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히지] 8월 긴히지 배포전에 나올 긴히지 십구금 책의 샘플입니다
(현재 한창 퇴고중인데.. 그러고보니 아직 제목을 안정했어요 ㅇ<-<
일단 샘플... 보십셔,....;;)
사카타 긴파치는 평소에는 그다지 꿈을 꾸지 않는데, 오늘은 예외였다. 어쩌면 피곤했기 때문이었을까? 수업도 없고 시험 감독만 하면 되는 날이었으니까 일 자체는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괜한 새한마리 때문에 신경을 너무 써버린 게 분명했다. 어떤 종류든간에 생명을 돌본다는 건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니까.
긴파치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잎이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았다.
녹음이 얼마나 짙으면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긴파치는 자신이 누운채로 올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무의 그림자 속에 몸을 뉘이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꿈도 참 묘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긴파치가 살면서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커다래서 그 꼭대기가 보이지조차 않았고, 나뭇가지 끝에 겹겹이 매달려 있는 잎들은 한 장만으로도 긴파치의 몸전체를 가릴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긴파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다지도 낯선 공간에 몸을 뉘이고 있는데에도 이렇게나 편안하고, 어째서 이 공간의 모든 것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확고하게 단언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꿈이라 그런 것일까.
바로 그때, 저어기 나무 꼭대기에서 날갯짓이 들려왔다. 긴파치는 날개소리가 퍽이나 커서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개소리만큼이나 커다란 새가 나무의 가지 하나에 앉아있는 듯하더니, 천천히 긴파치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려 하고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 그림자가 점점 자신을 향해 오는 것에 놀라며 긴파치는 입을 뻐끔거렸다. 저게 뭐지? 저렇게 큰 새종류가 있었나? 어 독수리? 콘도르? 그리고 그림자가 긴파치의 육안으로도 구분 될 만큼 가까워진 순간, 긴파치는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새는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어?” 거의 자신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검은색의 날개를 한없이 펼친 채로, 그 남자는 긴파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긴파치의 마음이 산산이 터져 나왔다.
아, 너구나.
너로구나.
사카타 긴파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긴파치는 그런 자신이 꼭 자신 같지 않아서, 정말이지 너무도 사카타 긴파치가 낯설어서, 그 순간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꿈속에서 긴파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두덩에 깃털의 부드러운 감촉이 닿은 바로 그 찰나에.
“뭐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왔다. 긴파치는 그렇게 빽 소리를 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뭐야 라고 외치자마자, 눈이 번쩍 떠졌다. “어?” 긴파치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방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바로 자각했다. 아, 꿈이었구나. 그래 꿈이었어. 근데 그건 뭐였지. 혹시 천사인가? 내가 왜 천사 꿈을 다 꿨담? 긴파치는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뜨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잠꼬대를 그렇게 크게 외치며 일어나다니, 끄응 옆집에 들렸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노라니.
“…어라?”
“…쳇.”
그러고 있노라니, 하, 이건 꿈의 계속인건가? 사실 나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건가? 다시 한 번 소리지르며 눈을 떠야만 하는 것일까?
꿈 속에서 보았던 남자가 바로 자기 앞에 있었다. 긴파치의 다리에 걸터앉은 채로.
긴파치가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고 손을 들어 눈두덩을 비벼보았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긴파치가 잘못본 것이 아님으로 남자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긴파치의 허벅지부분을 엉덩이로 지그시 누르며 앉아있는 남자는 짧게 혀를 차며 “계속 자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라고 중얼거렸다.
“누, 누구세요?”
“…….”
긴파치는 당황이 흘러넘치는 얼굴을 하고 저도 모르게 그렇게 묻고야 말았다. 이 밤에 왜 모르는 사람이 남의 집에, 핫 범죄자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저 얼굴을 꿈속에서 방금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날개만 없을뿐, 남자는 방금 긴파치의 꿈의 끝에 나왔던 사람과 완전히 똑같았다. 조금 푸석한 검은 머리와, 새하얀 얼굴. 검은색의 옛날 기모노 스타일. 어떻게 꿈속에서 본 사람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가 있지? 이거 정말로 꿈 아닌 건가? 긴파치는 여전히 그런 생각들로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 얼굴을 한 채로 긴파치를 바라보고 있었고.
