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가운데에서는

  

담장에 밀려선, 그 키스가 성급하게 파고드는 이유를 히지카타는 잘알고 있었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담장에 밀려선,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입술속의 혀에 반항하지 않고, 움켜쥔 손가락 사이의 고통을 그대로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칼에 달라붙은 돌가루가 흙이 쉽게 털어지지 않은 제복의 겉표면으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렸다. 긴토키의 굵고 단단한 손가락이 귀밑 검은 머리칼을 움켜쥐어, 그 솟은 붉은 힘줄 사이사이를 검은 무리가 채웠다. 하아. 히지카타는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길게 이어진 은사가 이어지기도 전에 끊어져 긴토키의 입술위에 끈적하게 흔적을 남겼다. 히지카타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고, 그래서 볼이 화끈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긴토키의 얼굴이, 너무 가깝다.

 

 이 자식, 너.

 ......

 

 이자식, 너라고. 그것참 생소하다. 히지카타는 그래서 저도모르게 웃어버린 거 같았고, 그래서 그 씁쓸한 웃음끝에 달려들듯 긴토키의 입술이 다시 한 번 다가왔던 것이다. 담장이 옷깃너머로 차가웠고, 봄의 안착의 끝자락에서 아직 떨고 있는 검은 그림자속에서, 히지카타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그 입술을 저지했다. 차가운 공기가 호흡할수록 목구멍 너머로 스며들었다. 춥다.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눈앞의 긴토키의 찌푸린 눈썹이, 은색 머리칼 사이사이로 흘끗 보였다. 그가 쉬는 가느다란 한숨이 하얀색 연기로 점멸했다.

 

 있잖아,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질렸냐?

 ......뭐가. 어디에.

 니가. 나한테.

 ......무슨 의미로?

 그렇고 그런 의미지 뭐.

 젠장.

 젠장, 은 내가 할소리야. 그렇게 멀쩡한 얼굴로 담박한 척 하면, 에로한 중년아저씨인 긴상은 어쩌라고. 너, 진짜 내몸에 질렸니?

 ......

 질려서 요 며칠, 벌써 몇주나 됐는지 기억도 안날 긴시간을- 도망쳤냐?

 

 도망치고 싶다. 

 히지카타는 자신을 향해 자신의 그림자를 쏟아내는 자신과 비슷한 키, 아주 약간쯤은 더 넓은 것 같은 어깨, 하지만 팔길이는 짧은 듯하고, 그래도 목과 쇄골의 경계가 긴, 눈앞의 남자가 만든 자신의 공간에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었다. 히지카타는 찌푸린 인상 그대로 오른손을 들어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성급한 키스의 흔적이 손등에 의해 말끔해졌다. 그렇다. 그 성급한 키스는 그 몇주일동안, 히지카타가 긴토키를 피한 대가였다. 슬슬, 한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이상의 도망은 무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붙잡혀, 부스스 부서진 채로 등안까지 파고드는 돌가루를 감내해야 할 담장의 어두운 그림자속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사실은 도망치고 싶었다.

 

 

 

 

 

 야마자키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게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야마자키에게 언제나처럼의 폭력을 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야마자키가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두 분 그러고 노시는 취미가 있었던가요?

 ...꺼져.

 

 그래서 히지카타는, 길을 잘 걷다가 급작스럽게 몸을 옆 골목으로 던졌기 때문에 자신이 쓰러뜨린 쓰레기통을 주섬주섬 정리하면서, 그래도 남은 위엄으로 애써 나지막하게 야마자키에게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히지카타 부장은 솔직히 말해 개코도 무섭지 않았다. 그의 위엄이란 방금, 멀쩡히 길 잘걷다가 갑자기 '은색머리칼'을 보자마자 몸을 옆으로 날려 쓰레기통과 함께 우당탕탕했을 때 완전소멸됐다. 야마자키는 어깨를 으쓱하며 쓰레기통에서 쏟아진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잘생긴 부장의 볼이 조금 붉었다. 야마자키는 자신의 뺨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검댕 묻었어요 부장님. 침묵하면서 히지카타는 손으로 뺨을 닦았다. 이미 양손이 더러워져 있었기 때문에, 검댕은 오히려 더 늘어서, 야마자키는 쯧쯧 혀를 차면서 자신의 손수건을 빌려주었다.

 

 너 이거 비밀로 해.

 ? 누구에게요?

