? 아니, 그냥 이 딱지도 제대로 앉지않은 생생한 상처가 남은 손가락을 그의 입속에 비집어넣는다면 어떨까. 히지카타. 제발 허락해줘.
나는 솔직히 정말이지, 자신이 없다.
사실은 정말로 자신이 없어.
네가 없는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니.
네가 없는 세상에서, 나만 계속 살아가야 한다니.
살아있어야 하다니.
너 없이.
"....흑." 긴토키는 상처가 눈 손가락에 힘을 주어 주먹을 꽈악 쥐었다. 손가락 위의 상처는 주먹을 꽈악 쥔 압력으로 더욱 그 깊이가 심해졌고 긴토키는 머릿속이 얼얼해질정도로 엄청난 아픔을 느꼈다. 이대로 너의 병이 나에게로 옮는다면. 죽은 너의 몸을 끌어안고, 나 또한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은데. 긴토키는 눈물을 떨구며 오열했다. 이어지는 긴토키의 울음소리에도 히지카타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 깊고 무거운 잠. 삶보다 죽음에 한층 더 가까운 잠. 긴토키의 울음소리로도 깨워낼 수 없는 그의 짙은잠을 바라보며, 긴토키는 울고 또 울었다. 주먹 쥔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렀고, 그러나 긴토키는 결코 그 손으로 히지카타를 만질 수 없었다. 아무리 그것을 바래도 그 바램이 아무리 절실해도, 긴토키는 차마 그것을 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히지카타가 결코 그것을 바라지 않았으니까. 히지카타는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긴토키는, 결국 오늘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를 따라갈 결심도, 그의 뒤에 남은 결심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목을 놓아 울다가, 지치면, 울음을 멈추고 잠든 히지카타의 입술에 슬쩍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이 전부였다.
걱정 마. 히지카타. 입술에는 아무 상처도 없거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울기를 반복하는, 정말이지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
고요함 속에서, 히지카타는 눈을 떴다. 이제 히지카타는 날짜감각만큼이나 시간감각이 없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파악이 되지 않으니, 심지어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히지카타는 잠에서 깼지만 여전히 잠 속에 있는 듯한 감각으로, 눈을 깜빡였다. 눈을 감아도 떠도 그대로였다.
"깼어?"
가까이에 긴토키가 있었다.
아니, 다르구나.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그래, 꿈밖에는 당신이 있어. 긴토키.
"...긴토키."
목이 달라붙은 듯 말을 뱉기가 힘들었지만, 히지카타는 그의 이름을 부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긴토키가 꼭 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그 희미한 공기의 흐름에 히지카타마저 기분이 좋아졌다. 긴토키는 천천히 컵을 히지카타의 입술에 갖다대었고 히지카타는 그것이 따뜻하게 달인 탕약의 향기라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왠지 컨디션이 좋아 히지카타는 상체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 반짝거리는, 최후에 더욱 크게 점멸하는 불꽃과도 같은 힘은 대체 뭘까. 히지카타는 자신의 숨결속에서 그 어느때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죽음의 예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쨌든 몸이 가볍고, 몸을 일으킬 수도 있었으니까. 탕약을 한꺼번에 들이켜는 것에도 성공했거니와.
한 번 상체를 일으키니, 다시 눕고싶지가 않아졌다. 히지카타는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은 채로 덮고있는 이불 위로 두 손을 올렸다. "고마워." 히지카타가 말하니, 긴토키가 또 한 번 웃는 것 같았다. "응. 나도 고마워." "? 뭐가?"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인사가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 긴토키는 뭔가 말하는 것 대신, 히지카타의 무릎에 머리를 배고 누웠다.
아, 최후의 힘이여. 고맙다.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자신의 무릎을 누르는 긴토키의 머리가 하나도 무겁지 않았고, 히지카타는 그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어쨌든 오늘은 당신을 쓰다듬어줄 수가 있잖아. 당신은 이걸 좋아하지만, 사실은 내가 더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지. 히지카타는 오른손을 들어 긴토키의 머리위에 손을 올렸다. 긴토키는 두 손으로 히지카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히지카타는 배에서 느껴지는 긴토키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며 그의 머리를 좀 더 쓰다듬었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긴토키의 머리. 연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
"행복하다."
"......"
행복해.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히지카타야."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긴토키.
"...그치만 나는 앞으로 너무 괴로울테니까, 지금 잠깐 행복한 것 정도는 괜찮을 거야. 응."
그치만 나는 이때까지 너무 괴로웠으니까, 지금 잠깐 행복한 것 정도는 괜찮을 거야... 응.