“저기, 근데 좀 내려오지 않을래요?”
“…뭐야, 무거워?”
아니, 전혀 무겁지 않다. 아무 것도 올라가 있지 않은 것 같고 마치 솜털 같다. 하지만 미묘하게 따뜻한 체온으로 허벅지가 감싸여있는 게 느껴져서. “그건 아닌데, 다리가 안 움직여서….” 순간 그렇게 대답했다가, 갑자기 자기자신이 얼간이같아서 긴파치는 견딜 수가 없어졌다. 이게 다 뭐야? 내가 왜 이런 말에 대답을 하고 있어야해 오히려 내가 질문해도 모자를판에?! 그리고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한 긴파치는 곧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대체!”
“그러니까 대체 누구냐고! 왜 내 다리 위에 올라와 있는 거고, 대체 남의 집엔 어떻게 들어온 거고!”
뒤늦게 정당한 분노로 타오르는 긴파치를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이 순간 머쓱해졌다. 남자는 뺨을 긁적이며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그게, 하아. 너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미 충분히 놀랐거든!”
“나는 그러니까, 그 새인데.”
…하아?“
“…네가 구해준 그 새라고. …츙.”
“…….”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역시 난 아직 꿈속에 있는 걸까.” 긴파치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남자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잘 봐.” 그렇게 말하고 오른팔을 가볍게 움직이자, 남자는 긴파치의 배위에 톡하고 올려져 있는 작고 똥그란 그 검은색 새로 돌아가 있었다. “…?!!” 긴파치는 정말이지,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허락한다면 심장까지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새는 작은 날개를 두어번 퍼덕이더니 다시 방금 전의 남자로 돌아왔다. 남자는 아까보다 더 창백한 얼굴이었다. 어딘가 힘들어보였다. “체력도 없어죽겠구만 쓸데없는데 너무 힘쓰게 하지마….” 그렇게 중얼거리며 또 한 번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긴파치는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이게 뭐야.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 거야. 얘 대체 뭐한거야. 어떻게 된 거야. 이거 꿈인가? 그래 꿈이겠지! 새가 인간으로 변하고 인간이 새로 변하는 게 현실일리가 없지! 긴파치는 지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기, 나 다시 자도 돼?”
“꿈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고! 기왕 깨어난 거 어울려 달라고!”
“아 무리. 진짜 무리. 긴파치 선생님은 SF나 판타지나 그런 장르는 완전 무리.”
“웃기시네! 애초에 은혼 장르가 SF거든요.”
“지금은 패러럴이니까.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현대 패러럴이니까. 심지어 2차.”
“됐고 받아들여!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여! 이제 그만 현실을 인정하고 내용 진도 좀 나가게 해줘!”
“아….”
낯선 남자는 여전히 이해불가였지만 그가 말한 내용 진도에 관해서는 긴파치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입을 굳게 다물고 긴파치는 슬슬 현실에 순응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팔짱을 끼고 긴파치는 억지로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러니까 니가 오늘 내가 만난 그 새이고 그 새가 바로 너란 말이지…?”하고 중얼거렸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렇다고.” 쓸어올린 까만 머리가 손을 놓자마자 바로 이마위에서 브이자로 정리되는 것을 바라보며서, 긴파치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아까부터 몇 번째의 한숨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한숨 쉬고 싶은 건 바로 나거든. 요녀석아.
긴파치는 남자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넌 요괴냐?”
“뭐, 대충 그런 거지.”
“대충 그런 거라니… 근데 요괴가 진짜로 있는 거였나?”
남자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마치 너네 인간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우리에겐 아무 영향도 없다고 말하는 듯 한 태도였다. 그거야 그렇겠지. 긴파치는 머리를 짚었다. 짧은시간안에 너무 놀래고 너무 얼이 빠지길 반복해서 그런가, 왠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그래서? 몸은 괜찮고?”
