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좋으니까 지금은 조용히 해
(double 3-z ver)
그건 상상해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물론 열이면 열명 다 경험해봄직한 뻔하고 단순한 경험이기는 하였다. 밤하늘의 옥상에는 낮게 늘엊는 빨랫줄이 세개정도 이어져 있었고 그 이어져 있는 세 줄의 빨랫줄이 밤하늘을 사등분하고 있었다. 굉장히 좁은 틈을 이으며 나는 나도 몇 개 알지 못하는 가을과 겨울의 별자리를 가르쳐주어야만 했었다. 매일 이 밝은 밤하늘의 밝은 별들을 보는데, 나는 참 별자리를 볼 줄을 몰라. 그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가을과 겨울의 별자리는 가을과 겨울의 별자리중에서도 가장 뻔하고 가장 흔했다. 오리온자리를 포함한 큰곰자리와 더블유자의 카시오페아, 그리고 북두칠성과 북두칠성의 쌍둥이별. (물론 쌍둥이별은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북두칠성의 몇번째 별이 쌍둥이별을 갖고있는 지 조차 종종 헷갈렸지만.) 그 뻔한 별자리로도 그는 그렇게 기뻐했었다. 그리고 꼭 보답이라는 듯이 담배를 쥐어주었다. 그 날이 바로 내가 담배를 피운 첫날이었고, 그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제대로 호흡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담배를 쥐는 모습만은 십년 골초 못지않았던 듯하다.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나는 담배를 쥔다고하면 여전히 이런식으로 쥐고, 그가 가르쳐준 방법은 있었지만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일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십년, 아는 별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했던 그사람이 대체 누구였는지조차 완전히 희미해질만큼의 시간을 뒤에 두고, 난 그리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을 하였는데, 그러나 그때 느낀 죄책감만은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여태껏 좀 의아스러운 것이었다. 그때에도 난 이미 스물이 넘었었고 흡연은 음주처럼 자연스러운 것중 하나였을 터였다. 마음에 그 상대를 알지 못하는 빚같은 응어리가 생길망정 죄악이거나 벌의 대상이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내 안의 잠재울 수 없는 죄책감때문에 나는 아무 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깊은 잠, 얕은 잠, 늦잠, 낮잠. 그 어떤 것도 나를 외면한 채 도망가는 것을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을 보기만을 겨우 헤아리고 있었다. 아니면 새로운 별자리를 이어내거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 날, 들었던 담배는 새털보다 솜털보다도 훨씬 더 가벼웠는데.
그때의 이물질처럼 느껴지던 죄책감을 이제와 굳이 다시 되새기고 있는 것은 ─ 그것도 이젠 닝닝하게 느껴져서 더는 피우지 않는 그때와 같은 브랜드를 계산하면서 ─ 어제 그와의
너와의
그 키스가, 그때 느낀 죄책감을 다시 갖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부터 게속, 죄책감은 십년 전보다 훨씬 큰 괴물이 되어, 하지만 그때의 죄책감보다 더 가슴을 죄어오는 것은 아무래도 이물감이 더 진하기 때문일거다. 여기가 서양인 것도 아니고 내가 서양사람인 것도 그렇다고 네가 서양놈인 것도 아닌데, 동양인 둘이가 모여 너무나 멀쩡한 동양에서 쪽쪽이라니. 그것도 네놈따위와 쪽쪽이라니. 그것도 그냥 쪽쪽도 아니고 니혀가 내혀의 위아래로 서슴치않고 대범한 종횡무진을 시도하고 치아의 뿌리마저 핥을듯이 움직이는 쪽쪽이라니.
미친거냐.
미친건가.
무척 오랜만에 만난 브랜드였지만 감흥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어쩌면 담배갑의 무게가 기억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싶었기에 계산이 끝남과 동시에 뜯어 하나 들어보았지만 이십분전에 피웠던 (현재) 즐기고 있는 브랜드와의 무게차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어 마음에 들지않는 맛을 느끼고 나니, 가지고 있는 이물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였다는 비참함.
뻔한 상식을 자극하는 뻔한 일탈비슷한 것.
평범한 나이기에, 더욱 극대화되어 느껴지는 감정인 것인가. 그래서 이렇게 가슴죄이는 회의와 죄책감마저 다 가짜같고 다 허무한 걸까.
이 밑도 끝도없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지.
