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히지/오리지널 ver

[긴히지] 꿈같아, 녹아든, 젠장, 우리외엔 아무도 09. 09. 13

복숭아세포군 2014. 5. 13. 16:52
꿈같아, 녹아든, 젠장, 우리외엔 아무도

 

 

꿈같아.  

 

 

 

 목소리가 몸속에서 반복해서 들리는 것 같다. 미묘하게 불쾌했다. 히지카타는 아무 의미없는 행동을 해본다. 몸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를 밖으로 끄집어 내려는 듯, 몸밖에서 왼손을 들어 왼쪽귀를 가리고 꾸욱 눌러본다. 아무 소용이 없고, 단지 포개진 귓바퀴에서 더욱 소리는 몸속으로 말려들어오는 듯 했다. 꿈같아. 거짓말처럼. 빌어먹을. 닥쳐. 그딴 말 하지 마. 그만 해. 히지카타는 몸이 저릿해졌다. 스며드는 숨소리. 눈을 깜박이며, 몸밖으로 밀어내보려 했다. 목소리가 그러나, 히지카타의 몸 안쪽에서 되새김질을 하듯.

 

 벌떡, 일어나는 히지카타의 갑작스런 행동에 문밖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분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야마자키가 움찔, 하며 반응했다. 히지카타는 마치 자신을 기다리는 인간이 아무도 없는 듯 행동했다. 서슴없이 열리는 문, 그 밖으로 망설이없이 버선발을 내미는 히지카타, 그 아래 고개숙이고 있는 야마자키는 새카만 히지카타의 한치의 흔들림없는 그림자를 본다. 그의 작고 커다란 그림자속으로 가볍고 무거운 그의 검이 삼켜진다. 나무의 얇은 가지를 흔들고 온 바람 한줄기와 함께. 펄럭이는 그의 옷자락의 끝만 형태가 남은 채. 야마자키는 숨을 삼키듯 말끝을 삼켰다. 아니, 말끝이 흐린 것은 좋지 않다. 어느새 신을 신고 달그락거리며 검매무새를 다지는 자신의 상사의 뒷꽁무니 너머로, 야마자키는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배출했다. 이 밤에 외출이십니까. 자신의 목소리가 그의 등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아, 아니다. 스며드는 듯 하다, 반대로 토해졌다. 히지카타의 차가워지는 첫가을의 밤이슬에 젖어간다. 야마자키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열린 문 틈새의 부장의 방 안쪽에서 서류가 파라라라, 흐트러지는 모습을 본다. 히지카타의 숨이 새하얗다. 그의 등이, 현재 가슴에 있는 말때문에 야마자키의 말을 주울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듯. 보고있지는 않겠으나, 야마자키의 의무임으로, 그 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조심하시란 말은, 야마자키의 인사만큼이나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젖은 밤공기속으로 눅눅하게 흩어지는 것이, 히지카타가 바라는 일이었다. 쩌렁쩌렁, 몸안에서 울리는 그 바보같은 목소리. 꿈같아. 빌어먹을. 닥쳐. 그딴 말 하지 마. 원 모어 리피트. 그만 해. 빌어먹을. 닥쳐. 그딴 말 하지 마. 그만 해. 히지카타는 저릿하게 울리는 말초신경의 종착점을 꾸욱 눌렀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바퀴에 몰려 쾅쾅 울렸다. 아아. 이밤처럼 사라지면 좋으련만. 차가운 알맹이가 되어. 긴 밤 어두운 밤, 촉촉한 밤에 젖은 숨을 길게 내쉬며, 히지카타는 자신의 숨결이 하얗게 흩어져가는 것을 보았다. 혀끝을 깨물며, 스며드는 자신의 맛에 담배향이 녹아가길 원한다. 숨을 죽이고, 히지카타는 고개를 돌렸다. 나무와 그 밑동, 그 가지의 끝과 밤에 숨겨진 그의 그림자. 그 속에, 검은 밤 새하얀 달의 그림자를 구경하는 콘도가 서 있었다. 히지카타는 바람에 메마른 눈을 깜박인다. 아아, 바람이 손짓하자 그의 시선을 잡아맨 달그림자가 위에서부터 출렁이며 흐트러진다. 나무 옆의 작은 연못 속 잉어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달을 완전히 두동강 냈다.

 

 너의 그림자보다 담배냄새가 먼저 오는구나. 말보다 콘도의 손끝에 들려있는 담배 한 가치에 더 이끌렸다. 히지카타는 콘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그 담배의 연기를 갈라, 그 원형을 전해받는다. 수십초 후 연못위의 달또한 원형을 되찾았다. 물림받은 담배의 끝은 말라있었고, 금방 긴 담뱃재가 부스러져 떨어졌다. 눈을 깜박이며 담배의 끝을 깊게 흡입했다. 아아, 안정. 심장의 편안함. 히지카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면 손끝으로, 가슴안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비져나갈 것 같았다. 담배로 더욱 꾹꾹, 깊은 곳으로 눌러본다. 꿈같아. 한 번 더 말해보자, 제발 좀 그만해라. 콘도의 웃음소리 너머로, 달이 살짝 검은 구름에 가려져 달무리가 흩어졌다. 히지카타의 습기에 젖은 머리를 위에서 꾸욱 누르는 것을 끝으로, 콘도는 어딘가의 그림자로 몸을 옮겼다. 나무에 등을 기대며, 히지카타는 한숨처럼 연기를 뱉어본다. 콘도는 바닥의 나뭇가지를 우연히 밟아 두동강 냈다. 퍼석, 죽은 가지의 마지막 숨소리가 선명하다. 히지카타는 눈을 돌려 국장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등에, 이 목소리를, 맡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 목소리는, 오직 히지카타에게만 선명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히지카타는 잘 알고 있다.