 

 완전 더러워진 손수건을 돌려주는 것을 받으면서, 야마자키는 물었다. 히지카타는 옷에 묻은 흙 외의 기타 더러운 것들을 손으로 탁탁 털면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내 얼었던 토지가 날이 풀려 가장 아래층부터 조금씩 녹고 있었다. 신발뒷굽으로 토지 표면을 조금만 문질러도 젖은 흙가루가 날렸다. 곧 여름이 되면 이 흙들은 바짝 마른 채 파락파락 날릴 것이다. 야마자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부장의 표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까 사카타 형씨 맞죠?

 ......

 그 사람 보고, 피하신 겁니까?

 ...시끄러. 

 ? 어라, 진짜 '피하는' 겁니까?

 ......

 

 믿을 수 없다는 동그란 눈을 바라보다가, 곧 외면하듯 몸을 옆으로 비키며, 히지카타는 습관처럼 가슴께를 더듬었다. 거기에는 언제나 들어있는 식어있는 담배갑과 기름이 삼분의 이쯤 남아있는 라이터. 안심하며 한가치 뽑아들고, 순차적으로 입에 물고, 순차적으로 라이터의 부싯돌을 꾸욱 눌렀다. 불꽃이 튀어 히지카타의 긴 앞머리칼을 덮칠 듯 커졌지만, 불은 단지 담배꽁초 끝에만 도달했다. 야마자키는 순간 히지카타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른 속눈썹의 떨림이, 이상했다.

 

 ...이상하군요.

 ......

 

 휴우- 담배연기 뿜어내는 소리가 마치 한숨처럼 들리는 텀이 지나, 허공으로 날아들다 곧 허공으로 스며드는 연기의 자취의 끝을 쫓듯, 야마자키의 시선이 아직은 차가운 연한 하늘색의 끝에 닿았다. 

 

 뭐, 안좋은 일 있었어요? 형씨랑?

 ......

 

 '공인커플'이란 말은 아주 우스웠지만,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실제로 그 단어에 아주 가까웠다. 히지카타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뭔가 기가차는 것도 같았고, 울컥하는 것도 같았는데, 그게 뭔지 히지카타는 잘 알수가 없었다. 

 

 단지 도망치고 싶었다.

 아마 얼굴을 보면 말하고 말리라.

 아니면 들키거나.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무엇에부터 도망치고 싶어하고 있는지, 깨달은 순간, 그는 긴토키에게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이유, 말해.

 ......

 안 돼, 오늘은 도망 못가지. 

 ......

 히지카타, 고개들고. 이유를 말해. 

 ......

 어서.

 ...해결사야.

 어.

 ...그냥, 저기.

 뭐야, 답지않게. 어물쩍 거렸던 적 없잖아. 

 .....

 토시로.

 .....

 

 

 

 

 

 

 어이.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식은 담장에 삐딱하게 기댄 채 남자가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일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그림자 속에 팔끝을 닿은 채 남자는 반쯤 어둠속에 휩싸여 있었다. 히지카타는 입안의 담배꽁초를 저도모르게 깨물었다. 혀끝으로 한번 태운 담뱃잎 가루맛이 났다. 움켜쥔 주먹 사이로, 공기가 휑하니 지나가서, 히지카타는 저도모르게 오른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내려다보노라니, 자신의 발아래에도 일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는 그림자가 있어서, 꼭 남자처럼 검은 공간에 금방이라도 파묻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그래서였는지, 이쪽으로 오라거나 손을 까딱이지도 않은 남자를 향해 히지카타는 뚜벅뚜벅, 걸었다. 부츠 끝으로 흙이 가루가 되어 부스러지고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스러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남자의 은색 머리칼이 꼭 밤색처럼 어둠에 녹아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의 히지카타의 발끝은 조금 성급하고, 아주 약간 초조하더랬다. 그대로 남자가 녹아버리면 어쨌을지 지금도 가끔 생각해보는데, 그런 식으로 그렇게나

 

 위태해보이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히지카타는 남자의 앞에 서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남자의 눈웃음에 가슴이 뛰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남자의 오른손에 자신의 오른손이 파묻히는 것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붙잡힌 어깨 가두어진 몸, 키스하며 자켓안으로 파고드는 굵고 단단하고 붉은 힘줄에 둘러싸인 오른손, 허벅다리를 붙잡는 왼손, 그리고 키스하며 스며드는 남자의 냄새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옛날일도 아닌데, 옛날일처럼 가물해지고 물막이 뒤엉켜있는 그 기억속에서, 히지카타는 그 기억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스크린을 바라보듯 자기자신에게 냉정해졌다. 남자의 냄새가 뒤엉켜있는 남자의 방에서는, 그래서 남자를 받아들이려 다리를 벌리는 자신의 역할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다시생각하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역시 그랬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그 기억속의 히지카타 토시로는 언제나, 조금 웃고 있는 것 같다. 