애초에 그놈은, 왜 키스따윌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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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춥다면 얼어죽은 사람에 관한 TV의 통계도 영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할만한, 추위다. 너는 거의 넋을 잃은 사람행색을 하고 걷고 있다. 그 모습은 그냥 난 단지 걷는 기계일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정말 기계가 되고싶은 것일까.) 더위도 더위만큼, 추위도 추위만큼 전부 다 오면 오는대로 다 당하고 전부 괴로워하고. 혼자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사람처럼 서늘한 듯한 얼굴이면서 사실은 저만큼이나 실속이 없다. 나는 혀를 찼고, 그리고 그 이유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머플러를 풀어 너에게 감아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되길 바랬다. 그건 네가 이미 머플러를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일단 너의 머플러는 짧고, 끝이 코트안에 들어가 있고. 반면 내 머플러는 2미터는 족히 될 정도로 길고 내 체온으로 이미 따뜻해지까지했고. 거기다 최신으로 유행하는 빨강색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결국
아니 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무언가를 하리라 결심하는 순간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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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강이 흐르고 있는 덕분에 여름이 되면 온갖 여름벌레들 축제가 벌어져서 창문 열기에도 버거워지지만, 겨울이면 오히려 안보다 밖이 더 따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강물위로 퍼져 있는 햇살알갱이들은 왜 솜털보다 더 포근해보이는걸까. 강물위로 떠가는 나뭇잎들의 점점한 붉은 빛깔이 보일정도로 눈이 좋지는 않지만, 새삼 다시 인식하는 겨울의 낮은 이렇게나 포근하기까지했다. 이상하다. 결국 나는 안락한 학교 안쪽에서 뜨겁게 김이나고 있는 커피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만큼이나 나 좋을대로의 겨울을 상상하고 있는걸까.
손끝이 빨갛게 질려있네요, 히지카타 선생님. 높은 목소리에 그제야 인기척을 깨달았다는 듯이 뻔한 연기를 한 번 하고, 난 그 여선생의 말마따나 손끝으로 시선을 보냈다. 추우신가봐요. 왜 이렇게 잡담을 거는걸까 하는 이유에 관한 모든 추측은 제쳐두고, 난 그녀가 원할법한 대꾸를 하여준다. 네, 좀 그렇군요. 그리고 그녀와의 대화가 의외로 길게 늘어졌다. 그녀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화제에 이끌리듯이 나의 대답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필사적,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녀와의 대화가 길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나는 좋았다. 교무실의 끄트머리에서, 나를 좇아오는 너의 시선을 눈치 못챈척을 하며 얼마든지, 얼버무릴 수가 있으니까.
손끝이 점점 얼어가는 것 같아서, 나는 손가락들을 움츠린다.
이 모든 추위도 이런식으로, 얼버무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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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그렇게나 추위를 타는 거야? 내가 해도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건만 돌아오는 대답은 참 성실하기도 했다. 5월생이니까? 성실한 대답이긴 한데 ?표는 마음에 안들었다. 그럼 더위는 안타? 너는 모든 것을 선선하게 대답해준다. 무지하게 더워하는 모습, 지난 여름에 보여준 것 같은데. 게다가 순순하게 웃어주기까지한다. 너의 웃음은 그렇게 입꼬리 한쪽을 잡아당기는 비죽임, 얼굴에 그늘하나 없고 하얗고 곧은 코아래로 떨어지는 맑은 그림자의 색. 맞다. 우리, 너와 나를 우리라고 묶을 수 있다면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지난 여름부터 쭉 서로를 알아왔다. 무슨 의미를 부여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첫만남은 봄이었다. 넌 봄바람에 피부가 거칠어지고 여름 햇볕에 식은땀을 흘리고 가을 스웨터에 생채기가 나고, 겨울에는 손끝이 얼어붙는다.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발가락 끝도. 그걸 봄에 알고, 여름에 알고, 가을에 알고, 겨울에 알았다. 그렇다면 이 마음은 대체 언제 알게된걸까. 봄과 여름 사이, 그 이전부터 시작된 것 같고, 하지만 널 만난 그 봄날은, 이미 아득할 정도로 멀기만한, 그렇다하더라도 별 거 아닌 평범한 날이었던 것 같은데. 의외로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편이지, 그러고보니. 넌. 넌 나에게 질문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듯이 순순하게 질문을 한다. 왜 가끔 너의, 다른 곳을 보고 있는게 뻔한 너의 눈을 보면서 난 혹시나, 하는 착각을 하는 걸까. 그게 무슨소리야 오쿠지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네. 당뇨부족? 당뇨부족인 건 너고, 나는 오쿠지군도 아닐뿐더러, 선생이라고 부르란 말이다 이 불량배야. 헐, 불량배래. 그런데 그런 말 하는 니 목소리에, 밑으로 내리깔은 듯한 긴 속눈썹에, 새까맣게 젖은 눈동자에 내가 혹시나, 하는 것에 혹시나 이름을 붙일 수는 없을까.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면 이유라도 붙일 수 있는걸까. 그것도 저것도 이것도 안된다면 혹시, 이대로 물 흐르듯 사라질까.