“…….”
그리고 긴파치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묻자, 남자는 순간 혀를 찔린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더니 시선을 돌렸다. 긴파치는 슬쩍 고개를 돌려 TV바로 옆에 있는 전자시계의 숫자를 확인했다. 새벽 2시 34분. 완전 한밤중이잖아. “…괜찮다.” 남자의 답변이 상당히 늦게 흘러나왔고, 긴파치는 다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남자의 창백한 얼굴은 별로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치만 뭐, 본인이 괜찮다잖아. 요괴같은 걸 데리고 동물병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 다행이네. 그럼 이제 돌아가줄래?” 요괴들 세상으로, 그런 게 정말로 있는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어서 허벅지에서 내려오라고. 긴파치는 목덜미를 손으로 짚으며 그렇게 말했다.
“안 돼.”
근데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안 된단다. 안 된다니 뭔소리야. “? 왜?” 긴파치는 눈썹을 치켜뜨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은혜를 갚아야하니까.”
“…? 뭐?”
“너한테 신세를 졌으니까, 은혜를 갚고 가야한다고.”
“뭐 그런 옛날이야기들 많잖아. 모르냐?” 그리고 남자는 긴파치의 다리위에서 내려오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다리사이에서 꼼질거리기 시작했다. 긴파치는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의 동그란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모르냐니, 지금 사카타 긴파치가 국어선생인거 모르고 묻는 거냐? (모르고 묻는 거겠지.) 내가 은혜갚은 학을 모를리가 없잖아. “근데 넌 학 아니잖아.” 긴파치가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실소를 흘렸다. 지금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는 태도다. “그럼 은혜갚은 까마귀라고 하던가.” “에… 너 까마귀였어?” 그 똥그란 게 까마귀였다고?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알던 까마귀랑은 완전히 다르던데, 역시 비만이었던 건가…. 긴파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남자는 문득 긴파치의 허벅지 사이를 더욱 벌리더니 그 가랑이 사이에 아예 얼굴을 묻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긴파치는 자신의 무릎을 세우게 하고 그 다리사이에서 꼼질거리는 남자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근데 너 지금 뭐해?”
이제 남자는 이 화제에 지겹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은혜 갚으려고 하잖아.”
“은혜랑 가랑이랑 무슨상관… 잠깐, 너 왜 남의 바지를 벗겨?”
물론 남자는 긴파치의 질문에도 아랑곳않고 그의 바지로 뻗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긴파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버려 아침에 출근할 때 입었던 양복바지 그대로였다. 남자는 망설임도 없이 그 바지의 지퍼를 열고 긴파치의 아랫속옷 위를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피식하고 코로 웃으며 긴파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바지를 왜 벗기냐니. 설마 진심으로 그렇게 묻는 건 아니겠지? 촌스럽게.”
“하? 무슨 소리… 하?”
“넌 가만히 있어도 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야 은혜 갚기가 되지.”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멈추지 않고 긴파치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긴파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순간 숨을 멈추었다. 이게 다 무슨 얘기야? 그러니까 니가 지금 나한테 은혜를 갚겠답시고… 뭘 하겠다는 거라고?! “하아?!” 긴파치가 어이가 없어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에도, 남자는 멈추지 않고 긴파치의 아랫속옷까지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긴파치의 예상이 맞는 듯 했다, 남자는 은혜 갚기로 그걸 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의 ‘그’걸….
하아?! 그런 은혜갚은 학따윈 듣도본적도 없다!
은혜갚은 까치도 은혜갚은 까마귀도 그런 건 없어!
이게 무슨 야망가 전개야! 이게 무슨 야망가 전개냐고!