 

 ....아니, 싫어. 갖고싶지 않아.

 ......

 빌어먹을. 닥쳐. 그딴 말 하지 마. 그만 해.

 

 이런 밤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의 말도 안아들지 못하고, 우연한 밤에 쓸쓸하게 웃고있는 유일하게 섬기는 사람의 말조차 섞지 못하게 하는. 아무리 밀어내도 몸밖으로 나가지않고 그저 안에서 출구없이 계속 맴돈다. 출구따윈 바라지 않고, 단지 그대로 온 몸안에 녹아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 녹아오면 아마 영원히, 숨쉬면 내뱉어지는 숨과 같은 당연한 이치처럼, 계속 반복되어 스며나오겠지. 그 목소리가. 그 사람이.

 

 아니, 싫어. 갖고싶지 않아.

 아아. 그런데, 너.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거야.

 

 히지카타의 뺨이 붉어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도 같다. 다리에 힘이 사라진 듯, 나무의 밑동을 등받이삼아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밤공기에 젖은 모래바닥이 축축하여, 찬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아 젠장, 그런 것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이 어지러운 몸안의 목소리를 그녀석의 모습을 몰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안 될 거다. 주문처럼 빌어먹을 닥치라고 소리내지않고 외쳐본다. 소용없어. 히지카타는 두팔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두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얼굴로 열이 몰렸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이대로 무슨 구멍이라도 있다면 그대로 들어가 숨어버리거나, 아니면 저 빌어먹을 연못속으로 뛰어들어거나, 어두운 구름이 달 가리듯 이 나무의 그림자가 송두리째 삼켜준다면.

 

 그날의 열기가 떠오른다.

 너의 얼굴이, 목소리가, 다른 그 무엇보다 가깝다.

 

 

 

 

 

 

 

 

 꿈같아.

 내 옆에 네가 있는 것이. 네 옆에 내가 있는 것이. 우리가 서로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 지금

 너무 이뻐서 거짓말 같아.

 너무 이뻐서 진짜가 아닌 것 같아.

 내 심장이 너무 뛰어서 바보같아.

 

 눈꺼풀만 흔들려도, 모든 게 꿈같아.

 

 

 

 

 

 

 

 

 

 ' ...제발 그만. '

 

 꿈같아.

 

 숨조차 소리되지 않고, 아무 말로도 내뱉지 못한 채, 또 한 번 원해보지만. 그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되내인다. 그누구보다도 지금 이순간의 히지카타보다도 더 간절하다.

 

 ' 하지 마. 이제 그만 해. '

 

 만나고싶어.

 

 ' 이제 충분하잖아. 충분히 지껄였잖아. 제발 닥쳐 빌어먹을, 그딴 말은 이제.. '

 

 만나고싶어.

 만나고싶어.

 

 ' ....그만.... '

 

 만나고싶어.

 

 숨, 조차 소리되지 않고.

 아무 말로도 내뱉지 못한 채.

 히지카타는 몸이 저릿해졌다. 스며드는 숨소리. 눈을 깜박이며, 몸밖으로 밀어내보려 했다. 목소리가 그러나, 히지카타의 몸 안쪽에서 되새김질을 하듯. 그리고 너의 얼굴이, 목소리가, 다른 그 무엇보다 가깝다. 히지카타는 두 손을 들어 귀를 포갰다. 그리고 안쪽으로 힘차게 눌렀다.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귀를 막아도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히지카타의 몸 안쪽에서 반복하고 있으니까.

 

 만나고싶어.

 

 지속되는 반복.

 

 만나고싶어.  

 

 히지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열기가, 얼굴로 몰려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달려온 듯 어깨를 헐떡이는 그를 망설이지 않고 품에 안자, 그는 조금 첫가을의 밤, 차가운 밤이슬에 젖어 차가웠다. 체온으로 녹여주는 짓은 이나이가 되도록 해본적이 없어 흉내낼 수 없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 품안으로 파고들게 해보았다. 겹쳐진 단단한 몸들은 하나가 될 듯한 기세였으나 결국 두개인 채 끝날테였고, 하지만 지금의 포옹앞에서는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실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오늘같이 우연이지만 좀 쓸쓸한 기분이 드는 이런 밤에, 그가 찾아와줘서 실은 좀 거짓말 같았다. 꿈같고. 눈꺼풀만 흔들어도 꿈에서 깰 것 같아,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계속 내안에서 맴돌게 만들어 그대로 내 몸속에 녹여버리고 싶은 너의 목소리가,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내가 만나고싶다고 말하면, 너도 이 말을 계속 갖고 있어야만 해. 나만 이러는 건 짜증날정도로 불공평해. 너의 목소리 하나만을 안는 것만으로도 넘쳐서, 그누구의 이름조차도 조금씩 몸밖으로 새어나갔다. 아아. 그러나, 지금 이순간 그것이 싫지 않아. 어쩌면 지금 이순간, 서로의 이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해도 그게 당연한 듯이.

 

 긴토키는 숨을 몰아쉬었다.

 품안의 조금 차가운 너를 더욱 힘주어 껴안으며, 눈가로 몰린 열기를 빌어 입을 열었다.

 

 " ....꿈같아. "

 

 " ...젠장. "

 

 하하.

 이 웃음소리조차, 서로의 몸속으로 녹아 사라졌다. 만나고싶었다는 소망과 함께.

 

 

 

 

 

 

 

 

 

 

 

-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