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하아.」
히지카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코피를 흘리고 있는 오키타를 보았다. 오키타는 자신의 왼쪽 코위로 피가 진득하고 길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그저 멍하니 반라의 히지카타를 바라보고 있을 뿐으로, 덕분에 신센구미들과 한차례의 검연습을 끝내고 차가운 물에 세수를 하다가 왠지 모르게 모자르다는 느낌을 받아 결국 웃통을 벗고 등목을 시작한 히지카타는 그런 오키타를 바라보면서 약간 불쾌한 기분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히지카타는 이미 한 세번 쯤 등너머로 끼얹은 차가운 물이 그대로 땀범벅이었던 히지카타의 상체에 닿아 흐르며 피부에 스며들어 몸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연습을 땡땡이 치면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다가 어디선가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 안대를 눈에서 밀어내며 방에서 비적비적 걸어나온 오키타는 그런 히지카타의 옆태를 보고 그대로 코피를 주륵, 흘린 것이었다. 히지카타는 수돗가에서 일어나 손에 들고있던 대야를 내려놓으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병걸렸냐?」
「아, 아니..」
저도 모르게 약간 얼버무리며 오키타는 코아래를 소매로 부볐다. 얼랄라, 이거 뭐야. 오키타는 쯧, 인상을 찌푸리며 코피를 닦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히지카타의 반라에서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새삼, 정말 새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째서 이제와서 그남자의 상체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것인가. 그러나 태양아래에서 조금씩 빛나고 있는 물방울들은 남자의 척추뼈를 타고 미끄러지고 있었고, 어깨를 꾸욱 누르는 오른팔과 동시에 삐져나온 날개죽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팔뚝의 힘줄과- 의외로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선을 오키타는 정면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어진것만은 분명하다. 히지카타는 혀를 끌끌, 차면서 열개의 손가락을 흔들어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떨구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긴 앞머리 사이사이로 미끄러지는 물방울을 허공으로 날렸다. 퍼지는 물방울 하나하나에 햇살이 떨어져 물방울들은 반짝 빛났고- 자를 때를 놓쳐서 목덜미를 덮을만큼 긴 히지카타의 검은색 머리칼은 그대로 퍼져 순서없이 흔들렸다.
「젊은 자식이 낮잠이나 퍼자니깐 이 좋은 날에 빈혈이잖아, 코피가 뭐야 코피가.」
「......」
그런 거 아니야, 이 눈치코치 개뿔도 없는 멍청한 부장아. 그러나 딱히 반론할 말을 찾지 못한 오키타는 왠일로 히지카타가 언제나 퉁명스럽게 내뱉으면 자신도 똑같이 히지카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꽃힐 말을 던지던 것을 지금은 하지 못했다. 생각외로 금방 대꾸하지 않고 시선을 땅으로 보내며 우물쭈물 하면서 코를 소매로 막고있는 오키타를 바라보면서, 하얀 얼굴이 왠지 더 창백한 것이 혹시 뭐, 몸이라도 좋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된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몸을 닦으려고 가지고 왔던 수건을 오키타의 머리위로 올려주었다.
「그렇게 닦지 말고 세수해, 임마. 소매 다 얼룩진다.」
「......」
「그리고, 너 또 연습 땡땡이 치면 할복이다.」
의외로, 바싹 마른 수건위로 미끄러지는 남자의 손가락은 가느다랗고 길었다. 남자의 속살이래봤자 최근 많아진 외근덕분에 타버린 겉으로 드러난 피부처럼 약간 푸석푸석하고 갈색의 피부일줄 알았더니, 히지카타의 가슴팍 부분의 살은 여전히 새하얗고 덕분에 투명하게 미끄러지는 가느다란 물길조차 선명하게 보였다. 바로옆까지 다가와 조금 웃으며, 남자의 물에 젖은 머리칼은 찰랑이더니 그대로 남자의 뺨에 닿았다. 쇄골을 타고 흐르던 머리카락에서부터 떨어진 물방울은 그대로 가슴골을 스쳐 남자의 배꼽에 고이고 있었다. 오키타는 또 코피를 쏟을 것 같은 심정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냅다 수건을 양손으로 짚어 코를 꾸욱 눌렀다- 그리고 남자는, 몸도 채 닦지도 않은채로 반쯤 벗고있던 유카타의 상의를 들어 다시 도로 입었다. 물에 젖어있는 몸위로 유카타는 조금씩 달라붙었고 그것은 그리 기분좋은 상태인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갈아입을 것을 생각한 히지카타는 그냥 소매를 쓸어올리며 비적비적 걸었다. 수건으로 코를 닦던 오키타는 저도모르게 곁눈질로 남자의 쇄골과 흐르는 목선을 마지막까지 탐하게 되었다.
「...지카타씨.」
「음?」
「-당신, 향이 좋군요.」
「-하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공동비누밖에 안쓴다구, 나는.」
그런 것따윈 알고 있어요. 수돗가에 놓여있는 비누는 정부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어차피 싸구려지만 그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신센구미 집단들은 그 물품에 조금의 토도 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방금전까지 사용한 향기나는 물건이래봤자 나도 쓰고 곤도씨도 쓰고 야마자키 그 외 기타등등 모두들 함께 돌려쓰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이 선명하게 코를 찌르는 이 향기는- 마치 태양에 타오르고 있는 깨끗한 공기같은. 당신의 머리칼 사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빛보다 더 선명한. 당신의 입가에 걸려있는 미소와도 비슷한.
「바보같으니, 그런 대사는 애인에게나 해야지.」
「......」
...와, 엄청난 비수.
왜 그런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꽃히는 건지도 의아스러운 일이지만, 하여튼 그렇게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툭- 하고 말을 내던진 히지카타의 뒷모습이 왜이렇게 얄미워 보이는 지? 게다가 그 얄미운 남자의 뒷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왜 유카타에 덮힌 남자의 등짝을 다시 떠올리고 또 떠올리며 이놈의 코피는 멈출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지. 젊은 날의 객기인 것인가, 사춘기의 혈기라는 것인가? 제기랄, 아무것도 해결이 나지 않는 오키타는 그저 여전히 흐르는 끈적한 코피를 수건으로 닦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땡볕아래에, 무한리필 되는 히지카타의 몸에서 나는 부드러운 향기가 마치 아직도 자신의 코앞에서 어른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키타는, 지금 자신의 얼굴이 마치 잘익은 감자처럼 새빨갛게 되었다는 것도,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라는 것도- 아직은 잘 모르는 상태였다.
-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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