긴파치가 머리를 감싸 쥐고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동안에도 남자는 자신의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까만 눈썹을 곧게 하고 긴파치의 바지를 벗기는데 에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긴파치의 바지는 허벅지까지 드러날 정도로 내려와 있었다. “…!” 긴파치는 자신의 음모가 보이기 시작하는데에 기겁을 하여 거의 남자를 차버릴 기세로 다리를 들었으나 순간 남자의 건강상태가 나빴다는 걸 떠올리자마자 주춤하였다. (‘내가 이 녀석을 차버려서 이 녀석 건강이 더 악화되면 어떡하지?!’) 긴파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그저 끙끙거렸다. “~아, 제길!” 결국 욕만을 내뱉으며 긴파치는 그를 차버리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였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다리는 결국 다시 얌전하게 침대위로 돌아왔다.
남자는 긴파치가 깜짝 놀라 다리를 움직이다 이내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너 사람 좋네.”
“으….”
긴파치는 더 이상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 그냥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야 말았다. 자신의 큰 손으로 눈까지 덮은 상태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긴파치는 대체 어째서 지금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하는 것인가… 란 생각을 하였다. 이제와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손아래 틈으로 힐끗 자신의 다리 쪽을 내려다보니, 남자는 어느새 아랫속옷까지 끌어내린 상태였다. 긴파치는 훤히 드러난 자신의 가랑이와 그 사이에서 꿈틀대고 있는 남자의 하얀 얼굴을 보자마자 얼이 빠져 입을 뻐끔대다 결국 다시 손으로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야 말았다. 차라리 안보고 말지, 이런 젠장.
남자는 긴파치가 저항하기를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긴파치는 그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긴파치는 포기라기보다는 체념을 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다 놔버린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만 있어주면 내가 다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걱정말고 눈감고 있어.”
“나한테 말시키지 마라 인마…. 나 인제 말할 기운도 없으니까….”
“알았어, 파마머리.”
“…아니 이건 파마머리가 아니고 천연곱슬….”
“아, 그래. 그거 진짜 너무 아무래도 상관없는 정볼세.”
“너, 그… 너네들 요괴들은 다 이런 식이야? 은혜갚기따위로 오, 오럴… 그런 거 할 정도로 이런 행위가 가벼워?”
“아니 그거야 그때그때 다른데. 그, 뭐냐. 나한테도 사정이란 게 있고, …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해 줄테니까 일단 여기 집중 좀 하자.”
그리고 남자는 무언가를 얼버무리듯 대충 말을 완결 지은후, 재빨리 긴파치의 것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말은 이제 그만하자는 듯 한 태도였다. “…!” 그리고 긴파치도 그 감촉에 결국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따뜻한 손바닥 두 개에 자신의 성기가 전부 감싸여지는 감각에는 어쩔 수도 없이 아랫배가 움찔거렸다.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이제 긴파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를 말리려면 아까 말렸어야했는데. 그러나 남자의 단호한 태도를 보면 그가 먼저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긴파치는 도저히 그를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도 없었다. (병자를 발로 찬다거나 손으로 밀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못 해. …근데 어쩌면 그가 건강한 상태였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아닐까? 긴파치는 자신이 없었다.) 결국 긴파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순순히 다리를 벌린 채로 그가 원하는 만큼 하게 내버려두고 그냥 이 순간의 이 모든 것이 한시라도 빨리 끝나기를 비는 것 밖에는 없었다.
어차피 긴파치는 요괴들의 생태계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의 뜬금없는 원나잇은 사카타 긴파치의 상식북 안에는 존재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그의 세상에선 이런 일이 그냥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난 요괴를 만난 게 오늘이, 네가 처음이라고! 긴파치는 야들야들한 손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내뱉는 숨도 서서히 뜨거워진다. 긴파치는 자신의 귀두 끝에 보드라운 입술이 닿는 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왠지 모르게 눈까지 질끈 감게 되고 말았다. 이대로 계속 눈을 뜨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어질 것 같았으므로.
이제와 말하는 거지만, 사실 사카타 긴파치는
그를 꿈 속에서 보았을 때부터, 그 아름다운 얼굴에 눈을 떼지 못했더랬다.
