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히지+오키히지] Don't worry baby 06. 11. 18
Don't worry baby
「-어떻게 들어오셨수?」
「....」
문을 여니 그런식으로 먼저 말을 건넨다. 흰 남자는 데굴거리는 조금 작고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년을 향해 그저 씨익 웃었다. 입가의 주름이 연하게 잡히면서 지어내는 그 웃음은 조금 나른한 남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소년은 그냥 조금 불쾌했다. 눈앞의 강한 남자를 만나면 그냥 조금 불쾌해지고 그래서 더욱 그냥 마음이 험악해지는 것 뿐이다. 다른 건 아무 것도 없고, 단지 그냥. 그래서 소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타다미 문을 연 남자가 한 발을 더 방안으로 밀어넣기 전에 소년의 거친 목소리를 긁으며 자신의 장검을 쥐어들었다.
「더는 들어오지 마쇼.」
「...왜?」
「다른 녀석들은 전부 뭐하고 댁을 여기까지 순순히 들어오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부턴 안됩니다, 형씨.」
「-네방도 아니잖아?」
「당신이 들어올 방도 못되죠.」
굴러다니는 국가기밀이라도 훔쳐볼까봐? 그따위 지능범적인 일은 기대도 안합니다, 형씨. 우스갯소리가 눈동자위로 굴러다녔다. 나른해 보이는 남자의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 자기의 방도 아니건만 편안하게 다리를 뻗고 과자를 씹고 있었던 소년의 눈동자 표면위에 안착했다. 저기 저 굴러가는 서류가 그 서류야? 킬킬킬. 남자의 웃는 눈동자에 소년도 빈정되며 답했다. 저건 우리 고릴 국장께서 결국 전해주지 못하고 부장님한테 빼앗긴 러브레터요.
「오키타야.」
「왜요.」
「나는 별로 이 방에 볼일이 있는 건 아니야.」
「.....」
「이 방의, 주인에게, 볼일이 있다.」
「......」
휩쓸려 나아가는 남자의 눈동자가 오늘따라 더욱 광기를 닮아 있었다.
그 눈동자는 사실, 오키타에게는 꽤나 익숙한 감각인 것이라 오키타는 그런 이물질을 몸속에 품고 있는 남자가 새삼 기분나빠지거나 무서워지지는 않았다. 단지 정의로운 남자의 시선안쪽 깊은 곳에 그런 광기가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표면으로 드러내는 오키타 자신의 광기는 그 어떤 것과도 부딪히지 않을정도로 제멋대로 발산하고 있는 성질의 것이었고, 곤도씨는 그런 것따윈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순수하다. 그리고 히지카타씨는,
속으로 삭혀들어가는 히지카타씨의 광기는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완벽한 얼버무림.
「.....」
그 얼버무림과 닮아있는 광기는 정의로운 남자의 시선에 파먹혀 들어가 완전히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었다. 오키타 멋대로. 오키타는 한숨을 내쉬며 쥐었던 장검을 타다미 위에 떨구었다. 잘칵, 하고 금속의 소리가 들렸다. 오키타의 한숨은 한숨대로 허공에서 사라졌다. 타다미 위를 어색하게 눌렀던 남자의 버선발이 차츰 ‘그 사람’의 방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정의를 잊을 정도로 되살아난 남자의 광기는 아마, 오늘 밤 히지카타의 몸 위에 작열하겠지.
「....해결사씨.」
「뭐냐, 소년.」
「.....」
오키타는 조금 웃었다. 더럽혀지지도 않은 그 절벽의 소나무는 아마 당신에게 몸을 내주어도 당신이 거칠게 몸을 탐해도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을 거다. 단지 그 의식 그대로 당신을 품안에 받아들이며, 위로도 아니고 파괴도 아니고 절망이거나 광기도 아닌-
자신의 이름 그대로, 그 본연의 히지카타의 모습 그대로 당신을 받아들여주겠지.
나는 그게 부러워. 그게 부러운 거야, 해결사.
오키타는 자신의 품안에 간직하고 있던 사진을 한 장 꺼냈다.
「이거, 본 적 있소? 아마 없을 걸. 이때의 히지카타씨.」
「-? 무슨뜻이야?」
「옛날의 히지카타씨는 멋졌거든. 지금도 멋지지만. 이런 머리의 히지카타씨, 당신은 본 적 없지?」
「.....」
그러니까 나의 이런 치기 가득한 질투정도는 용서해줘.
소악마의 귀여운 애교라구.
오키타는 쪽, 하며 앞을 드러내지 않은 낡은 사진위에 입맞췄다.
「지금은 당신 것인지 몰라도, 과거의 그 사람은 내가 더 많이 안다는 그뜻입니다.」
「......」
긴 머리가 찰랑이는. 허공에서 붉은 어둠. 한가득씩 흩어지는 그 사이에 바람, 파랗게 흩어지는 시선위의 착찹한 미소.
그게 과거의 그 사람.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에요.」
당신은 모르는 과거의 그 사람.
-
그날 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자기의 방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에 삐져서 방 한가운데에 대자로 누워있던 긴토키를 발견한 히지카타는, 그 남자의 눈동자가 무언가 불만을 가득 담고 있었음으로 순식간에 그 남자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마구 무시하고 그대로 겉옷과 스카프를 벗은 다음에 서류정리를 시작했다. 긴토키는 버럭 화를 내는 대신에 타다미위를 데굴데굴 굴렀고, 그렇게 먼지가 일껏 일어나는 행동을 한 다섯 번 한 뒤에야 히지카타의 붓이 멈추었다. 히지카타는 조용히 화를 냈다.
「...왜이래, 해결사?」
담배연기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진작에 좀 물어주지 그랬니, 이 이쁜 못된 놈아. 긴토키의 입이 일초도 아깝다는 듯 서둘러 열렸다.
「오키타한테 한 방 먹었어.」
「뭔소리야.」
「나도 너 옛날사진 갖고 싶어. 대체 어땠길래 그 자랑이야.」
「하? 별 거 없었어, 지금이랑 똑같았다구.」
「그럴 리가 없어, 지금이랑 똑같으면 그런 식으로 자랑했을 리가 없다구!」
긴토키의 손끝이 히지카타의 소매를 잡고, 무지하게 곤란해진 히지카타는 눈썹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옛날 사진따위.. 별로 없다. 별 거 있지도 않고 지금보다 젊은 거 빼고는.. 그렇군, 머리가 좀 길었다는 것 말하는 건가?」
「!!!」
제기랄, 머리가 길었단 말이야?! 진검승부까지 했으나 기어코 사진속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오키타의 의기양양한 미소가 머릿속에 떠올라 더욱 분해진 긴토키는 결국 벌떡 일어나 큰소리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제기랄, 머리가 길었단 말이지?! 그 분노는 기가 차고 짜증이 난 히지카타의 오른발차기에 금방 수그러지고 말았지만.
- done
+ 애인 히지카타를 만나러온 긴토키를 질투한 오키타가 옛날 사진으로 긴토키를 놀렸다는 이야기. 원래 제목 안지었었는데 급생각나서 급지었다. (라고 네이버 포스트에 적혀있었다고 한다.)