이대로 물흐르듯 사라진다면.
그건, 니가 날 너라고 부르기 때문이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넌 초조한 듯 인상을 찌푸리다 곧, 엷게 웃는다.
내앞에서 넌 웃을 수도 있다. 그렇게나 자연스럽게.
서늘한 얼굴, 늘상. ─게다가 까다롭기까지 하군, 사카타 선생.
미소가 사탕같다거나, 눈가가 솜결같다거나, 이런 멍청한 모든 생각들에도 전부,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붙일 수 없다 하더라도, 물흐르듯 사라지더라도
아니 사라진다 한다면.
그래도 이 황홀감은 사라지지 않는걸까. 어디 가버리지 않는걸까.
넌 아름다운 거다. 정말이지 못견디게.
나란 사람에게.
-
피곤해보여요. 또 타인에게 낯선 말을 듣는다.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니 과연 눈이 충혈돼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손으로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 뻑뻑한 눈에 한차례 물기가 원을 그리고 돌더니 눈표면이 촉촉해졌다. 짧게 한숨을 끊어내쉬니 마치,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방금 깨달은 것처럼 편안하다. 그리고 난 감정에 둔한 사람이 아니므로, 어쩌면 그녀는 날 좋아하는 것일 것이다. 본인에게마저 희미한 피곤을 눈치챌 수 있을만한 감정을 품은 채로, 나를 보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
갑자기 한기가 닥쳐서 두 손으로 양쪽의 팔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팔꿈치를 감싸듯 몸을 좁게 하여 안으니, 아랫입술이 덜덜 떨려왔다. 무의식으로 입술을 입술로 짓잇기며 화장실 문을 나서려니, 네가 서 있다. 모르긴 몰라도 창백해졌을 것이다. 내가. 무척 좋지않은 안색으로 널 보고 있을테니, 네 표정이 그렇게 어두운 것이겠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기는 했다, 그것도. 네가 웃고있지않고 있는 모습을 보게되는 날이 올 줄은, 솔직히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린 키도, 어깨넓이도 얼굴 크기도 손, 발의 모양까지 비슷할정도로 닮았는데, 눈앞을 막아서고 있는 지금의 너는 이상하게 나를 훌쩍 넘을정도로 커보였다. 말하려는 것처럼 달싹이는 너의 입술과 턱을 보니, 난 더욱 한기가 도는 것 같고 아랫입술이 떨려왔다. 나는 더욱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그리고 내 몸을 안아든 자세를 그대로 한 채 화장실의 한쪽 벽에 기대어섰다. 너의 얼굴이 성큼, 거리를 좁혀 다가왔다. 너와의 두번째, 바보같은 쪽쪽. 이번에는 피하지도 너를 밀쳐내지도 않았고, 너의 입술은 그때처럼 젖어있지도 않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위해 눈을 감으니, 이상하게 나의 내부가 무척이나, 조용했다.
최근, 여러가지로, 삶이 낯설다.
익숙한 나의 삶들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낯선 것들이 파고 들어온다.
언제부터 그는, 내가 낯설다고 느낄만한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걸까.
나는 언제부터 이러한 이질감에
괴로워지기 시작한거지.
-
처음부터다.
그러고보면.
이 마음을 헤아리자고 생각하면 할수록, 까마득했다.
내 마음인데도 내 안에 있지 않고, 내 마음인데도 나에게 머물지 않고
이렇게 넘치는 것이라면,
그래. 까마득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건가.
모든 처음을 존경하고 모든 처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너의 처음에도.
너에게도.