 그건 뭐지?

 

 지금의 히지카타 토시로가 스크린을 바라보듯 자기자신에게 객관적이 되어 그때의 히지카타 토시로를 바라보면, 자문했다. 

 

 어째서, 웃지?

 그건 뭐지?

 

 

 

 

 

 

 토시로.

 ......

 토시로야.

 ...곧, 벚꽃이 필거다.

 .......

 날이 따뜻해져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만히 잠겨있으면, 목구멍이 좀 간질해지는 것 같기도 해.. 봄이 오면, 땅이 완전히 녹을 거고, 나무가 완전히 깨어나서.. 벚꽃이 필거다.

 ...토시로?

 그리고 곧 흐드러지고, 흐드러지면 곧, 흩어지겠지..

 .....

 ...긴토키.

 ......

 그건 정말... 아련한 풍경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어제의 일처럼 떠오른다. 

 

 웃고 있는 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 긴머리칼의 히지카타는, 처음 마셔보는 독한 소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단 한모금이었는데, 그 한모금이 놀랍게도 혀끝을 얼얼하게 하더니 입천장에 불을 붙이고 목구멍을 갈라버린 것이다. 입술이 얼얼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입안 여기저기를 떠돌며 돌파구를 찾았다. 처음 담배를 피었었던 날 처럼, 히지카타는 자신의 약한모습을 애써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척 술잔을 내려놓고 입술을 꽈악 닫았다. 하지만, 웃는다. 누군가가 웃었다. 억지로 참은 보람도 없이, 히지카타의 볼이 새빨갛게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히지카타는 태연한 척 하는 것에 실패했고, 뺨에서부터 붉은기운이 얼굴전체까지 퍼져, 지혜열이 날때처럼 이마가 뜨끈뜨끈해지기 시작했다. 젠장, 이게뭐야. 이런 거라면 난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겠어. 단칼로 잘라내고 억지로 멀쩡한 척하는 히지카타의 입에서 단 한잔의 술냄새가 퍼졌다. 또, 누군가가 껄껄껄. 그리고 무리하게 히지카타의 오른손에 작은 잔을 다시 쥐어주고, 그 위로 술이 찰랑할 정도로 부어주었다. 그럼 안 돼지, 안 돼. 술마시는 재미도 모르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첫잔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부어라 마셔라- 그게 바로 술의 미학이란다. 술의 미학따윈 알게뭐냐 였다. 당시의 히지카타는 정말 진심으로, 그런 것따윈 모르고 싶었다. 몰라도 됐다. 몽롱한 술기운은 전혀 즐겁지 않았던 것이다.

 

 그순간, 술 잔위로 내려온, 분홍색의 꽃잎 한장의, 그 아름다움이란. 

 

 순식간에 술잔 안 무색의 액체에 분홍물이 들 것 같은 선명함이었다. 

 

 들이키는 순간, 씹어버린 순간, 입안에서 쌉싸른 분홍맛이 퍼졌다. 

 

 아마 그것은, 정말 순수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그 분홍은 행복의 한가운데였다. 

 

 

 

 

 

 

 