응.
"어떻게 생각해?" 긴토키의 양팔이 더욱 힘을 주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 것을 느끼면서, 히지카타는 조용히 웃었다.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히지카타의 대답에 긴토키의 고개가 허벅지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아, 분명 아랫입술을 내밀고 불퉁한 표정이라도 지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거겠지. 히지카타는 기억속에 남아있는 긴토키의 삐친듯한 얼굴을 떠올리며 풋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고, 이렇게 말하면 또 저렇게 말하고. 히지카타는 언젠가 긴토키가 자신에게 한 말을 지금 또 긴토키가 하지는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무언가가 코끝에 닿았다.
간지럽다.
히지카타가 놀라 눈을 깜빡이자, 그 부드러운 것이 천천히 살랑거리며 반복해서 히지카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뭐야?" 히지카타는 코끝에 퍼지는 연한 꽃향기를 느꼈다. "이름은 모르겠더라. 완전 처음보는거라." 긴토키는 그렇게 말하며 꽃을 쥐고 있던 손을 다시 위로 들어 이번에는 히지카타의 턱을 간질인다. 히지카타는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꽃을 감쌌다. 긴토키는 여전히 꽃의 줄기를 잡은 채로 히지카타의 목덜미 어딘가를 간지럽혀댔고.
다행히도, 히지카타는 피냄새를 맡지 못하는 듯 했다. 다시 깨끗하게 새로감은 붕대덕분인지도 몰랐다. 긴토키는 안심하며 히지카타의 손을 감싸쥐었다. 히지카타의 손은 바싹 마르고 야위었지만, 다행이야 히지카타, 너의 손에는 상처 하나 없거든. 그리고 물론 나의 입술에도 상처는 없지.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손을 끌어당겨 손바닥 위에 키스를 했다. 히지카타는 언젠가부터 마치 버릇처럼 반복하는 긴토키의 입술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의 접촉이 때로 두려웠지만, 히지카타는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믿기로 한 것이다. 그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리가 없어. 그렇게 믿자고 다짐하니, 히지카타의 마음은 놀랄 정도로 가벼워졌다.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자신의 뒤를 따라 죽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으리란 확신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죽는다는 건 싫은거구나.
히지카타는 자신의 손바닥에 닿은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죽는다는 건 싫구나. 당신과 좀 더 이렇게 있고 싶어. 죽고싶다는 기분이란 게 어떤것인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어. 어째서 그토록 죽고싶어했던 것일까?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이렇게나 모든 것인데.
그나저나, 긴토키.
당신 입술 정말 부드럽다.
이세상에 그렇게 부드러운 입술이란 게 정말 존재하는구나.
"히지카타."
"응."
"토시로."
"응."
그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대답하며,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을 때마다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했던 두려움도 이제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히지카타는 그저 고요한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히지카타는 이제 아무 것도 아쉬운 것이 없었다. 어떤 외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딱 한가지,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긴토키에게서 듣고싶은 말이 있었지만, 어쩌면 긴토키는 영원히 그 말을 자신에게 해주지 않으리라. 왠지 히지카타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아무 상관없이 될 것이었다.
왜냐하면 히지카타의 손에는 오늘도 꽃이 있었고
그것을 준 것은 다름아닌 긴토키였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그래 그러니까 정말로... 응. 정말로. "히지카타..." 긴토키가 부른다. 그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멀리에서 들리지만, 그래도 히지카타는 아직 입을 열 수 있는 힘이 남아있었다. 응, 그러니까 아직 목소리가 남아있어. 아직 대답할 수 있어. 히지카타는 입을 열었다. "응. 긴토키." 그의 말에 대답하고 나서야, 히지카타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살아있어. 살아있는 동안에 많은많은 대답을 하자.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생각은 삶이었고, 삶은 긴토키였다. 그리고 긴토키의 앞으로의 삶은 어쩌면, 나이겠지. 히지카타는 자신이 죽고난 뒤의 모든일을 마치 직접 보고온 것마냥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히지카타는 물론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don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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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썰시리즈의 해피엔딩을 보고싶다고 하셨는데 그 썰은 히지카타의 죽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는 썰인지라 ㅎㅎ 어쩔 수 없이 죽음 직전 둘이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쭉쭉 이어서 써보았어요. 죽음앞에서 히지카타는 담담하지만, 긴토키는 사실 조금도 담담하지 못한 듯 써졌는데... 이게 과연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눈... 아니겠지... 그래도 둘이서 지내잖아 그걸로 좀 봐주십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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