-
두번째 키스는 달랐지만, 그래도 첫번째의 키스를 떠오르게 했다. 그 짧은시간동안 히지카타는 머릿속에서 스치는 주마등이라도 꼭 본 것만 같았다. 갑자기, 정수리 위로 넘어오는 사카타의 그림자. 뒤돌아보니 거기엔 다른 것은 전부 신경쓸 겨를이 없고, 단지 슬프게 뜨여있는 눈 두개가 점점히 다가왔다. 대응이 늦어진 것은 그 눈동자가 사라지지도 않고 계속 시야에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눈동자에 사로잡혀 있으려니, 히지카타는 아랫입술부터 조금씩 사카타에게 먹혀들어갔다. 입안을 잠식하는 포악한 혀끝을 피해 몸을 움츠리다가 히지카타는 사카타의 어깨를 잡고 그를 세게 밀었지만 오히려 뒤로 나동그라진 것은 히지카타 본인으로, 그때 등에 입은 멍이 아마 아직 자국화 되어 있을 것이었다. 교무실의 바닥은 차가웠고, 두 큰 남자들이 앞으로 뒤로 엎어지는 반동에 날려진 서류철들이 쏟아지는 소리하며, 히지카타는 솔직하게,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정신없는 것은 또, 제멋대로 치열의 사이사이를 탐닉하는 타인의 혀. 무아지경으로 먹히고 나자, 히지카타는 소리없이 눈을 깜박이며 겨우 한마디를 했었다. 오늘의 키스는 금방 끝났고, 히지카타는 다시 눈앞에 있는 사카타에게 첫키스때와 같은 말을 중얼여준다. " ...미쳤냐. "
하, 어쩌면 그렇게 상투적이고 변함이 없을까. 그런 뜻을 담은 표정을 지으며, 사카타는 또 조금 웃는다. 첫키스때처럼 슬퍼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듯 하다가, 히지카타가 손가락으로 입술위를 가만히 훔치는 것을 바라보더니 다시 히지카타의 입술위에, 키스한다. 쪽소리는 나지않았지만 그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짧고 가까운 키스였다.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가슴의 깊은 곳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죄책감이. 회를 거듭할수록 이상하게 엷어져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라지거나 하지않고, 색이 바래거나하지도 않고. 히지카타는 하아, 짧게 숨을 내쉬었다.
"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구네. "
" 아, 그렇네. 그게 딱 좋은 표현이네. "
" ...... "
" 마음이 자꾸, 흩날려서. 도망쳐서. 내가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어. 미안. "
" ...... "
" 하지만 이때까지의 내 마음고생을 좀 들어주면 너도 이해를 할텐데. 일단은 어리숙한 오쿠지군이래도 말이야. 그러니까 난, 사실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 아주 많단 말이야. 계절마다 있어. 그리고 주고싶은 것도 많이 있거든? 내가 원래 남한테 뭐를 주는 인간은 아닌데 말이야, 넌 예외적인 부분인가봐. 아마. 그러니까 말하자면 캐시미어, 핸드크림, 수면양말, 또 그리고, "
" 사카타, 나도 할 말 있어. "
그리고 그동안의 긴 죄책감을, 뭐라 한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긴 말들을, 히지카타는 떠듬떠듬 이어갈려고 했으나, 사카타는 단지 히지카타를 안고 있던 두팔을 제가 잡으며 다시 한 번 더 키스한다. 세번째의, 네번째의. 히지카타는 자신에게로 넘어오는 사카타의 체중에서 무거움보다는 그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한 번, 또 한번 더 거듭되는 키스해서 다시금, 이유없는 죄책감들이 엷어지는 것들을, 느끼면서 그 조각조각의 사이에 무언가가 비져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날의 강가의 포근함같은,
차갑게 얼어붙은 손끝에 닿는 것 같은,
숨죽인 호흡앞에 서 있는 것 같은,
그런 것들.
" ...나중에 들어줄게. 일단 내 말부터 들을래? "
" ...어, 아직 할 말 남았냐 너? "
" 그러니까, 너 아니거든... 아 됐으니깐 지금은 일단 조용히... "
그리고 또, 까마득할정도로 몇번째의 키스.
벌써, 손가락에 다 포함하기가 어려워졌다.
- done
+ 한편의 bl만화를 쓴거(?)같은 0ㅅ0 bl만화로 보고싶네영 <<<
더블 삼젯이라고 되어있어서 뭐지 했는데 더블 선생이었구나 ㅋㅋㅋ 진짜 별 걸 다썼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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