 담장을 짚고 있는 양손의 피부사이로 자잘한 돌가루들이 파고들었다.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긴토키의 오른손이 히지카타의 앞머리칼 사이를 파고들더니 그의 양눈을 가리웠다. 어차피 어둑해진 저녁이라, 그 저녁의 기운조차 감추는 시커먼 그림자속이라, 그러지 않아도 아무도 히지카타를 보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히지카타는 조금 걱정이 되었고, 그래서 긴토키가 제공한 어둠이 완전무결한 것처럼 느껴졌다. 긴토키가 서둘러 히지카타의 바지벨트를 풀다가 그 날카로운 고정핀에 손톱아래가 긁혔다. 길게 난 상처가 뻐끔 입을 열리며 붉어졌지만 신경쓰지 않고, 긴토키의 왼손이 히지카타의 지퍼를 내려 품이 넓어진 바지와 그의 속옷을 동시에 잡아내렸다. 어둠의 냉함이 히지카타의 맨살에 내려앉았다. 긴토키의 거친 숨이 등위로 말려올라간 셔츠위에 닿았다.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맨살에 차가움에 어깨가 떨리는 것도 있었지만, 등줄기위에 닿은 긴토키의 뺨의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 같은 기분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닿은 상대방의 살에 척추가 뻣뻣해질정도로 긴장이 됐다. 하지만 육중한 섹스는 그런 것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았고, 실제로 히지카타의 머릿속도 그런 긴장따위 묵살댈정도로 갈피가 없었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무거운 땀방울처럼, 숨도 체온도 무거웠다. 돌가루가 쏟아지는 담장에 뺨이 닿을정도로 밀린 순간에도, 긴토키의 오른손이 주고있는 어둠에 히지카타는 뭔가가 안심이 되었다. 안심이 되었고, 또 괴롭기도 했다. 이게 뭐지, 히지카타는 알 수가 없었다. 

 

 입구를 비집고 한순간에 깊게 들어오는 긴토키는 머리가 어지러울정도로 뜨거웠다. 동시에 단단해서, 여린 히지카타의 안쪽살이 순식간에 열기에 허물어지듯 수축되었다가, 강제로 벌려진 입구에서부터 포기한 듯 다시 벌려졌다. 긴토키가 왼손으로 히지카타의 왼쪽허벅지를 움켜쥐고 허리를 숙이자, 긴토키는 좀 더 안쪽을 꾹꾹 누르며 파고드는 것 같았다. 깨물린 입술속으로도 신음을 참을 수 없어서 히지카타는 헉, 짧게 젖은 소리를 냈다. 땀방울같은 목소리였다. 긴토키의 이가 곧추세워진 히지카타의 척추의 어느 자리를 꽈악 깨물었다. 입안으로 스며드는 소금물은 긴토키의 땀방울인지, 붉어져가는 히지카타의 육체때문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긴토키는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고, 그때마다 머리가 새하얗게 터지는 것 같았는데, 아마 그것은 히지카타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조절할 수 없고 전희도 주지않은 채 무작정 그의 아래를 허물어버린 것은, 긴토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참았으니까. 그러니까 맞닿은 입구가 어떻게 할수도 없을만큼 붉어지고, 찢어진 어느부분부터 흐르는 피가 오히려 마찰을 더 순활하게 하는 점에 대해서는, 긴토키도 신경쓸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여유가 대체, 누구에게 있겠는가?

 

 히지카타는 단지, 긴토키가 절정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순간 보았던, 벚꽃이 피었던 소리같은 음성.

 토시로, 라고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단어를 내뱉는 긴토키의 목소리가

 긴토키가,

 

 참, 그때의 분홍맛같다. 

 

 

 

 

 

 

 

 

 뭔가 기가차는 것도 같았고, 울컥하는 것도 같았는데, 그게 뭔지 히지카타는 잘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의 벚꽃잎을 마시던 날이, 사카타 긴토키와 겹친순간, 히지카타는 자기가 도망치고 싶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울고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더할나위없는 행복의 한가운데였다. 

 그것은, 그래서 히지카타의 가슴이 미어졌던 풍경이었다.

 

 그것은,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장소였던 것이다.

 

 

 

 

 

 

 

 

 

 

 

 긴토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가 불러준 이름의 의미와 같은 의미를 담아 그의 이름을 부르며, 히지카타는 양손을 뻗어 그의 목을 안았다. 입술위로 쉽게 입술이 덮히고, 목구멍 너머로 피맛이 일렁거렸다. 가슴에 담겨진 답답함이 토해내질 것처럼 목구멍 주변을 일렁였지만,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심장과 그 주변 어딘가에 걸려있을 것 같았다. 이게 울고싶어하는 거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고통과 쾌락을 핑계삼아 히지카타는 정말, 열기속에 조금 울었다. 

 

 긴토키.

 너무한 행복은, 무섭다.

 그곳에 오래 머물수 있을 수가 없어서, 스스로 도망치고 말아.

 

 왜냐면, 난 아니까.

 

 가장 행복한 순간은, 금방 사라진다는 것.

 

 

 

 

 

 

 마치 흐드러지고 금방 흩어지는, 벚꽃처럼.

 눈물 한방울만을 남기고.

 

 

 

 

 

 

 

  - don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