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밑으로 툭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히지카타는 듣고 있었다. 돌로 만든 기와를 흙으로 연결하여 짚과 함께 얼기설기 지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몇번이고 다시 만들고 또 보수하여 제법 튼튼한 신센구미 처소다. 끝을 멋지게 옆으로 퍼뜨려놓은 기와의 끝까지 물방울이 방울방울 지다가 잠시 그곳에 머물새도 없이 다른 빗방울에 섞이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한 반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마루바깥쪽으로는 고인 빗물들이 마악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처머 쉴새없이 떨어졌다. 두꺼운 신센구미의 제복 위로도 몇방울의 빗물들이 잘못 추락하여 히지카타의 소매끝에 물기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건 뭐, 아무래도 좋았다. 히지카타는 찬기운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마루에 정좌를 하고 멍하니 비로 흐려진 시계를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처마위로 날리고 있었다. 담배연기는 빗방울들로 인해 쉽게 사라지고 있었지만, 뭐. 그래, 그것도 아무래도 좋은 히지카타였다.

 

 아래로 곤두박칠치는 빗방울들이 지면에 닿기전에 내는 소리를 히지카타는 구분해 낼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처마에 떨어지는 소리는 좀더 짓누르는 느낌이다. 지면에 닿는 빗방울들은 흙의 부드러운 표면을 질척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좀 더 끈끈하다. 그렇게 되기전의 물방울들은 약간 더 영롱한 듯한 소리를 낸다. 아니 처마위로 떨어지면 파열되니까 좀 더 산산조각 되는 것 같은 기분일까. 쉽게 정의내려지지 않은 그 소리에 하여튼 귀를 기울이며,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잠깐 담배연기에 시야가 가려지다가 쉽게 처마위가 보였다. 멋을 내기 위해 끝이 벌어져있는 마지막 기와에 송골송골 맺혀있을 틈도 없이 또 계속 빗물이 떨어진다. 투둑 투둑, 아, 이것 봐. 훨씬 좋은 소리지. 훨씬 민감해진 귓가로 떨어지는 것처럼 빗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모든 것을 삼킬만큼.

 

「이봐요,」

 

 다가오는 오키타의 발소리가 쿵쿵거린다.

 

「뭐하는 거예요? 이렇게 비가 오는데.」

 

 허리를 굽힌 채로 오키타의 손이 습도높은 공기에 젖은 히지카타의 제복의 어깨부분을 잡아당긴다. 눅눅해진 천이 불쾌한 지 한쪽 눈썹이 휘어져있다. 거의 필더가까이까지 타오른 담배를 아쉬운 듯 놓아주지 못하면서, 히지카타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머리끝이 눈썹을 감추고 있다.

 

「비구경하고 있어.」

「늙은이 같은 말투로군요.」

「앉으려면 조용히, 빗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잖아. 목소리도 좀 낮춰.」

「....전 별로 비 안좋아해요.」

 

 오키타는 눈썹을 마저 찡그리며 히지카타의 약간 옆부분에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유카타를 입은 오키타의 발밑단아래로 파묻히는 마루는 역시나 눅눅해져 있었다. 나무는 이래서 좋지않다. 오키타는 사나운 눈매를 치켜뜨며 축 늘어진 머리끝을 움켜쥐었다.

 

「가뜩이나 머리카락도 얇은데 이렇게나 축 늘어지고. 공기는 찝찝해지고 종이는 눅눅해지고 이불은 기분나쁘고 냄새나나고.」

「하지만 소리는 예쁘잖아.」

「성난 것 같은데요, 쏴아쏴아.」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들리는 거야. ...나에겐, 그냥 쏟아지는 소리로 들려.」

「...난 별로, 화내고 싶은 마음 없어요.」

 

 오키타의 뻗은 손가락사이로 히지카타의 검은색 머리칼이 흔들렸다. 밝은 태양아래에서 강한 빛이 산란되면 당신의 머리칼도 더욱 밝아져서 새파란 머리칼로도 보여. 그럴때마다 당신의 눈을 찌를정도로 길어버린 앞머리가 흔들리는 것도 아름다워 보이지. 오키타는 피식 웃으며, 히지카타의 왼쪽눈가에 퍼져있는 히지카타의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 옆으로 흐트렸다.

 

「이것봐요, 당신의 잘뻗는 머리칼도 오늘은 죽어있네요.」

「-오키타.」

「뭐, 나쁘다는 거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구요.」

「.....」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쉬며 히지카타는 조용히 웃었다. 떼쓰는 거야, 오키타? 거의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의 불을 기둥에 비벼끄고 비가 쏟아지는 밖으로 버리면서, 시선을 내리깔은 히지카타가 그렇게 묻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오키타가 입을 다문채 손을 거두었다. 히지카타의 검은 머리칼에서 손이 떨어지면서 머리칼이 조금 흔들렸다. ...쳇, 오키타의 앙다문 입밖으로 내밀어진 말은 그런 약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담긴 한숨. 히지카타는 또 웃었다. 

 

「알았어. 감기따윈 걸리면 안 되는 거니까, 그렇지?」

「.....」

「지금 들어가자.」

「.....」

 

 오키타의 갈색 머리칼이 서서히 다가왔다. 비가 오는 오늘 이 순간 이남자의 머릿결이 확실히 평소와는 달라보여 히지카타도 조금 우스울 수 밖에 없었다. 눈가를 간지럽히는 머리칼이 드디어 히지카타의 맨살에 도달한 순간 히지카타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두 손을 움켜쥐는 오키타의 손이 아직은 작다. 이런 얘기하면 또 틀림없이 토라질테지. 히지카타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입술이 눌러진다. 또다른 입술에 의해. 습도가 높은 공기에 의해 조금 젖어있는 입술은, 평소보다 훨씬 더 물컹했다.

 

 

 

 

 

 

 

 -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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