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아, 역시 우리집이 최고야
제일 최악이었던 것? 임마들아, 너는 긴아저씨가 대체 몇살이라고 생각하는거니? 응? 인생 삼십년이면 안그래도 단맛 쓴맛 피맛에 똥맛까지 못먹을 맛까지 전부 다 맛보고 사는데, 니들같이 아직 앞길이 창창한 꼬마애들 앞에서 제일 최악이었던 걸 말하면 니들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니?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거니까, 배려심을 잊지않는 긴아저씨가 뒤에서 한.. 세번.. 네번.. 다섯 번정도의 최악이었던 걸 이야기해주도록 하지. 뭐, 서론이 길다구?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 어른 말하는 데 톡톡 끼어드는 일 인간적으로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밤은 길고 날은 더워 잠도 못자니깐 좀 길어져도 상관없잖아 자식들아. 에, 그러니까 또,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아 뒤에서 열번정도의 최악인 것. 그래그래, 다섯번이었지. 따샤들아, 그러니까 하드보일드한 내 인생의 베스트 워스트는 너무 하드해서 니들한텐 아직 좀 이르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다섯번째 말이지 다섯번째. 그날도 이렇게... 무더웠었던 걸로 기억해. 그건 정말 잊혀지지도 않을만한 무더위였지. 가부키쵸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날이었을 거야, 아마. 내가 해결사사무소를 차리고 한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난 후였었지. 매미들의 울음소리만으로도 이웃집 A오씨가 맛이가서 그 이웃집 A코씨를 때려죽일만큼 짜증을 걷잡을 수 없는 날이 지속되고 있었어. 그중에서도, 그 날. 그 날은 정말, 매미들을 전부 죽이기 위해서라면 주변에 있는 모든 숲이란 숲의 나무들을 다 불태워버릴 수도 있을만큼의 불쾌지수가 솟았었어. 응? 뭐라구? 아니야 카구라, 매미에게 원한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하지만 왜, 매미소리는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한층 더 덥게 만드는 이상한 심리작용을 불러일으키잖아. 그걸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거지, 가부키쵸의 사람들이. 하여간에, 그런 무더운 날이었어. 나는 그때 사무소에 들어온 너무나 큰 범죄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에 약간 지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뭐? 해결사사무소에 큰일이래봤자 가출한 부잣집 암캐찾는 일이라고? 신파치 너는 대체 뭘 먹었길래 자꾸 쓸데없는데까지 태클을 거는거니? 응? 뭐야 뭐, 해결사 사무소의 긴아저씨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 응? 자꾸 그런식으로 하면 얘기 안해준다? 그냥 이 더운날 불타오르는 고구마를 입에 쑤셔넣어줄까, 요녀석아?! ...그래서 어디까지 했더라? 아 자식들, 자꾸 끼어드니깐 이야기 진행도 안될뿐더러 자꾸 이야기를 까먹잖아. 다물고 있어봐, 대체 본론은 언제 나오는거야?! ...음, 그래서. 하여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나는 오랜만에 애인을 찾아가기로 한거야. 너희들 여성에게 모성본능을 자랑하는 페이스를 가진 긴상은 사실 좀 물장사를 하는 언니들한테 인기가 넘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 야 이 자식들아, 바로 지금이잖아 태클을 걸때가? 바로 지금 뭐라고 좀 이야기 해줘야하지않니? 어째서 꼭 이럴때에만 꿀먹은 벙어리같이 입을 다물고, 얼른 그따위 표정짓고 있는 면상 안치워? 거짓말 아니란 말이다 임마들아!! 그래서, 지금부터 이야기는 19금이 되니까 카구라는 좀 자는 게 좋겠... 는데 왜 이제야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거니. 애초에 이야기해달라고 한 건 니들이라는 걸 기억해라. 하여간에 그렇게 날이 더워서, 나는 에어컨이 빵빵한 애인의 방으로 찾아가기로 했어. 그녀는 손님을 받지않는 날을 정해놓고, 그 날은 내가 불쑥 찾아오는 걸 하루종일 기다리겠노라고 평소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여자였었지. 때마침 그 무더운 날이 그녀가 손님을 받지않겠다 했던 날이고,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난 그녀가 기다리는 날이 된다고 해서 꼭 그녀를 찾아가진 않았었지만 어쨌거나 그 관계가 두 어달 정도 지속되고 있던 참이었고, 그녀는 나의 취향을 잘 아는 여자니깐 내가 찾아가면 틀림없이 폭신한 무릎베개에 시원달콤한 파르페를 만들어주곤 했었지. 그래서 그렇군, 오늘 그녀를 찾아가야지 했던 거야. 그래서 나는 그 무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뜨거워진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그녀의 가게앞까지 도착해서, 그녀의 방문을 열었던거야. ...... ...... ...... ...좀 기다려라, 요녀석들아. 아무리 더 이상의 밑바닥이 없을정도의 하드보일드한 인생을 걸어왔던 긴아저씨라도 베스트 워스트 파이브쯤 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회상하려니 가슴속에서 울컥솟아나는 걸 참을 수가 있어야지. 울분을 삼키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깐 약간만 기다려봐. 아, 참새같이 쪼아대긴, 알았어 이녀석들아. 지금 말해줄게. 하여간에 기다림의 미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녀석들이야.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그녀의 방문을 열어보니... ...... .....그래, 그녀의 방문을 열어보니깐 ──── ....... "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됐냐 해? 그녀가 다른 남자랑 놀아나고 있었냐 해? " " 에 ─ 설마 그정도의 흔한 얘기가 긴토키씨의 베스트 워스트 파이브인 겁니까? " " 이녀석들아, 고작 그정도를 베스트 파이브로 간직해서 하드보일드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니? "
" 어, 그렇다면...? "
" .......... "
──── 그녀는 다른 여자와 몸을 포개고 있었던 거야.
" .............................................. "
" 그땐 정말 심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 세상 최악에서 두번째쯤 되는 장소에 내가 서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 하늘이 무너지고 바닥이 솟아나는 기분으로, 마치 제트코스터를 열다섯번 연속으로 탄 듯한 그 울렁증... 내가 무심코 포개져있는 매끈한 네 개의 다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굳어 서있자 그녀는 풀어헤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나를 향해 요염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 ' 미안해요 긴씨, 사실 난 바이예요... ' 오 마이 갓! 그런 전인류적인 애정을 난 이해할 수 없어, 그냥 백합이면 나도 좋아한단 말이지, 가끔 잡지부록으로 나오는 ' 백합의 화원 ' 같은 건 나도 설레여하며 조심스럽게 책을 펼친단 말이야! 하지만 바이인 레즈는 이해할 수 없어, 싫어! 그 뒤 나는 두 번 다시 그쪽 가게로는 가지 않게 되었고 그길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아아 역시 집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 "
" .......................................... "
" 그때부터 긴아저씨는 레즈는 오케이라도 바이인 레즈는 질색팔색을 떨게 되었다는 아주 최악인 이야기였던 것이........ 요녀석들아, 어디가니? 긴아저씨 인생 최악의 사건 베스트 파이브 이야기가 아직 마무리도 되지않았는데 어딜가는 거니? 응? 물마시러가니? 시원한 물마시러 가는거니? 응? 어 ─ 이, 요녀석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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