나무의 그림자속에서도 빛나는 새까만 눈동자와 하얀 얼굴에서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겠어서.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귓불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도 너무 인상적인지라. 자기도 모르게 양 손을 뻗어 안아들으려하는 것을 참기 위해, 꿈속에서조차 양 주먹을 꾸욱 쥐고 있었어야만 했다고. 긴파치는 코끝을 잔뜩 찌푸렸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근데, 이 녀석은 아까부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래를 내려 보지 않기 위해 눈까지 감고 있었지만, 그러나 아까부터 몸이 기대하던 어떤 감각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도 없이 긴파치는 눈을 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분명 아까와 마찬가지로 양 손으로 긴파치의 성기를 잡고 있었다. 음모를 잘 젖혀서 그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아직 말랑한 성기를 양손으로 쥐고선 그 끝부분이 위로 향하게 잡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놀랍게도 긴파치의 귀두 끝을 물고 오물대기까지 하고 있었다. 빨간 입술을 작게 모으고선 끝을 머금고 열심히도 오물오물하고 말이다.
그러나, 긴파치는 조금도 기분이 좋아지지가 않았다.
이렇게까지 흥분이 안 되기는 또 처음이었다.
남자는 매우 필사적으로 보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성기를 움켜쥔 손을 움직이고 고개도 간간히 흔들어댔다. 그럼에도 정말이지, 이렇게도 허무할 수가 없어서. 긴파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집중하고 있는 남자를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서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정말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 모은 두 손을 때때로 움직이고 귀두끝의 오목한 부분까지 입에 밀어넣고서 입술에 압력을 주고 쪽쪽 빨아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한손으로 고환을 주물거리기도 했다. 물론 그래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이윽고 긴파치의 성기 기둥을 타고 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긴파치의 회음부를 살짝 간질이기까지 했는데, 그러나 그것 또한 긴파치가 흥분하여 흘러나온 애액이 아닌, 이 요괴남자가 어쩔 줄 몰라하다 입 밖으로 흘리고만 타액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남자는 끔찍하게도 서툴렀던 것이다.
그것도 아랫배에 고인 뜨거움이 몹시도 허무해질만큼. 그래서 긴파치는 완벽하게 식어버렸다. 혀를 차고 싶어지는 심정을 기어코 참아내지 못하고 실제로 입 밖으로 “…하,”하는 소리까지 내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남자의 정수리에 손바닥을 대고서, 그의 머리칼을 살짝 움켜쥐었다. 버석거리는 머리칼은 마치 어제 그 작고 똥그란 새의 깃털을 만지작댈 때의 감촉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더럽게 못하네.”
“…!!!”
그리고, 긴파치가 어이없음을 숨기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남자는 긴파치의 성기를 잡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만약 만화였다면 남자의 하얀 얼굴을 쩌억 가르는 번개선모양의 연출을 사용했으리라. 그리고 긴파치는 아, 이제야. 이제야 네가 굳었네, 그래 지금부터는 니가 굳을 차례지, 속으로 그렇게 중얼이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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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z 사카타 긴파치X텐구 히지카타 토시로 책이에요. 십구금이구요, 하여간 이 뒤에는 어찌어찌해서 마구마구 떡을 칠 예정입니다 ㅋㅋㅋㅋ
아마 80페이지 안팎의 책이 나올 것이에요.
이번에 긴히지 배포전에 참가하는데 근데 이 십구금 책 말고 다른 전체관람가 책도 한권 더 낼 예정입니다. 그쪽은 아직 원고중이에요.
즉 이번에 나올 신간은 무려 두권입니다 ^0^/ 짱 성실한 세포님 ㅍvㅍ
(재록본 낸다고 해놓고...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군요... 아 몰라.)
하여간 그쪽 원고랑 이 십구금 원고를 다 끝내고 나면 한꺼번에 모아서 선입금 폼을 열겠습니다 :> 선입금 때 통판도 같이 받을게요..
이번주 내로 선입금을 받을 수 잇을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